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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79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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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사의 무사 - 30

DUMMY

피 말리는 시간이

그들 사이에서

일주일쯤 지났을까.


의외의 곳에서

사태는 해결되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의

쌀쌀한 오후였다.


해변에

작은 배 한 척이

떠밀려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해변을 향해

급히 달려 나갔다.


배 안에는,

옆구리와 허벅지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어디서 본듯한 사내 하나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 사내는 바로

탐사대의 배를 몰던

선장이었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27호가

얼른 선장을 부축해

동굴로 데려갔다.


그날 저녁,


다시 정신을 차린 선장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소녀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하...정말 살아있었네.


서종사 그자가,

도대체 무얼 만들어낸 거야."


연나라 억양이 들어간

선장의 말투에

27호 소년이 얼른 입을 열었다.


"당신,

우리가 실려 있던

그 배의 선장이죠? 맞죠?"


익숙한 고국의 말이 들려오자

선장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27호 소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연나라 사람이냐?"


"네...


동생과 함께

서복에게 팔려왔어요."


"....그럼, 너도, 쟤도,

그리고 저기 있는 모두도...


다 그 죽지 않는 괴물이냐?

서복이 만든?"


자신들을 지칭하는

괴물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27호는

굳이 따지지 않고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대답을 본 선장이

길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병사들을 죽이고 시체를 먹던,

폭풍우 치던 그날 밤...


우린 탈출에 성공했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항구에

하루도 안 걸려 도착했다.


운 좋게도

좋은 바람이

계속 불어주었기 때문이지."


".........."


"난,

항구에 도착한 그날 밤에

서복을 찾아가,


약속한 대로

너희들의 존재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달라고 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항해는 없을 거라고

협박도 했지."


"그럼...

서복이 아직 살아있어요?"


"살아있다 뿐이냐...


그자는 이제 사람이 아냐.

악마가 되었어."


"그게 무슨 소리여요?"


"그날 밤,

그자는 군인들을 시켜

나를 비롯한

내 선원들을 습격했다.


너희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의 입을

모두 막아야한다면서...


그자들의 칼에

나만 빼고 모두 죽었다."


"..........."


"보시다시피,

나도 상태가 좋지 않다.


나만 가까스로 탈출해

방향을 이쪽으로 잡았다.


무인도지만,

그나마 여기가

내가 그자들의 추적을 피해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으니까.


근데...애쓴 보람도 없이

나도 결국 잘못될 것 같구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그럼....


서복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다시 배와 선원들을 구해,

원래 가려던 곳으로

다시 출발했겠지."


"어디를 가려고 하는 건데요?"


"봉래...

동쪽 끝에 있는 아름다운 땅..."




거기까지 말한 선장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졌다.


혼수상태에 빠져든 것이었다.


모두의 눈에

난감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어

선장의 배에

양손을 우악스럽게 박아 넣었다.


컥!


선장의 입에서

단말마가 튀어나오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잠깐 다시 정신을 차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배에 박힌

흉노소년의 손톱이

자신의 뱃가죽을

서서히 찢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선장이 살아서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다.




27호를 비롯한 모두가

그런 1호의 행동에 놀랐지만,

누구도 나서서 말리진 않았다.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1호가 더더욱 힘을 주어

결국 선장의 배를 찢었다.


창자를 비롯한

장기들이 드러나고,


갈비뼈 밑으로

아직도 고동치고 있는

심장이 보였다.


1호는 망설임 없이

그의 심장을 뽑아내었다.


자신이 뽑아낸 심장을

잠시 바라보던 1호가

성큼성큼 걸어,


이젠 죽은 듯 잠만 자고 있는

13호 소년에게 다가갔다.


1호가

옆에 있는 소년에게 말했다.


"14호, 13호의 가슴을 열어.

내가 저 자에게 한 것처럼."


잠시 후,


서복이 아닌

다른 자의 손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심장이식이 시작되었다.




크아악!


