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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68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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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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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불사의 무사 - 29

DUMMY

여섯 달 전쯤,


북쪽의 연나라에서

형제가 같이 팔려온

소년들이 있었다.


피가 섞인 한 가족이

실험실에 끌려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아마도

새로운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던

서복의 변덕스러운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리라.


다행히

때를 잘 맞춰 팔려온 덕에

형제 둘 모두

불사의 실험에 성공했고,


그 둘은

실험실의 소년소녀들 중에서도

남다른 결속력과 우애를 보였다.


불사의 실험을 통해

의식과 기억의 대부분이 날아가도

피로 이어진 형제의 정만큼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형제들보다 한 달 정도 늦게,

17호 소년과 18호 소녀가 잡혀왔다.


그들은

노예상인에게 팔려온 아이들이나

전쟁고아가 아닌,

산적들에게 납치된 아이들이었다.


가끔씩 그렇게

납치된 아이들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실험실로 잡혀오곤 했는데,


서복은 그들이

다른 실험체들보다 싸다는 이유로

암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사들였다.


18호 소녀는

꽤나 잘살던 집의 딸 같았고,


같이 잡혀온 17호 소년은

그 소녀의 집에서

호위무사 일을 하던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다.


소녀의 어머니와 소녀가

외할머니 댁에 가던 여행 중에


그들이 탄 마차를

산적들이 습격해


소녀의 어머니는

어딘가로 끌려갔고,


소년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었으며,


아이들은

암시장에 팔렸던 것이었다.


그들도 다행히

둘 다 불사의 실험에 성공했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듯

항상 같이 붙어다녔다.




아무튼 그렇게


27호 소년의

'같이 움직여서

먹을 것을 찾아보자'는 의견에


11호 소년과 12호 소녀,

그리고 22호 소년까지 합쳐져

모두 7명의 소년소녀들이

뜻을 합쳤다.


맨 처음

그들에게 탈출의 기회를 제공한

1호 소년은


친하게 지내던

흉노의 소년 중 하나가

상태가 좋지 못해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다른 소년소녀들은

바다에서 빠져나온 이후

다시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었는데,


그 13호 흉노소년은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영 움직이질 못했다.


호흡이 너무 가빠

앉아있지도 못했다.


아마도

바다 속에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할 때

심장에 무리가 간 것 같은데,


서복도 거한도 없는

이 절해고도에서


그들의 상태를

개선해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명이라도 움직이지 못하면,


그들은

숲으로 먹이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1호 소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해변에서 무언가를 들고

급히 돌아왔다.


1호 소년이 들고 온 것은,

그들과 같이 이곳에 떠밀려온

배의 잔해였다.


배의 앞머리를 장식한

금속의 일부로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날을 세우지 않은

커더란 도끼였다.


1호 소년은

바닥에 누워있는

13호 소년의 허리를 향해

망치질을 하듯 도끼로 내리쳤다.


쾅! 쾅! 쾅!


서너 번

쇠끼리 부딪히는

큰 소리가 들리고


13호 소년의

허리에 감긴 사슬에

조그만 균열이 났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기뻐하며

1호 소년의 도끼질을 도왔다.


누군가는

돌로 내려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틀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소년소녀들이 합심하여

결국 쇠사슬을 끊어냈고,


움직이지 못하는 13호 소년과

자신들의 연결을 끊어냈다.




1호 소년이

흉노의 말로 뭐라고 얘기했다.


함양 출신의 7호 소녀가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은 듯,

중원의 말로 통역을 했다.


"이걸, 마저 다 끊고...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이면

어떻겠냐고 하네."


1호 소년의 의견에

모두가 찬성했다.


그들은 허기를 억누르며

모두 합심하여


한 명 한 명씩

자신의 허리에 감긴

사슬을 잘라내었다.


어느덧 밤이 저물고

다음날 해가 뜰 때쯤,


서른 명의 소년 소녀들은

모두 쇠사슬의 구속을 풀었다.




모두가 신체의 자유를 찾은

그날부터,

그들의 섬 생활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물고기를 잡아오기도 했고,


누군가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의 뿌리를

캐오기도 했으며,


또 누군가는

토끼 같은 작은 짐승을

잡아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숲의 안쪽에서

작은 개울물을 발견해

갈증을 해결했고,


누군가는

그곳이 섬이라는 것을

탐험을 통해 밝혀내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모두가 머물 수 있는

아늑한 동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큰 수확은,


바위와 도끼를

부싯돌처럼 이용해

불씨를 만들어

모닥불을 피워낸


18호 소녀와

17호 소년의 공적이었다.


그렇게

불과 물, 음식과 집까지 갖춰진

그들의 섬 생활은


단 한 가지의 걱정거리만 빼고

비교적 순탄하고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걱정거리이자

분쟁의 씨앗은,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13호 소년이었다.




그들이

섬에서 살기 시작한 지,

삼십 번 정도의 낮밤이 바뀌었다.


