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의 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5:30
최근연재일 :
2022.06.16 09:5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152
추천수 :
135
글자수 :
152,061

작성
22.05.11 16:02
조회
424
추천
29
글자
12쪽

불사의 무사 - 1

DUMMY

제 1 화 불사(不死)의 무사


하남성 근처의

황량한 들판 한 가운데

거센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해하(海河) 주변에서

모래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그날의 모래바람은

거의 폭풍과도 같은 수준으로

날카롭고 거셌다.


몇 천 년의 세월동안

바람에 깎이고 물줄기에 밀린

거대한 모래언덕의 퇴적물이

생살이 찢겨나가듯

돌풍과 함께 안개처럼 흩날렸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든 모래안개가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거센 폭풍우 속에서

해하 동쪽지류 근처의

모래벌판 한 구석의 지면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오랜 기간 동안

지하에 숨어 있다가

여름 한철을 울부짖기 위해

땅을 뚫고 나오는 매미처럼,


모래벌판 한구석이

계속 들썩이고 흔들리더니

어느 순간 지면이 갈라지며

시커먼 생물 하나가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모래바람은 더욱 거세져

회오리로 변해

땅에서 튀어나온

그 생물의 온몸을

벼락처럼 휘감았다.


회오리를 맞은 생물의 몸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하에서 달라붙었을,

시커먼 퇴적물들이

껍질이 벗겨지듯

순식간에 떨어져나갔다.


드디어

그 생물의 형체가

햇빛아래 온전히 드러났다.


그 생물은, 사람이었다.




빛이 너무 바래서

원래의 색을 알 수는 없었지만,

땅 밑에 묻히기 전에는

아마도 무척이나 화려한

붉은색이었을,


고급스러운

장수의 갑옷을 입은 사내가

멍한 얼굴로

오랜 잠에서 깨어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때때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사내의 몸은

뼈와 가죽만 남은

앙상한 시체 같은 몰골이었다.




한참동안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던

그 낡은 갑옷의 사내는

갑자기 엄청난 갈증을 느꼈다.


그는

사냥감을 탐색하는 맹수처럼

눈과 귀와 코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까운 곳에서

희미한 물의 기척이 느껴졌다.


사내는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각쯤 걸었을까.


큰 강이 사내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는 무척이나 목이 말랐는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어린아이처럼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정신없이 물을 마시며

마치 잉어가 물장난을 치듯

한참동안 강물 안을 뛰어다녔다.




그때,

사내의 뒤쪽에서 우마차를 끌고

농부 하나가 강가로 다가왔다.


우마차에

가득 짐이 실린 것으로 봐서

아마 어딘가로 물건을 나르다

소에게 물도 먹일 겸

거센 바람을 피해 잠시 쉬러

강가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우마차가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와 서고,


농부가 마차에서 내려

소에게 물을 먹이는 광경을 보자,


갑자기

사내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변하며

주위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갑옷의 사내는

이번엔 엄청난 허기를 느꼈다.


먹고 싶다.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과 짐승을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사내는 어느새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던 농부는


뼈와 가죽만 남은,

낡은 갑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시뻘건 눈빛을 하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농부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함을 알았다.


농부는 급히 일어나

사내를 피해 반대쪽으로 뛰었다.


그러나

자신의 등 쪽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고,


곧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온

그 날카로운 물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앙상한 손 하나가

자신의 등과 배를 관통해있었고,


자신의 배꼽 바로 위로

튀어나와있는

그 사내의 오른손에는

펄떡거리며 힘차게 뛰고 있는

붉은 심장이 들려있었다.




그 심장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것이란 사실을 알아채자,


농부의 온 신경에

그제야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농부의 의식은 끊어졌고,


그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왜곡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사내의 왼손이

농부의 목을 후려치자

마치 날카로운 칼에

깨끗이 잘려나가듯이


농부의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어

날아갔기 때문이다.




머리가 잘려나간

농부의 목 부분에서

힘차게 핏줄기가 터져 올랐고,


피의 분수는

사내의 온몸을 빨갛게 적셨다.




사내는

자신의 오른손에서

아직도 팔딱거리고 있는

농부의 심장을

자신의 가슴근처로

천천히 가져다대었다.


