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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날씨의 마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8.15 20:49
최근연재일 :
2022.11.01 15:17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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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7
추천수 :
11
글자수 :
311,096

작성
22.10.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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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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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둘만의 전망대

DUMMY

난 그녀의 부탁대로 이름을 쿠로이 네코로 해줬다.


생각해 보니까, 그녀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짙은 검은색의 장발에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화장은 마치 귀여운 검은 고양이를 보는 듯했으니까.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사진을 내가 찍어 줄게. 어차피 네 모습이랑 칼국수가 같이 나와야 하잖아."


"그렇긴 해요."


"자, 포즈 잡아봐."


"어떤..."


"음... 쿠로이 네코니까, 고양이 포즈는 어때?"


"네?! 그런 포즈가 제게 어울릴 리가..."


"아니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할 거야. 넌 충분히 귀여우니까."


"네엣?!!! 제가요?..."


"응!"


벌써부터 가게로 몰려드는 손님들이랑, 밖에서 으글 슬쩍 그녀의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장래의 잉스타 미녀의 길을 걸을 듯한 그녀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냥~."


손가락을 굽히며, 고양이 포즈를 취한 그녀.


'흡!'


순간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걸 몇 번 더 봤다가는 심장 건강에 해로울 거다.


주위로 뿜어내는 차가움에서 나오는 갭차이.


이것이 갭모에라는 건가?...


온몸이 찌릿했지만, 정신을 다시 차리고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그렇게 찍은 5장의 사진.


전부 괜찮게 찍혀서 뭘 올려야 할지 몰랐지만.


그녀가 첫 번째 사진이 제일 맘에 든다 해서 그걸 올리기로 했다.


****


"으아아...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안간힘을 써서라도 먹으려던 그녀는 젓가락 내려놓았다.


아직 절반이나 남은 칼국수.


그래도 절반이나 먹었다니 대단하네...


"안녕하세요~."


"네?"


그녀 앞으로 들이밀어 진 마이크.


"7시는 내 고향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걸 드시고 계신데 인터뷰 잠깐 가능할까요~?"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환한 미소와 차세연을 향한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을 찍고 있었다.


"아... 네..."


"자, 그럼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숏!"


카메라멘의 따봉 표시와 함께, 촬영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7시 내 고향의 리포터, 이수정입니다. 후우~! 오늘도 어김없이 뜨거운 이곳! 홍대에 찾아왔는데요. 길 가던 와중, 저는 사람이 북적이는 음식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원할매 투황천 칼국수집! 저 이수정 리포터가 이런 곳을 놓칠 리가 없죠~? 그럼, 바로 주인장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님~."


"홀홀, 어서오세요."


"아니, 할머님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해 보신 것 처럼 보이는데, 갑자기 이렇게 혜성처럼 맛집으로 등극했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홀홀홀, 그거야 바로 K-할매표 칼국시와 그걸 먹고 있는 예쁜 우리딸이다우."


"어머! 이분이 따님이세요? 너무 예쁘시다."


"따님 모습 보면 할머님도 젊었을 때 한 미모하셨을 것 같아요~."


"아무렴, 당근이지. 저기 사진을 보라우. 내가 이 가계를 처음 열었을 때 모습이라우."


흑백 사진 속 가게 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정~말 아리따우셨네요~."


"홀홀."


"그럼, 우리 이 가계의 마스코트인 따님도 만나볼까요."


그녀의 딱딱한 성격상 인터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프로방송인이듯 수월하게 잘해냈다.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던 미소도 많이 보였고, 목소리도 하이톤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


평소에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아마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리라.


하하...


어째면 그녀의 숨겨진 재능이 아닐까?


촬영이 끝나고, 차세연에게 사진을 요청하는 해열이 이어졌으며.


그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둘만의 시간이 생겼다.


"으으... 다 불어터졌네요..."


"뭐 다 먹을 수 있던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할머니께서 열심히 만들어 주신 건데..."


