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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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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9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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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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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불사의 무사 - 8

DUMMY

제 5 화 부활(復活)


무명의 실종으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막강했던 한(漢) 제국도

400여년의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세인들에게 ‘십상시’라 불리던

열 명의 환관들이

어리석은 황제를 둘러싸고

국정을 농단하였다.


중앙의 권위가 무너지며

강력한 통제력을 상실하자

대륙 각지의 관리들은

약탈에 가까운 폭정을 시작했다.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

모든 것을 빼앗긴 농민들은

유민(流民)이 되었고,


결국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도적으로 변했다.


장각이라 불리는

신묘한 도술사가

태평도(太平道)란

단체를 만들었고,


각지의 유민들과 도적떼,

이름 있는 협(俠)들을 규합하여

단기간에 십만이 넘는

어마어마한 조직으로 변모하였다.


이곳에 몸을 의탁한 사람들은

머리에 누런 수건을 두르고

세상을 바꾸자며

난(亂)을 일으켰다.


이들은 스스로를

황건당(黃巾黨)이라 불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의와 명분을 앞세워

전쟁을 시작했다.


조정에서는 이들을

황건적(黃巾賊)이라 부르고

토벌을 명하였으나,


각지의 군웅들은

두 패로 나뉘어

판세를 신중히 살폈다.


기준은 간단했다.


이 농민군을

새로운 시대의 시발점으로 보아

거기에 편승할 것이냐,


반역으로 여겨 토벌할 것이냐,



‘자신의 손에

괭이가 아닌 칼을 든 백성들을

혁명군인

황건당으로 간주할 것인가?


아니면

도적떼인

황건적으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것이,


지역의 군권을 쥔 군웅들의

당시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 시기,


산서성 해주(海州)에 있는

하동군 해지(解池) 주변의

작은 마을에

장생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장생이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마을은


해지에서 채굴한

소금원석을 가공하여

먹을 수 있는 소금으로 만드는 일에

온 마을사람들이 매달려 살았다.


해지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소금은


이렇게 역할을 분담한

하동 사람들의 노동을 거쳐

비로소 상품으로 바뀌었으며,


완성된 소금은

나라에서 전매권을 허가받은

몇몇 대상인들에 의해서만

타 지역으로 팔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대상인들의

공식적인 거래와는 별개로


몇몇 유력토호들이나

행정과 감독을 담당하는

몇몇 부패관리들이


지역의 도적떼와 내통하여

사적인 밀매를 계속 해왔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상실되자

소금을 밀매하는 세력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하동은

매일 매일이

밀매조직들의 이권다툼으로

대낮에도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

흉흉한 고장으로 변했다.




그날도 장생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마을의 염전에 나가

열심히 땀흘리며

가래질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 보는 사내들이

‘협(俠)’자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서

말을 타고 나타났다.


스무 명쯤 되는 사내들의 손에는

칼과 창을 비롯한

각종 무기가 들려있었고,


제멋대로인 행색이나

흉측한 복장으로 보아


깃발에 써진

글자의 의미와는 다르게

그리 좋은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사내들은

마을의 집회소로 들어가더니,


촌장을 비롯한

장로 몇 사람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끌고 나왔다.


누군가가

마을의 동쪽 언덕에 있는

봉화를 올렸고,


누군가가

습격을 알리는 종을 쳤다.


장생도 연장을 집어던지고

얼른 마을의 자경단이 모이는

광장 쪽으로 뛰어갔다.




잠시 뒤


마을의 경비를 담당하는

하동의 용병상단

‘용호단’에서 파견된

삼십여 명의 기마병이 도착했고,


장생을 비롯한

오십여 명의 마을 청년들은

그들 뒤에서 장창을 들고

대오를 정비했다.


용호단 병력의 두령이

그들에게 말했다.


“뭐하는 놈들이기에

백주대낮부터

남의 작업장에 쳐들어와

행패를 부리느냐?”


낯선 사내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대꾸했다.


“오늘부터 여기는

우리의 작업장이다.


네놈의 윗선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쉽게 해결될 일을

괜히 어렵게 만들지 말고

얼른 사라져라.


나도

굳이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사내의 대답을 들은

용호단의 두령은

급히 파발을 띄워

진위를 확인해보았다.


일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윗선의 답을 가지고 돌아온 파발이

두령에게 뭐라 보고했다.


잠시 후,

‘용호단’의 기마병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돌려 돌아갔다.


그들의 뒤에 서서

창을 들고 긴장하고 있던

장생을 비롯한 마을 청년들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마구 당황하기 시작했다.




낯선 사내들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마을 청년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장생도

배에 강한 발길질을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낯선 사내들의 두령이 말했다.


“어디서 감히,

무지렁이 노예 놈들이

창을 들고 눈을 부라려?


오늘부터

네놈들을 관리할 사람은,

나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얼른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라.”


결국 그렇게,

마을의 지배자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발길질에 맞은 자리가 부어올라

너무 아팠으나


장생은 이를 악물고

그날의 할당량을 채우고 나서야

겨우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다음 날부터

새롭게 마을을 장악한

낯선 이들의 횡포가 시작되었다.


하북(河北) 쪽의 억양을

쓰는 것으로 보아

장성 근처에서

활동하던 무리들로 보이는 그들은,


마을사람들을

노예 다루듯이 가혹하게

학대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마을노동체계는

해주상인들의 의뢰를 받은 양만큼

작업을 시작해서


염전에서 가공한 소금이 나오면

그 소금과

곡식 및 생필품을 물물 교환하여

각자의 가족 수에 맞춰 나눠 갖는,


매우 평화롭고 안정된 체계였다.