힘차게 고동치는,

농부의 몸에서 분리된 심장이

벌어진 갑옷의 틈 사이에 닿자,


앙상한 사내의 늑골 정중앙,

명치 부근에 있던

세로로 길게 난 흉터가

신비한 붉은 빛을 띠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더란 도(刀)에

깊게 베인 것처럼 보이는,


그 세로의 큰 흉터는

작은 불이 붙은 것처럼

계속 타오르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두 쪽으로 쫙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사내의 내장이 다 드러났다.


놀랍게도,

사내의 몸 안엔 심장이 없었다.




사내는 천천히

자신이 빼앗은 농부의 심장을

갈라진 틈사이로 밀어 넣었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농부의 심장이 들어오자


이번엔 사내의 온몸에서

붉은 빛이

거대한 불꽃처럼 타올랐고,


사내가 손을 빼내자

온몸의 혈관과 내장이

거머리처럼

새로운 심장에 마구 달라붙었다.




“크아악!!!!!!”


사내가

치명상을 입은 맹수처럼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새로운 심장이 점차

사내의 몸과 동화되기 시작했다.


사내의 갈라졌던 가슴이

다시 닫히고,


새로운 심장을 보호하듯

주변의 피부조직들이

순식간에 상처를 봉합하며

얽혀 들어갔다.


잠시 뒤,

사내의 가슴엔

다시금 아까처럼

큰 흉터가 나타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아악.......”


그러나

사내의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 격렬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내의 비명은

더더욱 거칠어졌고

그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땅바닥을 마구 구르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지나갔다.


땅바닥에 쓰러졌던

사내의 몸에서

붉은 빛의 아우라가 사라졌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내의 눈동자에서도

그 기이했던 불꽃같은

붉은 빛이 사라졌다.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자

사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신이 심장을 빼앗은,

목이 잘린 농부의 시체로 다가갔다.


목이 잘린 농부의 시체는,

땅바닥에 박힌 기둥처럼,

아직도 그대로 선 채로

핏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내는

마치 갓 잡은 노루를 먹는

굶주린 호랑이처럼

사내의 내장을 꺼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 부분만 골라서 음미하듯,

농부의 시체를

한참동안 씹어 먹던 사내가


어느 순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드디어 식인(食人)을 멈추었다.


속의 내용물을 다 빼앗기고,

튼실하던 온 몸의 근육

여기저기가 뜯겨나간,

껍데기만 남은 농부의 시신은

그제야 힘없이 땅바닥으로

나무가 꺾이듯 쓰러졌다.




사내의 눈에 총기가 돌아왔고,


뼈와 가죽만 앙상했던

사내의 몸에

어느덧 근육과 지방이 붙어,


낡은 갑옷을 걸친

시체 같던 사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건장한 사내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아까보다 차분한 눈빛으로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자신의 주인이

처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우마차에 묶인 소는

여전히 한가로이

강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사내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명령처럼 울려 퍼졌다.


‘찾아라...


반드시 찾아야한다...


찾아라...’




무얼 찾아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머릿속을

종소리처럼 울리는

그 고통스럽고 강렬한

소리 때문에라도

사내는 움직여야했다.


사내는

우마차에 올라타

소의 고삐를 잡았다.


소가 물 마시는 것을 멈추고

새로운 주인의 신호에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바람이 부는 반대쪽으로

사내가 탄 우마차가 움직였다.




우마차가

사내가 땅을 뚫고 나온

근처를 지날 때,


작은 금속의 물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는 잠시 마차를 멈추고

그 반짝이는 물체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사내는

그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우마차에서 내려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모래에 묻혀있던

그 물체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투구(鬪具)였다.




사내의 갑옷과 비슷한 색깔의,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

멋진 투구였다.


아마도 사내와 함께

땅속에 묻혀있었던,

입고 있는 갑옷과 한 묶음인

사내의 물건이었으리라.


그는 우마차에 다시 올라타

투구 끈을 묶어,

마치 밀짚모자를 걸치듯,

자신의 목에 걸고

소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본래의 짝을 만난

갑옷과 투구는

드디어

온전한 갑주(甲冑)가 되었다.




다시금

거센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잔혹하고 기이했던 살인의 현장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한 모래폭풍이 덮쳤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농부의 잘린 목도,


썩은 나무둥치처럼 쓰러진

농부의 뜯겨진 시체도,


순식간에 모래언덕에 파묻혔고


방금 전에 있었던

끔찍했던 사건은

어느새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한참을 강가를 따라

우마차를 몰고 가던 사내의 눈에,


상인의 복장을 한

중년남자 여럿이 모여

상자들을 수레에 싣고 있는

풍경이 들어왔다.


