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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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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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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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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064

작성
17.04.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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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에타의 미궁 3층 2

DUMMY

비에타의 미궁 3층 탐사대는 비에타의 미궁 3층에 발을 들였다. 오네는 비에타의 미궁 3층이 처음인 세레나를 위해 간략한 설명과 함께 마법지도를 보여주었다. 마법지도는 층의 절반 정도가 밝혀진 상태였다.

비에타의 미궁 3층은 2층과 마찬가지로 돌벽과 돌바닥, 돌천장으로 이루어진 복도가 꼬여있는 미로 형태다. 미로가 복잡해졌고, 층 전체가 어둡기 때문에 출몰 몬스터는 언데드로 고정되었다. 언데드의 수준은 2층에 비해서 약간 강화된 정도로 파티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며 수원이 될 만한 장소가 없어 장기 탐사시 식수가 부족해지는 건 2층과 동일했다. 출몰하는 몬스터가 언데드로 고정되었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미궁의 기묘한 어둠을 제외하면 만만한 던전. 물론 나한테 만만한 건 아님.

이게 세레나가 비에타의 미궁 3층에 내린 정의였다.

세레나는 마법지도를 오네에게 돌려줬다. 탐사대는 세레나가 마법지도를 쥐자 2층 때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절반이 그려지는 기적을 은근히 바랐던 모양이다. 지도에 변화가 없자 올리브가 김샌다는 반응을 보였다.

“쳇.”

“누차 말했지 않나. 2층만 특별했다고.”

“대장님말고 공주님이 초심자를 계속 하시는 게 낫지 않았을까?”

“큰일날 소릴! 공주님이 어째서 미궁 탐사같이 위험한 일을 하셔야 하오? 그마나 3층의 안전이 확인되어 귀하신 몸 이끌고 와주신 것이니 쓸데없는 욕심은 버리시오.”

미신에 집착한 건 기사들과 모험가들이었던 듯 하다. 아루파와 브브는 멀쩡했다. 역시나 마법사, 시대의 참된 지식인. 미신 따위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멋졌다.

“그럼 가실까요! 공주님!”

올리브가 김빠지는 소리를 냈던 걸 새까맣게 잊은 듯 활기차게 외쳤다. 3층의 한쪽은 다 훑었으니 이제는 반대쪽을 훑어볼 차례. 올리브는 지도를 놓고 대충 계단이 있을 것이라 예상이 가는 장소를 어림짐작했다.

“중앙이나 끝 쪽이 아닐까 싶어.”

“경우에 따라선 앞선 탐사 때와 같이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염두에 둬야겠군.”

앞선 탐사에서 탐사대가 귀환한 이유는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식량의 질보다 양을 따져 짐가방에 꽉꽉 눌러 담았기 때문에 더 오래 버티는 일도 가능했다. 물론 공주님의 위장 건강을 염려해 그렇게 되기 전에 계단을 찾는 것이 최선이었다.

앞선 탐사에선 3층의 초심자인 오네가 길을 정했다. 하지만 찍는 길마다 이 길이 아닌가벼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후반엔 올리브가 다시 길잡이 노릇을 시작했다. 이번엔 세레나에게 그 임무가 내려졌다. 어차피 계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벽을 짚고 다 훑어봐야하는 상황. 누가 길을 정하든 큰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길 모른다고.’

이럴 땐 모다? 무조건 왼쪽! 세레나는 대수롭지 않게 무조건 왼쪽을 외쳤다. 3번 쯤 길을 선택하고 나선 탐사대도 그녀의 기준을 알아챈 눈치였지만 세레나는 개의치 않았다. 3층에 들어서고서 체감적으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비에타의 미궁 3층 탐사대는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탐사대는 전원 기뻐하고 세레나는 당황했다.

“어라?”

“역시 공주님이 최고예요!”

“계단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어, 어라?”

지도로 확인한 내려가는 계단의 위치는 파티가 내려온 계단에서 상당히 가까웠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찾지 못해 어둠 속에서 한 달 가량을 고생했던 게 억울했을까. 스라이와 투위블이 하극상을 벌였다.

“대장님 진짜 못 찍으시네요.”

