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67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16 08:35
조회
19
추천
1
글자
10쪽

불사의 무사 - 28

DUMMY

제 10 화 귀환

- 기원(起原) 편 03


서복 일행의 탈출선이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침몰하는 배에는

죽은 병사들의 시체와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만이 남았다.


전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붉은 눈이 사라지지 않은

소년소녀들은,


배가 가라앉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혔던

허기를 채우는 것에만

미친듯이 열중하고 있었다.


갑판에 쓰러져 있던

이백 명이 넘는 병사들의 시체 중

오십여 구가

그들의 뱃속으로 사라질 때쯤,


배의 갑판에도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때,

엄청난 소리의 천둥이 울리고

사나운 번개가 배의 돛대를 내리쳐

한 방에 부러트렸다.


곧이어

얼굴이 따가울 정도의 거센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휘몰아친 바람이

소년소녀들의 몸을 허공으로 붕 띄워

저만치 나뒹굴게 했다.


우르릉, 쾅!


또다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내리쳤다.


얼마 되지 않는 인생의 시간을

대부분 지하석실에서만 보낸 그들은,


그 무시무시한 낙뢰(落雷)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몇몇 소년과 소녀들만이

그 하늘의 분노가 무엇인지

어릴 적 경험한

어렴풋한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이제 곧

엄청난 폭풍우가 불어 닥칠 것이다.


11호 소년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자,

12호 소녀가

22호 소년을 챙기며 다급히 소리쳤다.


"11호! 정신 차려!

그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야!"


소녀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11호 소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의 쇠사슬로 연결된 서른 명은,

공복감을 채우자마자

'바다 한 가운데서의 천재지변'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있었다.


22호 소년이 겁먹은 눈으로 말했다.


"11호!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어!

어쩌지? 어쩌지?"




바다라는 이질적인 공간이

그들에게 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서른 명 중 그 누구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쪽 연안의 바닷가에서 잡혀왔던

소년소녀들은

모두 실험에 실패해

육 개월 전에 죽어버렸고,


마지막 실험에서 성공한

서른 명 중엔


강이라면 몰라도

바다를 경험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사나운 번개가

그들이 서있는 갑판을 직격했다.


무시무시한 신의 위력에

갑판에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그러자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배가 크게 옆으로 기울더니

순식간에 확 가라앉았다.




침몰의 시간은

그렇게 한 순간에 다가왔다.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은

배와 함께

바다 속 깊이 가라앉았다.


심해의 압력이

그들의 기도를 압박하고,


처음 체험해보는 생경한 고통이

그들의 전신을 덮쳤다.


땅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숨을 쉰다는 행위'가

바다 속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해의 압력은

그들을 더욱 짓눌러

쇠사슬로 엮여있는

소년소녀들 중에서

정신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정신을 잃은

몇몇의 몸이 축 늘어졌다.


죽기 직전의

가사상태에 빠진 것이리라.


주변의 동료들이 놀라

물속에서 몸을 움직여

그들을 구해보고자 했지만,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그들의 몸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그러나

불사의 육체는

그들이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정신을 잃은 소년소녀들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이

바로 또 시작되었다.


다시 살아난 소년소녀들이

몇 분간 심해의 고통에 발버둥 치다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바다 속에서

죽었다 살았다 하는 일을

고통 속에 계속 반복하는

그들의 육체는,


불사의 축복이 아닌

불사의 저주나 마찬가지였다.




11호 소년이

세 번쯤

숨이 막히는 고통을 체험하고

죽음에서 부활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겨우

물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몸을

위로 올라가게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폐를 압박하는 고통을

이를 악물며 참아낸 그가

필사의 힘을 내어

위로 자신의 몸을 올렸다.


어느 정도

수면 위로 평탄히 올라가던

그의 몸이

갑자기 무언가에 잡힌 듯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의 허리에 묶인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소년은

그야말로 모든 힘을 다 쏟아

쇠사슬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정신을 잃은 채

서로를 꼭 껴안고 있는

12호 소녀와 22호 소년이

그의 옆으로 올라왔다.


그들의 몸이 올라오자

다시 사슬의 여유가 생긴 소년이

힘을 내어 몸을 위로 솟구쳤다.




푸아!


여전히 거센 폭풍이 치는

시커먼 수면 위로

드디어

11호 소년의 머리가 튀어 올랐다.


그는 본능적으로

폐 속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때

그의 허리를 묶은 쇠사슬이

다시 아래로 그의 몸을 끌어당겼다.


다시는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마구 발버둥을 치며 버텼다.


허우적대던 그의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소년은 얼른 그것을 움켜잡고,

자신의 몸을 잡아당겼다.


소년이 손에 잡은 것은,

아까 번개에 맞아 부러진

배의 돛대였다.


엄청나게 크고 긴,

부러진 돛대가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소년은

이젠 기억조차 희미한

엄마의 몸을 끌어안듯,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러진 돛대를 꽉 껴안았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몸은

더 이상 시커먼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았다.


심해라는 공간이

소년에게 준 공포는,


바닥이 닿지 않는 심연에 빠져

계속 허우적대다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끔찍한 공포의 기억으로 남았다.




거센 폭풍우가

부러진 돛대를 껴안고

이를 악문 소년의 몸을

어딘가로 끌어갔다.


