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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61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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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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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불사의 무사 - 10

DUMMY

제 6 화 만남


새로운 땅에

새로운 심장을 빼앗은

그가 들어섰다.




유주 땅에 접어든 그는

일단 허기를 채우고자

탁현근처에서 말을 멈추고

사람들이 밀집한 시장을 찾았다.


탁현 안으로 들어서는 길 옆으로

대흥산(大興山)의 모습이 보였다.


그 무렵,

대흥산의 유려한 산세 안에는

5만이 넘는 황건적이 들어앉아


주야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출몰하여

양민들을 약탈할 뿐만 아니라


숫자도, 보급도, 군기도 빈약한

얼마 안되는 관군을 우습게 보고

탁현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으려는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당시 중원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황건적의 봉기 이후

민초들의 삶은 처절했다.


예전엔 분명히 번성했을

탁현의 시장도

이미 활력을 잃어

쇠퇴의 기미가 확연했다.


시장은

물건과 사람이 시끄럽게 움직여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건만,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물건을 팔려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흥정의 소음은커녕

해가 중천인데도 일찍 문을 닫는

점포들의 침묵만 확산되고 있었다.




시장에 손님보다

거지들이 더 많구나...


저들도 한때는

어디선가 땀 흘리며

성실히 살아가던

좋은 사람들이었겠지.


내 머릿속에는 이젠

몇 백년 전의 일들이

희미한 기억의 편린밖에

남아있지않지만,


저렇게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성실하고 착한 이들의 삶은

이런 난세를 만나면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어찌하여

그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삶은

도통 변하질 않는단 말인가.


어째서 사람은

같은 실수를

계속 대를 이어 반복하는가...


이번 생에서는

관우라는 이름을 지은,

불사의 사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장을 가로질렀다.




백여 장쯤 더 걸었을까.


그제야 그의 눈앞에

좀 그럴듯한 외양의 식당이 보였다.


주방에서 조리되고 있는

음식의 맛있는 냄새가

건물 밖으로 새어나오고,


사람들이 만족한 표정으로

문을 나서는 것으로 보아,

꽤나 잘되는 집으로 보였다.


사내는

식당의 점소이에게

말과 짐을 맡기고,

은자가 든 행전만 챙겨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진 한량들부터


일하다 급히 허기를 채우러 온

먼지투성이의 사내들,


딱 봐도

동네에서 힘 좀 쓰겠다 싶은

건달패에,


그 건달패의 두목으로 보이는

중년사내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관리들까지....


바깥의

한산하고 조용한 시장에 비해,

식당 안은

무척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사내는

식당 안을 한 번 둘러보고,

창가 맨 구석의 자리로 가

혼자 앉았다.


점원의 추천을 받아

술 한 병과 밥,

안주거리를 시킨 그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이소준의 심장을 빼앗았던

200년 전의 부활과


장생의 심장을 빼앗은

이번의 부활은,

다른 점이 몇 개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머릿속의 명령이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다시 부활한지

채 여섯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머릿속을 울리는 명령은

아직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200년 전에는,

누군가를 찾아

무조건 만나야만 한다는

그 고통스러운 명령을 따라,


그는

중원의 경계를 넘어

머나먼 북방의 장성 바깥까지

큰 고난을 겪으며 다녀왔었다.


그리고 거기에선,


비록 결과만 놓고 본다면

상처와 고통밖에 얻지 못했지만,


필시 자신과 동류라 여겨지는

일곱 명의 사내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번의 부활엔

200년 전 용병 무명으로 겪었던

모든 일들이

또렷하게 기억의 창고 안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이소준의 심장을 빼앗을 때까지

자신의 자아밖에 느끼지 못했던

그때에 비하면,


용병 무명으로서의 기억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아주 맑고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이 어쩌면

가장 큰 변화일 것인데


심장의 주인이 바뀌면

외모도, 힘도, 기술도, 지식도,

심지어 마음까지도

주인을 따라 바뀐다는 것이었다.


2백년 전,

이소준의 심장으로 살아갈 때와


지금

장생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일단

달라진 피부색과 얼굴

그리고 체격 같은

외모의 문제였던 것이다.


장생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크고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고,

힘도 무척 센 편이었다.


