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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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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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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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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사의 무사 - 13

DUMMY

제 7 화 결의(決意)


셋은 시장을 빠져나와

중앙의 큰 길을 가로질러

관청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번화한 거리로 향했다.


한 발 앞장서서

유비와 장비가 걸었고,


관우가 말을 끌고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걷고 있는 유비와 장비를 향해,

사람들이 모두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실로 다양했다.


공손히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는 사내부터


반갑게 달려와

손을 맞잡는 노인,


우르르 몰려와

무언가 달라며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미는

아이들에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여인들까지...


마치

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아는 것처럼,


유비와 장비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어느 고을엘 가도,

인기가 많은 협사들이

한둘씩은 있긴 하지만...


이들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군.


엄청난 인기야.'


관우가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잠시 후,


번잡한 거리의

뒤쪽 골목으로 들어간 둘이

아담하고 청아한 느낌이 나는

예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부자들이나

높은 관리들이 사는

크고 넓은 집은 아니었지만,


담벼락 바깥까지

크고 굵은 가지들을

늘어트리고 있는


갖가지 나무들이

잘 정돈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대문이

무척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대문이라니...


저런 색을

도대체 어떻게 조합했을까.


어떤 염료를 썼는지 모르지만,

참 신비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군.


주인의 안목이 대단하구나.'


관우가 가만히 서서

그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장비가 한 발 앞으로 나서

집안을 향해

크게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 왔소. 문 좀 여시오.”




장비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가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운 옥색의 옷을 입은

중년 여인 하나가

대문을 열고 나와

허리 숙여 공손히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유공, 장공.”


그 여인은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묘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내보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고귀한 정경부인들 같은

기품이 느껴졌고,


또 어떻게 보면


기루에서

사내들에게 웃음을 파는

노류장화 같은

매혹적인 느낌도 있었다.


여인의 인사를 받은 유비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오늘,

아주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네.


평소보다

신경 좀 많이 써주게나. 미려.”




미려...


그것이

여인의 이름인 것 같았다.


유비의 부탁을 들은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관우를 쳐다보았다.


잠시 관우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여인이

살포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귀한 손님이시네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잠시 후,


고용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관우의 말과 짐을 맡아

어딘가로 사라지고,


셋은

여인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여인의 집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마당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연못이

참 아름다웠다.


이름도 모를 갖가지 꽃들이

연못 위에서

고운 빛깔을 뽐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연못 옆에는

작은 누각 한 채가

멋지게 지어져 있었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주변의 풍경과 조화롭게

잘 배치되어 있었다.




여인은

그들을 누각으로 안내했다.


셋이 자리를 잡고 앉자,

여인이 말했다.


“일단 간단한 안주와

술을 내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여인은

다시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사라졌다.




여인이 몸을 돌려 사라지자,

유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관우에게 말했다.


“하하하,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려.


미려가

첫 손님에게

저리도 공손히 대하는 경우를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과연 관공이

영웅은 영웅이신가 보오.”


장비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젊었을 때는,


낙양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꽃이라...


나이를 먹고

낙향한 지금까지도

그 콧대가 예사롭지 않은데...


관공의 기운이

과연 대단한 모양입니다.”


둘의 칭찬에

관우가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두 분께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도,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그만들 놀리시지요.”


관우의 말을 들은 유비가

손사래를 치며

얼른 말을 받았다.


“관공,


내가 비록 이리 살아도,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간사한 인간은 아니오.


작은 걸 보면

큰 것을 알 수 있듯이,


관공이 아까

아이들에게 행한 모습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소.


영웅을 영웅이라 하는데

어찌 그걸

놀린다 생각하시는 거요.


이건 내 진심이외다.”


장비도 서둘러 말했다.


“저희 형님은,

자존심이

하늘보다 높으신 분입니다.


저도

유비형님을 제외하고는

어디 가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고,


그 누구와도

싸워서 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볼 때도

관공께서는 분명히,

그런 대접을 받으실만한

훌륭한 분이십니다.


제 눈은 틀림없습니다.”


정색까지 하면서

자신에게 얘기하는 둘을 보자,


관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저 허허 웃었다.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오래된 느낌이,


오늘 이 둘을 만나면서

그의 가슴 속에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좋으면서도 뿌듯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그 느낌은


실로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되찾아주었다.




그들이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미려라는 여인이

고용인들을 이끌고

누각으로 다가왔다.


