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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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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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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란 장미꽃 - 7

DUMMY

호연은 문득 자신이 탄 경찰차에 떨림이나 엔진 소리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경찰차가 주행감이 좋은데요?"


"그렇죠? 지금 잠입수사용 엔진을 켜놔서 그래."


철빈은 허허 웃으며 민영을 바라보았다. 민영은 눈을 감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엔진이 두 개 입니까?"


엔진이 따로 있는 차는 보지 못한 호연이었다. 호연의 물음에 철빈은 담배를 물며 말했다.


"경찰차는 엔진이 두 개입니다. 하나는 잠입수사용 엔진. 하나는 질주용 엔진."


"질주용 엔진이요?"


"질주용, 그러니까 추격전용 엔진이지. 경찰차에만 담긴 특별한 기술이지. 엔진이 두 개! 잠입수사용 엔진은 속력은 느린데, 엄청 고요하지. 바로 뒤에서 운전하고 있어도 못 들을걸요? 그리고 추격전용 엔진은 스피드카 엔진을 달아놨죠. 도로에서 경찰차들이랑 붙으면, 못 잡을 차량 없어. 그래서 요새 범죄자들은 좁은 길로 들어가더라고."


철빈은 핸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끔 독일의 아우토반 무제한 구간을 이걸로 달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요, 이걸 타면. 내가 독일에 유학했었어요. 똥차로 아우토반을 뻘뻘 달리던 모습을 멀리서 생각하면, 어후······."


"담배는 창문 열고 피워요."


한 쪽 눈을 뜬 채 민영이 철빈에게 말했다. 철빈은 깜빡했다는 듯이 놀라며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을 열었다. 뒷자석은 열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민영은 담배 냄새가 지독하다는 듯이 코를 틀어막았다.


"어차피 저기가 그 뼈해장국 집이야."


철빈은 담배를 문 채 손짓했다. 도로 옆에 있는 뼈해장국집이었다. 지금 건물과는 다르게, 확 낡아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철빈은 피우던 담배를 차량 재털이에 비벼 끈 후 뼈해장국집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자, 도착했어요."


철빈은 차에서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 경찰차 뒷좌석에서 내리니, 주변 시선이 호연에게 집중되었다. 어떤 범죄자가 내리나,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다음부터 경찰차의 뒷좌석은 탈 자리가 아니었다.


"내가 그래서 뒷좌석에 안 타려는 거예요."


민영이 호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민영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모양이었다. 호연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철빈도 아까 피우고는 또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물었다.


"다음에는 경찰차 못 끌고 오겠구만."


철빈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리무진을 끌고 와서 뒷좌석을 열었다면, 아무리 시선이 꽂혀도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담배를 다 피우고는 민영이 기다리는 뼈해장국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내일 핸드폰도 보러가요! 나 답답해요, 노트북으로만 메시지 보내는데.'


호연은 테이블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온 우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위로 치솟았다. 그가 행복감에 물드는 시간은 사랑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우연한테 메시지 왔나봐요?"


민영이 턱을 괸 채 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판을 누르고 있던 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올라가있던 입꼬리를 내렸다. 둘 앞에서 미소짓지 않았던 호연의 미소는 무척 티난 모양이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요. 괜찮아요."


민영이 깔깔 웃으며 수저를 호연 앞에 내려놓았다. 호연은 슬쩍 철빈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자신의 배를 두둑히 채울 뼈해장국은 언제 나오냐는 무언의 협박을 주방에 쏘는 느낌이었다.


호연은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내렸다. 갑자기 어두운 기운이 행복한 기분을 덮는 느낌이었다. 철빈의 얼굴을 봐서 그런 모양이었다. 우연의 다친 오른팔과 다리. 지금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던 의심이 피어올라 그의 입꼬리를 덮었다.


"여기 참이슬 한 병도. 빨간거!"


주방에서 눈을 떼고, 영수증을 바라보던 철빈이 외쳤다. 민영은 한숨을 쉬고는 이마를 검지와 엄지로 주물렀다. 일부로 소주를 안 시킨 모양이었다.


"왜 소주를 안 시켰어. 이 집 해장국은 소주 한 잔을 섞어줘야지 진짜 맛이 난단 말이야."


"아저씨 형사 맞아요?"


"술 몇 잔 마신다고 형사 아닌가?"


철빈은 종업원이 가져온 소주를 받자마자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둘에게 잔을 건넸다. 민영은 한숨을 쉬며 그 잔을 받았고, 호연은 복잡한 생각에 빠진 채 잔을 받았다.


"다들 뭘 그리 한숨을 쉬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 슬슬 길이 잡혀가는 문제가지고 고민하면 안 돼. 술 마실 때는 딴 이야기도 해야지. 내 독일 유학 얘기라도 해 줄까?"


세 사람의 잔에 소주가 담겼다. 철빈은 술병을 내려놓고선 바로 술잔을 들었다. 호연과 민영은 그의 잔에 잔을 맞댔다.


