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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72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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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추천
8
글자
10쪽

불사의 무사 - 5

DUMMY

순식간에

동료들의 목숨이 짓이겨지는

잔인하고 두려운 광경을 목격한,


남쪽기지에 남은 생존자들은

이제 선택해야했다.


도망칠지 죽을지를...


칠백정도가 남아있었으나

죽음을 선택할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기지의 목책을 넘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민족의 본대에서

기마궁병으로 구성된 추격대가

좌우익 양갈래로 튀어나와

도망치는 칠백여명의 등에

무자비한 화살세례를 퍼부었다.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그나마 어둠에 가려져있던

처참한 광경들이

태양아래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쐐에엑~~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3파가 날아왔다.


이번 투석 공격은

간격과 방향을 신중히 조정한 듯,


아까의 공격과는 다른 곳을 향해

새벽하늘을 반으로 가르며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갔다.


3파가 날아간 곳은

1만여 명의 둔전병이

주둔하고 있는

본진성채였다.


투석기의 공격을 받은

성채의 담에 불이 붙고

큰 구멍이 뚫리면서

천지사방으로 파편이 튀어나갔다.


뒤이어 4파 5파가

연속으로 날아왔다.




이민족의 본대는

투석 공격을 받는

성채의 반대쪽에서,


처음의 공격으로 학살당한

경계부대의 시체들을

말을 달리며 갈고리에 걸더니


마치 흙포대를 던지듯

해자를 향해 집어던져

빠르게 물길을 메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자의 한 부분이

시체들로 완전히 메워졌고,


적의 시체로 만들어진

급조된 다리를 밟고 경계를 넘어

본진성채에 도달한

갈고리 기마부대가


본대의 엄호를 받으며

이번엔 성채의 담벼락에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단창이나 칼, 활 같은

공격무기가 아닌

거대한 방패를 등에 지고

긴 갈고리를 손에 든 채

말을 달리던 그들은,


2개조로 나뉘어

한쪽은

해자를 더 넓고 단단히 메웠고,


한쪽은

성채의 담 높이에 맞춰

교두보를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해자를 건널

임시 교각이나

성채에 붙여 쌓아올린

교두보의 재료는,


모두 아까 죽은

경계부대의 시체들이었다.




그렇게

적병의 시체들로

해자의 일부를 메우고,


성채의 담과 높이를 맞춘

한 줄의 교두보를 쌓아올려,


그들의 본대가 밟고서

둔전병의 본진으로 진격할

시체의 산이

어느새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 때,

갈고리 부대를 엄호하던

이민족의 본대 뒤쪽으로

새로운 부대의 깃발이 나타났다.


천명쯤 되어 보이는

그 새로운 부대는,


검은 늑대가 그려진 깃발의

화려한 문양으로 보아

중원에서 온 병사들에게

'전장의 악몽'이라 불리던

말갈족의 부대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잔인하고

극강의 전투력을 지녔다는

흑수말갈족의

‘중장갑 보병부대’로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일곱 명의 기마병들이 나타났다.


활이 아닌

칼, 창, 도끼, 극, 쌍도 등등

각자의 무기를 빼든

일곱의 기마병은 바로 그들,


어제 황혼의 기습,

오늘 밤 야습의 포문을 연

'특이한 전위대'들이었다.




그들은

본대의 엄호를 받으며

바람처럼 말을 달려


해자를 메운

시체의 다리를 거쳐


성채 담벼락보다 높게 쌓인

시체의 교두보를 타고

적의 본진에 침입했다.


그들이 산 정상에서

적의 본진으로 파고든 시간은

채 반각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질풍 같은 속도였다.




그들은

성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성채의 방어부대 중 한 곳을

마치 날카로운 비수로 찌르듯

큰 구멍을 내었다.


애당초 경계부대처럼

용병이나 전문전투병도 아닌,

강제로 징집된 둔전병들이

그 일곱의 전사들을 막기엔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길게 두 줄의 행렬로 늘어선

성곽의 둔전병 방어전선은

일곱 전사의 기습으로 뚫린

작은 한 지점에서부터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말에서 내려 백병전을 펼치는

일곱의 전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적게는 두세 명

많게는 네다섯 명씩


둔전병들의 머리를 비롯한

다양한 부위의 사지가 잘려나가

짙은 피바람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마치 지옥에서 강림한

악마들 같은 모습으로,


일곱의 전위대가 만들어내는

시체의 구멍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무렵,


검은 늑대의 깃발을 든

흑수말갈족의 중장갑 보병들이


그들이 확보한 성곽의 빈틈으로

하나둘씩 기어 올라와

굳건히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그들의 전투방식은

아주 단순했다.


철퇴나 도끼, 두꺼운 도 같은

'베기와 때리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무기'로

단 한 방에 적을 분쇄하고,


부서진 적들을

성채의 아래쪽으로

차거나 밀어서 떨어트렸다.


그들은

적의 공격에 부상을 입거나 죽은

자신의 동료들도

아래로 마구 집어던졌다.


적과 아군의 목숨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목적만을 달성하려는

그들의 잔인하고 사나운 모습에


공포에 질려버린 둔전병들은

더는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하나둘씩 뒷걸음질 치며

전열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일각도 못되어

흑수말갈족의 중장갑 보병들에 의해

성채의 반대편 담벼락에도

거대한 시체의 산이 만들어졌다.


