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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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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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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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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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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명 1

DUMMY

결국 휴식시간으로 주어진 4시간 중에서 세레나가 제대로 휴식으로 보낸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았다. 세레나는 30분의 달디단 낮잠을 잔 뒤 다시 미궁 탐사대에 합류했다. 괜히 앞서서 공주의 기운을 빼지 않도록 경비병이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세레나의 짐을 대신 운반하게 되었다.

“서두르지.”

세레나는 회귀 시점이 갱신된 것이 불안하여 탐사대를 재촉했다. 비에타의 기사를 얕보는 게 아니다. 어둠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고독 또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두 개의 조합은 더하기, 곱셈, 제곱보다 강력했다.

“공주님,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희 비에타의 기사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세레나가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듯 굴으니 오네가 점잖게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공주가 자신의 부하를 믿지 못하는 것이 비에타의 기사 전체에 대한 믿음의 약화로 보일 것이다. 물론 세레나는 투위블을 믿고 싶었다.

‘믿고 싶은데 말이지.’

미궁에서 기사들의 활약을 안전한 장소에서 지켜본 세레나였지만 정작 그녀의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라곤 리치에게 썰린 기사나, 데스나이트에게 썰린 기사나, 언데드에게 묻힌 기사나, 코카트리스의 석화독에 당한 운 나쁜 기사다. 사람의 인식이란 것이 한 번 정해지면 바꾸는 일이 참 어려웠다. 세레나는 비에타의 기사들의 수준을 조금 하향 평가했다. 어쩔 수 없었다. 죽는 걸 너무 자주 봤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늘 모험가 집단이었다. 올리브나 영이 혼자 남았다면 이렇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이 혼자 남았다면 자력으로 1층에 올라올 때까지 걱정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투위블 경은 강합니다. 그를 믿어 주십시오.”

“물론 투위블 경을 믿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나 때문에 그가 홀로 고립되어...”

“공주님. 그것은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오네와 스라이가 눈을 빛내며 세레나에게 말했다. 세레나는 듬직한 기사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숙였다. 세레나 자신이 평민이어도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 그녀가 모험가였어도 저런 대답이 바로 나올 수 있었을까?

신분제 사회가 유지되는 판타지 세계에서 왕족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비록 아버지는 약쟁이 살인마에 어머니는 중증 우울증 환자였고 사촌 오라비는 부모님을 죽였지만 말이다.

2층의 리치는 늘 그렇듯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비병들은 실수로라도 리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면 말소리를 낮춰 말했다. 리치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한 일이 없었지만 세레나는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압도적인 실력차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쫄게되는 것이다.

그 압도적인 실력차를 몸소 경험했던 세레나로선 제발 저 리치를 어디 치워버리고 싶었다. 2층에 올 때마다 마주치면 솔지히 심장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잘 다녀오십시오.”

경비병의 인사와 함께 세레나는 묵직한 짐가방을 짊어 맸다. 오네가 랜턴 불을 켰다. 탐사대는 천천히 비에타의 미궁 3층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걱정이 되긴 되네요...”

내내 투위블이 무사할 것이라 장담하던 스라이는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어둠과 조우하자 약한 소리를 냈다. 일반 랜턴 세 개로 어느 정도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자 바로 튀어나온 약한 소리에 오네가 눈을 부라렸다. 스라이는 대장의 전하는 무언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언데드에게 기습당하면 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언데드가 어떻게 기습을 하나!”

언데드는 어둠 속에서 아무 장애 없이 살아있는 자를 추적할 수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는 언데드가 가까이 왔을 때 느껴지는 사기와 부정, 오염된 기운으로 언데드를 피할 수 있다. 적어도 언데드에게 암살당할 염려는 없었다. 투위블은 어느 정도 실력 있는 기사고 근접 공격을 하러 다가오는 언데드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오네는 부하의 실력을 믿었다.

“스켈레톤 궁수나 메이지가 나온다면?”

“그럼 불리하지...”

깊어진 미궁에 걸맞게 언데드의 등급을 높여 말하자 오네가 바로 꼬리 말았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법은 마력을 느껴 어떻게든 피한다 쳐도 소리 없이 날아오는 궁수의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밝은 곳에서라면 방패나 검을 튕겨낼 수 있지만 이 특이한 어둠 속에서.

