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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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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5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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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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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불사의 무사 - 26

DUMMY

크으으윽


실험체 1호라고 불리던 소년이

그때까지와는 다른

기괴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년은


서복에게

‘성공의 기쁨’을 최초로 안겨준

흉노의 소년이었다.


겉모습만으로 보아

소년의 나이는

열일곱쯤 되어보였고,


실험체들 중에서

가장 체격이 좋고 키가 컸다.


저 멀리 북방의 장성너머에서

말을 타고 초원을 내달리는

강맹한 전사의 자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아무도 확인해줄 수는 없었다.


실험을 위해

거의 매달 함양의 노예시장에서

아이들을 사들이는 서복이,

실험체들의 출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은 오직 하나,

자신의 잔혹한 실험을

하루라도 더 견디어 내줄만한

튼튼한 신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 소년의 값을 흥정하는

노예상인이


이번 정벌에서 죽은

가장 강한 흉노전사의 아들이라고

침을 튀기며 수다를 떨었지만,


서복의 귀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짧으면 일주일 안에

죽어나갈지도 모를

실험체의 혈통 따위가

그에게 무슨 가치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서복의 눈은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그 소년의 핏줄이 아니라


소년의 당당한 눈빛과

큰 체격에 쏠려있었다.


결국 서복은

다른 아이들보다

은전 한 냥을 더 내고

그 소년을 사들였고,


노예상인은

값을 더 받아낸 것이

그 소년의 혈통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다.


상인의 착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렇게

조금 더 비싸게 팔려온 소년은,


바로 얼마 전까지 살아있었던

실험체 1호의 낙인을 물려받았다.




크아아아


1호의 입에서

그전까지의 신음이 아닌,

거칠고 사나운 비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배의 거대한 선체가

폭풍우에 흔들리고


선실의 벽 여기저기에

균열이 가는 통에,


실험체들의 감시에

잠시 소홀했던 거한의 귀에

그제야 1호의 비명이 들려왔다.


거한이 철퇴를 손에 꽉 쥐고

1호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1호의 두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고,


삐쩍 마른 온몸을

뜨거운 기운이 휘감고 있었다.




그간의 변화와는 무언가 다른

새로운 현상이

1호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거한은 직감했다.


다른 실험체들과는 다르게

두 눈에서

붉은 빛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차가운 바닷물이

무릎 위까지 차오른

이 상황에서


온몸을 휘감은 열기가

미세한 수증기를 만들어


1호의 주변을

마치 안개처럼

옅게 감싸고 있었다.




잠시 1호의 상태를 지켜보던

거한은,

자신의 판단만으로는

일을 처리할 수 없다 생각했다.


거한은 서둘러 몸을 움직여

서복의 선실과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거한이 그 줄을 잡아당기면

서복의 선실에

작은 종이 울리게 되어있었고,


그 종소리의 의미는

‘성공한 실험체’들에게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는

‘위급신호’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복은 그 신호를 듣지 못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위험이 다가오자,


그는

‘새로운 실험체’들의

상태를 살피러

선실을 나가 있었고,


종이 울리던 시점엔

소년소녀들의 몸을

‘생명줄’로

바쁘게 묶고 있던 중이었다.


그토록 신중히 대비했던

‘위급의 종소리’를 듣지 못한 것.


그것이 어쩌면,


그날 그가 뽑은 불운의 괘가

구체적으로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시작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의 불운은 가끔,

누군가의 행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건 참으로 흥미로운,

세상의 법칙이다.




서복에게

위급신호를 보내기위해,


거한이

실험체들의 감시를 멈추고

그들의 앞에서

잠깐 사라진 사이,


1호의 몸에서 일어난

새로운 변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소년의 전신을 휘감은 열기가

더더욱 강해지더니,


희미하게 빛나던

그의 붉은 두 눈에

선명한 불꽃이 떠올랐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기운이


그의 무릎까지 차오른

차가운 바닷물과 섞이면서,


무겁고 짙은 안개가 나타나

소년의 주변을 가렸다.


그리고

거의 한 달이 다 되도록

물 이외에는 먹은 것이 없는,


삐쩍 마른 소년의 몸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괴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위험을 감지한

생존의 본능으로부터 발생한

인간의 힘인지,


불사의 실험을 통해

새롭게 얻어진

실험체의 힘인지는 몰라도,


그 순간

소년이 발휘한 힘은

실로 엄청났다.


자신의 두 팔을

선실의 벽에 단단히 구속한

쇠사슬을

벽 째로 뜯어낸 것이었다.




뿌드득, 쾅!


무언가에

지속적으로 힘이 가해지는 소리가

안개 속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다가,


한 순간

단단한 나무 같은 것이

부러지는 굉음이

선실 안에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거한이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의 몸에서 피어오른

수증기의 안개가

너무 짙은 탓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단 하나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선명히 빛나고 있는

붉은 두 눈이었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거한은

철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안개에 휩싸인

붉은 눈의 실험체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한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앞으로 한발 나아갔다.


