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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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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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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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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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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 파란 장미꽃 - 5

DUMMY

"근데 내가 말이야, 이때 그 학생 놈들 중에서 검거된 애 하나 심문 했었거든. 뭐 그 녀석은 집행유예로 끝났지만. 남자 한 명이 갑자기 자기 멱살을 잡고 뭐라 하다가 달려갔다고 얘기하더라고."


"예, 그거 접니다."


"거기서 나와서 뭐 했어요? 뭐 현진이라는 사람도 당신을 도우러 왔었다는데, 그 사람도 자리를 급히 뜬다고 못 들었어. 그 다음에 찾아왔을 때도, 전화번호나 그런 걸 물어봤는데,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피하고."


호연은 그때 진애의 집으로 달려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해자의 집으로 갔죠."


호연은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도망갈 구석도 없었다. 철빈은 아주 좋은 정보가 나왔다는 듯이 씩 웃었다.


"좋아요, 호연 씨. 이 얘기 어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갔어요?"


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경찰이 한 번 왔다갔습니까?"


"내가 왔다갔었지. 서류가 막 휘날리고 있었지?"


"장난 아니더군요."


"그래도 원하던 정보는 못 얻었어."


"전 얻었습니다."


철빈이 놀란 표정으로 호연을 바라보았다. 민영도 놀란 표정이었다. 호연은 목이 타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EMP 폭탄."


"EMP 폭탄?"


철빈이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저도 확실하지는 않아요. 작은 기계 부품이었어요. 숨겨져 있는 걸 발견했죠."


호연은 죽은 친구를 파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본 건 본 거였고, 더이상 그의 존재를 회피할 수는 없었다. 성진이 그를 뒤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써늘한 느낌이었다.


"그게 어디에 숨겨져 있었죠? 저도 아저씨랑 같이 갔었을 때, 그 EMP 폭탄으로 보이는 건 못 봤는데."


"장농 이불 밑에 숨겨져 있더군요."


철빈이 생각도 못 했다는 듯이 자신의 뒷통수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쳤다.


"이불! 이불은 너무 뻔해서 안 들춰봤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젠장, 지금 쯤이면 다 가져갔겠군."


"제 집에 하나 가져온 게 있습니다."


그의 말에 철빈은 살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거 원래 가져가면 안 되는 거야, 호연 씨. 다른 곳에서 함부로 얘기했으면 징역 갔어. 뭐, 아주 잘했어요. 나한테 말 안 한 건 사과할 준비 하고."


오철빈 형사는 한참 태블릿 PC를 만지작거리다가, 방 정면에 있는 TV 를 켰다. 철빈의 태블릿 PC 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성진의 신상서를 열더니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다. 호연이 보았던 EMP 관련된 연구 자료들이 있는 칸에서 멈췄다.


"아주 좋은 발견을 했어요. 연구 기록을 보면 EMP 실험에 관한 자료들은 있는데, 그 증거를 못 찾고 있었지. 민영도 내가 이걸 보여줬을 때 많은 관심을 보였을 거야. 그렇지 않아?"


"그랬죠, 아저씨. 호연 씨 얘기로 나온 결론이 있어요?"


"너랑 얘기했을 때랑 똑같은 결론이야. 성진은 일단 어떤 마음으로든 민석 박사 일행에 도움을 준 게 맞아. 강민석 박사가 종교를 만들기 전에 성진에게 준 상도 있고. 그리고 진애는 아직 애매해. 그 조직에 있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있다가 납치 된 건지. 호연 씨와 같은 곳에 있었는데, 따로 납치될 리가 없잖아."


호연은 진애가 납치되기 전 소리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왜 너까지 그러는데. 아무리 우리가 너한테 더럽고 끔찍해도, 그렇게 더럽지는 않아, 알아? 뭐가 좋다고 성진이가 범죄 조직에 가담해? 내가 뭐가 좋다고 성진이가 범죄 조직에 들어간 걸 숨겨줘. 뭐가 좋다고, 대체!'


그때 그는 차마 그녀에게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때 상처를 받고 있었다.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가, 이제 자신이 아닌 친구를 위해 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질투였다. 또다른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 외침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이제 제가 물어봐도 되나요?"


외침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호연을 민영이 끌어올렸다. 호연은 민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저하고 만나고 싶던 이유가 뭐예요? 분명 진애의 소식을 뭔가 하나 들고 오신 것 같은데."


"세 개 있습니다."


"세 개나요?"


"하나는 철빈 씨한테도 들을 수 있고, 두 개는 저한테 들을 수 있습니다."


