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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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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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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064

작성
18.03.0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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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구명 7

DUMMY

전편의 후반부를 수정했습니다. 세라프는 미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괜히 공주의 기운을 빼지 않도록 경비병이 3층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건 동일했다. 세레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서두르지.”

이전과는 다른 이유에서 그녀는 탐사대를 재촉했다. 투위블이 안전하단 사실을 알고 있으니 성급하게 굴 이유가 없다지만 다른 탐사대는 그 사실을 모른다. 또한 스위치가 정말 시간의 흐름과 관련되어있는지 알아보려면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았다.

“공주님,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희 비에타의 기사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세레나가 세상의 모든 근심 + 이번 생의 근심까지 짊어진 듯 굴으니 오네가 점잖게 말했다. 물론 세레나는 투위블을 근심하지 않는다. 그 기사는 지금쯤 수정을 건드려 불을 밝히고 식수와 식량을 얼만큼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테니까.

생판 남인 투위블보단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죽은 건지 모를 동생이 걱정거리였다.

‘젠장. 너무 성급했어.’

사람이 성미가 급하면 일을 그르친다더니 세레나 본인이 딱 그러했다. 세레나는 급습하는 두통에 머리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신경질이 걸음걸이에 반영되어 그녀의 행보에서 신경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워워, 공주님 진정해. 그러다 넘어질라.”

“내 앞길은 내가 본다.”

“공주님 왜 이렇게 까칠하셔. 왕자님이랑 다툰 것 때문에 그래요?”

“걘 도대체 행실을 어떻게 하길래!”

미궁도 아닌 미궁 밖에서 죽고 그러나.

올리브가 유하게 세레나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다. 그녀를 결코 곱게 볼 수 없는 세레나는 눈에 쌍심지를 키고 세라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말해봐야 미친년이었다.

올리브는 세레나의 눈치를 보다가 눈을 좌우로 굴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말 걸어서 죄송.”

“공주님, 사람 목숨이 달려 있어 예민해지신 건 이해합니다만 정말 괜찮습니다. 투위블 경은 강합니다.”

“대장님 말이 맞습니다. 투위블 경은 저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투위블 경의 낙오는 공주님 책임이 아닙니다. 공주님을 호위하고 죽는 게 저희의 사명이지 않습니까.”

오네와 스라이가 세레나를 달랬다. 세레나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심호흡했다. 사람 구하고 신나게 돌아왔더니 동생은 죽었다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자살하는 바람에 호언장담했던 자신의 말을 어겨 짜증나지, 그 와중에 다시 미궁으로 걸어들어가려니 스트레스 쌓이지.

하여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제일 짜증나는 건 혈통과 신분, 권력을 방패로 짜증을 흩뿌리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세레나는 탐사대 중에서 제일 약했다. 짐을 대신 들어주고 있는 경비 하나 상대할 수 없는 주제에 운 좋아 얻은 혈통으로 번듯한 기사에 실력파 모험가들에게 짜증을 부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 조바심이 났구나.”

“다시 말씀 올리지만 투위블 경의 일은 정말 저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마음 두지 마십시오.”

“아니네. 그대들은 내가 아닌 니도 폐하께 충성을 바친 기사아닌가. 타인의 검을 빌려놓고 소중히 간수하지 못할망정 중대한 피해를 끼쳤으니 내 마음이 편치 않구나. 허니 내 상태는 신경 쓸 것 없다. 서두르자.”

그래봐야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도착한 시간은 비슷했다. 오히려 탐사대가 세레나의 눈치를 보느라 중간중간 휴식을 권하는 바람에 더 늦어진 것 같았다.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도달하자 오네가 랜턴에 불을 켰다. 비에타의 미궁 구조대는 3층의 어둠 속으로 잠수했다.

어둠 속에서 투위블을 걱정했던 스라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료가 걱정되긴 하지만 세레나의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마법사인 아루파는 아무 소리 없이 일반 랜턴 세 개로 어디까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일반 랜턴으론 미궁의 기이한 어둠을 극복할 수 없었다.

