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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76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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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불사의 무사 - 18

DUMMY

관우의 무시무시한 활약을 지켜본

그 자리의 모두는

한동안 멍하니 얼이 빠져있었다.


특히 장비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더욱 놀랐다.


사실 내심 그는,

관우의 실력을

실전에서 무척 확인해보고 싶었다.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부터

걸음걸이나 호흡만 봐도

그가 고수인 것은 분명했지만,


간옹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의 실력인지는

자기의 눈으로 직접 보질 못했기에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장비는

관우가 자신보다 위일지 아래일지를

꼭 확인해보고 싶었다.




협객을 자처하는 사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강한 호승심이 있고,


그들의 세계에서 서열은

사실상 힘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유비 같은 경우는

좀 다른 경우이긴 했다.


힘으로야 자신이 이기겠지만,


유비에게는

자신에겐 없는 큰 그릇과

고귀한 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협객들에게까지

널리 소문난

유비의 넓고 깊은 인망은


바로 그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매력의 바탕에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인간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유비가

그저 사람만 좋은

무골호인(無骨好人)이었다면,


장비가 그를

형님으로 모시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유비는

이름난 강자들 여럿이 속한

유명한 건달패의 대장이었고,


거리 전체를

다 장악하진 못했지만

자신들만의 확실한 구역과

탄탄한 수입원을 가진

만만찮은 세력의 두령이었다.


그래서 유비의 의협심은

단순히 말이나 마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할

힘과 기술도 충분했다.


어릴 적부터 수련했다는 검술은

아주 높은 수준이었고,


저자거리에서 떠돌며

실전을 통해 단련된 경험치도

실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이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

유비가 웃으며 말했었다.


‘내가 장공을 이기지 못하는 건

거의 확실한 것 같소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는 않는구려.’


장비도 유비의 그 말에

군말 없이 동의했다.


이기기야 하겠지만,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그에게도 들었기 때문이리라.


둘은 그렇게

첫날부터 서로를 인정했고,


밤새워 술을 마신 후

다음날 의형제를 맺었다.


형과 아우의 기준은,

힘이 아닌 나이였다.




그랬던 장비이기에 더더욱,

지금 관우의 실력을 직접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사내에게

힘으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기 때문이다.


‘관공의 무(武)는

정녕 인간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겁을 먹는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구나...


정말 맞서기 두렵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이 장비가, 이런 마음이 들다니...

관공의 위용이

실로 무시무시하구나.’




장비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적들이 모두 도망가자

관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그들에게 돌아왔다.


그의 얼굴엔

평소의 자상한 미소가

가득 깃들어있었다.


유비가 경탄의 눈빛으로 달려 나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관공! 정말...정말 대단하시오!


전설에나 나오는

무신(武神)을 보는 줄 알았소.”


“사람 죽이는 재주가

남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입니다.


부끄럽게 왜 그러십니까.”


유비의 칭찬에

관우가 겸손하게 응대하였다.


장비가 천천히 다가와 말했다.


“제 생애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무에

존경심을 표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관공.”


장비가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존경을 표했다.


관우도 장비에게 똑같이 응대하며

한 번 더 겸양의 자세를 보였다.


“장공께서 온 힘을 다하신다면,


저는

아홉 번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장공.”


그렇게 전투에서 이긴 셋의

훈훈한 인사가 오갈 무렵,


저 멀리에서

누군가 기쁘게 소리를 지르며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아저씨!!!!”


관우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간옹과 스님들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고,


그들의 맨 앞에선

그 소녀가 온힘을 다해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하하,


헤어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저리도 좋아하다니...


관공께선

여인들에게

인기가 너무 좋으신 것 같소.”


유비가 살짝 농을 던지자,

관우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아이들이 모두 무사해보이니

다행입니다.


다 유공의 덕이지요.”


다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유비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도착한 소녀가

관우의 허리를 꼭 안으며

주인을 만난 강아지마냥

자신의 얼굴을

관우의 몸에 마구 비벼댔다.


관우가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간옹 일행들과 함께

뒤이어 도착한 소년이

관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에도,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나보다도

유공과 장공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다.


간옹님과

청룡의 무사님들께도 마찬가지다.


너희들이 무사한 것은

모두 이분들 덕이니...”


“네, 아저씨.”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은,

한동안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황혼이 물들고 있었다.


