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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57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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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불사의 무사 - 16

DUMMY

“천하의 주인은

낙양의 궁궐에 사시는

천자님이시지만,


실제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들은

강호 곳곳에서

자기만의 세력을 이룬

군웅들입니다.


그런 군웅들 중에

서량의 맹주라 불리는 분이

낙양에 왔다가


그 여인의 소문을 듣고

홍화루를 찾으신 적이 있었지요.”


“서량의 맹주라면...

동탁을 말하는 것이오?


병주 자사를 지내다

하동 태수로 온...


그 사납다는 강족들을

모두 토벌해

천하에 이름을 날린 그 맹장?”


“그 이름이 아닌데...


같이 온 분들은

그분을 중영이라고 불렀습니다.”


“동탁 장군의 자가 중영일 것이오.”


“아, 그렇군요.


아무튼 그때,

그분은

관직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탄탄하고 두꺼운 체구에

맹수 같은 눈빛을 한

사나운 사내로만 기억합니다.”


“잠깐, 잠깐...


동탁 장군이 관직이 없을 때라면,

이게 도대체 몇 년 전 얘기요?”


“.....20년 가까이 지난 일입니다.”


“아, 그렇구려.

알았소. 계속해 보시오.”


“아무튼 그분이

기루를 전세 내다시피 하여


홍화루의 모든 여인들이

그분의 앞에 나서

술을 따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도 그때

막 이름을 날릴 무렵이라,

그분의 곁에서

웃음을 팔고 있었지요.


근데 그분이 술이 취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주인을 혼냈습니다.”


“.......”


“경국지색의 환생이라는

그 미녀는

왜 나오지 않느냐고 하면서,


변방에서 온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거냐면서

마구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거칠고 사납다는 얘긴

소문으로 들었지만,

그 이상인가 보구려.”


“네...


같이 온 일행들 말로는,


무장으로서의 공적은 충분하나


그 성정이 너무 거칠고 사나워서

중앙의 많은 이들이

그분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관직을 받지 못했다하더군요.”


“호불호가 심한 인물이라 들었소.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처럼 대해준다더군요.


심지어 오랑캐들과도

교분이 아주 깊다고...”


“네...그렇군요.


전 그분은

그때 한 번 본 것이 다라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만,


아무튼 홍화루를 전세 낼 정도니

관직은 없었더라도

부와 명성은 충분해보였습니다.”


“그렇구려. 그래서 어찌되었소?”


“그래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하고

주인이 와들와들 떨고 있을 때,


그 무사가

그 여인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무사가

동탁이라는 분께 그러더군요.


나와 겨뤄서 이긴다면,

오늘밤 이 아이를 데려가도 좋다.


화대도 필요 없다고.”




순간, 관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동탁의 젊은 시절이라면,


말을 탄 채로

절벽을 뛰어다니며

활과 창으로만

혼자서 강족 수백을 죽였다는


실로 엄청난 시기다.


그런데

한낱 낙양의 기루에서

기둥서방이나 하는 자가


그 당시의 동탁에게

감히 대결을 신청했다고?


그런 관우의 의구심을 알아챘는지,

장미려가 얘기를 이어갔다.


“그러자,

그 동탁이라는 분이

미친 사람처럼 웃더니,


좋다.

여기는 좁으니 따라 나와라.

하면서

먼저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도

갑자기 벌어진 싸움구경에

다들 흥분하여

우르르 따라 나갔지요.


둘은 칼을 빼들고

홍화루의 정원에서

곧바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


“십여 합쯤 부딪혔을까요?


동탁의 칼이

그 무사의 가슴팍을

깊이 파고들더니


순식간에

무사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흩뿌렸습니다.


그런데 그 무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대로 앞으로 한발 나서더니,


자기의 칼로

동탁의 허벅지를

뼈가 보일 정도로

무참히 베어버렸습니다.”


“!!!!”


