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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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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1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6.1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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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사의 무사 - 23

DUMMY

그날의 실험은,

서복의 예감대로

첫 조짐부터 좋았다.


흉노족 아이 둘을 골라

팔다리를 잘라서


서로의 몸에 바꿔 달고

촘촘하게 꿰맨 지

한 시간이 지났어도,


붙인 팔다리가 떨어지거나

접합부위가 괴사하지 않았다.


자신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갈 때만 해도

엄청난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들도


어느덧 조금씩 상태가 안정되며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서복이 오랜만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하하, 역시...


이번 상자에 들어있던 것이

봉래에서 온 진품이었나 보군.


여와의 문헌에 나온 그대로야.


북쪽의 지네는

고통을 견디는 힘을 주고,


남쪽의 개미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을 주고,


동쪽의 식물은

그 두 가지를

끊임없이 이어주며

계속 순환되는 힘을 준다더니...”




실험의 결과물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다른 아이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 무엇보다도,

사지가 잘려나간 아이들이

죽지도 않았고

더 이상 아파하지도 않았다.


이곳에 잡혀온 이후,


그저 고통 속에

잔혹하게 죽어나가던 모습만

매일 매일 보던 아이들의 눈에도


묘한 기대감과 희망의 빛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서복은 신중했다.


아이들이 접합수술 이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는

아직 실험이 성공했다

확실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와의 문헌에 따르면

그 상태로 일주일을 견뎌내고나면,

성공했다는 징조가

실험체에게 나타난다 했는데


그는, 그것을 꼭 봐야만했다.


서복이 혼잣말을 했다.


“일주일 후,

붉은 눈이 떠져야한다.


붉은 눈...”




그때,

거한이 서복에게 다가와

아까 재료들을 반죽한

큰 그릇을 내밀어

안쪽을 보여주었다.


서복이

유심히 그릇의 안쪽을 살펴보니,

그전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가

그의 눈에 띄었다.


지네와 개미와 식물뿌리를

짓이겨 섞은 자리에

처음 보는 색깔의

찌꺼기가 보였던 것이다.


그 찌꺼기는

녹색 같기도 하고

옥색 같기도 한

신비한 색깔이었는데,


아주 청량하고 그윽한 향기를

계속해서 내뿜으며

서복의 코를 자극했다.


그 찌꺼기에서 올라오는

향기를 맡고 있자니,

기분도 점차 좋아지고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제야

서복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무릎을 탁 치며

또 다시 혼잣말을 했다.


“그래,

오늘의 재료가 모두 진짜였어!


그전까지는

세 가지 재료를 섞으면

누런 빛깔 찌꺼기 아니면

붉은 빛깔 찌꺼기만 보였어.


향기도

이런 좋은 냄새가 아니었고!”


서복의 혼잣말에 동의한다는 듯,

옆에 서있던 거한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서복이 두 눈을 빛내며

다시 살벌하게 생긴 연장을

손에 집어 들었다.


“오늘, 다 해보자!


그래서

이 지겹고도 짜증나는 실험에서

얼른 해방되어 보자!”


서복의 다짐에

두건으로 가려진 거한의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처럼 보이는

일그러진 형태가 드러났다.


서복과 거한은 바삐 움직여,

나머지 28명의 아이들에게

마구 칼질을 시작했다.


거한이 날카로운 칼로

둘의 사지를 자르면,


서복이

서로의 주인을 바꿔

팔과 다리를 달고 바느질을 했다.


결국 그날의 지하석실에는

휴식의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까지

소년소녀들의 비명소리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밤을 꼬박 새워

서른 명의 아이들 모두에게

사지를 바꿔 단 서복은,


그들의 상태가 서서히

안정화 되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몸 안의 모든 힘을

다 소진한 것처럼,

너무 많이 지쳐버린 서복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것도 잊은 채

석실의 탁자에

얼굴을 박고 자기 시작했다.


피곤하긴 거한도 마찬가지였다.


