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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64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6 18:43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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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불사의 무사 - 7

DUMMY

얼마나 떠내려갔을까.


정신을 잃었던 무명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여전히 급류 속에 있었다.


머리만 겨우 물 밖으로 내밀고

한참을 떠내려가던 무명은

자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대한 나무둥치를 붙잡았다.


나무에 몸을 기대어

그나마 좀 편해진 무명은

그제야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계곡의 한가운데 정도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물길이 점점 넓어지면서

물살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좁은 계곡을 빠져나오자

무명을 밀고 가던 급류는

거대한 강물과 만나 소멸되었다.


무명은

조금씩 몸에 힘을 주어

강기슭을 향해

나무둥치를 밀고 나갔다.




족히 사흘은 물에 갇혀 있다가

겨우 발이 땅에 닿은 무명은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극심한 피로가 겹쳐

곧바로 죽은 듯이

깊이 잠들어버렸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긴 잠에서 깨어난 무명은

주변의 산짐승들을 잡아

대충 허기를 때우고


근처의 작은 동굴을 찾아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달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지난 며칠 동안의 일이

마치 꿈만 같아서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





북방의 장성 너머

그 멀고 험한 오랑캐의 땅에서

200년 만에 만난

불사의 동료들,


그러나

그들과의 조우는


결코

행복하지도

유쾌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았다.




무엇 하나 해결된 것도 없이

의문점만 한가득 쌓여버린

답답한 기분이었다.


조그마한 수확이라도 있다면,


불사의 동료들끼리 만났을 때

그들과 관련된 새로운 기억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추가된다는 것.


그러나

흉노의 사내처럼

언제인지도 모를 먼 과거에

서로에게 안 좋은 감정이나

안 좋은 사건이라도 있었다면,


갑자기 떠오른 기억으로 인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다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떠오른

또 다른 의문 하나는


자신을 제외한 그 일곱 명은

무슨 연유로 그렇게

서로에게 등 뒤를 맡길 정도로

같은 동료로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인가?


무명은 그날,


흉노의 사내와는

안 좋은 기억들만을 공유했지만,


강족의 사내나

말갈족의 사내와는

굉장히 따뜻하고 좋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서로 동료로 지내고


자신은 왜

그들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갈고리에 묶여야했단 말인가....


200년 만에 다시 살아나

머릿속의 명령에 따라

그 험한 북방 땅까지 가서

불사의 동료들을 만났건만....


무명의 몸은 고통스럽고,

무명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3개월 뒤,


무명은

산서성(山西省) 해현 땅에 나타났다.


하동군에 속한 이 지역은

거대한 소금 호수가 있었고,


염도가 매우 높은 소금이

많이 나는 관계로

소금에 관한 산업이

매우 발달해있는 지역이었다.


무명은 이번엔

소금상인들의 호위무사를 맡아

흑랑회 소속의 용병으로

이곳에 파견된 것이다.




불사의 동료들과의 혈투 이후

긴 고난의 여정을 거쳐

하남성 흑랑회의 본거지로

귀환한 무명은


일곱 전사들에 관한 정보를

다방면으로 자세히 모아

다시금 장성을 넘어

북방으로 가려했으나,


다음 북방원정까지는

상당한 준비기일이 소요됨을 알고

무척 난감해하던 참이었다.


흑랑회의 소속으로 있는 한,

조직의 일정과 요구를

어느 정도 따라야했으므로,


결국 무명은

소금상인의 의뢰를 받은

총관의 명으로


열 명 정도의 수하들을 이끌고

호위무사 역할을 수행하러

산서성에 오게 된 것이었다.




산서성에서의 일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완성된 소금을

마차로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가끔씩 나타는 도적떼들을

소탕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무명은

매우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중이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근래에 들어

가슴에 잦은 통증을

주기적으로 느낀다는 것이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혀

앉아서 한참을 쉬어야 할 정도로

기분 나쁜 통증이

그의 가슴에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첫 통증은,

두 번째 임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동료들과 술 한 잔을 마실 때였다.


평상시 좋아하는 안주인

양고기 구이에

향이 좋은 소홍주 한 잔을 곁들인

무난한 식사였고,


그날의 임무도

도적떼는 커녕,

가끔씩 출몰하던

승냥이 무리조차 나타나지 않아

평화롭다 못해 지루했을 정도로

쉽고 편안했다.


그런데 석 잔째쯤 들이켰을까.


갑자기 칼로 찌르는 듯한

격심한 통증이

그의 심장을 파고 들었고,


숨이 턱 막힌 그는,

호흡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온몸을 덜덜 떨며

식은 땀을 흘렸다.


의자에 앉아있다가

결국 바닥으로 쓰러진 그를

놀란 동료들이 급히 부축하여

근처의 의원으로 데려갔고,


그는 거기서

열 방도 넘는 침을 맞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고통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안정적으로 호흡이 다시 돌아온

그의 맥을

차분히 짚어보던 의원이

묘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런 적이 처음이오?"


무명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소.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소."


의원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진맥을 해보니

들리는 소리와 간격으로 보아

심장의 기운이

많이 약해진 것 같소.


평상시에

몸을 쓰는 일을 하는,


그것도 칼잡이나 호위꾼처럼

거친 일을 하시는 분 같은데...


이제 그만 두는 것이 좋겠소."


무명이

당치도 않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까짓 기절 한 번 했다고,

너무 과한 진단을

의원께서 하시는 것 같소만..."




무명의 그런 반응은,

사실 당연했다.


자신이 죽지 않는,


아니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의원은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했다.


"내가 이 고장에서

삼십 년이 넘게

의원 노릇을 하면서,


당신과 같은 증상을 가진

비슷한 환자들을

백 명도 넘게 봐왔소.