그때 불쑥 주인 할머니가 나타났다.


"괜찮다 가시나야. 할매가 그냥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거지 다묵으란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덕분에 가게 홍보도 제대로 하게 됐다 아이가? 고맙다."


주인장 할머니가 감사의 표시로 손을 내밀었고.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았다.


"다음에는 꼭 다 먹을 수 있도록 연마해 올게요."


"아이고~ 뭘 또 연마냐? 그 이쁜 몸매 다 망칠라. 다음에는 작게 해서 또 맛있게 해줄 테니. 또 오기나 해라 가시나야. 홀홀."



"네."


짦은 시간이지만, 뭔가 둘 사이에 쌓인 우정은 훈훈한 분위기를 품겼다.


그러게 아무런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 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저런 익숙해 보이는 분위기를 품기다니...


뭔가 있는 건가?...


"이만 가죠. 기석씨."


"응."


"그래 잘 가려무나 남자친구하테도 잘해주고 싹싹해 보이는 게 말 잘 듣게 생겼으니."


'칭찬인가?...'


"알겠어요. 후훗."


'뭐~?! 그걸 또 왜 긍정을?...'


허... 참...


왠지 오늘따라 차세연이 이상하다.


그렇게 다시 나온 그녀와 나.


아까전의 대답이 계속 신경 쓰였기에 그녀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다.


"저기..."


아... 추하긴 한데..


"그 아까전에 할머니가 나를 남자친구라고 칭했잖아?..."


앞서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도는 그녀.


"네. 그랬었죠."


"그런데 너가 아무런 부정 안 했잖아?..."


"그래서요~?"


"그러니까... 그러면은..."


"그러면은 기석씨가 제 남자친구가 되는 거 아니냐구요?"


정곡이다.


그녀의 사이다 같은 발언에 목이 따가워 말을 멈췄다.


"솔직히,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렇게 둘이 거리를 다니면, 누구나 다 저희 둘을 커플로 생각할 걸요? 저번 병원 가는 길에서도 그랬고."


"그...랬었지?..."


"그래서... 기석씨는 제 남자친구가 되는 게 싫으신가요?..."


예상치 못한 한 방.


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이런거라면 이미, 수십 번을 겪어 면역력을 높인 기석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했으니.


양팔을 아래로 꼬며 올려다보는 눈.


어떤 남자가 이걸 싫다고 마다하겠는가?


결국, 난.


"아냐, 너처럼 예쁜아이의 남자친구라고 해주는데... 싫을 리가 없지..."


"후후. 좋아요. 그러면 기석씨도 동의했으니, 저흰 오늘 일 커플인 거에요. 불만 없죠?"


"뭐?!"


"뭐~에요~? 방금 자기 입으로 남자친구가 되는 게 좋다고 해놓고선 금방 또 이렇게 말을 바꾸는 거에요?"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단지 남자친구라고 불리는 게."


그때, 그녀가 내 입에 손가락을 올렸다.


"쉿. 이럴 때는 그냥 알겠다고 말하는 게 멋진 거에요. 저도 부끄러움을 참는 거니까."


'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두 번째 당하는 쉿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녀에게서 전혀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달콤함이 그만 생각의 회로를 녹였기 때문이다.


"알겠죠?"


"으응..."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차갑던 그녀를 요망하게 바꾸어 놓았을 까나?


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 아까 할머니 가게에서 많이 먹은 탓에 속이 더부룩해요... 이렇게 돼서는 더는 먹지 못할 것 같네요. 먹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힝..."


그녀는 아쉬운 듯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 후, 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주변에 유명한 전망대가 있다는데 같이 가실래요? 아마, 조금 있으면 노을이 지는 시간인데. 지금 간다면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노을이라...


스승님께 납치돼서 하늘을 날며, 보았던 노을이 내가 봤던 첫 번째 노을이다.


아름다웠다.


평생을 노을이란 존잴 모른 체 살아왔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때와 같은 노을.


