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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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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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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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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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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그대는 고요했다 - 1

DUMMY

"오늘의 날씨입니다. 현재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UFO는 빗줄기를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으며, UFO 문제로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


"네, 기상 캐스터, 좋은 날씨 정보 감사합니다. UFO 를 통과하다니. 신기하네요?"


"지금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하고 있는 서울 시내 운전자들 역시 이 상황을 신기해 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호연은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와 라디오 소리에 졸린 눈을 겨우 벌렸다.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가늘게 보이는 빗줄기가 눈에 보였다. 그는 창문의 소음 차단 버튼을 누른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허리야······."


호연은 바닥에 깔린 이불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우연의 장롱에서 겨우 찾아낸 이불이었다. 바닥에서 자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두꺼운 겨울용 이불이었지만, 허리 보호는 전혀 되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매만지며 침대에 누워있는 우연을 바라보았다. 아침에 라디오가 자동으로 틀어지게 맞춘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세상 비를 탈탈 털어 내리게 할 기세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네, 지금 하늘을 보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UFO 가 하늘을 막고 있는 곳까지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이원재 박사님을 모시고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저명한 물리학자로 출판 서적으로는 '물리학과 UFO······'


매스미디어는 또 이런저런 사람들을 모아서 떠들기 시작했다. 사실 어디 분야에 있건 상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적당히 비슷하게 짜맞출 수 있는 사람이면 죄다 불려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호연은 우연의 방을 나온 뒤 방문을 닫았다.


"우산이 없나······."


호연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신발장을 뒤졌다. 운동화나 워커가 그녀의 신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화나 구두는 고작 한두 켤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간간히 우산들이 끼워져 있었다.


그는 많은 몇 개의 우산들 속에서 또 고민을 해야 했다. 호연의 우산 스타일은 검은 우산이나, 무난한 체크무늬 우산 뿐이었다. 꽃무늬가 많이 들어가 있거나, 밝은색 계통의 우산 위주인 우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게 그나마 무난하겠지?"


호연은 밝은 색이지만, 그나마 갈색빛이 도는 우산을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그는 혹시나 우산을 잊을까봐 그의 신발 옆에 놓아두고는 소파로 향했다.


어제밤 우연이 얼마나 자신을 귀찮게 했는지 곱씹으며 TV를 틀었다. 기껏 목발을 가져다주고 소파로 돌아왔더니, 물을 떠다 달라고 졸라서 떠다주고, 떠다주고 오니 커텐을 좀 쳐달란다. 밖을 보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부탁은 방에서 같이 자자는 부탁이었다.


호연은 우연의 조름에 한참 거절하다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이해도 잘 가지 않았다.


"UFO 소재는 아주 특이한 것으로······."


"UFO 는 가짜입니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비로 모든 것이 풀리게 되는군요!"


"UFO가 사실 심각한 가뭄의 주범으로 여겨 질 수 있······."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죄다 UFO 소식들 뿐이었다. 하나같이 전문가들을 모셔놓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좀 다른 뉴스가 있다면 '강민석 박사' 를 중심으로 한 테러 조직의 테러 소식이었다.


강민석 같은 매스미디어 테러리스트를 만들고 나서도, 아직도 매스미디어는 계속 예비 테러리스트를 준비중이었다. 벌써부터 다른 채널에서는 한 과학자를 추종하는 무리들도 보였다.


"일어났어요, 호연 씨?"


우연이 방에서 나오며 물었다. 잠이 덜 깬 목소리였다. 호연은 몰래 부끄러운 거라도 본 듯이 TV를 급하게 끄고 우연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이상한 거 봤어요? 유료 채널은 보면 안 돼요."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거."


"아침 드실래요?"


우연은 비틀거리며 부엌에 있는 밥통으로 향했다. 호연의 눈에는 마치 충전이 덜 된 인간형 로봇 같았다. 그리고 로봇 같은 그녀는 밥통에 머리를 넣어 충전할 듯이 꾸벅거리며 밥을 그릇에 펐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이런저런 반찬과 냉동식품을 꺼내 식탁에 두고는 호연을 불렀다. 호연이 맞은편에 앉자, 우연은 나무젓가락을 건넸다.


"바닥은 편했어요, 호연 씨?"


우연의 물음에 호연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우연은 킥킥 웃으며 작은 참기름 튜브를 밥 위에 모두 뿌렸다. 그녀가 찬장을 열었을 때 작은 튜브들이 가득 차 있던 것이 생각났다.


"우연 씨는 밥에 뭘 뿌려 먹는 거예요?"