그들 모두가

하나 같이 다 그런 증세로

갑자기 쓰러져 여기에 실려와서


침을 맞고 회복한 뒤에

진맥을 해보면,

당신과 아주 비슷한 심장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소."


의원의 확신에 찬 말에

이번만큼은 무명도

자못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 환자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소?"


의원이

무명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첫 발작이 일어난 후 부터는

주기적으로 일정하게

이런 가슴통증이 반복되오.


그러다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통증도 계속 심해지지.


약도 딱히 듣는 것이 없었소."


무명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듣는 약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면,


일은 왜 그만두라고 한 거요?"


무명의 질문에

의원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 증세를 가진 환자들 중에

그나마 제일 오래 산 사람이,

관청에 납품할 책을

손으로 필사하던 직공이었소.


하루에 네 시진씩

책상 앞에 앉아 글씨만 쓰던,


그 증세를 지닌 환자들 중에선

가장 편안한 일을 하던 사람이었소."


"....그럼 제일 일찍 죽은 환자는?"


"당신과 같은 칼잡이였소.


산적들과 전투를 하러

동료들과 걸어가던 와중에

갑자기 쓰러져

그대로 죽었다고 하더군요."


"........."


"내가 보기에,

이 병의 진행속도는

노동의 강도와

연관이 무척 깊어보이오.


그러니, 조심하시오.


아무리 배운 것이

칼 쓰는 것밖에 없다해도,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소."


의원의 걱정 가득한 충고에


무명은

더 이상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은자 한 냥을 치료비로 낸 후

그곳을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가끔씩

가슴의 격통이 찾아왔고,


의원의 말대로

그 주기가 점점 짧아졌으나


무명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고통에

그리 민감한 편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는,

죽을 수만 있다면,

죽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명이

이번 생에서의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그날의 아침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매우 평화롭고 무료한 날이었다.




다음 소금배달까지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납품할 물건이

완성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명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사냥장비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그간 봐두기만 하고

몇 번을 미룬,


예전부터 가려했던

새로운 사냥터로

말을 달린 무명은


반나절을 꼬박 달린 끝에

이름도 모를

울창한 숲에 도착했다.


잠시 말에서 내려

물을 마시고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다음,


무명은

말을 몰아 숲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했다.




사슴 두 마리를 잡고,


꿩 한 마리를 쫓아

말을 달리던 그는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연못을 발견했다.




그곳의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든 무명은


그날 밤은

여기서 지내기로 마음먹고

야영준비를 했다.


이슬을 피할

조그만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아까 잡은 사슴고기를

천천히 굽고 있던 즈음,


갑자기 어디선가

싸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무명은

본능적으로 칼을 빼들고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곳엔

무명보다 두 배는 큰,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눈빛을 이글거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사슴고기를 굽는

좋은 냄새에 이끌려

여기까지 다다른 모양이었다.


어찌해야할까,


무명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미 식욕에 자극을 받은

굶주린 호랑이는

인간의 사정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




호랑이는

엄청나게 큰 표호를 내지르며

무명에게 달려들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이미 그 처음의 공격으로

숨이 끊어졌겠지만,


어깨의 반쪽이

호랑이의 앞발에 찢겨나갔어도

무명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성난 범의 품으로 파고들어

짐승의 가슴팍에

들고 있던 칼을 깊숙이 꽂았다.




크아앙!


호랑이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엄청난 기세로 무명을 밀쳐냈다.


그리곤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무명의 왼쪽 목에서

우지직 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목뼈가 부러지는 엄청난 고통이

순간 온몸에 느껴졌으나


이미

붉은 눈의 불사상태로 변한

무명은


거기서 공격을 멈추지 않고

호랑이의 가슴팍에 박아 넣은

자신의 칼을

더더욱 깊숙이 찔러 넣으며


호랑이의

늑골 뒤쪽에 있는 심장을

칼끝으로 후벼 팠다.




잠시 후,

무명의 목덜미를 문 채로

호랑이는 숨을 거뒀다.


거대한 호랑이의 시체를 밀어내고

가쁜 숨을 내쉬던 무명은,


물을 마시러

천천히 모닥불 쪽으로

걸어가던 중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격통을 느끼고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호랑이에게 물려

목뼈가 부러질 때보다 더한,

온몸을 부서트리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고통이 무명을 덮쳤다.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무명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빼앗은

농부 이소준의 심장이

타고난 수명을 다했음을...


그리고 그렇게

무명은

200년만의 부활을 마감했다.


이소준의 심장이 고동을 멈추자,


무명의 눈에서도

붉은 빛이 사라지며


잠시 후 결국

그는 모든 동작과 호흡을 멈췄다.




그렇게

무명의 두 번째 죽음 위로

고요한 침묵이 덮쳐왔다.


주위의 모든 것은

정적에 휩싸이고


환한 보름달 아래


무명이

마지막으로 피운 모닥불 위에서

사슴고기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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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불사의 무사 - 21 +1 22.06.07 40 4 11쪽
20 불사의 무사 - 20 22.06.05 43 4 11쪽
19 불사의 무사 - 19 22.06.03 43 2 10쪽
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2 3 10쪽
17 불사의 무사 - 17 22.06.01 39 1 11쪽
16 불사의 무사 - 16 22.05.30 40 1 12쪽
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8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5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4 2 11쪽
12 불사의 무사 - 12 +1 22.05.24 54 3 10쪽
11 불사의 무사 - 11 22.05.23 5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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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불사의 무사 - 9 +1 22.05.17 64 3 10쪽
8 불사의 무사 - 8 22.05.16 65 2 12쪽
»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9 5 11쪽
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7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50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6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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