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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날씨의 마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8.15 20:49
최근연재일 :
2022.11.01 15:1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058
추천수 :
11
글자수 :
311,096

작성
22.11.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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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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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린의 과거

DUMMY

난 그의 옷깃을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빨리 말해줘. 그래도 집에 갔다가 다시 내일 아침에 훈련받으러 오는 거지? 분명 그 노인이 그렇게 말했는데..."


"어 진짜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들은 거야? 애초에 훈련소에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딴 게 없다...


그러면 차세연은...


그녀가 홀로 있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난 아직 이 세계를 믿지 못한다.


그녀는 강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레지스탕스.


노인이 만약 나와 차세연을 떨어트려 놓기 위해서 그런 거짓말을 하였다면.


그녀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


"소중한 사람을 두고 왔단 말이야. 아직 이쪽 세계에 발들인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석은 이를 꽉 깨물었다.


왜그리 쉽게 믿어 버렸을까?


이성한과 그들을.


분명 목적이 있었기에, 나와 차세연이 쓸모가 있었기에.


막대한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구한 것일 텐데.


과한 걱정일 지는 몰라도, 머리로 스쳐 가던 아담의 아들의 모습은 온몸을 소름 끼치게 하였다.


"연인?"


"아직 연인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어."


"그렇구나. 좋아, 도와줄게. 나도 소중한 사람을 잃어 봤기에 그 마음 잘 알거든."


"린..."


"내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우리 어머니의 목숨을 빼앗아 간 결계안의 녀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야."


"그럼 어머니가..."


"응. 대대적인 인류 분류화 작업에서 어머니는 추방 대상이 되었어. 당시 뱃속에 있던 나와, 이미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런 상황에서 힘들게 목숨을 연명하던 어머니에게는 천청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지."


예상했었다.


안개 서린 린의 눈 또한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지는 않았을 거라고.


"결계밖 아무것도 없는 황야는 사약과도 같은 추방행위라는 것을 두눈으로 보여주었어. 버려지면 분명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 임산부인 어머니는 큰 결심을 하셨지. "


린은 죽음을 표현하듯 손가락의 끝으로 목을 그었다.


[여기나 밖이나 죽는 건 마찬가지야. 그래도 희망은 있어. 내 아이는 아직 출생신고도 안 했으니까. 나만 조심해서 단속반을 피해 다닌다면, 내 아이가 홀로 설 때까지의 시간은...]



[그러니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단속반에게 걸려서 죽더라도. 내 아이가 홀로 설 때까지 키워내서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새로운 시민권을 아이에게 사주기만 하면 돼. 그러면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어. 린... 엄마가 열심히 할 테니까 무럭무럭 자라기만 해줘? 사랑해...]


" 하지만, 늘 인간은 이득과 손실에 사로잡혀있었어. 이웃의 도움으로 이웃집 지하에서 무사히 출산하고 내가 5살이 되던 해."


-똑똑똑.


[린 엄마. 있어?]


[네~.]


[이거 오늘 끓인 닭죽인데... 한번 먹어봐... 아들도 좋아할 거야...]


평소와 다름없이 만든 음식을 나눠주려 하는 이웃의 부름에 라일라는 스스럼없이 문을 열려 했다.


다만, 약간의 꺼림칙한 점은 왠지 불안해 보이고 떨리는 듯한 이웃의 목소리.


확실이 그 부분우 평소와 다르다.


그래도 늘 친절히 대해줬던 이웃이기에.


'오늘 별로 기분이 안 좋으신가?'라는 생각까지만, 도달할 수 있었던 라일라였다.


-끼익...


열리는 문.


초초한 얼굴의 이웃.


그리고 뒤에선 검은 그림자.


죄책감에 싸인 이웃의 한마디.


"린 엄마... 미안해. 나도 더는 숨기고 있자니 힘들어서..."


그 순간.


라일라의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졌다.


사시나무 같이 떨리는 양손.


초점이 맞지 않는 눈.


그리고 동공을 가득 채운 건 시커먼 총구였다.


[하하-, 이것 참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인류 구축 사업으로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렇게 자진 신고를 해주시다니.]