“영 안 좋은데.”

약한 소리가 나오자마자 오네가 눈을 부라렸다. 기사단장의 매서운 눈은 미궁의 기이한 어둠을 뚫고 부하들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제대로 된 광원 없이 홀로 언데드를 상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마법사 브브가 동료인 아루파를 두둔했다. 세레나는 말 없이 앞장 섰다. 공주가 느닷없이 앞서나가자 올리브가 기겁하고 따라붙었다.

“공주님 아까부터 왜 그래! 세요.”

“이런 대화 나눌 시간에 걸었으면 좋겠구나. 대화는 걸으면서 나눌 수 있다.”

“그렇다고 먼저가면 안 돼! 지요. 나리, 공주님께 지도 좀 줘봐요.”

“아, 그렇군.”

오네가 세레나에게 마법 지도를 넘기려 했다. 세레나는 마법 지도를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미궁 5층은 층 전체를 모두 돌아다녀 숨겨진 길까지 표시될 것이다. 그걸 구조대에게 어찌 해명해야할까?

“으윽!”

어쩔 수 없다. 신내림 2탄이 나올 차례였다. 세레나는 티나게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놀란 오네가 그녀를 부축하기 전 세레나는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신께서! 미궁의 신께서 동료를 걱정하는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답을 주셨다!”

“오오!”

신과 닿았다는 말에 영이 광분했다. 다른 구조대원이 당황하든 말든 영은 두 손을 모아 외쳤다.

“믿습니다!”

세레나는 오네 손에 들린 마법 지도를 낚아채고 투위블을 발견한 장소를 가리켰다.

“이 곳에 낙오 기사가 있을지니!”

영을 제외한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공주가 떨어진 곳은 층수가 정확하지 않은 어딘가다. 설령 4층 바로 아래의 5층이라 해도 광활한 공백에 점 하나 찍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주의 손에 들린 지도는 전면이 꽉 차 있었다. 숨겨진 길은 물론이고 6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표시되어있는 지도로 인해 올리브는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다.

올리브는 오랜 미궁 경력에 위배되는 마법 지도를 보고 양해를 구해 세레나에게서 지도를 받았다.

“짭인가?”

“공주님의 말을 의심하지 말라, 의심 많은 황야의 바람이여. 그것은 <진실한 인도의 지도>다.”

“진퉁 맞지? 그렇지? 근데 이게 왜 꽉 차 있냐.”

“앞서 공주님께서 미궁의 신의 가호로 우리를 인도하셨듯 이번에도 기적을 보여주시는 것이다. 믿어라, 믿으면 누릴 지어다. 암흑이 우리를 안식으로 인도하듯 미궁의 신께선 우리를 낙오 기사란 출구로 인도하시는 것일지니.”

“몰라, 얘 무서워.”

올리브가 슬금슬금 영을 피했다. 세레나도 덩달아 피했다. 각오는 했지만 저렇게 극렬 신도의 얼굴을 한 영은 상대하기 어려웠다.

올리브는 마법 지도를 오네에게 넘겼다. 오네는 다시 세레나에게 마법 지도를 건네고는 꽉 차있는 지도를 보고 침음성을 삼켰다.

“하아...”

“아까 날 괴롭히던 두통은 이것 때문인 것 같다.”

“그러십니까.”

“허면 공주님, 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괜찮다! 신께서 이렇게 호의를 보내셨는데 이를 전달한 자로서 뒤로 빠져 쉬어서야 되겠느냐.”

세레나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러니까 빨리 가자 이것들아. 나 이번이 2회차다.

구조대는 어떠한 위기나 갈등 없이 순조롭게 미궁 4층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세레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세레나는 두통을 핑계로 대화를 거절했다. 오만상을 찡그리고 앞만 보고 걷는 공주가 위대한 교황이나 대신관 정도로 여겨졌는지 기사들의 태도는 더욱 공손해졌고 올리브의 눈은 더욱 반짝였으며 영은 세레나를 태어날 때부터 같이 자란 젖자매처럼 친근하게 대했다.

