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58,275
추천수 :
3,597
글자수 :
481,064

작성
17.04.28 15:16
조회
568
추천
38
글자
11쪽

구명 5

DUMMY

잠에서 깬 세레나는 자신이 천장을 향해 힘차게 날린 쌍뻐큐를 보았다. 들키지 않길 바랐지만 이미 다들 보고 난 뒤였다. 다행히 세레나에겐 정당한 변명거리가 있었다.

“꿈에서 부모님의 원수를 보았다.”

쌍뻐큐를 날리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상대였다. 흐지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는 파티원들은 전원 납득했다.

비에타의 미궁 5층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빛이 있을 때와 어두울 때 종류가 다르다. 어두울 땐 상층과 마찬가지로 언데드가 출몰했다. 출몰하는 언데드의 종류는 다양했는데 솔직히 투위블 혼자서 언데드 종류나 분석하고 있기엔 위험했기 때문에 그냥 다양한 언데드로 정의했다.

빛이 있을 때 출몰하는 몬스터는 미궁돼지였다. 세레나는 비에타의 미궁 2계층을 동물농장이라고 마음속에서 정의내렸다.

미궁 돼지는 말이 미궁 돼지지 사실은 돼지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괴물이다. 눈에 보이는 건 무엇이든 먹어치우며 식욕이 남다르고 우는 소리가 돼지와 비슷하기 때문에 미궁 돼지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힘이 강력하고 후각이 발달한 대신 행동 패턴이 적을 발견, 돌진, 공격이라는 단순의 극을 달리기 때문에 몸이 날래고 공간이 받쳐준다면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 아니었다. 덕분에 투위블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몬스터가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본 건 미궁돼지가 다였습니다.”

“미궁양은?”

오네가 4층에서 보았던 미궁양을 거론했다. 투위블은 미궁양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단순히 미궁양과 길이 엇갈렸는지 아니면 제가 미궁양의 서식지에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미궁 돼지는 미궁 개보다 상대하기 수월해. 그리 어려운 층은 아닌 것 같네.”

투위블이 추락해서 도착한 곳 인근의 미궁 돼지는 투위블이 모두 처리했다. 하지만 이대로 짐을 두고 가면 리젠된 미궁 돼지가 먹어치울 수도 있는 노릇. 파티는 잠시 잉여 자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으나 결국 두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식량은 넉넉했고 층의 난이도가 높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가지 않은 길부터 가볼까.”

그렇게 파티는 구조대에서 탐사대로 업종을 바꿨다.

미궁 돼지는 미궁 개처럼 선공 몬스터지만 동료를 부르지는 않았다. 뛰어난 후각으로 파티를 뒤쫓긴 해도 덩치가 커서 사냥을 위해 은밀히 움직이는 미궁개에 비해 알아채기도 쉬웠다. 그래서 파티는 함정을 확인하고 해체하며 때로 미궁 돼지를 잡으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이미 투위블이 한 번 지나갔던 길이라 함정과 숨겨진 장소의 여부를 판단하는 정도였으니까.

“흠. 이쪽은 계단이 없네.”

올리브와 오네가 지도를 확인했다. 추락 지점을 기준으로 서쪽은 모두 훑어보았으나 별다른 건 찾지 못했다. 와중에 발견한 보물 상자에서 슬슬 아이템이란 것이 나오는 게 특이한 사항이었다.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은 맞추면 전기 충격을 주는 화살이었다. 영이 접수했다.

“지금까지 미궁에서 나온 아이템 중에 궁수용으로 제일 좋은 건 그거지. 무한의 화살통.”

“무한의 화살통?”

“말 그대로 화살을 무한정 넣을 수 있는 화살통이래. 화살만 들어가고 다른 건 안 들어가고, 집어넣은 화살이 랜덤으로 잡히는 식이라 이렇게 마법이 부여된 화살은 경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궁수는 화살이 떨어지면 슬퍼지잖아. 그래서 제일 좋은 건 그거라고들하지.”

“내가 알기론 바람의 활이 제일 좋다고 들었는데.”

“그건 실물을 본 사람이 있대?”

“얻은 사람이 메사의 미궁에서 사망했지. 시체를 수습했다면 제국이 가지고 있을 거야.”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 탐사대는 북쪽을 탐사했다. 역시나 계단은 찾지 못했다.

다시 이틀의 시간이 지나 동쪽을 탐사했다. 계단은 없었다.

남쪽 또한 샅샅이 훑어보았다. 계단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오네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층이... 최하층인가...”