이소준과 비교하자면,

한사람 몫의 근육과 힘이

몸에 더 붙어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무명으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기술이나 힘을

육체가 미처 다 감당하지 못하고

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생의 첫 시작부터

장생의 복수를 해주며

확실히 느낀 것이지만,


자신이 전투 중에 구사하는

힘과 속도, 기술의 완성도가

2백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생각할 때,


지금의 몸도

아주 오래전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한,


붉은갑주를 입고

검은 말에 올라타

전장을 내달리던 때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것 같았지만...


적어도

무명이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진보를 이룬 것은

분명해 보였다.




심장의 주인에 따라

육체의 능력치가 달라지는 것은

확실한가보군.


자,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때,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탁자에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의 발밑을

생쥐마냥 돌아다니는

어린 소녀 하나가 있었다.


몇 살인지는 모르나,

그 삐쩍 마른 소녀의 외양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피골이 상접했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딱 들어맞을 정도로


과장을 조금 덧붙이자면,

팔뚝과 발목이

젓가락만큼 가늘었다.


얼굴은 눈만 반짝일 뿐,

광대뼈가 피부를 뚫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해 보였고


입술 주변엔

검버섯이 잔뜩 피어나

윤기나 탄력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흉측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그 소녀를 관찰하고 있던 그는,


식당의 점원이

막 자신의 앞에 가져다 놓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밥과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자극적으로 올라오는 안주에

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무척이나 미안해졌다.


그 소녀는,

탁자 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먹다가 떨어트리는

음식찌꺼기나 부스러기를

열심히 주웠다.


그런데 그걸 바로 먹지 않고,

옷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다 헤진 누더기 같은 치마폭에

주운 음식조각들을 소중히 담았다.


그는

그 소녀의 행동에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잠시 후,


바닥에 떨어진 음식찌꺼기를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모았는지,

소녀가 조심스럽게 움직여

식당 문을 나섰다.


궁금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소녀의 뒤를 따라 바깥으로 나왔다.


식당을 빠져나온 소녀는

바로 옆의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누군가를 만났다.


그곳에는

소녀의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소년도,

자신의 누나와

상태의 처참함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녀는

자신의 치마를 열어

열심히 모은 음식찌꺼기를

동생과 나눠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굶었으면,

저리도 급히,

저리도 맛있게 먹는단 말인가...


그 모습을 보던

그의 가슴 한 구석이 찡해졌다.




그는 잠시 서서 고민해보았다.


저 불쌍한 남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인가,


아니면


만두라도 두어 접시 사서

몰래 던져주고

모른 척 외면하고

다시 길을 떠날 것인가.


쉽게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전쟁고아들 같은데,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어설픈 동정이나

한 순간의 도움은

괜히 저 아이들의

생존력만 약화시킬지도 모른다.


뭐가 어쨌든 간에,


저 어린애들이

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저토록 치열한 생명력을

강하게 발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남매가 음식을 다 먹었다.


열심히 주워왔지만,

많이 모자라보였다.


소년이 아쉬운 표정으로

누나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소녀가 씩 웃더니,

동생에게 말했다.


“누나가 한 번 더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소년의 얼굴이 환해졌고,

소녀는 다시 한 번

식당으로 향했다.




그는

소녀의 뒤를 따라

다시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술 한 잔을 목으로 넘겼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뭐라도 사먹여야지.


그렇게 맘먹은 그가

점원을 부르려 할 때,


갑자기

식당 문이 쾅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문이 부서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거칠게 식당 안으로 들어온

사내 둘이

천천히 시선을 움직이며

누군가를 열심히 찾았다.


식당 안의 손님들은,

그들이 누군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 동네에서

힘 좀 쓰는 건달들인가 보군.’


식당의 분위기를

대번에 흉흉하게 만든 사내들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술 한 잔을 비우고,


바닥으로 눈을 돌려

음식찌꺼기를 줍고 있을

소녀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두 사내 중 한 명이

2층의 자리 한곳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저기 있다!”


또 하나의 사내도 눈을 들어

그 자리를 확인하더니

바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이 토막을 쳐서 갈아버릴 새끼들,

니들은 오늘 뒈졌어!”


그들이 향하는 곳엔,

아까 관리들과 얘기를 나누던

건달패의 두목과

그의 부하들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곧 싸움이 일어날 것을

직감한 사람들이

하나둘 서둘러 식당을 나가고,


그도

괜한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점원에게

만두 두 접시를

따로 포장해 달라 말하고

계산을 치렀다.


어른들의 소란과는 상관없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여전히 열심히 줍고 있는 소녀와


그 소녀를 지켜보는 그를 빼고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2층으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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