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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58,296
추천수 :
3,597
글자수 :
481,064

작성
17.04.26 18:12
조회
540
추천
34
글자
7쪽

구명 2

DUMMY

“투위블 경.”

“네넷!”

퍼질러 자고 있던 투위블은 대장의 나직한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경례했다. 뼛속까지 각인된 자만 보일 수 있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투위블은 탐사대를 보더니 제 뺨을 꼬집었다. 꿈인 줄 알았던 것이다. 뺨의 통증으로 꿈이 아닌 걸 확인한 투위블이 이렇게 말했다.

“와, 엄청 빨리 와주셨습니다.”

‘이 새끼 이거.’

미궁 4층의 미궁양의 피어를 들었을 때보다 더한 탈력감이 탐사대를 괴롭혔다.

모두의 걱정과 다르게 투위블은 건강해보였다. 크게 다친 곳도 없었고 짐가방 세 개도 모두 갖고 있었으며 무장 상태 또한 양호했다. 또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가 떨어졌던 장소는 비에타의 미궁 특유의 환한 빛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장소만이 아니라 5층 전체가 그런 듯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미궁이 밝아진 건 어떻게 된 거고?”

사람들이 궁금증을 못 이기고 설명을 요구했다. 투위블은 만나서 정말 반갑다로 운을 떼며 미궁에 홀로 남게 된 이후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했다.

천장이 막히고 투위블은 어둠 속에 혼자 남았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마음을 정리한 후 당장 해야 할 일부터 처리했다. 손가락의 감각으로 짐가방을 뒤져 랜턴을 꺼내 발광석을 장착했다. 랜턴에 불을 붙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불은 열을 내거나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유용하니 단순히 빛만 내는 발광석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발광석 하나를 사용해도 광량이 처참한 수준이었다. 투위블은 실망하지 않았다. 예상한 결과였다. 미궁의 기이할 정도로 짙고 밀도 높은 어둠은 3층에서 실컷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사는 겁먹지 않고 발광석 세 개로 최소한의 시야를 확보한 뒤 등을 벽에 기댔다.

기다리는 것.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

‘흐지의 신왕이 소드 마스터라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런 양반이면 이까짓 미궁 초입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겠지.’

그런 생각이나 하며 몇 시간이 지났는지, 얼마나 흘렀는지, 탐사대는 언제 올 수 있을지 기약도 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던 투위블은 죽음에게 부정당한 삿된 기운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언데든가!”

비에타의 특수한 어둠 속에서 기사는 파이어볼의 빛보다 열기를 더 일찍 감지했다. 파이어볼을 피하느라 바닥에 둔 랜턴에서 멀어진 기사는 간신히 하나의 발광석을 제 갑옷에 고정시키고 소리와 기척으로 적의 수를 판단했다.

‘스켈레톤 메이지가 있고, 이 악취는... 좀비인가?’

스켈레톤 메이지와 좀비, 스켈레톤 병사가 고루 섞인 언데드 무리가 투위블을 공격했다. 스켈레톤 병사나 좀비 따위 투위블을 공격 몇 방에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었지만 문제는 스켈레톤 메이지였다.

스켈레톤 메이지는 어둠 속에서 적이 자신을 보지 못하는 이점을 적극 살려 투위블을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진짜 세발자국 앞만 보여주는 발광석만 믿고 도주하던 투위블은 다른 언데드 무리가 합류하면서 구석에 몰렸다. 다행히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력이 떨어져 공격 마법은 날아오지 않았지만 수를 셀 수 없는 언데드 무리가 그를 둘러 싸고 끝나지 않는 공격을 퍼부었다. 검과 방패를 마구 휘두르던 투위블은 실수로 언데드가 아닌 벽을 공격했는데 그 소리가 돌벽 치곤 아주 맑고 낭랑하더라.

채앵-!

도대체 무엇을 친 것인지 투위블이 의아해하던 그때 지긋지긋했던 어둠이 사라지고 강렬한 빛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투위블을 구석에 몰아넣고 구박하던 언데드 무리는 앞선 층처럼 남아있는 대신 아예 자취를 감췄다. 빛 아래에 투위블만 혼자 덜렁 남아 고된 사투로 얻은 영광의 상처들만 가득 달고 제 눈이 정상인지 거듭 확인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투위블은 자신이 언데드 대신 공격한 물체를 확인했다. 미궁의 돌벽에 사람 얼굴 크기만한 수정이 박혀 있었다. 투위블의 힘찬 공격을 받았을 텐데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수정. 투위블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껏 수정을 쳤다.

그러자 미궁에 다시 어둠이 돌아왔다. 투위블은 다시 수정을 쳤다. 미궁이 밝아졌다.

투위블의 얼굴이 미궁의 빛만큼이나 밝아졌다. 그는 자랑스러운 비에타의 왕실 기사. 전투 중 시야가 확보된다면 언데드 천 구가 몰려와도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게 그 수정입니다.”

투위블이 이야기를 마친 후 탐사대를 수정이 있는 장소로 안내했다. 투위블은 미궁에서 빛을 확보한 후 꽤나 여유를 갖고 혼자서 층을 돌아다니는 여유도 부렸다고 한다. 함정이 걱정되긴 했지만 당시엔 워낙 놀라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다녔다나. 덕분에 투위블 손에 들어간 마법 지도는 꽤 방대한 범위를 새로 밝혔다.

“수정은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있습니다. 하는 역할은 모두 동일했습니다.”

“이젠 아예 선택할 수 있는 것이군. 빛인지 어둠인지.”

“어쨌든 투위블 경이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세레나는 맥이 빠져 힘없이 중얼거렸다. 자기 때문에 혼자 남게 된 거라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당사자는 이렇게 태평히 미궁이나 돌아다니고 있었다니. 서두른 것이 억울하면서도 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투위블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레나가 구조대에 합류해 와준 것에 감탄했는지 세레나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 하는 말은 비슷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다, 공주님께서 직접 와주시다니 황송하고 죄송스럽다 등등.

‘입이 산 걸 보니 확실히 편하게 지냈네.’

세레나는 투위블에게 그러지 말라고 일으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입이 산 투위블이 허탈해하는 탐사대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정말. 이렇게 일찍 구하러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스라이 경이 던져 준 짐가방이 큰 도움이 되었고.”

“가방 다 열지도 않았더만.”

“하하하.”

“물은 아껴 마셨다 치고 식량도 꽤나 아껴 먹었네. 기사님도 걱정을 하긴 했죠?”

“엄청 했지.”

투위블이 엄살을 떨었다.

“일일 급수량을 제한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으니까 내가 목이 마르다고 물을 자주 마시고 있는 건 아닌지, 시간을 잘못 느끼는 건 아닌지. 만약 이 수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정말 미쳐버리거나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투위블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엔 엄살이 섞이지 않은 진심어린 감사의 말이었기에 탐사대는 미궁 5층에 도착했을 당시의 훈훈한 마음을 절반 정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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