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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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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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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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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61

작성
22.06.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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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사의 무사 - 25

DUMMY

제 9 화 탈출

- 기원(起原) 편 02


서복 일행의 배는

항해 보름 만에

무시무시한 폭풍우를 만났다.


사나운 비바람이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그들의 배를 습격한 그날 오후,


바다와 하늘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던 선장은

어두운 얼굴로

항해사와 긴 상의를 하였고,


탐사대장인 서복에게 찾아와

북쪽에서부터 거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이라면 모를까

바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서복인지라,


선장의 무거운 표정만으로도

아주 불안한 예감이 들어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늘밤에 닥칠 수많은 난관에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 말하며

선장이 밖으로 나간 후,


그는

선실의 탁자에 앉아

괘를 뽑아보았다.


곧,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날 그가 뽑은 괘는

죽음과 고통, 시련 등

온통 불운을 상징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일상의 운이란,

그날그날의 환경과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일진이라 불리는 그것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하늘의 상태, 즉 날씨다.


그 다음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은

땅의 상태, 즉 사람이다.


하늘의 상태를 천재지변,

땅의 상태를 생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그런 해석의 차이는

서복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그날그날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지,


천재지변이든 날씨든

호환(虎患)이든 인재(人災)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장이 전한 두려운 말과

불길한 괘,


그리고

지금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이

바다 한 가운데라는,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장소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바다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그 두려움은 매우 컸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갔다.


해가 저물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서있는

배를 빼놓고는,

사방 모두가 시커먼 물뿐이었다.


눈으로는 측량조차 버거운

거대한 물이

작지만 강하게 일렁이며

그의 발밑을 불안하게 흔들었다.




그 끊임없는 물의 일렁임은

항해 첫 날부터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 그를 걱정하며

선장이 옆에 붙어

이것저것 돌보아주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일주일 정도 지나서야

겨우 그의 상태가 안정이 되었다.


그들의 목적지인 봉래는

열흘 정도만 더 가면 된다고,

그러니 조금만 더 참으시라고,


선장이 웃으며 말했고

서복도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랬던 선장이,

그런 어두운 얼굴로

거대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니

오늘밤 단단히 대비하라 전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선장은,


순풍이 계속

잘 불어주고 있기 때문에

목적지인 봉래에

어쩌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서복은

바다의 변덕스러움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자연의 본질이

천변만화라 하나,


어찌 이 바다라는 장소는

이리도 수시로

상태가 휙휙 변한단 말인가.




서복은

다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하늘의 상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이 넘게 배를 타며

바다 위에서 살아온 선장이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했으면,

그건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하늘은,

폭풍이라는 불운으로

그들에게 시련을 내릴 것이다.


그럼 바다는 그렇다 치고

땅의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 그에게 있어 땅은,

자신이 발을 딛고 서있는 배와

그 배 주변을 둘러싼 바다였다.


서복은 항해가 처음이었기에,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렇기에 당연히

바다에 사는 맹수들이

무언지도 몰랐다.


바다에서

호환을 만나진 않을 것이고,

그럼 상어인가 하는

사나운 물고기를 조심해야하나?


아닌가?


고래라는

거대한 물고기를 만나는 건가?


서복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바다의 짐승들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서복은 이제

배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탄 배 안에는

지금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군인과 아이들, 뱃사람들


그리고

제일 아래 선실에 묶여있는

실험체들과


그들을 지키고 있는

거한 '노철'이 전부였다.


군인 중에 누군가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려나?


아니면

뱃사람들이 갑자기

해적으로 돌변하려나?


이 문제에서도

서복은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의 속마음을

어느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의 변화와

땅의 변화가 만나


행운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운명,

즉 운이다.


좋은 날씨와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만나면

풍작이 들어

그해 겨울을 배불리 견디어내고,


나쁜 날씨와

악하고 게으른 사람들이 만나면

약탈과 살인이 일어난다.


가뭄이 계속되면 숲이 메말라

배고픈 호랑이가 산을 내려와

사람들을 잡아먹고,


홍수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

치수에 실패하면

기근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것이 세상만물의 이치이고

신의 의지이자 자연의 원리이다.


그리고

그 운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

바로 괘다.


이 괘라는 것은,

작은 것은 틀어질 수 있어도

큰 것은 무너지지 않는다.


죽음과 고통, 시련을 상징하는

불운의 괘가

연이어 나온 이상,


오늘을 무사히 버텨내려면

그야말로 각오가 필요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는 각오.’


거기까지 생각한 서복은

다시 선실로 돌아와,

자신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옷차림부터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따뜻한 것으로 갈아입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벼운 찰갑을 그 위에 걸쳤다.


항해를 떠날 때

황제가 자신에게 내려준

대장의 갑주를

침상 가까운 곳으로 옮겨놓고,


그는 비장한 얼굴로

단도 두 자루와 검 한 자루를

자신의 허리에 찼다.




그날 밤,


선장의 말대로

무시무시한 바람이

사나운 비와 함께

그들을 습격했다.


이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탄

거대한 배가,


마치

봄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고도 안타깝게,

이리저리 제멋대로 흔들렸다.


망망대해의

일엽편주(一葉片舟)라는 말이

처절하게 체감되는 밤이었다.