다 부질 없는 일이었다. 죽었다 깨어나면 사라질 변화였으니까.

계단이 있는 거대한 광장에 도착하자 올리브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금속 공을 꺼냈다. 올리브가 금속 공을 계단 방향으로 굴리자 구른 방향에 있는 함정이 모두 작동되었다. 올리브는 이전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비싼 거야~.”

영은 올리브의 자랑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솜씨가 좋군. 주인을 꽤 가리는 도구라고 들었다.”

“내 경력에 이 정도야. 물론 공주님의 능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오네를 비롯한 탐사대가 영의 솜씨와 모험가의 노하우를 칭찬했지만 영은 저번처럼 으스대지 않았다.

올리브가 금속 공을 회수하고 계단까지 다시 굴렸다. 직선 거리의 함정이 모두 작동되자 탐사대는 광장을 가로 질러 전력으로 질주했다. 뒤에서 미궁양이 큰 소리로 울며 따라왔지만 세레나는 상태이상 딥빡으로 튕겨냈고 나머지 브브를 제외한 전원 저항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미궁양의 메에에에에 소리에 상태이상 탈력에 걸린 브브는 오네가 챙겨 무사히 계단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올리브는 치를 떨었다.

“저건 우는 소리만 양이라니까. 미궁 거미야, 미궁 거미.”

긴급 구조대는 비에타의 미궁 5층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5층에 도착하자 구조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지도와 실제 미궁 속 지리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미 전례가 있기 때문에 세레나를 의심하는 자는 없었지만 그래도 미궁은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공간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또한 세레나가 조심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지도는 세레나의 인식을 반영한다. 세레나는 함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발견하지 못한 함정은 지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올리브에게 당한 적이 있으니 신중해야 했다.

“일단 공주님이 짚어주신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거기에 기사 양반이 없어도 공주님 의심하진 않으니까 걱정 말아요~. 지도만으로 충분하니까!”

“층 전체를 알려주다니. 신께서 행한 이적이라지만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군요.”

“이 마법 지도의 원리 자체도 아직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으니 말입니다.”

혼란스러워하는 마법사와 다르게 두 기사의 눈은 생기가 넘쳤다. 올리브는 진지하게 개종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영은 쉽게 이 신에 붙었다 저 신에 붙었다를 반복하면 신들 사이에서 평판이 떨어진다고 진지하게 조언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해서일까. 구조대는 퍼자는 투위블 대신 체조하는 투위블을 발견했다. 투위블은 생각보다 빠르게 온 구조대를 보고 감동한 눈치였으나 세레나를 통해 투위블의 안전과 5층 지도를 확보한 구조대는 이전처럼 감동하지 않았다.

“대장님! 공주님! 그리고 여러분! 절 구하러 와주신 겁니까!”

“와, 진짜 살아있네.”

“무사해서 다행이다, 투위블.”

“걱정했습니다, 경.”

투위블은 예상과 다른 구조대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혹시 환각이나 꿈인가 싶어 제 볼을 꼬집어보는 그에게 스라이가 세레나의 활약을 간략히 설명했다.

투위블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대단하십니다, 공주님. 그럼 이 층의 계단은 이미 밝혀진 거군요! 어? 하지만 이 위치엔 길이 없고 벽 밖에 없었는데...”

수정이 지닌 특성 얘기가 나오면 바로 밝혀질 트릭이기 때문에 세레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표정이 좋지 않은 세레나를 걱정한 오네가 5층의 트릭은 자신들이 밝혀낼 테니 일단 돌아가자 말했다. 세레나도 동의했다. 하지만 올라가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게 있었다.

“잠시 시간을 주게.”

세레나는 지도를 보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수정으로 이동했다. 그런 다음 수정을 때렸다.

