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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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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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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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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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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사의 무사 - 4

DUMMY

제3화 조우(遭遇)


장성너머 오랑캐들의 땅은

춥고 무서웠다.


흑룡강(黑龍江)에서 시작되는

매서운 대륙풍은

중원의 모래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육체의 고통을

무명에게 선사했다.


흑랑회 소속 용병으로

대륙의 끝 요서벌판,

북쪽의 성채로 배치 받은 무명은

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황무지가

드넓게 펼쳐진 인상적인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북쪽으로 가야만 한다.’는

머릿속의 직감을 따라,


용병이 되어

북쪽의 전장에 지원한 그는,


중원인의 신분으로

현재 갈 수 있는 영토의

최북단에 서있었다.




무명의 임무는

나라에서 파견된

정규군이자 개척군인

둔전병(屯田兵)들을


이민족 약탈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었다.


개간된 황무지와

둔전병막사를 둘러싼 형태로

길고 넓게 조성된

거대한 성채와 해자를 경계로

성채바깥 동서남북에 건설된

4개의 전초기지.


그 전초기지의 망루에 올라

무명은

동료들과 하루에 3교대로

경계임무를 섰다.




장성을 경계로

아주 오래 전부터

중원과 대치하고 있는

다양한 이민족들.


시황제 이전, 전국시대에는

연나라의 영토였던 이곳은


현재 중원인들의 통일제국 한(漢),

유씨 왕조의 영향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혼란과 무법의 땅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을 요람삼아

사냥과 유목으로

어릴 적부터 단련된

흉노, 선비, 오환, 말갈의 전사들은


달리는 말위에서 화살을 날려

적의 투구장식을 맞출 정도로

활솜씨가 뛰어났다.


고기를 주식으로 삼았기에

체구도 중원인들보다

목 두 개는 컸고,

무엇보다 힘이 좋았던 이들은


근접전에서는

칼과 단창(短槍)을,


원거리에서는

활로 전투를 수행했는데


모든 전투를 말 위에서 운용하는

숙련된 기마병들이었고,


혼자서도 능히

열 명의 중원인을 상대할 수 있는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이들의 검증된 기동성과 전투력은

고대로부터 유전자에 각인될 정도로

중원인들이

매우 두려워하던 것이었으나,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 종족별로 분열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싸움을 반복한 그들의 역사는,


결국 통일제국을 세운 중원인들의

효율적인 집단전투체제와

농경(農耕)에서 비롯된

물량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2백여년에 걸쳐

서서히 약해져갔다.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곳.


요하(遼河)를 경계선으로

동서로 나뉜 이 드넓은 영토는,


단 하루라도 죽음이 끊이질 않는

엄혹한 땅이었다.


요하의 서쪽 요서벌판은


중원과 경계를 맞대고

장장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족(漢族)이 세운 제국들이

그들과 맞서

약탈과 침략, 전쟁과 화평을

반복하는 땅이었고,


요하의 동쪽 요동반도는


'고구려'라는

예맥의 후예들이 세운 신생국가가


'반농반목(半農半牧)'의

체제에서 비롯된

강대한 경제력과 전투력을 바탕으로


오랜 숙적,

동호(東胡)의 후예인 그들과

정벌과 복속, 살육과 복수를 반복하며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땅이었다.




전투와 사냥이, 약탈과 유목이

삶속에서 따로 구분되지 않는

‘가혹한 전통’을 역사로 가진 그들은,


어떤 때는

종족끼리 힘을 합쳐 중원을 위협했고


어떤 때는

종족끼리 분열되어 중원과 손을 잡고

종족 전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간혹 같은 종족들끼리도

골육상쟁의 내전을 치루며

살벌한 권력투쟁의 모습을

중원에 보여줄 때도 있었다.




무명이 파견된 무렵의 이민족들은,


동서내전에서 승리한 동흉노가

선우(單于)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남북으로 갈려


합종연횡을 반복하며

수시로 중원을 침입하던

혼란의 시기였다.