“카드 게임하실 때 늘 지는 건 알았지만 길찾는 쪽에도 요령이 없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크흠! 흠흠!”

부하들이 몰살당하는 수준의 일이 아니면 동요하는 일 없던 오네가 헛기침을 연발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못 찾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빙 돌아서 돌고 돌며 파티를 고생시킨 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최고야! 우리 공주님 최고!”

올리브가 세레나를 끌어안을 기세로 다가와서 세레나는 화급히 영의 뒤로 피신했다. 영은 큭큭 웃으며 이상한 말을 해도 신체 접촉은 삼가기 때문이다.

“미궁의 신 진짜 최고네! 이렇게 길을 잘 찾다니!”

“큭큭, 이 모두 어둠의 흐름을 인지한 공주님의 특별한 힘이 있기에...”

‘얘 왜 이래. 무섭게.’

영은 못 보던 사이에 중2병이 강화되어 있었다. 아마 한 달 가량 어둠 속에서 지낸 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었다.

‘진짜 이게 뭔 일이래.’

심화된 영의 기괴한 발언과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영. 대장을 놀리는 두 기사와 층공략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대화를 나누는 마법사. 길을 너무 빨리 찾아서 당황한 공주까지.

“층보스가 없었는데 이 계단을 믿어도 되는 것인가?”

너무 일이 쉽게 풀리면 사람은 앞서서 했던 개고생에 비례하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세레나가 미심쩍은 눈으로 계단을 노려보자 오네가 즉각 대답했다.

“층보스는 이미 쓰러트렸습니다, 공주님.”

“언제?”

“1차 탐사에서 2층의 리치가 있는 공간과 비슷한 크기의 방에 들어가 안에 있는 몬스터 무리를 소탕했습니다. 방 안에 계단이 없어 층보스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쪽이 층보스였던 듯 합니다.”

“2층에서 등장했던 코카트리스 언데드와 비교해보면 난이도도 그럭저럭 맞고, 그게 층보스 맞을 거예요. 그리고 모든 층에 층보스가 있는 건 아니니까~.”

올리브는 단검을 빙빙 돌리며 파티를 재촉했다.

“다들 뭐해? 빨리 내려가자~.”

“잠깐 기다려라, 올리브. 아직 이 층은 공략이 끝나지 않았고.”

“공략은 경비대가 하고 탐사대는 계단만 찾는 거 아니었어~? 계단이 앞에 있는데 무슨 소릴하시는가~ 기사 나리.”

올리브는 계단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이는 파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말끄트머리를 늘렸다. 오네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으니 내가 내려가 초심자가 된 후, 돌아가 폐하께 보고해야 한다.”

올리브의 표정이 변했다. 올리브는 장난스럽게 돌리던 단검을 집어넣고 조곤조곤 말했다.

“자, 여러분~. 우리가 3층까지 오면서 걸린 시간을 대충 3일이라고 쳐요~. 그리고 우리가 이 계단을 발견하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이예요~. 그럼 우리가 이것만 확인하고 다시 3일 걸려 되돌아 갔다가 또 3일 걸려 내려와 탐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내려가서 가능한 돌아다녀보고 귀환을 정해야 할까요? 아는 사람?”

“내려간다.”

영이 올리브의 의견에 동의했다. 모험가 둘은 계단을 찾았으니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계단을 발견했을 때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탐사를 속행하지 않았던 것은 미궁이 처음이었던 탐사대에 대한 배려와 세레나를 안전하게 미궁 밖으로 모셔야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3번째 탐사인데 언제까지 룰루랄라 소풍가듯 미궁에 드나들 거야? 지금은 초입이니까 왕복에 드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리지만 이 미궁의 추정 등급은 9등급이야.”

니도 여왕은 10등급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올리브는 여왕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9등급이나 10등급이나 사람 잡아먹고 피 말리는 난이도인 건 변함없다. 난이도가 수월한 초입을 빠른 속도로 팍팍 뚫어놓고 막히는 구간에서 여유를 부려도 모자랄 판에 비에타의 기사들이 보이는 느긋함은 답답하기 올리브의 속에 체기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미궁을 얕봐선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올리브는 미궁을 얕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할 수 있는 선과 불가능한 선을 정해, 충분히 가능하다 싶으니 권하는 것이다.

