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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날씨의 마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8.15 20:49
최근연재일 :
2022.11.01 15:1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091
추천수 :
11
글자수 :
311,096

작성
22.10.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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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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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레지스탕스의 군사학교로.

DUMMY

****


으으으... 긴장된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는지...


같은 침대 위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그녀.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비쳤으며.


빛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새침떼기에 사나운 그녀이지만, 이렇게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천사가 다름없구나...


차라리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됐더라면.


아니, 무슨 해괴망측한 망언을!


고개를 저으며, 그녀 때문에 도저히 잠에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등을 돌렸다.


고요한 밤에 잔잔한 귀뚜라미 소리.


잡념에 사로잡히기 좋은 시간.


그러고 보니, 차세연은 그렇게 차가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끔 툴툴거리지만, 그래도 내 하찮은 개그에 웃어주고.


나를 재밌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며, 내 어두운 마음속을 밝게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그때 차재현의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 말 뒤에 어떤 행동을 하려 했을까?


'키스?...'


에이~, 말도 안되.


망상은 적당히 하는 게 좋다.


많이 하면 현실과 가상을 구별 못 하는 바보천치가 될 테니.


하지만.


바보천치도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걸까?


갑자기 내 허리춤을 감싸는 손.


목 뒤로는 가녀린 숨결이 스쳤고.


적당한 따스함에도 내 몸은 달아올랐다.


"기석씨... 자요?"


침착하자. 침착하자.


절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또 본능대로 했다간 미움받을 거야.


"아. 아니... 그냥 생각 중이었어."


"무슨 생각이요?"


"그냥 이런저런..."


갑자기 끊겨버린 대화 그녀가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는다.


잠꼬대였나?


그런데.


"전 계속 기석씨 생각 중이었는데..."


'뭐?!!!!!!!!'


"솔직히 아까 기석씨가 제 몸을 훑은 것도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제 몸이 기석씨 에게 매력적이게 느껴졌다는 거니까. 기석씨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미안..."


"사과하지 마요~. 기석씨를 홀린 건 제 몸인 걸요?"


머뭇기리는 그녀.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신 거죠?"


잠시만 그 말의 뜻은?


"그럼, 뒤돌아 보실래요?"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도 대담하게 바꿨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녀에게 매혹될 것만 같이 아찔하다.


그래도 머리가 이끈다.


뒤돌아라고.


내몸은 그녀의 말에 따라 움직였고.


그녀의 손은 내 허리를 타고 올랐다.


수줍은 듯 떨리지만, 용기가 엿보이며 나를 직시하는 눈.


풀어헤쳐진 잠옷 사이엔 계곡처럼 파인 가슴골이 훤히 드러났다.


속옷은 없었다.


색깔이 궁금한 그 부위가 잠옷에 살짝 가려 있었다.


"부끄럽지만, 보셔도 상관없어요. 기석씨가 원한다면."


뇌로는 과열로 불에 탄 것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흡!"


주인의 먹으라는 명령이 떨어진 야수처럼 난 그녀의 입술을 덥쳤다.


"으음..."


놀란듯 그녀의 동공이 확장됐지만, 이내 흐르는 분위기에 녹아들듯.


그녀 또한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눈을 감고 혀로 느껴지는 감촉을 느꼈다.


그녀의 혀를 타며 느껴지는 이 부드러운 감각.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핥는 것처럼 부드럽고, 그녀에게서 흘러들어오는 타액은 달콤하다.


분명 살결의 마찰일 뿐인데 이렇게 야릇하고 몸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뭘까?...


심장을 간지럽히는 느낌.


더욱 느끼고 싶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서로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숨결.


생명의 연장선.


쾌락을 즐기기 위해 1분 1초라도 더 느끼기 위해.



그녀의 공기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막혀오는 숨.


그와 함께 하얘지는 머리.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나를 살짝 밀어냈지만...


그녀도 안다.


우리가 서로 떨어지는 순간.