전국시대의 전장을

공포로 물들이던

진나라의 검은 강병들도,


수십 년 동안 배를 몰며

바다를 휘젓고 다니던

거친 뱃사람들도,


어떻게든 쓸려나가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 다였다.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던

선실 안은

사람들이 토해놓은

토사물로 더러워졌고,


단단하고 굳세던 갑판은

거센 폭풍우에 깨져나가

커더란 구멍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찢어진 돛이

거대한 깃발처럼 휘날리자,


선장은

자신이 먼저 몸에 줄을 묶고

몇몇 선원들을

그 줄로 연결하더니,


폭풍우의 한 가운데로

용감히 나아가

아직 찢어지지 않은 돛을

열심히 감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개의 돛마저

찢어져버리면

더 이상의 항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리라.




뱃일에 관해서는

선장의 관록에 맡기기로

맘먹은 서복은,


봉래에 도착하면

새로운 실험체로 쓸

아이들부터 챙겼다.


몇몇 아이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다.


아이들이 머무는 곳은

가장 넓고

쾌적한 선실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흔들림이 덜 했고


서복이 항해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이

아이들의 건강상태였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나머지 돛을

무사히 지켜낸 선장이

서복에게 돌아와 말했다.


만약에 혹시라도 암초를 만나

배의 어딘가가 깨져나가면


그땐 난파될지도 모르니

단단히 각오하시라고,


그러니

서로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을 만큼


넉넉한 길이의 생명줄로

지금 모두를 연결하고,


자신이 위험신호를 보내면

갑판으로 모두 나와

탈출을 준비하라고.


서복은 결연한 얼굴로

선장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과 자신의 몸을

긴 밧줄로

하나하나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런 인간의 사정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폭풍우는 더욱 거세어졌다.




한편,

가장 밑바닥의 선실에서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엄청난 굵기의 쇠사슬로

두 팔을 묶여

선실의 벽에 구속된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은,


심상치 않은 흔들림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배의 흔들림이 격렬해질수록,


소년소녀들의 두 눈에서

붉은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하며

변화를 반복하였다.


그들은

항해의 시작 전부터

무거운 쇠사슬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었고,


배에 타기 열흘 전부터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여

그들의 힘을 제한하기 위해


서복이

일부러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불사의 육체를 가졌어도,

먹지를 못하면

힘을 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열흘 동안

물조차 마시지 못한 그들은

어느 날 밤,


얼굴에 검은 두건이 씌워진 채

배의 가장 밑바닥으로 끌려왔다.


빛이라고는

횃불 몇 개밖에 없던

지하석실에서


다시

어두컴컴한 배의

최하층 선실로 옮겨진 그들은,


마치

밝은 햇빛 아래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처럼


그렇게

불길한 짐승마냥

취급되었던 것이다.




선실 벽에 아주 단단히,

다시 양팔이

쇠사슬로 구속되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희미한 빛이라도 볼 수 있었다.


거한이

그들의 눈을 가린 검은 두건을

벗겨냈기 때문이다.




허기와 갈증에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눈앞에,

‘그들의 창조자’가

웃으며 서있었다.


서복의 존재는,


그들에게

공포이자 증오의 대상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먹이를 주는 주인이기도 했다.


서복은

그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더니

거한에게 말했다.


봉래에 도착할 때까지

물만 주라고,


갈증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장기 몇 개가 못쓰게 되고,


그러면 또 다시

귀찮은 수술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사태만은 막자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무자비한 명령 덕에,


그들은

열흘 만에

겨우 물을 마실 수 있었고


허기와 갈증 중에

그나마 한 가지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심지어

지금 그들이 묶여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본능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위험을 벗어나고 싶으면

어서 사슬을 끊고 움직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고통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그런 외침이

그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질 때마다,


소년소녀들의 두 눈은

붉게 빛났다.




그런 실험체들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거한 노철은,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는지

슬며시 옆으로 손을 뻗어

보기에도 살벌한 모양의

철퇴를 그러쥐었다.


철퇴를 손에 쥐고,


거한은

그들을 묶은 쇠사슬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았다.


그들을 구속한

굵은 쇠사슬은 두 개였다.


하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그들 서른 명의 몸을

모두 하나로 연결한

가장 긴 사슬이었고,


또 하나는

확실한 구속을 위해

각자의 두 팔을

한 번 더 묶어


선실의 벽에

못으로 박아 고정시킨

짧은 사슬들이었다.




실험체들을 구속한

두 개의 사슬에 문제가 없자


거한은 철퇴를 품고

다시 그들의 앞에 앉았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육중한 몸도

어쩔 수 없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두건 안에서 빛나는

그의 두 눈만큼은

실험체들의 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쾅 하는

엄청난 소리가 들렸고,


그들이 있는 선실의

벽 한 구석이 깨져나가면서

바닷물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거한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건

묶여있는 소년소녀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발목까지

순식간에 차오른 바닷물을 보고,


공포에 질려

몸을 마구 흔들어대며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거한이

그런 그들 중 하나의 다리를

철퇴로 후려치며

겁을 주었으나,


이미 시작된 그들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물이라는 공포는

그들 모두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전염되었고,


그 생경한 공포를

결국 견디지 못한 소년 하나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행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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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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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6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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