그리고

소년의 허리에 매달린 쇠사슬로

다 같이 연결된

스물아홉의 소년소녀들은


바다 속에서 계속

고통스러운 부활을 반복하며

같이 끌려가고 있었다.




11호 소년이 다시 눈을 뜬 것은,

잔잔한 파도가

그의 얼굴을 때리고 간 직후였다.


너무 많은 기력을

한꺼번에 써서 인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소년은,


어느새

작은 해변에 당도해있었다.


어젯밤의 사나운 폭풍우는

모두 사라지고,

뜨거운 햇살만이

그의 얼굴을 내리쬐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있던 소년이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고운 모래가

저 멀리까지 펼쳐진

해변의 한 가운데에


부러진 돛대와 함께

자신이 있었고,


그의 허리에 감긴 쇠사슬이

바다로 이어져있었다.




앗!


그제야

동료들의 존재가 떠오른 소년이

급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허리를 감은

쇠사슬을 끌어당겼다.


소년이 힘을 쓸수록

조금씩 당겨지던 쇠사슬에서

드디어

12호 소녀가 물 밖으로 나왔고,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22호 소년이 같이 딸려 나왔다.


더 당기고 싶었지만,

너무 지친 소년은


일단 그들이라도 깨우고자

잠시 쇠사슬을 놓고

소녀에게 달려갔다.


11호 소년이

12호 소녀의 몸을 일으켜

손으로 등을 쳐주자,


입으로 바닷물을 쏟아내며

소녀가 정신을 차렸다.


다시 살아난 소녀를 보고

너무나 반가웠던 소년이

그녀의 몸을 꽉 껴안았다.


"살았어! 또 살았어!

다행이야! 정말!"


소년이

자신을 껴안고 울먹이자,


소녀도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두 팔을 뻗어

소년의 어깨를 안았다.


소년과 소녀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서로를 안고

해변에 앉아있었다.




22호 소년까지 다시 깨어난 후,


그들은 셋이서 힘을 합쳐

나머지 동료들을

뭍으로 끌어올렸다.


셋이서 힘을 쓰니 확실히 달랐다.


일각쯤 지나서야 그들은,

정신을 잃은 나머지 동료들을

모두 해변으로 건져낼 수 있었다.




그날 밤,

숲과 맞닿은 해변의 끝자락에서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은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자유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체험한 첫 자유는,

그저 막막하고 공허했고,

공복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


그것은

최우선적인 생존의 욕구이자

움직이는 힘의 원동력이다.


먹이를 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은,


불사의 육체를 가진 그들도

결코 피해갈수는 없었다.


죽지만 않을 뿐이지

허기가 주는 고통은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저기, 고마워."


11호 소년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북쪽의 억양으로 인사를 건넸다.


연나라 땅에서 팔려온

27호 소년이었다.


11호 소년이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고맙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


"그래도 네가

저 나무를 끌어안고 버텨준 덕에,


우리 모두 다시

땅으로 올라올 수 있었잖아.


아까 바다 속에서는 정말...

끔찍했어."


"그러게.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그건 그렇고,


이제 무언가를

좀 해봐야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내 생각?"


"응,


우리의 몸은 지금

하나의 쇠사슬로 묶여있으니까,


우리가 뭔가를 하려면

모두의 생각이 일치해야 해."


"뭘 하려고?"


"먹을 것을 찾아보려고.


이곳에서."




아...


그제야

11호 소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27호 소년의 뒤엔

두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28호, 17호, 18호였다.


27호 소년과 28호 소년은

친형제였고,


17호 소년과 18호 소녀는

같은 마을에서 팔려왔다고 했던가,


그들을 보며

11호 소년은


그들을

실험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사의 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불사의 무사 - 30 22.06.16 32 0 12쪽
29 불사의 무사 - 29 +1 22.06.16 23 1 10쪽
» 불사의 무사 - 28 +1 22.06.16 20 1 10쪽
27 불사의 무사 - 27 +1 22.06.13 30 2 13쪽
26 불사의 무사 - 26 22.06.13 26 1 10쪽
25 불사의 무사 - 25 +1 22.06.13 28 2 12쪽
24 불사의 무사 - 24 +1 22.06.11 31 2 14쪽
23 불사의 무사 - 23 22.06.10 31 1 12쪽
22 불사의 무사 - 22 +1 22.06.09 43 3 14쪽
21 불사의 무사 - 21 +1 22.06.07 40 4 11쪽
20 불사의 무사 - 20 22.06.05 43 4 11쪽
19 불사의 무사 - 19 22.06.03 43 2 10쪽
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2 3 10쪽
17 불사의 무사 - 17 22.06.01 39 1 11쪽
16 불사의 무사 - 16 22.05.30 40 1 12쪽
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9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6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4 2 11쪽
12 불사의 무사 - 12 +1 22.05.24 54 3 10쪽
11 불사의 무사 - 11 22.05.23 51 2 10쪽
10 불사의 무사 - 10 22.05.22 61 2 10쪽
9 불사의 무사 - 9 +1 22.05.17 64 3 10쪽
8 불사의 무사 - 8 22.05.16 65 2 12쪽
7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9 5 11쪽
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7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50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6 18 10쪽
1 불사의 무사 - 1 +3 22.05.11 425 2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