거한은

석실바닥에 흥건한 핏물들만

일단 대충 제거하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동안

지하석실엔 적막이 찾아왔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팔다리를

자기의 몸에 꿰매고,


긴 잠에 빠진 것처럼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다행스럽게도

예전의 실패한 실험들처럼

고통의 증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드디어 서복은

실험에 성공했음을 알았다.


아이들의 몸에서

접합부분의 상처가 사라졌고


두 눈이 서서히

붉게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서복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컥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불사의 육체를 만드는 실험은,

이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그는 거한의 도움을 받아,


붉은 눈이 나타난 아이들 중

두 명의 배를

날카로운 작은 칼로

조심스럽게 갈랐다.


그의 눈에 드러난 장기들 중에서

간이나 콩팥 같은 것들을 택해

세심하게 떼어낸 후,


그것을 다시

서로의 몸에 바꿔달았다.


‘이제 하루만 더 지켜보면 된다.


저 바꿔단 장기가

새 주인의 몸에

잘 들러붙기만 하면...


진짜 끝이다.’


오랫동안

온힘을 쏟은 일이라 그런지,


그날 밤은 서복에게

매우 길게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여와의 문헌에 기록된

불사의 육체가 완성되었다.


서복은

아이들의 갈라진 배 안쪽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스무 번 넘게 확인했다.


이식한 장기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장기의 빛깔도 아주 좋았고,

혈류의 흐름도 힘이 있었다.


서복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조고에게

말하러 가는 것도 잊고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웃고만 있었다.




얼마 후,

인상을 찌푸린 조고의 앞에

서복이 서있었다.


서복의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예의가 아님을 알았지만

조고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틀어막았다.


서복은

그런 조고의 행동 따위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히 말했다.


“이제 자네가 움직일 차례네.”


“무슨 소린가? 그게?”


“여와의 문헌에 기록된

불사의 육체는 완성되었네.


지금 30개가

지하석실에 잠들어있지.”


서복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조고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정...정말인가?


불사의 육체가

진짜로 완성되었단 말인가?”


“내가 왜 거짓을 말하겠나?


못 믿겠으면

보여줄 수도 있네만...”


조고가 코를 틀어막은 채,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자네가 성공했다면

성공한 거겠지.


뭘 내가 굳이 거기까지...”


조고의 그런 반응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서복이 다시 말했다.


“이제 자네가 나에게

마지막 조각을

구해다주기만 하면 되네.”


“마지막 조각?”


“신농의 문헌에 기록된,

움직이는 붉은 돌말일세.”


“아아, 그래.


그게 있어야

모든 것이 끝난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 돌이 뭐라고 했었지?”


“살아있는 사람의 건강한 심장.”


“........아...”


“지금 지하석실에서

심장을 기다리고 있는 실험체는

남자가 스물, 여자가 열이네.


거기에 맞춰

되도록 젊고 싱싱한 것들로

빨리 구해다주게.”


“아...그래,


내가

오늘 저녁이 되기 전까지

바로 구해다 주겠네.”


“잊지 말게,


이식할 심장은

꼭 살아있어야 하네.


내 앞으로 모두

살려서 데려오게.”


서복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홱 돌려

다시 지하석실로 향했다.


조고는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재빨리 움직여

갑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날 저녁,


약속대로 조고는

이십 명의 남자와

열 명의 여자를 잡아왔다.


남녀 모두

열일곱에서 스물 사이의

건강한 사람들이었고,


지하석실의 실험체들과

비슷한 또래의 나이였다.




조고가 서복을 불러

서른 명의 남녀를 인계하였다.


서복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멀뚱히 서있는 남녀들을 이끌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망설이던 조고가

큰 용기를 내어 그 뒤를 따랐다.




지하석실에 들어선

서른 명의 남녀는

그 끔찍하고 잔혹한 광경에

온몸을 덜덜 떨었다.


너무나 큰 공포는

사람의 움직임을

빼앗는다 했던가.


그들은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석실의 구석에 모여

겁먹은 짐승들처럼

그저 떨기만 했다.