민영은 철빈을 바라보았다. 철빈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도 있긴 하지. 뭐 물론 확실하지는 않지만."


민영은 한숨을 푹 쉬더니, 터치펜을 고쳐잡았다.


"이 아저씨들, 숨기는 거 참 많아. 어디 한 번 들어봐도 되죠?"


"진애가 돌아왔답니다."


"진애 씨가요? 그 납치 당했던?"


"형사일 진짜 못 해먹겠네. 차라리 내가 글쟁이하고, 기사를 쓰고 말지."


두 사람의 반응은 격렬했다. 철빈은 형사 일을 그만두냐, 마냐, 고민했다. 민영은 노트에 어떻게 적을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호연은 두 사람의 반응을 잠잠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출판사에 진애를 아는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제 연락이 왔는데, 진애가 자신의 집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경찰에 먼저 알려야지, 왜 당신한테 연락을 한 거야?"


철빈이 담배를 물며 말했다.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민영이 카페 벽에 붙은 벽지를 가리켰다. '금연' 이었다. 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철빈의 어깨를 톡톡 쳤다.


"같이 나가서 피우죠."


"조금만 기다려, 민영."


호연과 철빈은 방 밖으로 나와 흡연 박스로 들어갔다. 철빈은 라이터를 거칠게 틱틱거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호연도 이어서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하늘로 뿜었다. 형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호연 씨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하고 연관되어 있는 거야?"


그의 물음에 호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예상치 못하게 많이 나오는 군요. 성진과 진애는 이미 전에 연락이 끊겼던 상태였습니다. 우연과는 최근에 만난 거고요."


"민영도 얼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거고?"


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애를 숨겨주고 있는 인석도 민영을 봤던 사람이었다. 철빈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근데 우연이라는 사람, 붕대는 어떻게 된 거요? 사고야?"


"예, 차 사고 입니다."


"차 사고? 꽤 고생 좀 했겠네."


그는 한참 고개를 끄덕이다가 담배를 빨아드리고는 말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할게, 호연 씨. 나는 우연 씨를 민석 박사와 관계있는 사람으로 점 찍었어. 호연 씨한테는 미안한데, 어제 우연 씨 기록 좀 살펴봤어. 어디가서 이런 짓 했다고 말하지는 말고. 택시에서 사고가 났다던데, 운전석으로 차가 들이쳐서 사고가 났더만. 택시기사는 중상이야. 우연 씨는 그 기사 뒤에 앉아있었고."


철빈은 담배를 한 개비를 더 꺼내고는 말했다.


"어떻게 오른쪽만 다칠 수 있지? 뭐 다치는 거에 예외는 없다지만, 왼쪽에서 박았는데, 왼쪽이 더 크게 다쳐야 정상이잖아?"


호연은 한참 철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철빈은 더 얘기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짚어만 본 거에요, 호연 씨. 너무 깊게 생각은 말자고, 우리. 일단 이건 민영한테 비밀로 합시다."


호연은 철빈이 담배를 다 피우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며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굴렸다. 아마 철빈도 니코틴 연기 속에서 생각을 마구 굴리고 있을 것이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뇌 속 깊숙히 파고드는 생각이었다.


"어후, 오 아저씨 담배 냄새도 지독한데, 두 사람이 들어오다니. 여자한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술집 가면 담배 냄새만 지독하게 맡는 분이, 이 담배 냄새 하나 독하다고 찡얼거리고 있구만."


철빈은 자리에 앉으며 허허 웃었다. 마치 아까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호연은 불편한 표정을 억지로 숨기며 의자에 앉았다.


민영은 호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서 지금 그 진애 씨는 어디있어요? 일단 몸 상태는 괜찮대요?"


"지금 지인 집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 지인이 저한테 전화를 준 거고요. 몸 상태는 잘 모르겠지만, 지쳐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이후로 연락은 없는 거고요?"


"예. 제가 일방적으로 피했습니다."


민영은 한참 노트를 끄적이다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호연을 바라보았다.


"그 지인이라는 사람은 출판사 동료입니다. 진애를 처음 소개해 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출판사 동료. 싸웠나봐요?"


"그냥 그래요."


호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커피를 마셨다. 민영은 노트에 뭔가를 적어놓고서는 입술과 코 사이 인중에 터치펜을 끼워놓고선 한참 생각에 빠졌다. 정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철빈은 다른 의자에 발을 올리고 편한 자세로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자 우연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일어났다는 메시지였다. 호연은 잘 잤냐는 말과 안부를 전하고선 핸드폰을 내려놓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유연한 몸짓으로 뱀이 심장을 옭아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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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3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6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5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6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9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90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6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7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4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6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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