일단 대충이라도

전투가 벌어진 자리를 정리하고,


허기들을 때우러

다 같이 무언가를 먹으려고

그들이 움직일 무렵이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꼭 무슨 주문을 외우듯,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입 밖으로 내뱉는

낮고 묵직한 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듣는 이의 마음을

어둡고 칙칙하게 만드는

매우 기분 나쁜 소리였다.




얼마 후,


그들이 서있는 곳에서

백여 장쯤 떨어진 곳에

커더란 깃발이 나타났다.


독특한 문양과 휘장으로 장식된

그 깃발에는


“天公將軍”이라는 글자 네 개가

금빛으로 박혀있었다.


그 깃발을 본 유비가 깜짝 놀라며,

이내 얼굴이 굳어버렸다.


장비가 말했다.


“천공장군이면...

황건적의 두령 장각이 아닌가...


저 자가 이곳에 와있을 줄이야...”




거대하고 화려한 깃발을 휘날리며,


금으로 장식된 수레를 타고

금색의 갑주를 입은 사내 하나가


족히 삼천여 명은 될 법한

군사들을 이끌고,

그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군사들의 행군이

점차 가까워지자,


기분 나쁜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들은

그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신도들이 암송하는

주문(呪文)이 맞았다.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


호위하듯 수레를 둘러싼

삼천여 명의 군사들이

계속 반복하여 내뱉는

그 주문의 뜻은,


당시의 사람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다.




‘푸른 하늘이 이미 죽었으니,

누런 하늘이 곧 서리라.


때는 바로 갑자년,

천하가 크게 길하리라.


(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


대륙의 곳곳에서

황건적들이

구호처럼 외치고 다니는

반역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황건적들이 어느새

그들의 오십여 장 앞에 당도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수레를 둘러싼 군사들은

그간 보아온 다른 황건적들과는

겉모습부터 많이 달랐다.


생기가 하나도 없는

유령 같은 얼굴로


장창과 방패를 손에 쥐고


입으로는 계속

주문을 암송하고 있었다.


마치 광신도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처럼,


실로 음산하고 기괴한 모습이었다.




행군을 멈춘 황건적들의

진형을 가르며


금색의 수레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수레에 올라탄

금빛 갑주를 입은 사내가

손을 하늘로 향하자,


주문을 암송하던

황건적들의 입이 바로 닫혔다.


갑자기 찾아온 무거운 침묵이

순식간에 청룡사 일대를 뒤덮었다.


소리가 멈추자,

수레가 다시 천천히 움직여

앞으로 십여 장을 더 나왔다.




수레 안에는

금빛 갑옷을 입은 사내와

붉은 옷을 입은 미녀가 앉아있었다.


수레에 탄 사람들의 얼굴이

명확히 보일 정도의

거리에 도달하자,


그들의 모습을 본 장미려가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온몸을 덜덜 떨었다.


“저...저...저 사람들은...”


관우가

덜덜 떠는 장미려를 향해 물었다.


“저들을 아시오?”


장미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 관공에게 말씀드린...

홍화루의 그 무사와 미녀입니다.


...그런데 어찌 저리...

그대로란 말인가.


...세월이 도대체

몇 년이 흘렀는데...”


그제야 관우는

장미려가 왜 이리 공포에 떠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관우의 마음속에도

불안함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랜만에 긴장을 해서인지

관우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수레에 올라타

주변의 풍경을

유심히 한 번 둘러본

금빛 갑주의 사내가


어느 순간,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내의 시선이 머문 곳은,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긴장한 얼굴로 서있는 곳이었다.


사내는 꽤 오랫동안

그들 셋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때가 무르익었구나.”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사내의 짧은 말에


셋의 표정이

얼떨떨한 얼굴로 바뀌자,


사내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아직은

우리가 싸울 때가 아니니,


오늘은 선물만 주고 돌아가마.”


그렇게 말한 사내가 활을 들어

전장의 어딘가를 겨누더니

시체들이 즐비한 곳을 향해

화살 하나를 날렸다.


그리곤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타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붉은 옷을 입은 미녀는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저들을 만났는데도

아직도 여전히

네 눈이 뜨이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아직 때가 되지 않았구나.”


또 다시 알 수 없는 말을

그 미녀에게 내뱉은 사내는,


수레를 돌려

황건적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잠시 후,


또 다시 단체로 주문을 외우며

수레를 둘러싼

삼천여 명의 황건적들이

황혼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천공장군의 깃발이

그들의 눈에서

서서히 멀어지면서,


청룡사의 앞마당에는

또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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