이들은

어떤 때는 중원인과 손을 잡고

선비나 오환, 말갈족과 싸우기도 했고


어떤 때는 네 부족이 연합해

중원을 공격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자기들끼리 두 패로 갈려

살육의 내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명이 매일 망루에 올라

자신의 직감과 관련된 변화가

무언가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며

열심히 경계를 선지

3개월쯤 지났을 무렵,


드디어 그들이 나타났다.


일곱 명의 기마병으로 이루어진

그 단출한 전위대(前衛隊)는


그야말로 소수 정예의

풍림화산(風林火山)같은

입체적인 기동으로


극히 짧은 시간동안

서쪽의 전초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망루를 불태웠다.


후위 셋이 말을 타고

진지 주변을 돌며 쏴댄

백여 발의 불화살은


기지의 목책을 넘어

창고, 병영, 마구간 등

핵심장소를 불태웠고


이 과정에서

전위 넷이 역시 말을 타고

이들을 엄호하며 날린

수백발의 화살은


기지의 전투병력

이백여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동쪽과 남쪽의 기지와

무명이 있던 북쪽 기지에서도

지원군을 보내

전투에 임하도록 하였으나,


무명을 선두로 한

흑랑회 소속 용병들이

제일 빨리 달려갔음에도


이미 그들은

충분히 임무를 마치고

재빨리 퇴각하여

화살도 닿지 않을 먼 거리까지

도달해있었다.


마치 무슨 꿈속에 나타난 유령처럼,


황혼의 붉은 빛 속에

희미한 뒷모습의 흔적만 남긴 채


그들은

무명의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피해를 복구하며

밤샘근무를 하던 무명에게

서쪽기지의 부상병 하나가

뜬금없이 말했다.


"그놈들 같은 오랑캐는

본 적이 없어...


너무 특이해...."


아까의 습격에서

다행히 가벼운 부상으로 그쳐

그와 함께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서쪽기지의 생존자를 향해

무명이 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리요? 특이하다니?"


사내가 대답했다.


"내가 용병생활 15년에

이곳에서만 3년째인데...


그렇게

귀신처럼 솜씨 좋은 놈들도

처음 봤지만,


그렇게

각자 다른 종족들이 섞여있는

전위대도 처음 봤어...


흉노, 말갈, 선비, 오환에


여기서 아주 먼

남쪽의 강족(羌族)과

서쪽의 융족(戎族),


심지어 한족(漢族)도 있었어...


내가 본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일곱 놈은 모두 종족이 달라."




사내의 말을 듣고 있던

무명의 머릿속에

새로운 명령이

송곳처럼 찔러 들어왔다.


만나라...만나야한다




갑자기 뇌리를 파고든

새로운 명령에

무명의 눈동자가 살짝 붉어졌으나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던 사내는

무명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무엇보다도...

그 놈들은 죽질 않았어...


분명히 내가 쏜 화살은

맨 앞에 있던 놈의 목에 박혔어...

정통으로 꿰뚫었어....


내 화살이

그 놈의 뒤통수로 뚫고 나왔고...

새빨간 핏줄기도 터져 나왔어...


그런데 그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화살을 뽑았고...


목에 시커먼 구멍이 뚫린 채로

웃었어....날 보며...."


말을 이어가던 사내의 목소리가

공포에 질려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무명은

사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진정시켰다.


"잘못본거요.

해가 지기 직전이었소.


아마 목덜미의 옆을 스쳐

투구의 뒤쪽 가죽을

뚫고 나갔을 거요.


피도 그래서 터진 걸 것이고..."


무명의 합리적인 말에도

사내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첫 습격으로부터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공격이 몰아쳤다.


해뜨기 한 시진쯤 전,

가장 어둡다는 밤 시간에 시작된

대규모의 야습이었다.