호연이 유도 심문을 하듯 물었다. 우연은 한 손으로 밥에 참기름을 비비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참기름 양에 비하면 밥의 양이 너무 적었다. 참기름에 밥을 비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참기름이요. 이렇게 안 비벼 먹으면 목에서 잘 안 넘어가더라고요. 목이 너무 뻣뻣해서."


호연은 괜히 그녀의 아픈 모습을 찝었다고 생각했다. 목이 안 좋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는 거짓말이고요. 그냥 참기름에 비벼 먹으면 맛있어서요. 이상해요? 호연 씨도 하나 드릴까요?"


"아뇨, 느끼해서 좀 참으려고요."


호연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목으로 넘어가는 밥이 뻑뻑했다. 호연은 찬물을 벌컥 들이켰다.


"밖에 비오니까 우산 챙겨가요. 혹시 택시비 필요해요?"


"우산은 하나 챙겨놨어요. 아, 신발장 뒤진 건 미안해요."


"어차피 들어있는 것도 없는데요. 택시비는 필요 없는 거죠?"


"내 고생한 수고비라도 주면 고맙죠."


"재워주고 밥 먹여주는 걸요?"


우연은 한 손으로 참기름 잔뜩 묻은 수저를 흔들며 웃었다. 호연은 괜히 우연이 괘씸해보였다. 그녀는 히히 웃은 다음에 숟가락에 묻은 기름을 빨아먹었다. 그 느끼한 것을 진짜 맛있다는 듯이 먹고있었다.


호연은 멸치를 우물거리며 투덜거렸다.


"방바닥에 재워놓고서는 재운 겁니까?"


"누가 올라오지 말래요?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우연은 한 발로 깡총깡총 뛰며 그릇을 싱크대에 던져넣었다. 싱크대는 커버가 닫히더니, 씻겨진 그릇이 보관함에 세워진 채로 열렸다.


호연은 그 싱크대보다는 싱크대 위에 있는 모니터에 눈이 갔다. 찻잔 바로 아래 매달려 있는 모니터였다. 중간중간 깜빡거리는 게 눈에 거슬렸는데, 우연의 핸드폰과 연결되어있는 것 같았다. 아마 메시지 내용이 오는 모양이었다.


호연이 지금까지 본 메시지는 대부분 스팸 메시지였다. 아무한테 다 보내는 스팸 메시지라지만, 여자한테 별 이상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우연도 핸드폰 관리를 은근히 안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고로 핸드폰이 망가졌다고 했지······. 호연은 우연의 팔과 다리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야, 요새 연락 한 번 제대로 없다?'


스팸 메시지가 아닌 이름이 붙어있는 메시지였다. 호연은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바라보았다. '정민영' 이었다. 술집에서 자신에게 번호를 준 정민영.


"반찬 그거 다 먹으면 짜요."


우연이 소파로 깨금발로 뛰어가 앉으며 말했다. 호연은 그 메시지를 못 본척하며 다 비운 그릇을 싱크대에 넣었다. 그리고 싱크대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처럼 물었다.


"이거 싱크대 잘못하면 손 끼이겠는데요? 문제 없었어요?"


"쓰는 동안에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고 이후에 설정 바꿔둔 거예요. 평소에는 손으로 설거지하죠."


호연은 우연의 말을 들으면서 모니터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그 다음 메시지는 안 오는 모양이었다. 종이컵에 액체형 커피를 채우며 모니터 앞을 떠났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죠."


호연은 윗옷을 걸치며 말했다. 우연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우연에게 간단히 작별인사를 한 다음에 담배를 물며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신발 옆에 놓아두었던 우산을 챙겼다.


"다음에 또 와요."


우연이 문 앞까지 불편한 몸으로 따라와서 말했다.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도 우연은 영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호연은 멋쩍은듯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호연은 흡연 박스를 찾아갔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아까 정민영의 문자를 떠올렸다. 우연과 같이 있으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경고하고, 그녀를 적대시 하던 민영이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무슨 용기가 생겨 자신의 안전을 포기하고 연락을 한 것일까?


호연은 담배 연기를 뱉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는 메시지함을 열어서 민영에게 온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는 담배를 마저 빠르게 피우고, 두 엄지 손가락으로 자판을 꾹꾹 눌렀다.


작가의말

일반 연재로 넘어왔습니다. 그 사람이 보고 싶네요. 성공을 다짐할 겁니다. 그 사람 앞에서 당당히 설 겁니다. 그래서 전 글을 씁니다. 아마,,, 술 좀 마셨습니다.

오타, 문법 오류 지적 부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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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 크레이터 - 1 20.02.14 23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6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5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6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9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90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5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3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6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7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2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4 1 10쪽
»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1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6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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