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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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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3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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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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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불사의 무사 - 6

DUMMY

제 4 화 혈투(血鬪)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짐승처럼 내지르던

흉노의 사내는


어느 순간

고개를 툭 떨어트리더니

갑자기 죽은 것처럼

말 위에 앉아 움직임을 멈췄다.




무명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사내 쪽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듯한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흉노의 사내가

숙였던 머리를 들었다.


사내의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해있었고


붉은 털로 뒤덮인

굵은 팔뚝에서

붉은 기운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무명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다가가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사내의 손에 들려있던 단창이

무명의 얼굴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벼락처럼 날아왔다.


무명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허리를 최대한 꺾었다.


무명의 왼쪽 뺨에

날카로운 쇠붙이가 파고들었고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핏줄기가 솟아오르며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렸다.


무명은

급히 자신의 양 다리로

말의 허리를 세게 찼다.


깜짝 놀란 말이 흥분하여

앞다리를 번쩍 들어

흉노의 사내를 위협했다.


흉노의 사내는 순간 멈칫하여

공격을 멈추고

자신의 말을 뒤로 물렸다.


얼굴의 상처를 손으로 누르며

무명이 말했다.


“잠깐, 잠깐만...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얘기 좀....”


그러나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

또 한 번의 공격이

이번엔 무명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더 이상은

무명도 어쩔 수 없었다.


말을 다시 한 번 뒤로 물려

두 번째 공격을 흘려보낸 후

무명도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무명의 칼과 사내의 단창이

공중에서 사납게 부딪혔다.


말 위에 올라탄 채로

두 사내는 힘을 겨루었다.


다섯 합 정도 겨루었을 때,

무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내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단창이 아니고 극(戟)이었다면,

이미 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사내의 창술은 신기에 가까웠다.


찌르기와 베기, 막기와 피하기가

말 위에 올라탄 상태에서도

강렬하고 신속했다.




여섯 번째 공격이

무명의 오른쪽 옆구리로 날아왔다.


무명의 칼은 이미 한계였다.


사내의 매서운 창끝이

막아선 무명의 칼날을 부러트렸다.


그것을 본 사내는

재빨리 찌르기의 자세로 변환하여

무명의 가슴팍을 노리려 했다.


무명이 급히

부러진 칼을

사내의 얼굴을 향해 던지자


사내가 그것을 피하면서

살짝 빈틈이 생겼다.


순간,

무명은 비호처럼 몸을 날려

사내의 목과 팔을 잡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말위에서 떨어진 두 사람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서로 안간힘을 썼다.


밑에 깔린 흉노의 사내가

눈을 찌르려는 무명의 팔을 잡고

반대방향으로 비틀었다.


우두둑 소리가 나며

무명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무명은 남은 한 팔로

사내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뇌로 가는 산소가

점차 부족해지자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명은

마지막 안간힘을 짜내

손아귀에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


버둥거리던 사내의 몸이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무명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부러진 왼팔의 뼈를

스스로 맞추고,

부러진 칼날에 천을 감아

부목으로 삼았다.




이제 어찌해야하나...


기절해있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무명은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그때 바로 뒤에서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말갈족 전사의 복장을 한

흉노사내의 동료,

일곱 명의 전위대 중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뒤를 돌아본 무명이

그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둘은 또 다시

강제적인 공명을 경험해야했다.


이번엔 다행히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닌

따뜻한 기억이었다.


발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

꽃빵을 나눠먹는

둘의 모습이었다.




무명과 말갈족 사내는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당장에라도 싸움을 시작해야하는

살벌한 분위기였지만,


서로의 옛 기억을

강제로 공유하자

둘의 가슴 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흘렀다.


아련하면서도 다정한 느낌,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그때,

기절해있던 흉노사내가

정신을 차렸다.


새로운 공명현상에 취해

얼빠진 것처럼 멍하니 서있던

무명의 얼굴에

사내의 묵직한 주먹이 날아왔다.


컥, 소리를 내며

그제야 정신을 차린 무명도

사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퍽, 퍽...


무명의 부러진 이빨이 날아가고

사내의 코뼈가 으스러졌다.


주먹만으로 싸우는데도

두 사내의 주변에는

피와 살점이 마구 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말갈족 사내가

어딘가로 급히 사라졌다.


무명과 흉노사내는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지칠 때까지

서로에게 주먹질을 계속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둘은 싸움을 멈추고

동시에 털썩 주저앉았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천천히 고르며

두 사내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또 다른 기억이

서로의 머릿속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시체들이 즐비한

어느 어두운 방에서

흉노의 사내가

무명의 멱살을 잡고

죽일 듯이 노려보는 모습,


무명이

그런 사내의 팔을 뿌리치며

칼을 빼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


새로운 기억의 조각들이

두 사내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랐다.


