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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51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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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불사의 무사 - 9

DUMMY

한참을 물에 떠내려가던

장생은


물살이 약해지자

마지막 힘을 쥐어짜

근처의 나뭇가지를 붙잡고

겨우 땅에 발을 디뎠다.


장생은

힘겹게 한발 한발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각 정도 걸었을까.


장생의 눈에

아름답고 조용한

연못 하나가 보였다.


장생은

연못 근처의 바위에

지친 몸을 뉘였다.


칼을 맞은 배에서

검붉은 피가

계속 새어나오고 있었다.


숨도 점점 가빠졌고

눈앞도 점점 흐릿해졌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는 건가...


나의 생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

서서히 죽어가고 있던

장생의 앞에

무언가 나타났다.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생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두 발로 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형태로 보아,


그 생물은 사람으로 보였다.




“도와...주시오...제발...”


장생은

거의 끊어질 듯, 힘겹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사내의 눈이 빨갛게 변해

어둠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날 데리러 온 저승사자인가...


그렇게 생각한 장생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의 억울함을 눌러 담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마지막 소원이 있소....


당신이 만약 귀신이라면,

억울하게 죽은 나와 우리 부모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원수를 갚아주시오...


꼭...꼭 부탁하오...


이대로는

죽기가 너무 힘들구려...”


장생의 유언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붉은 눈의 생물이

다가오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장생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숨이 끊어져가던 장생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점점 더 짙게 붉어져가는

그 생물의 눈이었다.




퍽!


장생의 가슴팍에

붉은 눈의 생물이

자신의 오른 손을 꽂았다.


잠시 후,

장생의 가슴에

큰 구멍을 내면서 빠져나온

생물의 손에는

서서히 박동이 잦아들어 가는

심장이 들려있었다.


붉은 눈의 생물은

급히 자신의 가슴팍에

장생의 심장을 갖다 대었다.


생물의 가슴팍이

붉게 타들어 가며

두 갈래로 쪼개지더니

새로운 심장을 받아들이고

다시 닫혔다.




크아아악!


생물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온몸에서 타오른 붉은 안개가

주변을 뿌옇게 물들였다.


한참의 시간동안

땅바닥을 구르며

고통에 떨던 생물이


어느 순간 잠시 멈췄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생물은

장생의 시체를

내장부터 뜯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후,

식인(食人)을 끝내고

근육과 살점을 되찾은

생물의 눈에서

붉은 빛이 사라졌다.




그 생물은,


4백 년 전에는

세인들에게

서초패왕이라 불렸고,


2백 년 전에는

동료들에게

무명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부활한 사내는

이번 생의 심장의 주인,

청년 장생의 일생을

자신의 뇌 속에 학습하며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커더란 보름달이

그의 등을 비췄다.




사흘 후,

쑥대밭이 된 장생의 마을에

삼십여 명의

새로 끌려온 노예들이 도착했다.


하북의 사내들은

새로 온 노예들에게 낙인을 찍고

곧바로 염전으로 내려 보내

일을 시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들의 두목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탁자 위에 있던 술잔을 들어

독주를 한 잔 비웠다.


그때,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와

두목의 술병을 깨버렸다.


깜짝 놀란 두목이

화살이 날아온 쪽을 쳐다보자

붉은 피부의 건장한 사내 하나가

창을 든 채로

그를 쳐다보고 서있었다.


그 사내는

한발 한발 천천히

두목에게 다가갔다.


두목의 주변으로

수하들이 모여들었다.


십여 명의 하북 사내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어들고

창을 들고 다가오는 사내에게

사납게 달려들었다.




그 사내는

새로운 심장을 받아

부활한 무명이었다.


그는

심장의 주인인

장생의 유언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그리고

장생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십여 명의 사내들이

기세 좋게 달려들었으나,

전광석화 같은 그의 창 놀림에

사지가 찢겨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내들의 두목은

급히 자세를 바꾸고

호각을 불어

나머지 부하들에게

비상상황임을 알렸다.


염전과

마을입구 망루 쪽에 있던

나머지 스무 명 정도의

하북 사내들이

급히 집회소로 모여들었다.


다섯 명의 사수(射手)가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다섯 발의 화살이

그의 눈과 목을 비롯해

몸 곳곳에 박혔다.


그러나 그는 전혀 동요치 않고,

그저 앞으로 천천히

한발 한발 다가올 뿐이었다.


하북의 사내들은

화살에 맞아도 죽지 않는,

귀신같은 형상의 그를 보고

너무 놀라고 겁에 질려

슬슬 뒷걸음질 치려했다.




그때,

뒤에서 커더란 도(刀)를 빼든

사내들의 두령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속임수다.

당황하지 말고 공격하라!”


두령의 명령을 받은

스무 명의 사내들이

다시금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창을 휘둘러

다시 한 번 공격을 펼쳤다.