오네는 슬픈 눈으로 마법 지도를 보았다. 비에타의 미궁 5층을 모두 훑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파티는 계단을 찾지 못했다. 또한 숨겨진 문이나 비밀의 방도 찾지 못했다. 4층에서 5층으로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함정을 통해 아래층으로 갈 수 있을지 시도해보았으나 떨어지는 형식의 함정은 모두 죽창이나 사람을 죽일 만한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뿐, 다른 통로는 없었다.

미궁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고 추정 등급을 9에서 10으로 설정하여 큰 꿈을 꾸었으나 결국 5층이 한계였던 것인가. 오네가 서글픈 마음을 달랠 길 없이 침통해하는데 올리브와 영은 자기들끼리 쑥덕였다.

“이건 그건가.”

“그거겠지.”

“자아, 다들 주목!”

오네처럼 기운이 쭉 빠져서 침울해하는 탐사대에게 올리브가 집중하라고 외쳤다. 세레나도 예상가는 것이 있기에 올리브에게 주목했다.

예상이라고 해봐야 뻔했다.

스위치가 있으면 언젠가 써먹을 일이 올 것이니.

비에타의 미궁 5층엔 빛과 어둠을 전환할 수 있는 수정이 곳곳에 박혀 있다. 단순히 원하는 몬스터를 상대하라고 그런 수정을 박아놓진 않았을 것이다. 특정한 환경에서만 발견되거나 열리는 문은 던전에서도 기분 중의 기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마법사들은 기사들처럼 침울해하지 않았다. 그들도 올리브가 할 말을 대충 예상하고 있는 듯 했다.

“다들 이 층이 마지막 층인가 하고 실망하나 본데, 그러지 말자고! 내 모험가 경력을 아직 한참 남았다에 거니까!”

“무언가 발견한 게 있나?”

“잘 느껴봐요.”

올리브는 벽에 달라붙어 은은한 빛을 뿌리는 수정을 한대 때렸다. 미궁 전체가 어둠에 잠겼다. 곳곳에서 언데드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사악한 사기가 느껴졌다. 마법사들이 다급하게 광구를 만들고 오네가 마법 랜턴을 켰다. 올리브는 언데드들이 파티를 덮치기 전 다시 수정을 때렸다.

빛이 돌아오고 언데드들이 사라졌다.

“방금 뭔가 느낀 사람~ 있으면 손~!”

“뭔가 있었어?”

“언데드들의 기척이라면 실컷 감지했지만.”

총 인원 8명 중에 손을 든 사람은 영 한 명이 전부였다. 영은 자신만만하게 손을 들었는데 자신에게 집중해주지 않는 파티원들이 불만이었는지 직접 나섰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라고 제로의 영께서 주장하시니 다들 잘 느껴봐.”

올리브가 그 말과 함께 수정을 때렸다. 다시 미궁에 어둠이 내렸다. 방금 전보다 더 가까워진 언데드의 기척에 기사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광구와 랜턴은 계속 켜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좀 전보단 모두의 눈이 어둠에 쉽게 익숙해졌다.

‘아무 것도 안 느껴지는데.’

어차피 세레나는 전투조가 아니다. 세레나는 5층의 행운을 담당하는 자신이니 뭔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공기의 흐름? 개뿔이. 파티를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들의 적의와 사기, 사취와 혐오만이 그녀의 발등에서부터 전신으로 기어 올라왔다.

“다들 뭔가 느끼셨나요!”

올리브가 수정을 때리고 활기차게 물었다. 밝아졌지만 다들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영은 혼자서 열심히 주장했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자! 사실은 나도 못 느꼈어! 누구 느낀 사람 또 없어?”

“공기 흐름!”

“어디서 어디로?”

믿을 건 영 뿐이다. 영이 평소 언사가 조금 괴상해서 그렇지 실력만큼은 모두 인정하고 있는 훌륭한 궁수 아닌가. 모두의 기대가 영에게 쏠렸다. 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너무 미약해서 그건 몰라.”

“에이.”

다들 실망하는 가운데 오네는 올리브와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다음으로 이동할 장소를 궁리했다. 몇 번의 반복 끝에 올리브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챈 것이다.

“그러니까 어두울 때 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군.”

“네네. 일단 이 근처는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지만 다 실험해봐야죠.”

“혹시 이 수정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안 될 것 같지만 일단은 시도해봤다. 당연하게도 수정은 벽에서 뽑히지 않았다. 탐사대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스라이가 혼신의 힘으로 벽을 내려쳐도 벽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낙심했다.

“조사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게나 말이오.”

어쨌거나 탐사대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미궁 5층이 어두운 상태에서 계단 혹은 새 길을 찾는 것. 탐사할 방향은 팀의 행운이자 짐덩이를 담당하는 공주 세레자가 제시했다.