천여 명의 보병이

완전히 성곽에 자리를 잡고

공격거점을 마련하자


해자에서 시작해

성채 바깥 담을 거쳐

성채 안쪽의 성곽으로 이어진,


수많은 시체들로 만들어진

넓고 튼튼한 기병의 진격로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잠시 후,


다시 말에 올라탄

일곱의 전위대가

새롭게 만들어진

안쪽의 교두보를 타고 내려가


이번엔 활을 꺼내들고

그들의 특기인 '기사(騎射)공격'을

성곽을 따라 말을 타고 돌면서

곧바로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채 안으로 침입한

본진의 기마궁병 2진도


일곱의 전사들 뒤에 붙어서

빠르게 말을 달리며

그들과 호흡을 맞춰

'기사공격'을 시작했다.


본진의 기마궁병 1진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바깥에 머물며

'기사공격'을 시작했다.




성채바깥쪽에서는

기마궁병 1진이,

성채안쪽에서는

기마궁병 2진이,

'기사공격'을 동시에 날리자


방어에 치중하며

그나마 그럭저럭 버티던

둔전병들의 수가

정말 빠른 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목적을 완수한 투석 공격은

이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성곽의 정리를 끝낸

흑수말갈족의 중장갑보병은

투석기에 반파된

성채의 정문으로 이동하여


그곳을 지키고 있던

전투병과 둔전병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고

드디어 성문을 열어젖혔다.




이제 전투는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나머지 본대병력마저

성채 안으로 모두 들어와

난도질을 시작하자,


둔전병의 성채는

전멸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죽어나가는 둔전병보다

항복하는 둔전병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자진해서 노예가 되어

목숨이라도 건져보겠다는,

당연한 본능의 선택이리라.




전투가 거의 정리되어갈 무렵,


일곱 명의 '특이한 전위대'는

700여명의 패잔병을 소탕하러간

기마궁병대가 사라진 숲 쪽으로

다시금 말을 달렸다.


어린 아이처럼 신나는 얼굴로

패잔병 사냥을 하러

달려 나가는 그들은,


어쩌면

전투가 너무 빨리 끝나버린 것을

아쉬워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남쪽의 망루에 숨어

지켜본 사내가 하나 있었다.


바로 흑랑회 소속의 용병

무명이었다.




자신의 목에 두른

소속부대의 상징,


검은 늑대의 머리가

작게 자수로 놓여진

'흑랑회의 붉은 수건'이

무엇을 본 따 만들어진 것인지,


그는

흑수말갈족 중장갑 보병부대의

화려한 깃발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전장에서 마주친

저들의 용맹한 전투력을

동경하는 용병들이

꽤 있었을 것이고,


자신을 고용한 흑랑회도

아마 그중 하나였으리라.




무명은

재빨리 현 상황을 정리하여

계획을 세워보았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새로운 명령에 따라

'일곱 명의 특이한 전사들'과

어떤 수를 쓰던 반드시 만나는 것.




계획이 세워진 무명의 행동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망루에서 내려가

혼란을 틈타

전투의 끝마무리로

슬쩍 스며든 그는,


전리품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오환족 기마궁병 한 사람을

은밀히 습격해 죽이고

그의 갑주와 무기, 말을 빼앗았다.


얼마 후,

말 한 마리가

일곱 명의 전사들이 들어간 숲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말을 모는 사람은

오환족 전사로 변장한 무명이었다.




숲으로 들어간 지

일각도 안 되어

무명은 일곱 명 중 한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흉노족 특유의

큰 키와 거대한 체구,

녹색의 신비한 눈동자,

하얀 얼굴을 온통 덮은 붉은 수염,

음영이 짙게 드리운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무명의 허벅지두께와 비슷한

붉은 털로 뒤덮인

굵고 강인한 하얀 팔뚝


그 사내와

바로 몇 걸음 앞에서 맞닥뜨리자

또다시 무명의 머릿속에

어떤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

마치 그림책을 보듯

눈앞을 휙휙 지나갔다.




무명의 머릿속에 울린 소리는

눈앞의 사내가

절망스럽게 내지른 비명들이었고,


무명의 눈앞에 지나간 기억들은

어둡고 습한 돌바닥의 방안에서

사지가 묶인 채로

누군가에게 생살이 찢겨나가며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그 사내의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새로운 기억에

무명은 무척 당황해

그 사내를 다시 똑바로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그 사내도 무명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엄청나게 괴로워했고


무명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기억속의 비명과 똑같은 소리를

입에서 토해냈다.


그 사내의 눈에는,


사지가 묶여 생살이 찢겨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는

무명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아주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

둘의 조우로 인해

서로의 머릿속에서 맞춰지며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에 관한

‘아주 오래 됐지만 새로운 기억’을

누가 내리는지도 모를

머릿속의 명령에 의해

억지로 떠올리며

강제로 공명하고 있었다.




실로 200여년 만에

현생에서 다시 만난

불사(不死)의 동료였다.


그러나


200년만의 조우는

정말 고통스러웠고,


매우 슬프고 절망적인 기억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무명에게도,


아마도 옛 동료였을

흉노의 사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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