"내가 왜 지금 이 사건에 매달리는 줄 알아? 다른 사람들은 화 당할까봐 건들지도 않는데."


빈 술잔을 흔들며 철빈이 말했다. 민영은 술이 쓰다는 듯이 반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나이 먹고 결혼을 안 했겠어. 나는 독일에 여자를 두고 왔어요."


"여자요?"


"독일 유학생 시절에, 내가 독일 경찰 대학에 있었거든. 여자친구는 같이 유학 온 한국인이었어. 물론 분야는 달랐지. 그녀는 천문학 쪽이었어. 정말 기적으로 만났지."


호연은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철빈은 잔을 받고는 소주병을 받아 호연의 잔에도 술을 부었다. 호연이 잔에 술이 차자 뼈해장국이 나왔다. 세 사람은 각 자리에 놓여진 뼈해장국 속으로 젓가락을 쑤셔넣었다.


"일단 뼈부터 발라내고 얘기합시다."


철빈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뼈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민영은 집게로 뼈를 하나하나 분리에 접시에 놓았다. 호연도 그제야 젓가락을 놀려 뼈에 붙은 살을 떼어내 입에 넣었다.


한참 그렇게 먹다가 철빈은 호연에게 잔을 들이댔다. 호연은 잔을 맞대고는 쭉 들이켰다. 소주 맛이 확실히 쓰긴 했다.


"독일에서의 연애는 진짜 대단한 연애였어. 한국 고속도로에서 무제한 속도로 달릴 기회는 별로 없잖아요. 거기 아우토반을 똥차로 달리는데······이야, 그 기분이 아주 붕 뜨는 느낌이었지."


그때의 모습이 기억나는지, 그는 낄낄 웃었다. 약간 서글픈 웃음 같기도 했다. 고개를 숙이고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얘기 해준다면서요, 아저씨. 뭐하는 거예요."


민영이 안쓰럽다는 듯이 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거 미안하게 됐네. 재미있는 이야기 해준다고 해놓고서는 내 이야기를 하고 말았어."


애써 허허 웃는 모습이 호연의 눈에 보였다. 민영은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자 호연은 약간 궁금증이 쌓였다.


"근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 입니까?"


호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히 또 무거운 얘기 꺼내지 말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민영의 시선을 무시하고 날린 물음이었다. 철빈은 잠시 뼈를 물어뜯다가 입을 열었다.


"한 10년 전 이야기? 내가 완전 파릇파릇한 총각 때였으니까."


"더 듣고 싶습니다, 전."


호연은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철빈은 잠잠히 술잔에 채워지는 술을 바라보았다.


"호연 씨가 원한다면 더 해줘야지. 잠깐 이해 바라, 민영아."


"이해 해야죠, 뭐."


시큰둥한 표정으로 호연을 바라보던 민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철빈은 술잔을 들었고.


"짧게 얘기하고 끝내야 될 것 같아. 데이트 과정을 하나하나 말해주고 싶은데, 이거 말하려면 술집을 하나 찾아가야 나와요."


철빈과 호연은 술잔을 마주친 다음 술을 들이켰다. 호연이 보는 그는 짧은 시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인 것 같았다.


"천문학 쪽 연구를 하고 있었어, 그녀는. 아주 놀라운 연구 주제를 찾았다면서 거기에 몰두해 있었지. 그때 잠깐 그 집에서 연구했던 자료를 봤는데, 약간 특이하더라고. 빠르게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행성을 찾았다나? 움직이는 방향, 속도, 형태. 그런 걸 다 기록해 놨더라고."


뼈 담는 통에 쌓이는 뼈다귀가 점점 많아졌다. 호연도 그 뼈 위에 자신이 먹은 뼈를 올려놓았다.


"그냥 다 사라졌어."


혼자 소주를 들이키며 철빈이 말했다. 형사의 눈을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10 년전 독일에서의 눈빛이 저랬을 것이었다.


"그녀가 자필로 쓴 연구 자료, 컴퓨터 하드, 그녀가 쓰던 기구들. 전부 사라졌지. 그녀의 존재까지 사라졌어."


"존재가 사라졌다고요?"


"독일에 유학 온 기록도, 학교 다닌 기록도, 심지어 한국에서도 존재가 사라져 있더군. 아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없었던 사람이 된 거야. 분명 기억 속에는 있는데."


민영은 벌써 뼈해장국을 비우고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이미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전에 말했죠. 강민석 박사 종교 단체가 전부터 준비되고 있던 단체라고."


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10년 전. 어쩌면 그 전부터 준비되고 있던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한국에 돌아오고 발령 나자마자 그 조사에 들어갔지. 근데 방해를 많이 받았어. 그 사건은 지금처럼. 흐지부지 됐지. 나는 바로 지방으로 떨어졌고."


그는 술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술병에는 술이 남아있지 않았다. 호연은 자신의 잔에 담긴 소주의 반을 넘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에 매달려야 해. 조용히 사라진 그녀처럼, 너무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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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3 0 10쪽
»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8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59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4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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