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날씨의 마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8.15 20:49
최근연재일 :
2022.11.01 15:1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075
추천수 :
11
글자수 :
311,096

작성
22.10.28 21:46
조회
20
추천
0
글자
10쪽

보라머리 린

DUMMY

****


다음날.


"기석씨... 이분들은..."


집 앞에 서 있는 무리에 놀라 차세연이 뛰어들어왔다.


갈 준비를 마친 난 아무런 반응 없이 무감각하게 그녀를 받아들였다.


"저번에 말했던 훈련인 것 같아."


"그러면 기석씨는..."


"걱정 마. 훈련받고 금방 올 테니까."


하지만, 훈련은 그렇게 수월치 않았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훈련병들은 빨리빨리 점호장으로 집합합니다!!!!!"


훈련소에 도착한 후 재활용 군복을 받은 난.


조교들의 호통에 둘러싸여 서둘러 갈아입고 점호장에 섰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다! 우리 조교들의 지도아래 완벽한 군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니! 밖에서 해오던 습관들을 버리고! 군인이면 군인답게! 군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알겠나?!!!"


""""네!!!!""""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항상 대답할 때는 대성박력으로 뭐라고?!!!"


""""""대성박력!!!!!!!""""""


"좋다. 앞으로의 훈련소 생활 동안 이렇게만 한다면 교관이 너희에게 윽박지를 일은 없을 거다 알겠나?"


""""""""네!!!!!!!!!!!!!""""""""


고개를 끄덕인 소대장.


"그럼 시작하지."


-철컥! 철컥! 철컥!———


조교들은 일제히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다른 훈련병들 또한 각오를 다졌음에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웅성거리는 점호장.


"모두 조용!!!!!!!!!!!!!!"


그리고 점호장을 울리는 소대장의 목소리가 모두를 침묵시켰다.


"군인의 첫 번째는 명령 복종. 그러니."


씨익.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전우를 죽여라. 만약 이를 거부하는 훈련병이 있다면, 조교들이 든 마력탄으로 죽음을 면치 못할거다."


패닉에 빠진듯한 모습.


그 누구 하나, 쉽사리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패색이 짙은 얼굴로 두리번거릴 때.


물컹한 살을 꿰뚫는 더러운 소리가 들렸다.


-푸숙...


-툭두두두둑...


-털썩.


점호장 흙바닥 위를 물들이는 붉은 피.


그리고 그 위에는 갈색 머리에 눈을 옅게 뜬 남성이 서 있었다.


키는 작지 않지만, 마른 몸매.


자신이 한 짓이 살인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선한 얼굴.


그 남성은 초승달같이 휜 눈매로 주변을 바라봤다.


"왜~? 죽여라잖아? 그렇게 신기한 듯 바라보다니. 이상한 사람들이네? 하핫."


-빠드드드득!


그리고 스스럼없이 쓰러진 사람의 머리를 짓밟아 버렸다.


"우왓!"


등 뒤에서 날아온 마력공격.


반응하기에는 늦었다.


그러면 몸으로 받아 내는 수...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갈색 머리의 녀석은 자신의 마력 검으로 간단히 공격을 팅겨내었다.


"이야~, 너 꽤 강해 보이는데? 몸 주위에서 흐르는 마력이 달라 보여."


"나?"


"그래. 난 마도사에게 흐르는 마력의 결을 볼 수 있거든. 넌, 분명 남들과는 다른 마력을 가지고 있어. 어두우면서도 고통으로 가득한... 그런 마력 말이야. 히힛."


눈을 옅게 뜨며, 다시 웃는 갈색머리.


"그러면... 너랑 같이 붙어 다닐까? 같이 싸운다면, 꽤 오래 살아남을 것 같은데 우리. 어때?"


"어떠냐니..."


또다시 사방에서 날아오는 마력 공격.


이번에도 갈색 머리는 날아올랐다.


부드럽지만, 한치 흐트러짐 없는 검술.


결을 타듯.


검을 휘둘러 마력 공력을 다시금 소멸시켰다.


"거 봐. 나랑 싸우면, 이렇게 도움이 돼. 어때? 동맹하지 않을래?"


꺼림직 하다.


살인에 대한 아무런 감각도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동맹을 권유한다.


받아야 할까?


만약 그와 동맹을 한다면, 분명.


내 손에는 피를 묻힐 확률은 낮아진다.



