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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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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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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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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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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사의 무사 - 21

DUMMY

제 8 화 실험

- 기원(起原) 편 01


“크윽...”


영정은

그날 아침도 역시

심한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깼다.


어젯밤에 또 다시 시작된

기분 나쁜 두통은

새벽 무렵까지 이어져,

그를 괴롭혔다.


천하를 통일하여

세상만물을

모두 자신의 발밑에 둔

그에게,


이 미칠 것 같은 두통이

찾아온 것은

1년이 조금 못되었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하룻밤 정도를 괴롭히더니


그 주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머릿속을

벌레 같은 것이 기어 다니며

파먹는 느낌의

이 극심한 두통은,


1년이 다 되어가자

이젠 마폐탕이 아니면

잠조차 들기 힘들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이 약은 위험하니

너무 자주 드시면 안 된다고

어의가 걱정하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혀주고

잠을 쏟아지게 만드는 마폐탕을,


영정은

거의 매일 밤 먹어야만

겨우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는,

괴롭고 고단한 처지가 되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통증이 심해지다 보니,

당연히 입맛도 잃어

그의 건강은 아주 나빠졌다.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의 모습치고는

너무 초라해 보일 정도로,

그는 기력을 많이 잃었다.


통일전쟁 내내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열심히 몰두하던 정무(政務)도,


손에서 놓은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아방궁에 들어앉아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건강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밖으로 퍼져 나갈까봐,


수많은 미녀들이

그의 가까이 있었지만

아무도 곁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천하를 다 차지하고서도

두통에 시달리고 있던 그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정복한 자신이,


한낱 두통 때문에

바깥출입조차 못하고,


권력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고 비참했던 것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빨리 무언가 수를 내야만 해.’


영정은

탁자에 놓인 작은 종을 흔들어

내관을 불렀다.


잠시 후,

방안으로 조고가 들어왔다.


환관 조고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문안인사를 올렸다.


“폐하...


오늘도

잠을 설치셨나이까.”


조고는 현재

그와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자기 대신 정무를 보고 있는

승상 이사와의 소통도,


저 멀리 북방의 장성에서

국경을 지키고 있는

장군 몽염과의 서신교환도,


자신의 후계자인

황태자 부소와의 연락도


모두 조고가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 현 상황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아주 좋지 않은 모양새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딱히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자신이 두통 때문에

처음 기절했던 밤,

그걸 본 유일한 사람이

조고였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보안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서복을 불러와라.”


영정의 입에서

서복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조고의 눈이 한 순간 반짝였다.


허리를 숙인 채

잠시 침묵하던 조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했다.


“서복은,

지금 한참 실험 중일 시간인데,

보셔도 괜찮으시겠나이까.”


“상관없다.


피 묻은 옷이든,

살점이 묻어 있는 신발이든 간에

격식이나 예법은 상관없으니,

빨리 데려와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조고가

뒷걸음질 쳐서 밖으로 나간 후,


영정은

자신의 앞에 놓인

약탕기를 집어 들어

마폐탕을 잔에 따르려다가

꾹 참았다.


머리가 지끈거려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서복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맨 정신으로 버텨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느 지하실,


사방에서 냉기가 흘러나오는

차가운 석실 안으로

조고가 인상을 찌푸리며 들어섰다.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어두운 공간을,

벽에 걸린 횃불 몇 개가

희미하게나마 빛을 밝히고 있었다.


“아아아악...”


석실 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조고의 귀를 파고드는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얼굴이 더더욱 구겨지며,

조고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열 걸음쯤 걸었을까.


드디어 그의 눈에

어떤 사내의

피 묻은 등이 들어왔다.


조고가 입을 열었다.


“이보게 서종사,

폐하가 찾으시네.”


조고의 목소리에

사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서종사라 불린,

아마도 서복일 그 사내는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온통 피투성이였고,


그의 양 손에는

기괴한 연장들이 들려있었으며,


그의 발밑엔

사람의 팔과 다리 여러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지금?


폐하께서

지금 나를 보자고 하신다고?”


땅에 떨어진

잘린 손가락과 발가락을

집게 같은 것으로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힌 서복이

조고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조고가

매우 비위가 상한다는 듯

고개를 딴 쪽으로 돌렸으나,


하필 그쪽 방향에는

사람의 내장과 뼈들이

쓰레기더미마냥

수북이 쌓여있었다.


조고가 구역질을 참으며 말했다.


“그래. 지금, 바로 가야하네...


옷이든 신발이든 몸이든,

더러워도 상관없다 하시니

얼른 가세.”


“.....아직까지

만족하실만한 성과가

나오질 않았는데...”


“그건 자네 사정이고...

어쨌든 빨리 가세.”


“알았어. 가자고.”


서복이

보기에도 흉측한 연장들을

탁자 같은 곳에 올려놓고,


특이한 모양의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쪽 벽에 기대어 서있는

거한에게 말했다.


“폐하를 뵙고 올 것이니,

저것들에게 먹이를 주어라.”


“네.”


거한의 짧은 대답과 함께

서복과 조고는

지하석실을 빠져나왔다.




자신이 앉아있는 곳으로

조고와 함께 들어오는

서복을 보자

영정은 얼굴부터 찡그렸다.