이럴 때 세레나는 언제나 왼쪽을 택했다. 세레나는 지도를 확인해 4층에서 5층으로 내려온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 즉 서쪽을 가리켰다.

“좋아! 여기부터 가봅시다!”

서쪽에 있는 수정까지 이동한 탐사대는 아까와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이번엔 기감이 예리한 기사들도 영과 동일한 공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확실히, 공기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는군.”

“밝아지면 그 흐름이 딱 끊겨.”

“결국 어두울 때 이동해야 한다는 것인가...”

어둠은 미궁에서 발견한 랜턴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문제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언데드의 수다. 언데드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헬 난이도의 미궁 2층을 경험한 세레나는 언데드의 수가 적다고 여겼지만 그걸 모르는 탐사대는 지나치게 많은 언데드 때문에 고심했다.

“우리야 괜찮지만 공주님께 너무 위험하지 않을지.”

“나는 괜찮다. 어차피 내가 이 층의 초심자. 큰 위험은 닥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세레나는 은근슬쩍 영 근처로 이동했다. 어둠 속에서 언데드가 밀려올 때 가장 안전한 건 영의 근처였다. 파티원들이 멀쩡할 땐 숨겨진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참 좋은 파티원인데 말이다. 세레나는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영을 응시했다.

기사들이 저리 고민하고 있는 언데드들의 공격 따위, 영의 턴언데드 한 방이면 끝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난 그대들이 죽어도 리처드처럼 자살하지 않을 거야.’

리처드는 파티원들이 죽을 때마다 자살했다고 말했다. 세레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세레나는 얼굴이 완벽하게 눈에 익은 파티원들의 면면을 살폈다. 오네, 투위블, 스라이, 아루파, 브브, 올리브에 영까지. 세레나는 이미 몇번이나 그들의 죽음을 목격했다. 이제와 저들이 죽어도 되살리기 위해 죽고 싶진 않았다. 그건 투위블을 구하기 위해 미궁에 재진입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영 옆에 붙어 있으면 나는 살겠지.’

영의 정체야 어찌되었든 그녀는 세레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는 한이 있어도 동종 업계인(?)인 세레나는 지켜주려고 한다. 언데드 무리를 앞에 두고 영만큼 듬직한 아군은 없었다.

세레나의 시선을 눈치 챈 영이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세레나는 그냥 대충 웃었다. 땟국물이 쫄쫄 흐르는 빈약한 공주님의 미소임에도 불구하고 영은 좋아했다.


작가의말

현재 계약한 작품이 있어서 세레나는 부정기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신탁 8 +31 18.12.25 1,516 76 12쪽
88 신탁 7 +4 18.10.31 501 34 11쪽
87 신탁 6 +5 18.10.26 474 36 10쪽
86 신탁 5 +4 18.10.25 445 32 11쪽
85 신탁 4 +3 18.10.24 455 36 10쪽
84 신탁 3 +2 18.10.24 435 38 16쪽
83 신탁 2 +4 18.10.23 429 33 11쪽
82 신탁 1 +3 18.10.21 471 38 15쪽
81 구명 11 +4 18.10.20 504 34 13쪽
80 구명 10 +7 18.10.20 484 37 11쪽
79 구명 9 +5 18.03.12 510 42 15쪽
78 구명 8 +8 18.03.03 490 37 21쪽
77 구명 7 +4 18.03.02 475 37 18쪽
76 구명 6 +3 17.04.30 639 38 16쪽
» 구명 5 +1 17.04.28 569 38 11쪽
74 구명 4 +4 17.04.28 585 39 7쪽
73 구명 3 +5 17.04.28 527 35 9쪽
72 구명 2 +2 17.04.26 540 34 7쪽
71 구명 1 +2 17.04.26 537 35 12쪽
70 비에타의 미궁 4층 6 +2 17.04.25 583 32 10쪽
69 비에타의 미궁 4층 5 17.04.25 524 41 10쪽
68 비에타의 미궁 4층 4 17.04.25 521 41 14쪽
67 비에타의 미궁 4층 3 +1 17.04.24 559 33 10쪽
66 비에타의 미궁 4층 2 +1 17.04.24 552 38 9쪽
65 비에타의 미궁 4층 1 +2 17.04.24 594 40 10쪽
64 비에타의 미궁 3층 2 +1 17.04.23 558 40 12쪽
63 비에타의 미궁 3층 1 +3 17.04.23 600 38 12쪽
62 최종보스의 의무 2 +4 17.04.22 604 37 17쪽
61 최종보스의 의무 1 17.04.22 590 42 11쪽
60 복습 3 +5 17.04.19 619 3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