“기사님은 두 달 걸려 내려와 놓고서 한 시간 만에 계단 발견하고 또 두 달 걸려 올라갈 거?”

올리브의 의견은 정말 타당했다. 세레나도 자신의 일만 아니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손을 들어줄 정도다. 자주 오르내리면서 소모되는 물적 자원이야 그렇다 치고 진짜 중요한 건 시간이 아깝다는 사실이다.

오네는 마음이 올리브 쪽에 기운 게 눈에 보였다. 그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다가 탐사대의 귀환을 결정했다. 세레나가 없었으면 탐사를 지속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탐사대에 낀 세레나였다. 세레나는 2층으로 돌아가려는 탐사대를 보며 도대체 이게 뭔가 고심했다. 리처드의 명치를 존나 세게 때리려면 3층에서 잠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안면에 철판을 깔아도 2층에서 휴식을 취한 후 3층에 내려와 고작 1시간을 걸어놓고 피곤하니 눈을 붙이겠다고 말하기는 무리였다.

“이대로 가는 건 낭비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구나. 그대들이 괜찮다면 하다 못해 3층의 가지 않은 길이라도 더 둘러보는 건 어떠한가.”

오네의 얼굴이 환해졌다. 세레나는 얼른 덧붙였다.

“나는 괜찮다. 그대들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대들이 미궁을 공략하는 동안 나는 체력 단련을 하고 있었거든.”

“반대~.”

“반대.”

뜻밖에 반대표를 날린 건 올리브와 영이었다. 세레나는 절로 물었다.

“어째서인가? 난 그대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건 공략대가 할 일이지 탐사대가 할 일이 아닌 걸~.”

두 모험가의 주장은 이렇다. 미궁 탐사대는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백지와 같은 상황에서 미궁에 들어간다. 그래서 위험 수당도 제일 높고 배당은 제일 크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 때문에 위험을 자처하는 일은 드물고 다른 일에 참견하는 것보단 자기들 일에만 집중한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미궁에 들어가 길을 찾고 계단을 찾는 것. 그게 탐사대의 일이다. 미궁 공략은 탐사대 후에 들어오는 공략대가 할 일이었다.

“지금은 경비대가 그 일을 맡고 있지만 조만간 공략대도 따로 편성해야 될 거예요.”

“미궁 공략도 분업이 되어 있었군.”

“엇차하면 죽는 일이니까 시중에 떠도는 얘기들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에요~.”

의외로 분업이 잘 되어 있는 모험가들의 미궁 공략 얘기는 재밌었지만 세레나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세레나는 결국 객기를 부렸다.

“허면 내려가지 않겠소?”

“공주님?”

“와! 우리 공주님은 역시 뭘 알아!”

“공주님, 위험합니다.”

“내려가서 잠깐 분위기만 살펴보고 오는 건 어떤가. 계단을 내려가는 것 정도는 위험하지 않은데.”

공략을 속행할 수 없었던 주 원인인 세레나가 그렇게 말하니 오네의 마음이 마구마구 흔들렸다. 결국 크게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끝으로 비에타의 미궁 탐사대는 4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4층의 초심자는 주사위를 굴려 정하기로 했는데 가장 높은 수가 나온 건 올리브였다. 올리브가 초심자를 맡았다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파기하면 손해가 크기에 다음으로 높은 숫자가 나온 브브가 초심자를 맡았다.

브브는 계단을 먼저 내려가는 게 무서운지 벽을 잡고 가능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미궁 4층은 내려갈수록 밝아지더니 2층에서 보았던 눈꺼풀을 찌르는 강한 빛이 파티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2층이 빛과 어둠의 층이었고 3층이 어둠의 층이었다면 4층은 빛의 층이라는 구성이었다.

‘유치한 패턴.’

세레나는 미궁을 설계한 존재의 유치한 센스를 비웃었다. 만약 이게 게임이나 기타 창작물이었다면 던전의 몰개성한 설정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욕을 바가지로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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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타의 미궁 3층 2 +1 17.04.23 559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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