“다리의 상처도 워낙 깊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는지...


동탁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그 무사를

멍하니 쳐다만 보더군요.


그 무사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딱 한 마디만 하고

다시 돌아섰습니다.


자르진 않았으니,

잘 치료하면

다리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그게 정말이오?”


“제가 관공께 뭐 하러

이런 옛일을

거짓으로 말씀드리겠습니까.”


“...하긴, 그렇구려. 계속해보시오.”


“동탁이

일행들의 도움을 받아

홍화루를 떠난 후,

다시 조용해졌고...


전 그날 밤,

잠이 오질 않아

가게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듯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자시도 넘은 그 한밤중에

어디서 물소리가 들리기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았지요.


그때 본 것은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도 가끔 꿈에 보일 정도로

제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무엇을 보았기에 그러오?”


“...그곳에선

그 무사가 옷을 모두 벗고,

차디찬 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들이붓고 있었습니다.


아까 칼을 맞은 자리에서

터져 나온 피를

씻어내려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가슴뼈가 다 드러난 것이

제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로

크고 깊었던 상처가

저절로 아물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사내의 가슴 근육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처를 덮듯,


살덩이들이

계속 자라나고 있더군요.


그리곤 얼마 되지 않아,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게

그 무사의 가슴은

원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구석에 숨어

그 모습을 보면서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귀신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가질 않아서

너무 무서웠지요.”




그 사내는

틀림없이 나와 같은 부류다.


관우는

장미려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을 가졌다.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왜 장미려는

자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것 참 신기한 일이로구려.


그런데,

왜 당신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것이오?”


“표식 때문입니다.”


“표식?”


“그 무사의 왼쪽 가슴엔

아주 특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니,

문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군요.


무슨 도형 같은 느낌도 나고,

무슨 깃발 문양 같기도 한...”


“그런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소?”


관우가 되묻자


장미려가 아무 말 없이

품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그의 왼쪽 목 근처에

가만히 가져다 대었다.


난데없이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장미려는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무사의 가슴에 있던

그 특이한 표식이,


어째서,

관공의 목에도

새겨져 있는 것일까요?”


“!!!!!”




장미려의 말에

깜짝 놀란 관우가

그녀의 손에서 거울을 빼앗아

자신의 목을 비춰보았다.


짐승의 눈 같기도 하고,


짐승의 이빨과 발톱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한,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기하학적인 그림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목 왼쪽에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수백 년간 생을 거듭하면서

그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게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가?


붉은 갑주를 입고

검은 말을 타던 시절?


무명이란 이름으로

용병생활을 하던 시절?


평상시에

거울 앞에 설 일이 거의 없으니,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는데...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를 않아서 그런건가?


아니면

이번 생부터 새로 생겨난 것인가?’




관우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목을

계속 거울로 들여다보고 있자,


장미려가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더 놀라운 것도 말씀드릴까요?


그 표식은

그 여인의 손목에도 있었습니다.


그 무사와 그 여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관공께는 도대체 왜

그 표식이 있는 것일까요?”


“.......모르겠소.

나도 모르겠소.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관우의 표정에서

진실을 읽었는지,


장미려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쓸쓸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이야기는

별 의미 없는

후일담일수 있지만,


그래도 이것까지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시오. 경청하겠소.”


“제가 홍화루에서

그 둘과 함께 지낸 시간은

15년이 조금 넘습니다.


열다섯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곳에 팔려간 이후,


심부름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그곳의 얼굴이 되고,


나이를 먹어 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제 인생에서 제일 긴 시간을

그 둘과 함께 보낸 셈이지요.


그 긴 세월 동안,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제 눈에는

그 둘에게

아주 특이한 점이 보였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여인이야,

화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화류계의 기술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남의 눈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감출 수 있다 하나,


사내는 그렇지 않은 법이지요.