이 마약 같은 감정은 사라져 버린다는 걸.


끝까지.


남김없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그녀의 혀를 느끼고 탐했다.


그렇게 목 끝까지 오른 숨에 정신을 잃을 때 쯤 .


그제야 난 그녀를 놓아 주었다.


"하아...하아...하아..."


서로를 오가는 거친 숨.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이미 풀려 있었고.


끝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야하다.


마치 늑대의 온기를 원하는 순한 양처럼 바라본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처 하얗고 순결한 양을 더럽혀 주고 싶어.


내 회색빛 털과 같이.


너의 그 아름다운 새하얀 털을...


난 서서히 그녀의 옷을 벗겼고.


새하얀 백사장에 숨겨진 진주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들어났다.


두려움과 공포.


그러나 차오르는 이 감정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


나를 보며, 끄덕인다.


그렇게 그날 밤 난... 그 진주를 물들였다.


****


여전히 눈을 따갑게 하는 햇살.


많은 일이 있었던 어제를 넘어, 난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옆에서 헐 벗은 여자와 침대 위를 맞이했다는 상황이.


아직 차세연은 자는 듯한 모습.


겪은 적은 없지만, 모르는 여자와 원 나잇을 한 후 느껴지는 어색함이람은 건 바로 이런 느낌일까?


난 최대한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히 침대 위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어느새 그녀의 손이 나의 팔목을 잡았다.


난 부드럽지만 다소 투박한 끌림에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내 눈을 직시하는 흑진주 같은 두 눈동자.


싱긋러운 옅은 미소와 함께.


그녀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잠은 잘 잤어요?"


너무나도 귀여운 게 나를 올라다 보는 그녀.


대낮부터 사우나가 된 것 마냥.


입불안은 뜨거워졌다.


난 이 떨림을 이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으응..."


"저도 잘 잤어요."


-츄


'???... 잠시만... 이건 한도 치를... 넘었...'


강하다.


아침에 저런 귀여운 얼굴로 가벼운 기습 키스라니...


바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도 보답해야 했기에.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스치며, 꼭 안아주었다.


"고마워."


"아뇨... 기석씨는 이런 걸 좋아하시니까, 혹시나 힘이 날까 싶어서 해드린 거에요."


****


그녀와 함께 맞이한 아침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호화로웠다.


거실의 넓은 유리문으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듬성듬성 솟아난 나무와 아기자기한 오두막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커피와 프렌치 토스트를 즐겼다.


"음! 이런 거 처음 먹어봐요!"


"그래?"


역시 차세연은 단 걸 좋아한다.


그녀가 티라미수에 빠졌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신 거죠?!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배워서 아침에 만들어 드릴게요."


"뭐,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데. 일단 계란 을 풀어주고 그곳에 식빵을 담궈서 충분히 적신 후에 버터를 바른 펜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끝이야."



"으으음~!"


"토핑은 보통 설탕을 바르는데 치즈나 과일을 올려도 돼. 오늘처럼 전부 다 해도 맛있고."


"좋아요. 오늘 점심은 프렌치 토스트에요!"


"뭐~?! 아니 방금 아침으로 먹었잖아?"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 없는 걸요?"


'아침이랑 저녁을 둘 다 달달한 거로 먹게 된다니.'


"너 그러다가 이빨이 다 썩어서 문드러 질 거야."


"단 걸 많이 먹어서 썩어 문드러진대도 후회 없어요~. 그만큼 달달한 걸 많이 먹었다는 거니까요. 히히-."


"에휴?... 그래. 그래. 너가 먹고 싶다는데 어쩌겠냐~."


그녀에게 두손 두발 다 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갔다.


아까부터 계속 밖에 나와 이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이른 아침에 불어오는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


이 순간이 계속 지속 될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 지금이다.


하지만.


내 인생은 늘 이렇게 행복이 지속 되지만은 않는다.


7일 뒤.