하지만, 다른 사람.


나에게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해주겠다는 듯, 건네는 말 한마디.


고갤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로 했다.


"좋을 것 같아."


우리둘은 거리 끝으로 보이는 산 위의 전망대를 향해 걸어갔다.


점점지는 해.


"뛰어요 기석씨! 이대로 천천히 걸어가면, 노을을 놓칠 거라구요~!"


"잠시만... 밥 먹고 바로 뛰니까... 속이 울렁..."


"참~. 그래도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잖아요. 우리 둘이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함께 노을을 볼 날이."


슬픔이 섞인 듯한 미소.


살결에 서린 불안감.


잊고 있었다.



지금은 전시다.


잠깐 혁명군이 후퇴했을 뿐인.


데이트 내내 신경 쓰고 있었던 건가?...


어쩌면 나와 함께하는 지금 순간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그때의 밤바다에선 분명 평생 함께 전장을 거닐자고 했지만.


겪어보지 못했던 문외한의 말일 뿐.


전쟁의 서막 뒤엔 정말로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고.


나 또한 소중한 사람과 내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까.


그래서 드는 생각.


-지금을 소중히 하자.-


아마, 인간이 혼돈 속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 토할 것 같아도 달리자.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미안."


"기석씨!"


난 그녀를 제치고 전망대를 향해 달렸다.


****


"하아... 하아... 하아..."


"다행히 늦지 않았네요."


전망대의 난간에 기대 노을을 바라보는 그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며, 찰랑였다.


한편의 영화같은 장면.


그모습에 잠시 멍해진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린 후.


그녀 옆으로 난간에 기대었다.


바람이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식혔고.


기분좋은 시원함이 몸을 감쌌다.


"예쁘죠?"


"그렇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듯한..."


공감이다.


터무니 없이, 고요하다.


"그럴 수는 없겠죠?"


"아마..."


잠시 침묵하는 그녀.

이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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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전쟁의 서막은 43화인데 제가 착각해서 미리 올려버렸습니다. 22.09.26 31 0 -
69 린의 과거 22.11.01 23 0 10쪽
68 보라머리 린 22.10.28 19 0 10쪽
67 레지스탕스의 군사학교로. 22.10.27 22 0 10쪽
66 신혼집 같은 한 집 살이? 22.10.23 28 0 10쪽
65 새로운 시작 22.10.22 30 0 10쪽
64 퇴각 22.10.20 33 0 10쪽
63 혁명군의 기습(3) 22.10.18 19 0 10쪽
62 혁명군의 기습(2) 22.10.16 27 0 10쪽
61 혁명군의 기습 22.10.15 37 0 10쪽
60 인체 실험 22.10.13 22 0 10쪽
59 차재현의 제안 22.10.13 16 0 10쪽
58 궁지에 몰린 권익현 22.10.12 27 0 10쪽
57 가로막는 차도현 22.10.10 13 0 10쪽
56 차재현의 반란 22.10.09 14 0 10쪽
» 둘만의 전망대 22.10.08 17 0 10쪽
54 맛집 여신 차세연 22.10.08 18 0 10쪽
53 긴장된 상황에서의 자그마한 여유 22.10.06 17 0 10쪽
52 정부 속 능구렁이 22.10.05 19 0 9쪽
51 마지막 한방 22.10.04 19 0 10쪽
50 지원군 등장 22.10.03 18 0 9쪽
49 꺽여버린 빛 22.10.02 19 0 9쪽
48 영웅등장 22.10.01 20 0 9쪽
47 약점 공략 22.09.30 16 0 9쪽
46 깨어난 초대형 거인 22.09.29 18 0 10쪽
45 여단장 김의진의 폭주 22.09.28 19 0 9쪽
44 항공여단의 사투 22.09.27 18 0 9쪽
43 전쟁의 서막 22.09.27 17 0 10쪽
42 단련. 22.09.26 18 0 8쪽
41 불안한 전조의 반복 22.09.26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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