제가 볼 때,

그 여인이나 그 무사는

그 긴 세월동안

외모에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 여인은,

미모는 물론이고

몸매조차 전혀 변하지 않았지요.


나이가 먹으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그 흔한 군살 하나 붙지 않았고,


화장을 하든안하든

피부의 윤기도 그대로였고


이마나 목에

주름조차 생기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그것은

그 무사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굴이든 몸이든

외모에 변함이 없었고,


그 후로도 종종

그녀 때문에

남과 싸움이 벌어지거나


어떤 때는

칼부림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힘이든 기술이든 속도든

오히려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결코 약해지질 않더군요.


한마디로 뭐랄까...


그 둘은 마치

인간의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귀신같았다고 할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신기한 일이구려.”


관우가 짐짓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 말을 돌리자,

장미려가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그들에 대한 마지막 말을 전했다.


“제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세달 쯤 전,

그들도 홍화루를 떠났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곳에서 둘이 머물렀어도,


아무도 그들과 교류하거나

사적인 친분을 만들지 않았지요.


사람들이 쉬이 다가설 수 없는,


그들 특유의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 탓도

물론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다른 이들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일부러 멀리 했던 것이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날 용기를 냈지요.


마차에 짐을 싣고

그들이 떠나던 날,


제가 다가가서

그 무사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냐고.


그랬더니 그 무사가

잠시 저를 지그시 바라보다

무뚝뚝하게 말하더군요.


서쪽으로 갈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딱 그 말만을 남기고,


그들은

그렇게 낙양을 떠났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친 장미려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조용히 목을 적셨다.


관우도 자신의 찻잔을 들어

입술에 찻물을 머금고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서쪽...서쪽이라....


그런데 그것이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인데,

그들이 아직도 서쪽에 있을까.


내가 지금 떠나려는

남동쪽만큼이나

막연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구체적인 단서는 처음이니

그쪽으로 가는 것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그때,


갑자기 집밖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급히 시선을 돌렸다.


굉음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수각의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관청건물 하나에서

거대한 불길이 확 치솟았다.


그리고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이건 뭐지?’


갈피를 못 잡고

두리번거리던 관우에게

장미려가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그도 많이 봤던 익숙한 깃발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관공, 황건적의 깃발입니다!”


장미려가 다급히 외쳤다.




‘아,

대흥산의 황건적들이

드디어 움직인 모양이구나.


벌써 여기까지 들어와

저리 휘젓고 다닌다면...


유공과 장공도

아마 지금 싸우고 계실 것이다.


간옹님을 비롯한

청룡의 젊은이들과

아이들도 위험할지 모른다.


서두르자.’


관우가

서둘러 청수각을 떠나려하자,


장미려가

두렵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자신의 곁에 남아

도적들로부터 지켜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

일단 데려가자.’


관우는 급히 그녀를 잡아끌고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청수각의 뒷문에서

말에 올라탄 남녀가 튀어나와


청룡사 방향으로

말을 몰아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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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불사의 무사 - 27 +1 22.06.13 29 2 13쪽
26 불사의 무사 - 26 22.06.13 26 1 10쪽
25 불사의 무사 - 25 +1 22.06.13 27 2 12쪽
24 불사의 무사 - 24 +1 22.06.11 31 2 14쪽
23 불사의 무사 - 23 22.06.10 31 1 12쪽
22 불사의 무사 - 22 +1 22.06.09 43 3 14쪽
21 불사의 무사 - 21 +1 22.06.07 40 4 11쪽
20 불사의 무사 - 20 22.06.05 43 4 11쪽
19 불사의 무사 - 19 22.06.03 43 2 10쪽
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2 3 10쪽
17 불사의 무사 - 17 22.06.01 39 1 11쪽
» 불사의 무사 - 16 22.05.30 40 1 12쪽
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8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5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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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8 5 11쪽
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7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50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5 18 10쪽
1 불사의 무사 - 1 +3 22.05.11 425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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