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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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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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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064

작성
17.04.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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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에타의 미궁 3층 1

DUMMY

당장 그 새끼 명치를 무릎으로 찍지 않으면 홧병으로 죽을 거야!

가 니도 여왕을 찾아가는 세레나의 현재 심정이었다. 미친 새끼의 근거 없는 말에 일희일비하고 미친년 널뛰듯 휘둘리는 건 사양이지만 리처드는 정말 해도 너무했다. 그 미친 새끼는 언제라도 세레나의 목을 비틀 수 있는 압도적 우위에 있으면서 미친놈 특유의 애정이랍시고 제공되는 배려가 세레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리처드와 세레나의 관계는 세레나와 세라프의 관계와 비슷했다. 인생은 언제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보편적 법칙에 따라 세레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다. 알았어도 나는 진짜 애정이고 저건 미친놈의 미친짓이라고 불같은 노성을 토했을 터다.

본래 세레나는 이렇게 일방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그 날의 세레나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분노해 있었다.

그 결과 해선 안 된 말을 하고 말았으니.

“탐사대에 합류하겠습니다!”

공주는 미친놈의 명치를 존나 세게 때리기 위해 비에타의 미궁 탐사대에 자원했다.

리처드는 상태이상 도발에 성공했다. 세레나는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졌다. 세레나가 주변의 만류를 귀담아들을 확률이 낮아졌다. 도발에 걸린 공주는 니도 여왕이 얼떨떨해 고개를 끄덕이자 주먹만 힘차게 쥐었다.


“너 진짜 미쳤냐?”

세라프의 반응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세라프는 진심으로 누나의 머릿속 건강을 염려했다. 세레나는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당했다. 리처드는 흐지의 미궁 99층으로 찾아오라 말했지만 그건 웃기는 소리다. 아무리 공략된 미궁이라 한들 99층까지 어떻게 갈 것이며 리처드 앞에 나가는 건 나 죽여주시오,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주제에 막고 싶으면 찾아오라니. 미친짓에도 정도가 있었다.

‘솔직히 나도 방금 전엔 좀 미쳤던 것 같긴 한데.’

상태이상 도발에 걸려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한 자각이 있긴 하다. 세레나는 그녀로선 드물게 동생 앞에서 조용해졌다.

술을 끊고 덩달아 짜고 맵고 기름진 안주도 덩덜아 끊고 비에타 왕실에서 주는 대로 받아먹은 세라프의 얼굴은 뺀질뺀질 윤이 났다. 성장기 청소년이라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붙지 않아 홀쭉했던 볼도 약간은 살이 붙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보기 좋은 얼굴로 세레나를 매도했다.

“진짜 죽고 싶어? 왜 자꾸 거길 못 기어들어가서 안달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죽어도 과거로 돌아가 부활하는 미궁 쪽이 세레나에겐 더 안전했다. 그런 얘기를 해봐야 미친년 소리만 듣는다. 그래도 누나라고 어디가서 비명횡사할까봐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리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인 그녀가 아니면 이 짜증을 누가 받아주고 오냐오냐해주겠나. 세라프는 이제 왕세자도 아니었다.

동시에 세라프가 주황색 눈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미궁이 주황색 눈을 가진 사람을 유혹하고 잡아서 끌어들이고 있다면, 결국 어떻게든 미궁에 들어갈 운명이라면 거기에서 죽고 다시 살아난 세라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세레나보다 배는 예민하고 배는 세심하고 배는 신경질적이며 배는 까칠하고 배는 마음이 약하고 배는 인내심이 부족한 세라프다. 물론 이건 세레나의 사견이 섞인 개인적 평가였다.

세라프는 필리아에게 너는 시녀가 하는 일이 뭐냐고 윽박지르고 필리아는 공주님이 말을 안 들어주신다며 잉잉 울었다. 어지간한 일에선 필리아가 새파란 맑은 눈동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면 물러나주던 세레나가 유독 생명과 관계된 일에서 요지부동이니 필리아의 답답함도 세라프 못지않았다.

세레나를 사랑하는(?) 미녀와 미소년은 니가 자꾸 그렇게 굴면 이쪽도 재미없다는 대응을 선보였다.

“저도 미궁 갈 거예욧!”