그러자


실험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거한을 주시하며

괴이한 소리를

온몸으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뭔가 헐떡이는

숨소리 같기도 하고


천식을 앓는

노인의 목소리 같기도 한


그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붉은 눈의 소년이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며

거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뻑!


소년의 강렬한 주먹에

거한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괴이한 소리가

소년의 입에서 계속 흘러나오며

쓰러진 거한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급히 몸을 일으킨 거한이

철퇴를 휘둘러

소년의 왼쪽 무릎을 부쉈다.




으직,


뼈와 살이 뭉개지는

아주 기분 나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거한은 웃을 수 없었다.


무릎이 뭉개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실험체 1호가,


위태롭게 비틀거리며

자신을 향해

계속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한이

다시 한 번 철퇴를 휘둘러

이번엔 소년의 머리를 박살냈다.






또 다시 묵직한 타격음이 울리고,

소년의 머리가 반쯤 날아갔다.


철퇴에 맞아 부서진 두개골과

그 안에 담겨있던 뇌수가

밖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소년은

크게 비틀거리면서도,

거한을 향한 걸음을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거한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한이 뒷걸음질을 쳤다.


머리가 부서진 채로 비틀거리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실험체가,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험체가 내뿜는

그 강렬한 욕망은,

식욕의 욕구였다.




빡!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등을 부딪친 거한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깨닫고


그야말로

필사의 힘을 다해

철퇴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거한의 철퇴는

소년의 몸에 명중하여


왼쪽 어깨를 짓뭉개고

팔을 너덜거리게 만들었다.


어깨가 거의 다 날아간

소년의 왼팔은,

끊어지기 직전의 상태로

몸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건 안에서 빛나던

거한의 눈동자에

절망의 기운이 떠올랐다.


왼쪽 무릎, 왼쪽 머리,

왼쪽 어깨에 팔까지

모두 짓뭉개진 실험체 1호가


결국

그의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공포에 잠식당한 거한이

철퇴를 버리고 두 손을 뻗어

소년을 밀어내려 한 순간,


붉은 눈의 소년이

최초의 공격을 가했을 때처럼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들며

거한의 목을 물어뜯었다.




악!


거한의 처절한 비명이

선실 안에 울려 퍼지고,


마치

호랑이에게 목을 물린

노루처럼

거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붉은 눈의 소년이

엄청난 속도로

거한의 살점을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간의 허기를

어떻게든 빨리 채워야겠다는 듯,


땅에 쓰러져 움찔거리는

거한의 목에 이빨을 들이대고

소년이 식인을 시작했다.




쾅!


그때,

또 다시 엄청난 굉음이

선실 안을 덮치며

배가 옆으로 크게 기울었다.


거한의 살점을 뜯어먹던

소년 1호도,


그때까진 희미한

붉은 두 눈만 드러낸 채

선실 벽에 구속되어 있던

소년소녀들도,


모두

바다의 혼란과 공포를 체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소녀들이 묶여있던

선실의 거대한 벽이

큰 소리를 내며

그대로 빠개져버렸다.


아마도

폭풍우에 흔들리던 배가

암초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그 거대한 충격에


그토록 단단했던 선실의 벽마저

한 순간에 부서져버린 것이다.




드디어 두 팔이 자유롭게 변한

소년소녀들의 눈이,


자신들 모두를 하나로 구속한

쇠사슬의 끝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허리를 묶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굵은 쇠사슬의 방향을 따라,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게걸스럽게

거한의 몸을 뜯어먹고 있는

1호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순간,


나머지 스물아홉 명

모두의 두 눈이

시뻘건 색으로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한의 시체에 달려들어


미친 듯이

허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거한의 내장이,

거한의 뇌수가,

거한의 살점이,

거한의 뼈가


소년소녀들의 입안으로

사라져 갔다.


팔 하나를 찢어들고

셋이서 함께 먹는 소녀들부터


배에 얼굴을 처박고

창자를 씹는 소년들,


목 주변을 물어뜯으며

피와 힘줄을 흡입하는 소녀들,


허벅지에 달라붙어

뼈와 살을 같이 씹어 삼키는

소년들까지,


한 달 가까이 지속되었던

그들의 허기는

그렇게 채워져 갔다.


일반인의 두 배 이상 컸던

거한의 비대한 몸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작은 뼛조각 하나조차 남지 않았다.




어느새 먹을 것이 떨어지자,


하나의 쇠사슬로 연결된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벽에 뚫린 큰 구멍으로

또 다시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


새로운 먹이의 냄새가 나는

미지로 가득찬 바깥을 향해,


여전히 강한 공복감을 느끼던

그들이


두 눈을 붉게 빛내며

선실의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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