그의 온몸에서

역한 피비린내와 함께,

전장의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전장의 냄새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복의 몸에서 나는 것은

시체가 썩어갈 때 나는

부패의 냄새였다.




“실험은 어디까지 진행됐느냐.”


서복이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영정이 물었다.


서복이 말했다.


“아직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여러 명의 몸을 잘라

이어붙이고 나서,


남쪽의 개미와

북쪽의 지네를 써서

다시 들러붙는 것까진

성공하였으나...


동쪽에서 온 약초가

아무래도

진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헌에 적혀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세 가지가 어우러지면

육체가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만...

곧바로 죽어버리고 맙니다.”


영정이

언짢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동쪽의 약초,


그러니까

여와(女媧)의 문헌에 적힌

불로불사의 세 가지 원료 중

하나가 가짜인 것 같다?


확실한가?”


“네...


문헌에 그려진 그림과

겉모습은 거의 비슷하나,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 것을 보면

모양만 비슷한

다른 식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 또

동쪽 땅으로 사람을 보내

구해 와야 하느냐?”


“일단

백 뿌리 정도 남아있는 걸

모두 소진해본 다음,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움직이겠습니다.


이번엔 아예

제가 직접 저것들을 데리고

그 땅에 가서,

될 때까지 해보려고요.”


“....그래,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어이, 조고야.”


“네. 폐하.”


영정이 눈을 돌려

조고에게 말을 걸었다.


“저번에

여와의 문헌을 해독한 놈이

정확히 뭐라고 했었지?”


“...그자의 말로는

동쪽 땅 끝의 봉래산이라는 곳에

사람의 모양을 닮은

약초가 있는데,


그것이

불로불사의 기운을 주는

식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맞지?


야, 서복아.”


“예. 폐하.”


영정이 이번엔 서복에게 물었다.


“그때

봉래산이란 곳에서 가져온 식물이

사람의 모양인 건 확실하지?”


“네.


그 뿌리의 모양이 꼭

사람의 머리, 몸통, 팔 다리가

달려있는 것처럼 생겼습니다.”


“그래...


일단 백 뿌리 정도

아직 남아있다 하니,

최대한 빨리 다 써보고 움직여라.”


“네. 폐하.”


“실험에 쓰는 고깃덩이들은

...충분하냐?”


“...지금 삼십 개 정도 남았는데,


모자라면

바로 조고에게 얘기하겠습니다.”


“그래...

수급에 차질 없도록 하고...”




영정이 잠시 침묵하다가

서복에게 물었다.


“그...


복희(伏犧)의 문헌을 찾으러

서쪽으로 간 놈들은 어찌 됐느냐?”


“아직까지는

특별한 소식이 없습니다.”


“그럼...

그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것 아니냐?”


영정이 묻자,

서복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폐하,


저희가 해독한 바로는,


불사의 몸을 만드는 데는

여와의 문헌에 나오는

세 가지 원료만 있으면 됩니다.


복희의 문헌에 나오는

생명의 불이라는 재료는,


아마도

‘특별한 피’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 피가

불사의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나,


확실한 것은

불사의 육체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불로,

즉 불사의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제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요.”


“불로의 역할을 하는 건,

신농(神農)의 문헌에 나오는

‘움직이는 붉은 돌’ 아니냐?”


“현재로서는

확실히 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여와의 문헌에 나오는

세 가지의 재료를 통해

불사의 육체부터 만들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신농의 문헌에 나오는

움직이는 붉은 돌은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해석에 따르면,


그건

건강한 사람의 심장이니까요.”


“..........”


“여와의 문헌에 나오는

세 가지의 재료를 구해

그릇을 만들고,


신농의 문헌을 따라

그 그릇에 기력을 불어넣으면,


불사의 육체는

완성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 이외의 것은

아직 아무 것도 모릅니다.


복희의 문헌은

저도 아직 본 바가 없으니까요.”


서복의 말에

영정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다. 어쨌든 서둘러라.


내가 죽고 난 다음에 완성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네. 폐하,

최대한 서두르겠나이다.”


“너희 둘 다 이만 물러가라.”


영정의 명에

서복과 조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영정은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었는지,


눈앞에 놓인 약탕기를 들어

마폐탕을 한 사발이나 마시고

곧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조고와 헤어져

다시 지하석실로 들어온

서복의 눈에


거한의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씹고 있는

서른 명 정도의

소년소녀들이 보였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어른도 아닌,


대충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소녀들의 몰골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시체조각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어두운 석실 바닥에 앉아

그들이 열심히 씹고 있는 것은,


개미와 지네와 식물뿌리를 갈아

밀가루와 섞어 반죽한 것이었다.


특이한 모양의 두건을 쓴 거한이

열심히 그 세 가지를 갈아,

밀가루를 곁들여 빵처럼 빚어서

그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들의 발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으며,


얼굴에는

공포의 빛이 가득했다.




다시 지하석실로 돌아온 서복이

그들의 먹는 모습을 쳐다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잘린 팔 하나를 집어 들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이 27호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쯧...아쉽네, 정말...”


서복이 집어든 잘린 팔에는,

독특한 모양의 문신이

마치 낙인처럼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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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9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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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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