“나도 따라가겠어.”

세레나는 식겁했다.

“안 돼!”

튜토리얼 난이도를 헬난이도로 바꿔주는 꽃짐&꽃트롤과 또 미궁을 들어가느니 목매달아 죽고 말지.

세라프는 논리적으로 항변했다.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데! 네가 미궁의 신의 후예라서 미궁 공략에 이점이 있다면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런 거 다 미신이야! 내가 니도 여왕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서야!”

“구차한 변명 집어 치워! 넌 늘 그래! 네 멋대로 하면서 말을 바꾸고 이상한 논리를 집어넣고!”

“공주님 이러시면 정말 곤란해요! 저 정말 울 거예욧!”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경쟁하듯 악악악 고함을 지른 남매 싸움. 거기에 더해 하나 남은 귀중한 통신 횟수를 남편에게 하소연하는데 쓰겠다고 엉엉 우는 필리아. 결국 싸움은 놀랍게도 세레나가 패배했다.

‘작전상 후퇴지.’

주위에서 보면 패배. 본인이 주장하는 바론 작전상 후퇴. 이후에 이 후퇴를 기반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면 작전상 후퇴가 맞지만 이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거나 이 일에 발목 잡히면 그걸 정신 승리라고 부른다. 어쨌든 세레나는 꽤나 대범한 수를 던졌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만약 내가 또 미궁 공략에 나선다면.”

“선다면?”

“그땐 너희들이 가는 것도 허락할게.”

“세레나님, 정말이시죠?”

필리아가 눈에 불을 켜고 집요하게 확답을 얻어냈다. 세레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아는 여전히 불만인지 두 손을 모으고 꿍얼거리고 세라프는 분노가 한꺼풀 누그러져 어깨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꿍얼거렸다.

“허락은 내가 하는 건데 누구 마음대로 허락을...”

“이게 다 나쁜 리처드 때문에...”

세레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목과 어깨가 뻐근해 스트레칭을 하며 그녀는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놈의 미궁이 뭐라고. 여행같은 거 오지 말고 그냥 부모님이랑 같이 콱 죽어버릴 걸. 그놈의 미궁이 뭐라고 일정을 늘려서 이 고생을 하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 놈의 미궁에 또 들어가는지.

‘말이 안 맞아.’

리처드는 세레나가 미궁에 들어가있는 걸 내켜하지 않아 했다. 힘들면 언제든 포기하라 말했고 미궁신에 대한 적의와 반감을 명백히 드러냈다. 그런데 흐지의 미궁 99층에 오라고 말하다니. 이상했다.

‘결국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구나.’

그래. 세레나는 열심히 자위했다. 그녀가 도발에 휩쓸려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질문이라도 많이 던지자. 리처드는 세레나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한 적이 없으나 흘리는 건 많으니 뭐라도 건지는 게 생기겠지.


비에타의 미궁 3층 탐사대가 휴식을 끝마치고 다시 미궁 공략에 나섰다. 이전엔 몸살이 나서 탐사대의 출발을 보러가지 못했던 세레나는 2차 출발은 파티의 정으로 보러갔다. 올리브는 대놓고 세레나에게 신의 은총을 애원했다.

“미궁의 신이시여! 찍신을!”

“음...”

세레나는 부담이 되어서 탐사대의 분위기를 훑어봤다. 다들 아닌 척하고 있어도 대충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미궁은 정말 미신이 횡행하는 장소였다. 세레나는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평범한 축언을 남겼다.

“다들 무사히 돌아오게.”

비에타의 미궁 3층 탐사대는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라는 일이 10회 이상 반복되었다가 없었던 일이 되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레나가 알고 있고 모두가 기억할 현실은 이것이다.

비에타의 미궁 3층 탐사대가 휴식을 끝마치고 다시 미궁 공략에 나섰다. 세레나는 상태이상 도발에 걸렸던 것을 후회하며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짐가방의 무게를 실감했다. 올리브는 신이 나서 손을 흔들었다.

“미궁신의 가호가 있으니 이번 길은 맞는 길만 쏙쏙쏙!”