“이제...어떻게 되는 것인가?”


조고가

여전히 코를 틀어막은 채로

서복에게 물었다.


“저것들의 배를 갈라야지.”


서복이 담담하게 말했다.


“배를...갈라서, 그 다음엔?”


“심장을 꺼내야지.”


조고의 질문에

짧게 대답한 서복이


거한과 함께

서른 명의 남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서복은

가장 건장해 보이는

남자 하나를 골라

거한에게 데려오라 명했고,


거한이

떨고 있는 그를 잡아와

뒤에서 꽉 잡았다.


서복이

아무 망설임 없이 칼을 들어

사내의 배를 갈랐다.




커억...


고통의 단말마를 내뱉으며,

사내의 몸이 축 쳐졌다.


서복은

아주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내의 심장을

재빨리 그의 몸에서 떼어냈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서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는

그 심장을


가사상태에 빠져있는

소년 하나의 몸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잠들어있던 소년의 눈이

번쩍 뜨이면서

두 눈이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시뻘겋게 빛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소년의 입에서

악마의 외침 같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소년의 열려진 가슴에서

엄청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심장 주변으로

혈관과 살점들이

급속도로 모여들더니,


마치 자신의 몸에

얼른 자리 잡게 하려는 것처럼

마구 엉겨 붙기 시작했다.




크아악


소년의 입에서

다시 한 번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쇠사슬에 묶인 사지가

마구 들썩거렸다.


그 모습을 본 서복이

조고에게 말했다.


“이제,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걸세.


우린 그저 지켜만 보면 되네.”


“지금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무언가?”


"글쎄...일단 지켜 보게나.


나도 아직

실제로는 못 본거라서..."




그들의 대화를 뒤로 한 채,


거한이 몸을 움직여


심장을 빼앗기고 죽은

사내의 시체를

비명을 지르는

소년의 옆에 던져놓았다.


그리곤

소년의 두 팔을 묶은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던 소년이

벌떡 몸을 일으켜


자신의 옆에 놓인

사내의 시체를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사내의 내장부터 시작해

온몸의 근육까지

부위를 가리지 않고,


소년이

사내의 육체를

거의 일각 가까운 시간동안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광경에

너무 놀라 얼이 빠져있던 조고는,


소년이

사내의 뇌수를 꺼내 씹는 모습에서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복은

그런 조고의 모습 따윈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소년의 변화만을 유심히 살폈다.


잠시 후,

뼈에 붙은 살점 일부분만을 남기고

소년이 식인(食人)을 멈추었다.


가사상태에 빠져있을 때만 해도,

피골이 상접한 외모에

귀신같은 형상이던 소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온몸의 피부는

탱탱하고 매끄러운 윤기가 흘렀고,


팔과 다리를 비롯한 몸통 전체에

두텁고 강인한 근육이 붙었다.


얼굴도 조금 달라져 있었는데,

착각일지는 몰라도

심장의 원래 주인과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비슷했다.




식사를 멈춘 소년의 눈이

붉게 타오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붉은 빛이 사라졌다.


그러자

소년의 눈이

다시 스르르 감기면서

곧 잠에 빠져 들었다.


마치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아주 고른 숨소리와

편안한 표정으로

소년은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서복이,

들뜬 목소리로

크게 혼잣말을 했다.


“됐다. 됐어! 드디어 됐어!!!

하하하!!! 드디어 완성했다!!!”


자신의 옆에서

미친 사람처럼 웃어재끼는

서복을 보며


조고의 얼굴에

불안함이 가득 피어났다.




그날 밤,


서복은 거한과 함께

나머지 스물아홉 명의 심장이식을

모두 끝냈다.




다음 날 아침,


지하석실에는

참혹한 뼈다귀와 살점들이

바닥에 굴러다녔고,


서른 명의 소년소녀들이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편안하게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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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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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8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5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3 2 11쪽
12 불사의 무사 - 12 +1 22.05.24 5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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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5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09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3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49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5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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