선장의 심장을 받은

13호 소년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작은 개미와

지네같이 생긴 벌레들이

몸에서 돋아난

식물줄기 같은 것을

타고 돌아다니며


새롭게 몸에 들어온 심장을

피와 살, 진액을 섞어

빠르게 얽어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심장이

다시 자리를 잡자


13호 소년이

붉은 눈을 빛내며

선장의 시체로 다가가

식인을 시작했고,


배불리 허기를 채운 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날 저녁,

13호 소년이 잠에서 깨어났다.


소년의 눈은

붉은 빛이 사라진

원래의 눈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소년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말라. 물 좀 줘..."


그 모습을 본

1호 소년들의 무리는

크게 기뻐했고,


11호 소년들의 무리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13호에게 물을 먹인 1호가

11호와 27호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러면 됐지?”


“뭐가?”


“너희들과 싸울 일이

이제 사라졌다는 뜻이야."


"...그래, 그건 정말 다행이다."


1호의 말에

27호가 천천히 대답했다.


1호가 다시 말했다.


"저 자가 타고 온 배를

이제 우리가 써먹어 보자."


"어떻게?"


이번엔 11호가 물었다.


1호가 말했다.


"11호,

넌 바다가 처음이랬지?"


"응..."


"그런데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넌 어떻게 알았냐?


누가 너한테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엇, 그러고 보니...


내가

낚시하는 법을 어떻게 알았지?

해본적도 없는데...


전혀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11호의 얼굴이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그런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27호가

신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심장의 원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나 습관, 경험 같은 것이

우리에게 같이 넘어온 건가?


그래서

배우지도 않은 일들을

모두가 척척 해내고?"


1호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


내가 토끼를 잡는 법을

자연스럽게 안 것처럼...


저 자의 심장을 받아

깨어난 13호도..."


"배를 모는 방법,

항해를 하는 법을 알겠구나!"


27호가 1호의 말을 자르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본 1호가

마무리를 했다.


"우린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1호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희망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선장의 심장을 이식받아

다시 깨어난 13호는,


1호의 예상대로

항해에 관한 그의 지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배를 수리하는 법,

배의 공간을 늘리는 법,

항로를 알아내는 법,

보존식량과 물을 만드는 법 등등


소년소녀들은

13호가 깨어난 후부터

약 한 달간,

집으로 돌아갈 항해준비를 했다.


선장이 탈출할 때

타고 온 작은 배에


여러 가지를 덧대고 엮어

서른 명이 모두 탈 수 있는

뗏목 같은 형태로 개조하고,

노와 돛을 달았다.




식량과 물까지

모두 준비가 끝나자


그들은

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모닥불 앞에서

27호가 11호에게 말했다.


“우리,

의형제가 되지 않을래?”


“나라도 좋다면, 얼마든지”


잠시 후,


27호와 28호 그리고 11호가

모닥불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나이를 따져보니,

27호가 가장 연장자였고,


그 다음이 11호,


막내가 28호였다.


11호에게 28호가 말했다.


“11호,

작은형이라고 불러도 되요?”


“응, 당연하지. 동생.”




그런 그들의 모습을

17호 소년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고,


18호 소녀가

그런 그의 어깨를

말없이 다독여주었으며,


12호 소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11호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11호를 바라보는

12호 소녀의 곁에는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는

22호 소년이

누워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이

배에 올라

자신들이 떠나온 땅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몇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순풍을 받은 그들의 배는

일주일 정도 지나,

대륙의 동쪽 해안에 도착했다.


황하(黃河)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몇몇 한족 소년소녀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잠시 그곳에 서서

대륙으로의 귀환을

기뻐하던 그들은,


각자의 집을 향해

하나둘 떠났다.


1호 소년과

13호, 14호 소년이

먼저 북쪽으로 떠났고,


나머지 소년소녀들도

출신지역에 따라 무리를 지어

길을 떠났다.


이제 그곳에는


17호 소년과 18호 소녀,


27호와 28호 형제,


11호 소년과 12호 소녀,

22호 소년만이 남았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겠네요.”


17호 소년이

그들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그의 옆에서 18호 소녀도

고개를 살짝 숙여

작별의 말을 대신했다.


그들이 북동쪽으로 떠나자

잠시 후 27호가

11호에게 말했다.


“나랑 내 동생도 이제 가 볼께.

언젠가 다시 만나자. 둘째야.”