“공주님도 어둠의 즐거움을 깨달으셨군요. 큭큭큭.”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주님.”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와서 후회하면 뭐하리 나는 호구가 돼버린 걸. 리처드의 명치를 때리기 위해서라기엔 좀 지나친 선택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세레나는 두 달 정보다 튼튼해진 허벅지 근육에 힘을 주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녀의 꿈은 통증이 살아있다. 리처드는 어지간해선 반항하지 않고 맞아주니까 명치를 존나 세게 때려주는 걸로 울분을 푸는 수밖에.


비에타의 미궁 2층은 공략이 완료되었다. 층공략 조건은 전체 면적의 7할을 돌아다녔을 것. 5할은 탐사대가 채웠기에 나머지 2할도 금방이었다. 남아 있던 함정도 모두 해체하거나 장애물을 끼워 넣어 작동하지 않도록 망가트렸기 때문에 3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가는 여정은 걷기의 연속이었다.

2층에서 잠을 청하는 동안 세레나는 그 이상한 꿈을 꾸지 않았다. 공략이 완료된 층에선 꿈을 꾸지 않는다는 리처드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최종보스 어쩌구는 내가 한 말이 틀림없을 거야. 이 세계 사람들도 층보스라는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최종보스를 사용하진 않으니까.’

리처드가 세레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또 만나지 않은 이상 세레나 자신이 한 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세레나와 현실에서 마주했으면서 회귀 시점을 바꾸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가능하지?’

의심스러운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세레나는 리처드의 면상을 보자마자 니킥을 날리지 않도록 유의하며 물어볼 질문들을 마음속에서 정리했다. 세이브 갱신 기준이 둘이 동일한 게 맞는지, 미궁을 나갔다 들어오면 갱신되는데 너는 어떻게 나와 만났는지, 혹시 내가 흐지나 제국의 미궁으로 간 것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등등.

비에타의 미궁 2층 끝의 거대한 문에 도착한 세레나는 깜짝 놀랐다. 하얀 법복을 걸친 리치가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서 있었다. 2층의 공략이 끝났고 몬스터는 경비대가 처리했기에 미궁에 들어와 그녀가 처음으로 마주친 몬스터였다.

2층의 공략이 끝났기 때문인지 리치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온 파티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리치 주변의 성스럽다 못해 오금이 떨리는 오오라는 여전했고 리치에게 여러번 당한 세레나는 근처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저 리치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공주님. 건드리지 않으면 안전합니다.”

“성유함을 여는 조건은 알아내지 못했나?”

‘분명 마법사들이 성유함을 갖고 나가 연구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리치의 혼이 담긴 성물. 성물을 보호하는 성유함. 그 성유함이 대뜸 스라이의 짐가방 속에서 나왔다. 세레나는 기겁했다. 리치가 움직이지 않는 걸 경험으로 알아도 리치는 그녀에게 너무 큰 악몽을 심어준 대마왕이었다.

“어째서 그 무거운 걸 갖고 다니는가?”

“미궁 밖으로 반출이 안 됩니다. 미궁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니 갖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 그래... 경들이 고생하게...”

“계단이 2층과 마찬가지로 깊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공주님.”

“고맙다.”

세레나는 계단을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리치를 흘겨봤다. 리치는 어둠 속에서 하얀 오오라를 내뿜으며 미동도 하지 않고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속성 언데드라 그런지 나름의 신성함이 느껴졌다.

만약 이것이 만렙 99의 미궁 게임이라면 저 리치는 이벤트 보스가 분명하다. 저러고서 나중에 나오는 중간 보스 역할을 하겠지.

‘아냐. 너무 강해. 저건 엔딩 후 요소다!’

1회차에선 죽어도 못 잡고 엔딩 본 다음에 잡으러 오는 최종보스보다 더 강한 보스가 분명해! 세레나는 만약 이것이 게임이었다면 리치의 레벨은 몇이었을까 궁금해하며 한 칸 한 칸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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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비에타의 미궁 4층 2 +1 17.04.24 552 38 9쪽
65 비에타의 미궁 4층 1 +2 17.04.24 595 40 10쪽
64 비에타의 미궁 3층 2 +1 17.04.23 559 40 12쪽
» 비에타의 미궁 3층 1 +3 17.04.23 600 38 12쪽
62 최종보스의 의무 2 +4 17.04.22 605 37 17쪽
61 최종보스의 의무 1 17.04.22 591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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