사내가 마차를 멈추고

그들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상인들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았고,


그중

친절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한 남자가 대답해주었다.


“해하 근처요.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하남성이 보일 거요.”




상인의 대답을 들은 사내는

무언가를 더 물어보려하다가

이내 입을 닫고,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한 후

남쪽을 향해

다시 마차를 몰았다.


사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상인들은 모여서 수군거렸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은

난생 처음 보네.


도대체 어디서 왔길래

이 유명한 곳을 모르나 그래?


북쪽의 장성(長城) 너머에서 왔나?”


“갑주를 걸치고 있는 거로 봐선

농사꾼 무지렁이는 아닌 거 같고,


갑주의 형태로 봐선

북쪽 사람은 아니고,


아마 용병이나 선원이 되려고

멀리 서쪽에서 넘어온

시골 칼잡이겠지.”


“칼잡이라면

더더욱 이상하지 않나?

여기를 모른다는 것이...


천하의 패권을 두고

한고조(漢高祖)께서 패왕과

최후의 일전을 겨루신 곳 아닌가.”


“패왕은 무슨...


그냥

자신의 힘만 믿고 나대다가

전쟁에서 진

어리석은 장수일 뿐이네.”


“무슨 소린가!


최후의 전투에서

한신의 간교한 계략에 빠져

안타깝게 졌을 뿐,


평생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패의 장군이었거늘”


“그건 자네 생각이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漢)나라일세.


유(劉)씨 성을 가진

천자께서 다스리시는...


요즘은 일곱 살 철부지도

패왕이니

무패의 장군이니 하는

그런 얘기는 안 해”


그 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셋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상인이 끼어들었다.


“역발산기개세든 서초패왕이든

우리하곤 아무 상관도 없는,


죽은 지 2백년도 더 된

오래전 사람이니

그만들 하게.


얼른 다시 움직이세.


아무래도 오늘은

모래바람이 영 심상치 않으이”




갑주의 사내는

마차를 끌고

남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 앞 쪽에

하남성의 성벽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이 조금씩 잦아들고,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사내의 목뒤에 걸린 투구가

석양빛을 받자

다시 반짝거렸다.


투구의 장식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西楚霸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사의 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불사의 무사 - 30 22.06.16 32 0 12쪽
29 불사의 무사 - 29 +1 22.06.16 23 1 10쪽
28 불사의 무사 - 28 +1 22.06.16 19 1 10쪽
27 불사의 무사 - 27 +1 22.06.13 29 2 13쪽
26 불사의 무사 - 26 22.06.13 25 1 10쪽
25 불사의 무사 - 25 +1 22.06.13 27 2 12쪽
24 불사의 무사 - 24 +1 22.06.11 31 2 14쪽
23 불사의 무사 - 23 22.06.10 31 1 12쪽
22 불사의 무사 - 22 +1 22.06.09 43 3 14쪽
21 불사의 무사 - 21 +1 22.06.07 40 4 11쪽
20 불사의 무사 - 20 22.06.05 43 4 11쪽
19 불사의 무사 - 19 22.06.03 43 2 10쪽
18 불사의 무사 - 18 +1 22.06.02 42 3 10쪽
17 불사의 무사 - 17 22.06.01 39 1 11쪽
16 불사의 무사 - 16 22.05.30 39 1 12쪽
15 불사의 무사 - 15 +1 22.05.27 38 2 13쪽
14 불사의 무사 - 14 22.05.26 45 1 14쪽
13 불사의 무사 - 13 +1 22.05.25 53 2 11쪽
12 불사의 무사 - 12 +1 22.05.24 53 3 10쪽
11 불사의 무사 - 11 22.05.23 51 2 10쪽
10 불사의 무사 - 10 22.05.22 60 2 10쪽
9 불사의 무사 - 9 +1 22.05.17 64 3 10쪽
8 불사의 무사 - 8 22.05.16 65 2 12쪽
7 불사의 무사 - 7 +1 22.05.16 68 5 11쪽
6 불사의 무사 - 6 22.05.13 106 4 11쪽
5 불사의 무사 - 5 +1 22.05.13 110 8 10쪽
4 불사의 무사 - 4 22.05.12 134 13 11쪽
3 불사의 무사 - 3 +2 22.05.12 150 13 9쪽
2 불사의 무사 - 2 +2 22.05.12 225 18 10쪽
» 불사의 무사 - 1 +3 22.05.11 425 2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