즉, 내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 이 훈련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하지만...


마음은 안다.


나의 편리와 결의를 위하여 다른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유도하는 건, 유리에 어긋나는 짓이라는 걸.


그래도...


이미, 윤리에 어긋나 버린 세상.


살아남으려면, 조금의 위법도 괜찮다.


순간, 코와 코를 맞댈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댄 남성.


"킁킁. 너 살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구나?"


"그걸 어떻게..."


"너가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망설이는 모습과 그리고 두려움은 아니지만, 살인을 거부하는 듯한 냄새가 느껴져. 히히. 그럼, 조건을 추가하는 건 어때? 내가 편하게 죽이도록 너가 돕는 것. 그러면, 네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잖아?"


그를 설득시킬 필요도 없다.


어째서 이렇게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돕는지는 모르지만.


내겐 기회다.


"어때? 동의하는 거야?"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행복감에 겨워 참지 못하는 입꼬리를 그리며, 갈색 머리는 미소 지었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끄아아아악!!!!!"


갈색머리가 제일 먼저 노린 건.


비틀어버린 목을 양손에 잡고 있는 거대한 신체의 남성이었다.


보기만 해도 매우 강력해 보이는 외형.


이미, 주변에는 그가 죽은 시체들로 즐비했다.


"첫 사냥감은 저 녀석이 좋겠어!"


우리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자마자.


남성의 몸은 다시금, 두꺼운 비늘로 휩싸이며, 용과 같은 형상을 띄었다.


"다리를 묶어줘!"


"응!"


차도현의 마법을 무수히 봐왔기에, 이미 머릿속으로 수천 번 수만 번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봤다.


그리고 내게 고통스러웠던 지하에서의 실험.


그러나, 그 이후로 몸에서는 알 수 없는 마력이 솟아나며, 막혔던 마력의 혈이 뚫어주었다.


[아이스 홀딩]!


기석이 두 손으로 땅을 짚자.


기석의 주위로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고.


양손으로 부터 굵고 날카로운 얼음의 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갔다.


-저저적!


남성은 하늘로 뛰어올라 피하려 했지만.


넘처흐르는 조기석의 마력은.


마력의 원래 범위를 넘어 하늘로 치솟게 하였다.


-저저저적!!!


마치 솟아난 얼음 산맥 처럼 하늘을 찌르는 얼음 줄기.


그곳에 갇혀버런 남성.


갈색 머리는 그 광경을 보고 흥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


"이야~! 역시 넌 최고의 동료가 될 거야!"


그리고.


곧장 날아가 남성의 가슴팍 붉은 역린을 마력 검으로 쑤셨다.


-푸욱!


흉곽을 꿰뚫은 마력검.


얼음줄기를 타고 피가 타고 내렸다.


"이렇게 손쉽게 처리하다니! 최고!!!!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 조기석."


빙산에 발을 딪인 채로 검을 뽑아낸 갈색 머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카카르트 린드다! 편하게 린이라고 불러! 히—"


린은 나를 향해 주먹을 꽉 주어 보였다.


"으응..."


"그런데 혹시 광역기는 쓸 수 없어? 이렇게 하나하나 잡으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한 번에 묶어두고 싹 베어버릴 수는 없을까?"


"한 번 해볼게."


"역시 거절하지 않는 태도가 좋아!"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역시 빙결에 대한 내성이 몸에 자리 잡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죽을 만큼의 고통은 아니야!


[아이스 필드]


순간 점호장이 얼어붙었으며.


거기에 끝나지 않고 무서운 얼음 기류는 생활관까지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빙계열 속박 마법.


[아이스 홀드]!


전투를 벌이던 모든 이들의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기석의 의지로 목 밑까지만 얼렸기에.


목숨에는 지장 없었다.


"뭐야?! 목만 편하게 베라고 저렇게 만들어 준 거야? 이거참 숟가락을 떠서 입에다 넣어주니 감사히 먹을 수밖에 없잖아?!"


린의 발에서는 순간 보랏빛 번개가 튀어 오르더니.


한줄기의 빛이 되어 뻗어 나갔다.


허수아비 마냥 썰려나가는 훈련병들.


다만 특이한 점은 그들의 몸은 독에 중독 된 것 마냥 검게 변했다.


광범위의 마법은 컨트롤이 쉽지 않기에 얼어붙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지만.