“형님,

막내랑 집으로 가실 거예요?”


“응,


아무리 우리를 팔아먹은

부모라고 해도,

일단은 거기가 우리 집이니...


거기 가서 상황을 좀 보고

다시 움직이려고.”


“....네,


전 얘들하고 같이

가볼 생각이에요.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실지도 모르니...”


“그래,

일단 여기서 서로 헤어지자.


각자 볼 일부터 보고

다시 만나자고.”


“어떻게 다시 만나요?

이 넓은 땅에서?”


“둘째야, 우린 죽지 않잖아.


그러니 언젠간 꼭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


“하하...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가 약속은 해야지요.”


“그럼...이렇게 하자.


각자 뭘 하고

살아갈지를 모르니,


바로 여기 이곳에

일 년에 한 번씩 들러

서로의 근황을 알 수 있는 것을

놓고 가는 거야.”




말을 마친 27호가

근처의 작은 바위를 들어

옆으로 치워놓더니


얕게 땅을 파고

작은 상자 하나를 묻었다.


그리곤

다시 바위를

그 위에 올려놓고,


사선으로 길게

바위표면에 상처를 내어

표식을 만들었다.


간단한 작업을 끝내고

27호가 다시 말했다.


“내년 이맘때쯤

나랑 동생이 이곳에 들러


편지든, 물건이든, 그 무엇이든


우리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네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이 상자 안에 넣어놓을게.


너도 그렇게 해.


그럼 우리 셋이

더더욱 만나기 쉽지않겠냐?”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형님.”


27호가 씩 웃으며

11호를 안아주었다.


11호도 27호를 안았다.


그 모습을 본

28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27호가

11호의 귓가에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작별의 말을 전했다.


“어디에 있든,

우린 죽지 않으니...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다.


그때까지 건강해라.”


“네. 형님도요.”


둘은 포옹을 풀고

서로를 잠시 마주보았다.


28호가 울먹이며 말했다.


“작은형,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다시 꼭 만나자. 꼭.”


“그래, 아우야. 그러자...

너도 건강해.”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27호와 28호가

북쪽을 향해 떠나는 뒷모습을

한참동안 보고 있던

11호의 옆으로


12호 소녀가 조용히 다가와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11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간 부끄러운 듯,

소녀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들었다.


소년도 씩 웃으며

힘주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뒤편에서 22호가 소리쳤다.


“형! 누나!

이제 가자! 집으로!!!”


남쪽으로 떠나는

그들의 등을

황하의 노을이

따뜻하게 비춰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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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사의 무사 - 30 22.06.16 33 0 12쪽
29 불사의 무사 - 29 +1 22.06.16 24 1 10쪽
28 불사의 무사 - 28 +1 22.06.16 20 1 10쪽
27 불사의 무사 - 27 +1 22.06.13 30 2 13쪽
26 불사의 무사 - 26 22.06.13 26 1 10쪽
25 불사의 무사 - 25 +1 22.06.13 28 2 12쪽
24 불사의 무사 - 24 +1 22.06.11 32 2 14쪽
23 불사의 무사 - 23 22.06.10 31 1 12쪽
22 불사의 무사 - 22 +1 22.06.09 44 3 14쪽
21 불사의 무사 - 21 +1 22.06.07 41 4 11쪽
20 불사의 무사 - 20 22.06.05 43 4 11쪽
19 불사의 무사 - 19 22.06.03 43 2 10쪽
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3 3 10쪽
17 불사의 무사 - 17 22.06.01 40 1 11쪽
16 불사의 무사 - 16 22.05.30 40 1 12쪽
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9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6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4 2 11쪽
12 불사의 무사 - 12 +1 22.05.24 54 3 10쪽
11 불사의 무사 - 11 22.05.23 51 2 10쪽
10 불사의 무사 - 10 22.05.22 61 2 10쪽
9 불사의 무사 - 9 +1 22.05.17 64 3 10쪽
8 불사의 무사 - 8 22.05.16 66 2 12쪽
7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9 5 11쪽
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7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2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51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6 18 10쪽
1 불사의 무사 - 1 +3 22.05.11 427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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