겉보기에도

진귀한 술임이 분명한,


아름다운 병에 담긴 술을 들고

앞장선 여인의 뒤로,


멋진 접시에 담긴 음식을 든

사람들 셋이 따라왔다.


식욕을 돋우는 향기가

누각을 가득 메웠다.




'상차림을 보니,


낙양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것이

과연 허언이 아니로군.


범상치가 않아.'


젓가락을 들어

생선 요리 한 점을 맛본 관우가

감탄한 표정을 짓자,


고용인을 물린 여인이

술병을 들어

관우의 술잔에

잔을 채우며 말했다.


“장미려라 하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대인의 성함을

감히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술을 받은 관우가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답했다.


“하동에서 온 여행자,

관우라 하오.


융숭한 대접, 참으로 고맙소.”


장미려가

조용히 관우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유비에게 말했다.


“유공께는

정말로 크나큰 복이

천운처럼 따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미 형제의 연을 맺으신

장공만 해도


혼자서 능히

만 명을 상대할만한

호걸이거늘...


여기 관공께서는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용맹하고

강인하신 분 같습니다.”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내 기분이 엄청나게 좋으이.


하고많은 술집 중에

내가 왜 여기로

관공을 모시고 왔겠나.


아까 처음 뵈었을 때부터,

딱 느낌이 왔지.

이 분은 영웅이다 라는...


관공께는

혹여 실례가 될 수 있으나,


사실 난,

자네의 눈을 믿기 때문에

자네에게도

확인받고 싶었다네.


이 분의 진가를...”


장미려가

유비의 말에 긍정의 뜻으로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사내들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이후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사내들의 대화를 경청하며

조용히 접대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만들어주었다.




대낮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어느덧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계속 되었다.


마구 웃고 떠들거나,

신나서 흥겨워하는 것도 아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현 시국의 난세에 관해

대화를 주고받는

소소한 술자리였으나,


술잔이 비워지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마다


셋의 마음속에는

어떤 운명처럼 느껴지는

탄탄하고 따뜻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어느 순간,

장미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제 집에는,

술이 떨어졌습니다.


더 준비할 수도 있지만은,


오늘이

세 분에게는

첫 자리라 하시니


이쯤에서 접으시는 편이

앞날을 위해

더 나을 것 같습니다만...


공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장미려의 말에

유비가 다소 아쉬운 표정으로

관우를 쳐다보았다.


관우가 정중히 말했다.


“네,


주인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까의 남매가

행복해진 모습을

제 눈으로 꼭 보고 싶습니다.


이제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사는 보람이랄까...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을

맛보았습니다.


이제 청룡사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의 웃는 얼굴까지 본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가 될 것 같군요.”


관우의 말에,

장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관공께서는,

천하의 영웅이자

진정한 의협이시오.


존경스럽소이다.”


유비도 웃으며 말했다.


“요즘 같은 난세에

관공 같은 의협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이 조금이나마

좋은 쪽으로 나아가겠지요.


마음 같아서는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계속 마시고 싶지만,

그만 일어나십시다.


관공께

완벽한 마무리를

선물해드리는 것이


술 한 병 더 마시는 것보다

훨씬 좋겠지요.”


셋은,

그렇게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하던 장미려가

관우에게 말했다.


“타고 오신 말과

가져오신 짐은

제가 잘 맡아 놓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까부터

꼭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지금 잠시 말씀드려도

괜찮으실까요?”


아까와는 다르게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장미려가 입을 열자,


관우가 흔쾌히 응했다.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관우의 대답에

장미려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


“관공께서는...

낙양의 홍화루라는 곳을

혹시 아시는지요?”


관우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그런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오...처음 들어보는 곳이오.”


장미려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낙양 쪽에 연이 있으신지요?


가족이라든지

가까운 친척이라든지...”


장생의 심장을 빼앗아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그런 인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없소.


우리 가족이나 친척들은

다 하동에 있다오.”


관우의 확고한 대답에

장미려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시군요.


제가 잠시 착각했나 봅니다.


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분위기가 비슷하셔서.”


그녀의 말에,


그의 마음속에

강한 호기심이 올라왔으나,

대화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유비와 장비가

그의 뒤에 서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들르겠소,


그때, 자세한 얘기를

좀 더 나눠봅시다.”


그렇게 말한 관우가

몸을 돌려

유비와 장비에게 향했다.




셋이 청룡사로 떠나자,


슬픈 듯 기쁜 듯

미묘한 표정으로


달빛 아래서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장미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

밤바람 한줄기가

쓸쓸하게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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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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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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