수정을 건드리자 미궁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세레나는 언데드가 등장할 새도 없이 다시 수정을 건드렸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전생에 청춘남녀가 모이던 클럽이나 나이트에서처럼 쉼 없이 빛과 어둠을 반복하여 불러내자 이런 조명에 면역이 없는 탐사대가 괴로움을 호소했다.

“공주님 이게 도대체!”

“내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렇다.”

100번이면 약할 것 같아 200번, 아니. 아예 확실히 해보잔 심보로 400번을 껐다 키길 반복했다.

“으윽! 제아무리 빠른 전환도 빛과 어둠을 섞진 못합니다!”

“눈 아파! 그만, 이제 그마안! 길잡이는 시력이 생명인데!”

“힘들면 다들 눈을 감고 있거라. 나도 감고 있으니.”

그렇게 400번을 채운 후 세레나는 어안이 벙벙한 탐사대를 돌아보고 말했다.

“올라가자.”

세레나의 기행을 제외하면 목적하는 바를 초과달성했다. 비에타의 미궁 탐사대는 세레나를 빼고 전원 기분 좋게 1층으로 복귀했다.

내내 기분 좋은 파티는 2층에 도달해 기분이 아주 안 좋아보이다 못해 심각의 끝을 달리는 경비대와 마주쳤다. 오네가 경비대에게 질문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경비대는 대경실색했다.

“기사단장님!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응? 기사에게 실력을 의심하는 농담을 하다니. 자네 베짱이 좋, 으악!”

세레나는 오네를 밀치고 경비병의 멱살을 잡았다.

“오늘이 며칠이지?”

“네?”

“오늘이 언제냐고!”

“오, 오늘은!”

경비병이 말한 날짜에 탐사대는 전원 기함했다. 그들이 미궁에 들어간 날로부터 200일이나 지난 후였기 때문이다. 계단 몇 층 왔다갔다 했다고 거의 일년이 날아갔단 소식에 올리브가 비명을 질렀다.

“나 200일 덜 늙었다고 좋아해야 해, 아니면 시간 날렸다고 아까워해야해?”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제국에서 4황자가 찾아와 니도 여왕을 위협하질 않나...”

“뭐라고?”

주군의 위기에 오네가 정색했다. 세레나는 재차 오네를 밀쳤다. 니도 여왕이 위험했든 말든 그녀에겐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세라프는? 흐지의 왕세자는 어찌되었지?”

“네? 그 분은 돌아가셨...”

“왜 죽었지?”

멍청하게 죽은 이유도 듣지 않고 죽는 짓을 반복하면 세라프보다 더 멍청한 사람이라 인증하는 꼴이 된다.

“제국에서 고, 공주님의 신병을 요구하자 반항하다가 그만...!”

“그럼 제국의 병력이 세자 전하를 죽였다는 말이냐?”

“그렇, 그렇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빨리 나가셔야...”

“맞습니다, 공주님. 어서 나가 사태를 파악하시죠.”

오네와 스라이, 두 마법사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레나는 나가는 대신 경비병을 붙잡고 계속 물었다.

“랜디 백작과 백작 부인은 어떻게 됐지?”

“제국 기사의 호위를 받아 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필리아가 날 두고 떠났다고?’

병사를 윽박지르던 세레나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러다 세레나는 마음에 걸리는 점을 발견했다.

“여왕 폐하께서 용인하셨나?”

“니도 여왕, 폐하께선.”

“또군.”

“네?”

비에타의 국민은 그들의 군주를 사랑한다. 타국 사람들은 니도 여왕이 젊고 미혼에 여성이란 이유로 니도 여왕, 니도 여왕 낮잡아 부를 때가 있지만 적어도 비에타의 국민들만큼은 경애를 담아 사랑하는 여왕 폐하, 존경하는 여왕 폐하로 불렀다.

그런데 이 경비병은 두 번이나 니도 여왕을 폐하로 부르지 않았다. 폐하 소리가 입에 익은 비에타의 국민은 절대 보일 수 없는 행태였다.