비에타의 미궁 3층의 몬스터는 아직 리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파티는 4층이 아닌 3층 계단 앞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4층에서 바로 함정의 위치로 이동해 함정이 재작동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한 뒤, 함정이 작동하면 함정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계단을 통해 투위블을 찾아 구출한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 층에 가본 건 세레나 뿐이기 때문에 오네가 세레나에게 마법 지도를 넘겼다. 세레나가 지도를 손에 쥐고 그 층을 떠올리자 곧 지도는 3층이 아닌 ?층의 모습을 드러냈다. 광활한 공백에 까만 점이 하나 박혀 있었다. 저 까만 점이, 세레나가 떨어진 장소였다.

“이건 진퉁이니까 그 층에 도착하면 바로 표시가 될 거예요.”

“편리하네.”

“네. 짭도 없는 것보단 낫지만 진퉁이 최고죠. 이 미궁은 1층부터 진퉁이 나왔으니 공략이 편리한 편이긴 해요.”

그거 완전 게임맵 아니냐. 세레나의 목에 그 말이 걸렸다가 턱 걸려서 아래로 쑥 내려갔다. 마법지도의 존재로 미궁 탐사가 편해진다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지에 대해선 잊는 게 속 편했다. 미궁이야 말로 어떻게 이런 게 존재할 수 있는지란 의문의 최고봉이었으니까.

“5층이면 좋겠는데...”

“그러게요.”

세레나는 만성피로 비슷한 수준이 된 몸을 벽에 기댔다. 짧게 휴식을 취하는 거라 침낭은 펼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어떤 위기에 처해있을지 모르는 탐사대원을 구하러 가는 길이니 오래 쉴 수 없었다.

세레나는 가위 비슷한 것에 눌리며 선잠을 자고 자다 깨길 반복했다. 휴식 시간이 끝나 일어나는데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1층에서 30분 잤던 잠이 더 개운했을 정도다.

‘역시 잠의 질은 중요해.’

3층에선 리처드가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선잠을 자며 자다 깨길 반복하니 꿈을 꿀 리가 있나. 세레나는 일행이 듣지 않도록 작은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리처드를 만나봐야 욕과 저주 말고 할 말이 없었다.

탐사대는 어떠한 위기나 갈등 없이 순조롭게 미궁 4층으로 이동했다. 미궁양에게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광장 벽에 붙어 이동한 그들은 세레나가 빠졌던 함정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올리브가 조심스럽게 함정 위를 밟았다. 함정은 작동하지 않았다. 올리브가 힘차게 쾅쾅 뛰었다. 함정은 작동하지 않았다. 올리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으로 가야겠는데.”

“역시나... 인가.”

“다행히 계단까지 가는 길은 가깝고 장애물이 없죠.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미궁양이 우릴 발견해도 계단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중간에 함정이 있다면?”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으니 예상되는 함정이라봐야...”

올리브는 저렇게 넓고 천장이 높은 광장에 있을 거라 예상되는 함정의 종류를 말했다. 모두 근처로 다가가지 않으면 감별하기 어려운 유형의 함정이었다. 올리브는 이럴 때 쓰는 방법이 있다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녀가 작은 금속 공이었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꽤 나갔다. 두 마법사는 저렇게 묵직한 물건을 짐가방에 넣고 날래게 움직였냐며 감탄했다.

올리브가 금속 공을 계단 쪽 방향으로 굴렸다. 금속 공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데구르르 구르더니 다 구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멈췄다. 금속 공이 멈춘 지점에서 사방 2미터 정도 면적에 날카로운 가시 철창이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트레저헌터들이 가볍게 걷는 정도의 압력과 무게에 맞춰 특별제작한 물건이지.”

비싼 거야~. 올리브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렇게 벽과 거리가 먼 장소의 경우 벽에서 사람을 감지하는 함정은 어지간해선 설치하지 않으니까 저 정도 도구면 금방 알아낼 수 있죠.”

“굉장히 유용하오.”

“모험가들의 노하우를 얕봐선 안 되겠군.”

탐사대는 전원 감탄했다. 금속 공을 알고 있는 영도 공이 일직선으로 곧게 굴러갔다며 올리브의 제구력을 칭찬했다.

“어디서 구매할 수 있소?”