기나긴 사투를 벌인 두 사내는

그렇게 기억을 공유한 채

서로를 노려보며

한참을 땅바닥에 앉아있었다.




일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무명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사내도 따라 일어섰다.


둘은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각자의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각자의 말에 올라

다시 한 번 서로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순간,


흉노의 사내 뒤로

여섯 명의 동료들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아마 아까 사라진 말갈족 사내가

급히 달려가

나머지 동료들을

불러온 모양이었다.




강족(羌族)의 복장을 한

큰 체구의 잘생긴 사내가

천천히 말을 몰아

무명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치자

강족의 사내와도

서로의 기억이 떠오르는

강제적인 공명이 시작됐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내와 무명은

나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로의 등을 지켜주면서

둘을 병풍처럼 둘러싼

여러 명의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오래된 동지이자

전우 같은 느낌의 기억이었다.




흉노의 사내가 다시금

자신의 단창을 힘주어 잡았다.


흉노사내의 강한 살기를 느낀

무명은

자신의 말안장에 꽂혀있던

특이한 모양의 칼을 뽑았다.


다시금

둘 사이에서 전운이 감돌자,


강족의 사내가

흉노의 사내에게 다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흉노의 사내는

들었던 창을 거두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을 노리던

지독한 살기가 사라지자

무명도 빼들었던 칼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일곱 명의 사내들은

무명을 앞에 놓고

자신들끼리

무언가 상의를 하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무명은


자신도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저 혹시라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가장 확실한 도주로가 어디일지

신중하게 주변의 풍경을 살폈다.


무명이 탄 말에는

안장의 앞에 걸려있는

특이한 모양의 칼,


안장 오른쪽에 단창 하나,


왼쪽에

활과 화살이 담긴

가죽주머니가 매달려있었다.


그리고

만약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한다면,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것 보다

사내들이 모여 있는 오른쪽 옆,


바위들이

드문드문 튀어나와 있는

가파른 언덕 쪽으로 가야

그나마 탈출의 확률이 높아보였다.




잠시 후,

상의가 끝났는지

강족의 사내가

천천히 무명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명은

아주 강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 강족의 사내와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갈고리 하나가 갑자기 날아와

무명의 어깨갑주에 박혔다.


그리고

일곱 명의 사내들이

거의 동시에,

무명을 포위하려고

재빨리 움직였다.


옆에서

또 하나의 갈고리가 날아왔다.


무명은 창을 뽑아

날아오는 갈고리를 쳐내고

말을 몰아 빠르게 튀어나갔다.


무명의 어깨에

갈고리를 건 사람은

한족(漢族)의 복장을 한

키가 작은 사내였다.


그 사내는

갑자기 튀어나간 무명의 행동을

예상치 못했는지


힘주어 버티지 못하고

자신의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세게 부딪혔으나

갈고리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무명은 아까 봐두었던

가파른 언덕 쪽으로 말을 몰았다.


키 작은 사내가 질질 끌려오며

어떻게든 수를 내어

무명을 멈춰보려 하였으나

말의 힘과 속도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무명의 말이

막 언덕으로 뛰어 내려가려 할 때

화살 두 개가 날아와

말의 엉덩이와

무명의 오른쪽 종아리에 박혔다.


화살을 맞은 말은

순간 앞으로 솟구치더니

오른쪽 다리가 바위에 걸려

중심을 잃으면서

쿵 하는 커더란 소리를 내고

그대로 자빠져버렸다.


무명도 말과 함께 넘어지면서

앞으로 튀어나가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무명의 어깨갑주에 박혀있던

갈고리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무명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바로 뒤에서

커더란 물소리가 들렸다.


무명이 그쪽으로 다가가 보니

상당히 큰 폭포가 있었고,


폭포 밑에는

시커먼 급류가 흐르는

강줄기가 이어져있었다.


무명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종아리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불사(不死)라 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기에,


부러진 팔과

구멍이 뚫린 종아리는

상당한 아픔을 주었고


무엇보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일곱 명의 사내들이

언덕 밑으로 말을 달려

자신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무명은

이제 판단해야만했다.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기억의 공명까지 하고도

저들이 상의를 거친 결과가

이것이라면


지금은

자신이 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갈고리를 던져

자신을 잡으려했고,


자신이 도망치려하자

뒤에서 활까지 쏘았다는 것은


더 이상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란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일단 피하자...


저들에게 잡히면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한 무명은

망설임 없이

눈앞의 폭포로 몸을 던졌다.


까마득한 물길 아래로

무명의 몸이 떨어졌다.


급히 말을 달려 뒤쫓아 온

일곱 사내는

시커먼 급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명의 모습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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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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