“칫.”

경비병은 혀를 차더니 세레나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을 경비하던 경비병 전원이 탐사대에게 창칼을 겨누었다.

“이게 어떻게...”

“제국군이군.”

“이 무슨!”

기사들은 세레나를 뒤로 밀어 창칼을 가로 막았다.

“너희들 제국군이구나! 비에타의 미궁, 폐하의 땅에서 감히 무슨 짓이냐!”

“순순히 우리 말에 따라준다면 공주 외엔 안전을 보장해주마. 특히 세레나 공주. 귀하는 정중하게 미궁 밖에서 목을 베어 가져오란 지시가 있었소.”

“내 동생을 죽인 것도 너희들이냐?”

세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번보다 두 배 이상 미궁에 체류했더니 비에타에 큰일이 벌어진 듯 했다. 더 정보를 끌어내고 싶었지만 강제로 미궁 밖에 끌려나갔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았다.

“...리지 마.”

“목숨을 구걸해도 소용 없소. 우리는 명령 받은 대로 따를 뿐이오.”

“영! 날 살리지 마!”

세레나는 미리 준비해둔 단검으로 목을 그었다. 그렇게 다시 암전이었다.


세레나는 눈을 떴다. 그녀 앞엔 미궁의 신이 있었다. 세레나는 미궁의 신을 노려보았다. 리처드에게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죽음으로 인한 회귀를 정보 수집 따위에 이용하고 있었다.

‘씨발. 가능한데 하는 게 뭐가 나빠... 는 멀쩡한 사람이 할 생각이 아니군.’

어쨌든 미궁의 신을 만날 수 있는 이 기회는 소중하다. 세레나는 무엇에 대해 질문할까 하다가 이것을 물어보았다.

“제가 미궁 밖에서 죽으면 그냥 죽는 거랬죠?”

“그래.”

“제가 죽으면 리처드를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다시 말하지만 오직 너만이.”

“아니 세상에 영웅이고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한테 시키는 게 말이 돼요?”

“너만이 가능하단다.”

“잘나신 신들은 다 뭐하냐구요!”

할 말이 없는지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미궁의 신이 입은 로브 자락이 세레나의 시야를 가리고 빛이 돌아오자 세레나의 앞엔 세라프가 있었다.

세레나는 예쁜 동생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쥐죽은 듯 있으라고 했더니 왜 제국군에게 개겼는지.

“쥐죽은 듯이 있어.”

“뭐야?”

세라프가 있는 힘껏 짜증을 내려고 준비하는 걸 세레나가 손을 뻗어 잡아 당겼다. 세라프는 생각보다 쉽게 끌려왔다. 미궁에 들어와 당황하는 세라프의 손을 세레나가 꽉 잡았다.

“누가 뭐라해도 얌전히. 착하게 있으란 말야. 나 죽었소 하고 방에나 박혀 있든가, 도박을 하든가, 너보다 높으신 분이나 위험한 사람 앞에선 조심하고. 누가 내 욕해도 네 욕하는 거 아니면 가만히 있어. 알았지. 사지 멀쩡하게 누나 기다리는 게 그렇게 어렵니? 어차피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세라프가 부당하게 잔소리를 들어 화가 났는지 성질냈다. 세레나는 미궁까지 따라 들어오려다 병사에게 붙잡힌 동생에게서 등을 돌렸다. 일단은 투위블의 빠른 구출이 우선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야! 야야야! 너 방금 말 취소해! 취소하라고!”

누나에게 야야 거리는 말뽄새와 막 죽어서 짜증난다고 동생에게 폭언한 자신. 참 쓰레기 같은 남매 아닌가.

세레나는 동생 쓰레기의 무병장수를 위해 기꺼이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현재 다른 작품을 유료연재 중이라 이 작품 연재는 텀이 깁니다. 완결내면 좀 더 자주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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