그러나

하북 사내들의 방식은

근본부터 아예 달랐다.


그들은 손에 채찍을 들고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때려서라도

소금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렸고,


그 소금으로

무엇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지만,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을

배급을 통해

한 달에 두 번 나눠주었다.


당연히

마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몇몇 사람들이

그들의 칼에 목이 날아가자

더 이상 아무도 대들지 못했다.




착취나 다름없는

폭압적인 방식으로

마을의 체계가 바뀌자


사람들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일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던

병자들이

한 달에 두서너 명씩 나왔고,


체력이 약한

노인과 아이들부터

차례차례 숨을 거뒀다.


그러나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사라진 노동력은

어디서 데려오는지 모를

‘끌려온 낯선 사람들’로

곧바로 채워졌고,


평화롭고 살기 좋던 마을은

이제 폭력과 공포가 지배하는

소금공장으로 바뀌었다.




며칠째 죽만 먹던

장생의 아버지가


드디어

거친 소리의 기침을 내뱉으며

가래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장생은 바로 어제,

옆집의 친구 아버지 시신을

산에다 묻어드리고

울며 돌아온 길이었다.


아버지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생은 결심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그는 그날 작업이 끝난 후,


친하게 지내던

십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밤의 오두막에 모여

모의를 시작했다.


사실 어디 가서

누구랑

멱살 한번 잡아본 적도 없는,


순박한 마을청년들이

하룻밤동안

모여서 상의한 결과물이

좋을 리는 없었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그들의 의기(義氣)는


모든 것이 다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순진한 기대와

막연한 낙천성은


다음 날,

온 마을을 피로 물들이는

대참사로 변하고 말았다.




장생은

어젯밤 동지들과 상의한 대로

자신들을 관리 감독하는

채찍을 든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장생의 질문에

무언가 대답하며

대화를 이어가던 사내의 뒤에서


장생의 동지들이 몰래 다가와

연장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불시에 습격을 받은 사내는

앞으로 고꾸라졌고


바로 뒤이어

여러 명의 청년들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


염전에 있던

다른 감독관 다섯 명도

거의 동시에,


조를 나눠 습격한

마을 청년들에게

비슷한 절차를 거쳐

모두 제압되었다.




그들의 무기와 갑주를 빼앗은

장생과 청년들은

그들의 두목이 있는 집회소로

기세 좋게 달려 나갔다.


그러나

염전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집회소 근처에서 날아온

수십 발의 화살에

청년들의 반이 즉사했다.


너무도 당황한 마을 청년들은

얼어붙듯 그 자리에서 멈췄고,


뒤이어

말을 탄 십여 명의 사내들이

칼과 창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장생과 마을 청년들은

모두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러나

말을 타고 달려와

등에 창을 꽂는 사내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말들이 들어오기 힘든

염전 맞은 편의

울창한 숲으로 도망쳐서

뒤를 돌아보니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그들에게 제압당해

대부분 죽어있었다.


장생은

친구들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황급히 집 쪽으로 달려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피신시켜야겠다는 생각만이

장생의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장생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당에 널브러진

아버지의 목 잘린 시체와


어머니의 가슴에

막 칼을 꽂으려는

사내의 등이었다.




장생은 얼른 달려들어

사내를 제지했지만,


사내는 손을 돌려

장생의 배에

깊숙이 칼을 꽂았다.


난생처음 칼을 맞아본

장생의 다리에서

갑자기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며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아들이 칼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본

어머니의 눈에 핏발이 서며,


아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용기를 낸 어미가

마당에 있던 낫을 집어

사내의 목덜미를 찍었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쓰러졌고,


어머니는 급히 장생을 부축했다.


옆집의 지붕에서

불이 치솟는 것을 본 어머니는

다친 장생과 함께

서둘러 숲으로 도망쳤다.


해가 질 시간이었으나,

사내들이 곳곳에 놓은 불에

온 마을이 빨갛게 불타고 있었다.


그날 저녁의 황혼은

그렇게 핏빛으로 물들었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내들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장생이라도 살리기 위해

근처의 계곡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절벽 앞까지 도망친

장생과 어머니의 뒤에서

사내들이 쏜 화살이 날아왔다.


몇 발의 화살이

장생의 귀 옆을 스쳐지나가고,


갑자기 어느 순간

어머니가 걸음을 멈추었다.


어머니의 등에

두 개의 화살이 꽂혀있었다.




어머니는

장생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어 주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들의 몸을

절벽 밑으로 밀어냈다.


순간

몸이 공중에 붕 뜨며

아래로 떨어지는 장생의 눈에


사내의 칼에

어머니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선명히 들어왔다.




"엄마!!!!!"


장생의 절규가

계곡에 울려 퍼졌지만,


곧 그의 몸은

계곡의 급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주석 >>>>


※ 하동군 해지(解池) :


중국 최대의 염호(鹽湖)로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산서성 운성시에 속해 있다.


중국의 중원은

바로 이 해주의 소금을

소비하며 융성했다.


진시황도

먼저 해주를 제압하며

천하통일 전쟁을 시작했고,


한나라 때

소금은 국가의 전매품이 되었다.


국가의 보호 아래

해주 사람들은

소금을 전매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전국의 상권을 장악했다.


더구나 산서지방은

예부터 유목민족과 대치하는

군사 요충지였던 까닭에

막대한 군사비는

주로 소금장수들 몫이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정부에 의한 소금 전매는

민간의 소금 밀매를 낳기도 했다.


당나라 말기의 황소,

원나라 말기의 장사성 등

반란군 대장들은

모두 소금 밀매 상인이었다.


대만을 세운 장개석도

소금장수 아들이었고

해주 소금장수들이

그의 경제적 후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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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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