이젠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해진

스물아홉의 소년소녀들이

모닥불 주변에 모였다.


그날 밤

처음으로 열린 그들의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은,


이젠 뼈와 가죽만 남은 채

거의 가사상태에 빠져든

13호 소년의 처우에 관한

쉽지 않은 문제였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그들의 의견은 두 개로 갈렸다.


하나는


13호 소년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하는

1호 소년을 중심으로 한

이민족 소년소녀들,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딱히 방법이 없으니,

그냥 놔두자는

11호 소년을 중심으로 한

중원의 소년소녀들이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1호 소년이 11호 소년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법은 있어."


11호 소년이 물었다.


"무슨 방법?"


그러나


1호 소년은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물고기를 잡으러 같이 나가면서,


이젠 제법 친해진 27호 소년이

11호 소년에게 말했다.


그의 말투가 무척 심각했다.


"난...알 것 같아.

1호가 말한 방법이 뭔지."


"그게 뭔데?"


"별로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알려주면 안 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침묵에 빠졌던 27호 소년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마도...

우리 중 누군가의 심장을

빼앗으려 할 거야."


"!!!!"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너무 놀란 11호 소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27호 소년이

심각한 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우리 몸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누군가의 심장을 새로 받으면,

13호가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걸.


아마도 그 애는

바다 속에 빠졌을 때,

고통스러운 부활을 반복하면서

심장에 엄청난 무리가 간 걸 거야.


그게 아니라면,

원래 주인이

심장이 약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앞으로?"


"우리 중에 가장 힘이 센 사람은,

11호 너하고 1호야.


내 동생이 그 다음쯤 갈 거고,

17호가 그 다음쯤...


물론 아직 제대로

힘을 안 쓴 애들도 몇 있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현재로선

너하고 1호가 가장 힘이 세."


"그래서?"


"만약에...


오늘 밤부터라도

내 예상대로 1호가 움직인다면,

우리도 대비를 해야겠지.


심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


27호 소년의 말에

11호 소년은 긴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밤,

결국 27호 소년의 말대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1호 소년이

모두가 잠든 틈을 타

한족 소년 하나를 죽이려 한 것이다.


잠든 척 누워있던 27호 소년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1호! 멈춰!"


그러자

11호 소년이 번개처럼 튀어나가

1호의 멱살을 거세게 잡아

몸을 확 일으켰다.


1호 소년의 얼굴이 구겨지며

그도 같이 손을 뻗어

11호 소년의 멱살을 맞잡았다.


둘의 팽팽한 대치가 잠시 이어졌다.


1호 소년이 입을 열었다.


"바다 속에서

우리 모두를 꺼내준 은혜가 있어서,

너만은 죽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네가 대신 죽고 싶은 모양이지?"


"...꼭 이래야겠냐?"


"13호는,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내 형제다.


우리 부족의 전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형제를 버리지 않아."


"그렇다고...

같은 처지의 우리를

이런 식으로 죽이려고 해?"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다.


그리고

방법이 있다면 꼭 해야만 하고."


"그렇게 놔둘 것 같냐?"


"어디 한 번 막아보든지."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 중

가장 힘이 강한 둘이

드잡이를 시작했다.


둘 다

불사의 육체를 가진

소년들이다 보니,


아무리

피가 터지고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져 나가도


승부가 좀체 나질 않았다.


그저

잔인하고 참혹한 장면만이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밑에 깔린 1호 소년이

손가락을 뻗어

11호 소년의 눈을 찔렀다.


악,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오른쪽 눈을 감싸고

11호 소년이 뒤로 넘어갔다.


1호 소년이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려들려 할 때,


28호와 17호 소년이

동시에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무리 1호라도

그 둘을 상대로는 힘에 부쳤다.


배와 얼굴에

두 소년의 주먹을 맞은 1호가

다시 땅바닥에 쓰러졌다.


27호가

11호를 부축해 일으켰다.


어느새

1호의 손가락에 파괴되었던

11호 소년의 안구가

원래대로 나아있었다.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11호 소년이

다시 1호를 향해 나아갔다.


그때,

27호 소년이 막아서며

그들을 말렸다.


"그만, 그만 하자!


11호, 참아...


1호 너도 여기서 멈춰.

너 혼자로는 절대 못 이겨."


27호 소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지금 11호를 포함한 저 셋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소년이


자신을 따르는 무리엔

14호 소년 하나밖엔 없었다.


그나마

13호가 건강했다면 모를까.


둘이서 저 셋과 싸우면

결과는 뻔했다.


'아마 28호와 형제인

27호 저놈도 같이 달려들겠지.


나랑 11호도 결판이 안 나는데,

4대2로는 더더욱 승산이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1호는

결국 더 이상의 싸움을 포기했다.




그날부터

잠들지 못하는 밤이 시작되었다.


심장을 빼앗으려는 자와

심장을 지키려는 자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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