좌우로 한 번,

위아래로 한 번,

찌르기 두 번에


스무 명의 사내들은

모두 걸레짝이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제

그곳에서 숨을 쉬는 사람은

하북의 두령과

부활한 그밖에 남지않았다.


그는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떠는

두령의 앞으로 다가와

허벅지 깊숙이

창을 박아 넣었다.


이미 공포에 잠식당한 두령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가

두령의 허벅지에 박힌 창에

더더욱 힘을 주어

뒤로 관통시킨 후,


마치 다리를 꼬치에 꿰듯

땅바닥에 박아버렸다.


"크아악!!!!"


자신의 허벅지

앞 쪽에서 시작해,

무릎을 꿇은 상태의

정강이 뼈를 뚫고 나가

땅바닥 깊이 박힌 창을 보며,


두령이

공포와 고통이 섞인 비명을

처절하게 내질렀다.


그제야 하북의 두령은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제발....목숨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몸에 박힌

다섯 개의 화살을

천천히 하나씩 빼냈다.


허벅지에서 하나,

어깨에서 하나,

옆구리에서 하나,

목에서 하나...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왼쪽 눈에 박힌

화살을 뽑자


화살촉에 꿰인 그의 눈알이

같이 딸려 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하북의 두령은

온몸을 와들와들 떨면서

급기야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눈알을

입으로 가져가

씹어 먹으면서

그가 말했다.


“네 윗선이 누구냐?”


하북의 두령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자신의 조직에 대해

주절주절 불기 시작했다.




사흘 후 자시(子時) 무렵,


산서성 해주의 중심가에

큰 화재가 나서

3백 평이 넘는 대저택이

싸그리 전소되었고,


거기에 살던

토호 이자명과 그의 일가가

모두 죽었다.




낮에는

가혹한 자릿세와 소작료를,


밤에는

도적들을 고용해

인신매매와 소금밀매를 하며


더러운 돈을 쌓던

이자명이 죽자

온 해주의 사람들이

아주 기뻐하였다.




잘려나간 이자명의 머리는

산서성의 북문 앞,

긴 창에 꽂혀 매달려있었다.


창대에는

‘굴묘편시(掘墓鞭屍), 장생(長生)’

이라고, 쓰인 글이 붙어있었다.


누군가가

엄청난 실력의 무사를 고용해

이자명에게 복수를 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무사의 이름이 장생일거라고

다들 수군거렸지만,


평상시에

워낙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쌓은

이자명이기에


누가 의뢰주인지

도대체 특정을 할 수 없어

사건의 수사는 난항에 부딪혔다.




이자명 살해사건으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저녁,


검은 옷을 입은

붉은 수염의 사내 하나가

말을 한 마리 빌려

산서성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장생의 심장을 빼앗아

다시 살아난


200년 전엔 무명이었던

그 사내였다.




바로 옆 유주(幽州)땅에

꽤 큰 용병상단이 있다는 것을,


며칠 동안

장생의 인생을

머릿속에 되새기는 중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는 간단한 행장을 꾸려

천천히 말을 몰아

산서성의 남문에 도착했다.


성문에서는

온 해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자명 일가 살해사건 때문에


성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기에,


그의 얼굴을 아는 목격자도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수염을 길러

얼굴의 반을 가린 그는


부활 직후의 모습과는

그 외양이 많이 달랐다.




그는 아무 동요도 없이

자신의 순서가 되자

말에서 내려 검문을 받았다.


감시병이 물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허공으로 눈을 돌려

성의 남문에 걸린

현판을 바라보았다.


현판엔

힘있는 글씨로

“파곡관(破谷關)”이라고

써져 있었고,


현판 위에는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평화로이 앉아서

자신의 깃털을 다듬고 있었다.


그때,

까마귀의 검은 깃털 하나가

그의 팔위로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팔위에 떨어진

깃털을 집어 들며

차분히 대답했다.


“성은 관(關), 이름은 우(羽)요.


하동군 해현에 살고 있소.”


감시병은

진실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듯,

별다른 확인절차도 없이

들고 있는 명부에

그의 새로운 이름을 적었다.


감시병은 절차에 따라

성의 없는 질문을 한 번 더 했다.


“혹시

자(字)나 호(號)가 따로 있는가?


어디에 가는 길인가?”


한없이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에

긴 구름 하나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감시병의 두 번째 질문에

고개를 돌려 조용히 대답했다.


“자는 운장(雲長)이오.


유주 쪽에

어머니의 약을 구하러

서둘러 가는 길이오.”


감시병은

그의 답변을

다시 명부에 받아 적고는


귀찮은 표정으로

얼른 통과하라는 손짓을 했다.




무명, 아니 이제는


관우(關羽)라는


새 이름을 얻은 사내가

가볍게 목례하고 말에 올라

천천히 산서성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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