“아, 이거. 주문제작이라 소수만 공유하는 물건이에요.”

“구매는 불가능한 것인가?”

“아무한테나 안 팔아요. 나도 이거 7년 차에 간신히 소개 받아 샀거든요?”

“이런 좋은 물건이 있으면 빨리 좀 꺼내지.”

“이거 가격도 만만찮고 회수도 힘들어서 이렇게 평탄한 곳이 아니면 쓰기도 힘들거든요. 진짜 너무들 하시네. 사람들이 괜히 미궁개로 함정 탐지하는 게 아니라구.”

뜻밖의 얘기에 마법사들이 눈을 빛냈다.

“미궁개를 조련해 함정 탐지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이오?”

“대단하군! 저 공보다 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

“아 놔.”

올리브가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답지 않게 말을 꺼내지 못하더니 영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걸 본 영이 나섰다.

“미궁개는 은어입니다.”

4층에서 미궁양에게 개치기 당하는 미궁개가 아니란다. 아루파가 은어라는 얘기에 가설을 세웠다.

“아, 그럼 혹시 함정 탐사에 특화된 개를 미궁으로 데려오기 때문에 미궁개?”

“뭐~ 그 비슷한 거죠. 마법사님 역시 똘똘하셔.”

올리브는 아루파의 가설을 부정하지 않고 과장되게 웃더니 그를 칭찬했다. 영에겐 도움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낸 그녀가 주제를 바꿔 탐사대를 재촉했다.

“지금 이 아래에서 기사님이 엉엉 울며 우릴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데서 시간 잡아먹어 되겠어요? 자! 갑시다!”

가장 몸이 날래고 조용히 움직일 수 있는 올리브가 조심스럽게 함정 앞까지 다가가 금속 공을 회수했다. 그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다시 계단 까지 공을 굴렸다. 그렇게 함정의 위치를 파악한 탐사대는 광장을 가로 질러 전력으로 질주했다. 탐사대가 광장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구석에서 가만히 있던 미궁양이 큰 소리로 울었다.

메에에에에에.

미궁양의 피어에 탐사대는 저항을 시도했다. 오네, 스라이, 아루파, 영, 올리브가 저항에 성공했다. 세레나와 브브는 저항에 실패해 상태이상 탈력에 걸리는 바람에 다리에 힘이 빠졌고, 제 발에 엉켜 넘어지는 대참사가 벌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 있던 오네와 스라이가 세레나와 브브를 부축해 계단으로 이동했다.

“으아, 엄청 빠르네. 저게 무슨 미궁양이야. 미궁 거미지.”

그렇게 비에타의 미궁 탐사대는 비에타의 미궁 5층에 도달한 것이다.


비에타의 미궁 5층은 분위기가 2, 3, 4층과 동일했다. 그리고 밝았다. 탐사대는 환한 5층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투위블이 있는 곳은 어두웠는데 5층이 밝다면 그가 6층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망하지 말고 일단 지도를... 어?”

세레나는 마법 지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와 탐사대가 있는 계단과 함께 지도의 중앙에 검은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투위블 경은 5층에 있습니다!”

“2층처럼 빛과 어둠이 구역별로 나뉘어진 층인가 보군요.”

“불행중 다행인 일입니다.”

투위블 경은 5층에 있었다. 내심 6층을 각오하고 있었던 탐사대에겐 이렇게 기쁜 소식이 없었다. 탐사대는 재차 지도를 보아 투위블이 떨어진 장소를 확인하고 이동할 방향을 잡았다. 오네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려라, 투위블 경. 우리가 반드시 구하러 가겠다.”

“대장님...”

기사들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동안 나머지 일원은 그것을 구경했다. 썩 보기에 나쁜 광경은 아니었기에 브브는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오네와 스라이가 기사의 우애를 다지고부터 2시간 후. 탐사대의 감동은 떨어진 장소에서 유유자적 퍼자고 있던 투위블을 발견함으로서 산산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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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비에타의 미궁 4층 4 17.04.25 521 41 14쪽
67 비에타의 미궁 4층 3 +1 17.04.24 559 33 10쪽
66 비에타의 미궁 4층 2 +1 17.04.24 552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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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비에타의 미궁 3층 2 +1 17.04.23 559 40 12쪽
63 비에타의 미궁 3층 1 +3 17.04.23 60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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