총든 병사의 뒤에서 걸어온 은발의 남성.


짧게 올려친 머리에 황색의 눈동자가 특징이었다.


그가 이웃에게 내민 손에는 금화 몆닙.


그게 라일라의 가치였다.


[그럼, 즉각 처리하고 저희도 물러나죠. 이런 곳에 더 있어봤자. 시민들의 혼란만 일으킬 뿐이니.]


은발의 젊은 남성이 손짓함과 함께 병사는...


단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날이 내 생일이었어. 총소리에 놀라 방문 틈으로 봤을 땐. 이미, 병사들이 죽은 엄마의 시체를 끌고 가고 있었지. 식탁 위에는 네모난 편지와 피 묻은 케이크만 남기고 말이야."


이야기를 들으며 느껴지는 가슴속 뭔지 모를 뜨거움.


무심코 입안을 깨물고 말았다.


지킬 수 없었다는 죄악감이 머리를 조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허무하고 나약했기에 보호받을 수 없었던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을 감싼 소중한 것을 깨부순 검은 것.



린의 눈에도 나와 같은 분노와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나또한 가족을 잃었던 뒤로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기에.


내가 망설이는 것을 눈치챈 린이 씩 웃어 보였다.


"햐... 이래서 내가 말 안할랬던 건데. 그렇게 슬픈 눈으로 보지 마.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다만, 그 과거를 잊지 않고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니까, 최단시간에 여기서 탈출해보자고~. 조기석."


"응!"


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다음날.


(기상합니다. 기상!)


두 눈을 뜨이게 하는 스피커의 소리.


늦게까지 린과 이야기했던 터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점호장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모든이가 모여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린


삭막한 배경과 맞지 않게 화사한 그의 미소에 난 어색한 웃음으로 답변하였다.


"다. 모였나? 제법 줄었군."


눈으로 훈련병들을 쓱 훑어보는 소대장.


"좋아. 훈련의 첫날이다. 훈련병이 줄어든 만큼 너희들 방 배정은 다시 할 예정이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일단 기초체력부터 다져보겠다. 들고 오도록."


커다란 덤프트럭.


그곳에는 줄 달린 쇳덩이들이 실려 있었다.


트럭은 점호장 중심에 오더니 쇳덩이들을 부었다.


-카르르르르릉!!!!!!


"각자 자신의 몸에 맞게 매라."


'이걸 매고 뛰라고?'


"마력을 제거해주는 황철석이다. 오로지! 육체의 힘으로만 뛰도록 도와주는 아주 희귀한 금속이지."


난 망설였지만, 다른 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에 메었다.


"뭐야~?! 고작 이딴 게 체력 단련용이라고?!"


"흠... 착용감이 좋군."


'다 괴물들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린 또한 그들의 말을 거들었다.


"우와~! 이거 괜찮은데~?! 러닝하기에 안성맞춤이잖아! 하하!"


내가 너무 허약한 건가?...


혹여나 가벼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일 작아 보이는 것을 메어 봤는데...


역시나.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윽...'


"제한 시간은 2시간. 그 안에 이곳 칼다라 교육사의 외각을 따라 돌아, 이곳으로 다시 와라."


'뭐?! 두 시간?!'


말도 안 된다.


이 무거운 걸 들고 축구장 몇십 배 크기만 한 칼다라 교육사를 두 시간 안에 돌으라고?!


"매일 반복 될 테니, 지금부터 적응해 놓도록. 그럼 시작."


다들 달리기 시작했다.


'와... 다들 강하구나...'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동료쿤 먼저 갈께~!"


린도 저 마른 몸에 자신보다 큰 쇳덩이를 메고...


하... 그렇다고 멍하니 있으면 죽도 밥도 안되니까...


한숨을 푹 쉬고 달렸다.


그래도 그동안 평소에 기초 체력을 단련해 놓은 덕뿐일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점점 먼저 달려갔던 훈련병들이 보인다.


나의 접근을 알아채고 뒤로 쓱 돌아보는 훈련병들.


다만,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야. 그 결계안에서 왔단 놈이 저놈이야?"