여전히 평화로운 일상의 와중.


늘 그렇듯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검은 게이트가 하늘에 열렸다.


그곳에서 내려오는 건.


하얀 민소매 외투 안에 검은 도복을 흩날리는 노인.


'제니츠...'


"홀홀홀... 오랜만이네..."


땅에 사뿐히 착지한 그는 내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넸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적이었는데 말이다.


"아... 네."


"이미 들었었겠지만, 내일이라네."


"내일이라면."


"자네의 훈련이 시작되는 군사학교의 개학이."


이성한이 말했던 훈련이란 게 바로 이거...


"자네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간부들이 나섰구먼, 이제 자네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줄 때가 됐겠지?"


검은 눈에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씩 웃는 제이츠.


"반드시 살아남아서, 자네의 실력을 증명해주게.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의 명망이 달린 일일 테니. 킬킬."


니분 나쁜 웃음.


당장이라도 저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고 싶지만, 지금은 잠재적 동료다.


그런일 을 했다가는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더구나 차세연 또한 나에게 달렸기도 하고.


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이 죽어날 걸세. 중요한 건 멘탈 명심해 두게. 내일 지금 이 시간에 교관들을 동원해 얼 데리러 오겠네. 이만, 물러나지."


그는 다시 하늘에 열린 검은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내일이라...'


혁명군의 간부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만큼 혹독한 시험과 과정을 밝고 올라왔기 때문이겠지.


그가 살아남으라는 말로부터 예측하자면, 그들은 죽고 죽이는 경쟁 속에서 간부가 되었을 거다..


조금은 떨렸다.


분명 이 손으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그저 단순 악의도 아닌 높은 곳에 오라가기 위한 내 목적을 위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그들과 같이 변하지 않을까?, 였다.


누군가를 죽이는데 익숙해져 버려서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도.


그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 누구 하나 죽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거다.


그들과 동화되진 않을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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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전쟁의 서막은 43화인데 제가 착각해서 미리 올려버렸습니다. 22.09.26 31 0 -
69 린의 과거 22.11.01 24 0 10쪽
68 보라머리 린 22.10.28 21 0 10쪽
» 레지스탕스의 군사학교로. 22.10.27 23 0 10쪽
66 신혼집 같은 한 집 살이? 22.10.23 30 0 10쪽
65 새로운 시작 22.10.22 32 0 10쪽
64 퇴각 22.10.20 33 0 10쪽
63 혁명군의 기습(3) 22.10.18 20 0 10쪽
62 혁명군의 기습(2) 22.10.16 29 0 10쪽
61 혁명군의 기습 22.10.15 37 0 10쪽
60 인체 실험 22.10.13 23 0 10쪽
59 차재현의 제안 22.10.13 17 0 10쪽
58 궁지에 몰린 권익현 22.10.12 28 0 10쪽
57 가로막는 차도현 22.10.10 14 0 10쪽
56 차재현의 반란 22.10.09 15 0 10쪽
55 둘만의 전망대 22.10.08 17 0 10쪽
54 맛집 여신 차세연 22.10.08 18 0 10쪽
53 긴장된 상황에서의 자그마한 여유 22.10.06 18 0 10쪽
52 정부 속 능구렁이 22.10.05 20 0 9쪽
51 마지막 한방 22.10.04 20 0 10쪽
50 지원군 등장 22.10.03 19 0 9쪽
49 꺽여버린 빛 22.10.02 20 0 9쪽
48 영웅등장 22.10.01 21 0 9쪽
47 약점 공략 22.09.30 17 0 9쪽
46 깨어난 초대형 거인 22.09.29 19 0 10쪽
45 여단장 김의진의 폭주 22.09.28 19 0 9쪽
44 항공여단의 사투 22.09.27 18 0 9쪽
43 전쟁의 서막 22.09.27 18 0 10쪽
42 단련. 22.09.26 18 0 8쪽
41 불안한 전조의 반복 22.09.26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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