린이 있기에 제압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꺼림직한 것은 분명히 영역 내에도 있으면서 마법에 걸리지 않거나, 얼음장을 깨고 나온 훈련병들이다.


"종료!!!!!!!!!!!"


"휴우. 수고했다~. 나의 동료야."


어깨를 툭 치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린.


우리를 둘러싸던 조교들은 일제히 총을 내렸다.


그날 저녁 생활관은


어떻게 지나간 지도 모르겠다.


그저 정신없이 마법을 쓰다 보니, 상황은 끝나있었다.


다시 돌아온 생활관 휑하다.


점호장은 시체 치우는 조교들로 가득했고.


우리는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생활관에 배치되었다.


-끼익.


문열리는 소리.


'설마.'


빠르게 전투태세를 취하며,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온 건.


"요. 동료쿤."


"뭐야... 너였어?..."


아까와 다르게, 린의 주위로 흐르는 뭔가 친근한 듯한 분위기.


역시 전우애의 극강은 전장에서일까?


같이 싸웠던지라.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반말이 나왔다.


"좀 있다 밥 먹으러 간다는 데 같이 가자. 내가 마이웨이처럼 생겼어도 혼밥은 싫어한다구~."


"아... 오케이."


"이야~, 근데 전만 해도 어중이떠중이들이 가득했는데. 다 정리되어버렸네~? 역시 이래야지 훈련소지. 안 그래도 처음 입소할 때 보이던 문신충들 깡그리 모아서 베어버리고 싶었는데. 잘됐다 그치?"


"으응..."


반말을 해도 낮을 많이 가리는 편인 난 갑자기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면 살짝 꺼리는 습성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아직은...


-텁.


'윽!'


"어이, 동료쿤. 뭐 신경 쓰이는 건 있어? 왜이리 안색이 좋아~? 우리는 뭐니뭐니해도 가지치기에서 살아남았다구~?"


'신경 쓰이는 점?...'


그 순간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차세연'


"린! 혹시 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


"뭐?"


난 그의 옷깃을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빨리 말해줘. 그래도 집에 갔다가 다시 내일 아침에 훈련받으러 오는 거지? 분명 그 노인이 그렇게 말했는데..."


"진짜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들은 거야? 애초에 훈련소에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날씨의 마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전쟁의 서막은 43화인데 제가 착각해서 미리 올려버렸습니다. 22.09.26 31 0 -
69 린의 과거 22.11.01 24 0 10쪽
» 보라머리 린 22.10.28 21 0 10쪽
67 레지스탕스의 군사학교로. 22.10.27 22 0 10쪽
66 신혼집 같은 한 집 살이? 22.10.23 29 0 10쪽
65 새로운 시작 22.10.22 31 0 10쪽
64 퇴각 22.10.20 33 0 10쪽
63 혁명군의 기습(3) 22.10.18 19 0 10쪽
62 혁명군의 기습(2) 22.10.16 28 0 10쪽
61 혁명군의 기습 22.10.15 37 0 10쪽
60 인체 실험 22.10.13 23 0 10쪽
59 차재현의 제안 22.10.13 17 0 10쪽
58 궁지에 몰린 권익현 22.10.12 27 0 10쪽
57 가로막는 차도현 22.10.10 13 0 10쪽
56 차재현의 반란 22.10.09 14 0 10쪽
55 둘만의 전망대 22.10.08 17 0 10쪽
54 맛집 여신 차세연 22.10.08 18 0 10쪽
53 긴장된 상황에서의 자그마한 여유 22.10.06 18 0 10쪽
52 정부 속 능구렁이 22.10.05 19 0 9쪽
51 마지막 한방 22.10.04 19 0 10쪽
50 지원군 등장 22.10.03 18 0 9쪽
49 꺽여버린 빛 22.10.02 19 0 9쪽
48 영웅등장 22.10.01 20 0 9쪽
47 약점 공략 22.09.30 16 0 9쪽
46 깨어난 초대형 거인 22.09.29 19 0 10쪽
45 여단장 김의진의 폭주 22.09.28 19 0 9쪽
44 항공여단의 사투 22.09.27 18 0 9쪽
43 전쟁의 서막 22.09.27 17 0 10쪽
42 단련. 22.09.26 18 0 8쪽
41 불안한 전조의 반복 22.09.26 15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