이번엔 일곱 명의 전위대가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남쪽기지를 습격했고,


반각정도의 짧은 시간차를 두고

삼천에서 오천정도 규모로 보이는

본대가


낮의 기습으로 망가진 서쪽기지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둔전병들이 머무는 성채 앞으로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무명이 소속된 용병부대를 비롯해

세 곳의 기지에 분산되어있던

천오백 정도의 경계부대는


일곱 명의 전위대가 습격한

남쪽기지로 집결해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본대가 밀어닥친 서쪽기지엔

아까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이백 명 정도의 경상자들과

오십 명 정도의 중상자밖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전멸할 때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대의 습격을 받아

극심한 혼란에 빠진

경계부대의 총대장 민하령은,


급히 명령을 내려

병력을 둘로 쪼개

이민족의 본대가 밀어닥친

서쪽방향으로 보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일곱 명의 전위대 중 한 명이

마치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후방,

별도 뜨지 않은 밤하늘을 향해

불화살 하나를 쏘아 올렸다.


얼마후,

갑자기 새카만 밤하늘을 뚫고

거대한 불덩이 세 개가 날아와

서쪽으로 급히 가던

경계부대의 행렬을 짓뭉갰다.


거대한 불덩이의 정체는

투석기에서 날린 바위였다.


바위의 표면에

기름을 잔뜩 부어 불을 붙인

그 투석 공격은


마치

혜성의 궤도를 탄 벼락처럼 날아와

지축을 흔들 정도의 굉음을 내며

경계부대의 가운데 행렬을

눈 깜짝 할 사이에 쓸어버렸다.


살아남은 몇몇이 몸에 불이 붙어

비명을 내지르며 뛰어다니고


허리가 끊긴

경계부대의 뒤쪽을 향해

곧 2파가 날아왔다.


또다시

세 개의 불덩이에 짓이겨진

경계부대는

이제 전멸 직전이었다.


투석 공격을 받지 않은

앞쪽의 병사들을 향해

서쪽에서 밀어닥친 그들의 본대가

공격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절망스러운 고통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고


혼란이 극에 달한

아비규환의 풍경이

침묵의 거대한 시체더미로

바뀌는 데는


채 일각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주석 >>>>


※ 예맥 :

고대 만주지역에 거주한

한국의 종족 명칭.


예(濊)와 맥(貊)으로

나누어 파악하기도 한다.


※ 동호(東胡) :

중국 춘추시대에서

한(漢)나라 초기에

몽골고원의 동부에서

생활한 유목민족.


사기(史記), 흉노전(匈奴傳)에

기록이 보이나,

몽골계를 중심으로 하여

퉁구스계(系)가

혼혈된 종족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처음에는

서역(西域)의 월지(月氏)와

마찬가지로

흉노보다 우세하였으나


흉노의 묵돌선우

(冒頓單于:?∼BC 174)에게 토벌되어

그에 복속하였다.


후의

오환(烏恒),선비(鮮卑),거란(契丹)은

모두 동호의 후예라고 한다.


동호란

퉁구스의 음역(音譯)이라는

설도 있으나


이것은

호(흉노)의

동쪽의 민족이라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 선우(單于) :

撑犂孤塗單于

(Chengli Kutu Shanyu)

탱리고도선우의 준말,


'單'은 '홑 단'으로 읽히나

흉노어의 음차로 쓰일 때에는

'오랑캐이름 선'으로 읽힌다.


흉노족과

그 후신인 유목민족의 부족장,

군장을 지칭하는 고유명사.


한서 흉노전에 의하면

탱리는 하늘,

고도는 아들,

선우는 광대함을 뜻한다.


즉,

'위대한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몽골 학자들 중 일부는

이 명칭이

몽골어 '텡그린 후후두 초노

(하늘의 자손인 늑대)'를

음차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설에 따르면,

선우라는 왕명 자체가

늑대를 뜻하는

'초노'에서 왔다는 말이 된다.


늑대는 몽골 문화권에서

'하늘의 개(텡그린 노호이)' 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신성시되는 동물로,


돌궐의 깃발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숭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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