"맞아. 욕구에 쩔은 돼지 녀석들."


"무슨 낯짝으로 기어 나왔데? 죽여버릴까?"


"맘대로, 애초에 죽이지 말라는 명령은 없었으니까."


"그럼,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줘야겠지? 그게 합당한 복수니까. 키히힛."


훈련병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며, 더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지?...'


그들의 생각을 알 리 없는 기석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였다.


두 명 중 한 명의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새까만 보주를.


'빠득!'하는 소리와 함께, 금 사이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고유 결계...?!'


몸을 억누르는 음산한 기운이 목을 옥죄었고.


사방으로는 입체주의 배경이 깔렸다.


"끼히힛. 끼히히힛."


소름끼치는 웃음과 함께 나타난 입체주의 풍의 괴물.


마녀의 형상을 한 괴물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분 나쁨이 느껴졌다.


"마력도 못 쓰는데. 마력을 담은 물건을 통한 소환 술인가?... 하지만... 꼴찌인 내게 왜?..."


일단은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다.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윽!'


마녀가 정면으로 손을 던짐과 함께 사방에서 날라오는 코미컬한 문양의 도끼들.


몸을 던져 피하긴 했지만.


이 결계를 뚫지 못한다면 결국 저 도끼에 썰리고 말 것이다.


결국 결계에서 나가려면, 고유결계의 시전자인 저 마녀를 죽여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여전히 내 머리 속에서는 how가 남은 상황.


일단은 살고 나서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온다.


-휘릭! 휘리리릭!


처음봤던 속도랑 별 차이 없는 속도.


적응됐다.


그리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다만, 정말 이것뿐일까?


몸에서 흘러져 나오는 검은 마력은 도저히 이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게 만들었다.


아니면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일 수도...


'그렇게는 못 두지.'


이런 상황에 닥친 것에 화나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이걸 즐기고 있었다.


좋아...


스승님에게 배웠다.


만약 마력이 다른 무언가에 억제되었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바로 극소량의 마법을 뽑아내어 최소한의 마력을 통해 전투하는 것.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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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전쟁의 서막은 43화인데 제가 착각해서 미리 올려버렸습니다. 22.09.26 31 0 -
» 린의 과거 22.11.01 24 0 10쪽
68 보라머리 린 22.10.28 19 0 10쪽
67 레지스탕스의 군사학교로. 22.10.27 22 0 10쪽
66 신혼집 같은 한 집 살이? 22.10.23 28 0 10쪽
65 새로운 시작 22.10.22 30 0 10쪽
64 퇴각 22.10.20 33 0 10쪽
63 혁명군의 기습(3) 22.10.18 19 0 10쪽
62 혁명군의 기습(2) 22.10.16 27 0 10쪽
61 혁명군의 기습 22.10.15 37 0 10쪽
60 인체 실험 22.10.13 22 0 10쪽
59 차재현의 제안 22.10.13 16 0 10쪽
58 궁지에 몰린 권익현 22.10.12 27 0 10쪽
57 가로막는 차도현 22.10.10 13 0 10쪽
56 차재현의 반란 22.10.09 14 0 10쪽
55 둘만의 전망대 22.10.08 17 0 10쪽
54 맛집 여신 차세연 22.10.08 18 0 10쪽
53 긴장된 상황에서의 자그마한 여유 22.10.06 17 0 10쪽
52 정부 속 능구렁이 22.10.05 19 0 9쪽
51 마지막 한방 22.10.04 19 0 10쪽
50 지원군 등장 22.10.03 18 0 9쪽
49 꺽여버린 빛 22.10.02 19 0 9쪽
48 영웅등장 22.10.01 20 0 9쪽
47 약점 공략 22.09.30 16 0 9쪽
46 깨어난 초대형 거인 22.09.29 18 0 10쪽
45 여단장 김의진의 폭주 22.09.28 19 0 9쪽
44 항공여단의 사투 22.09.27 18 0 9쪽
43 전쟁의 서막 22.09.27 17 0 10쪽
42 단련. 22.09.26 18 0 8쪽
41 불안한 전조의 반복 22.09.26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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