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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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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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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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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달콤함 - 5

DUMMY

호연은 패널 메뉴에서 음악 아이콘을 눌렀다. 꽤나 노란빛으로 아기자기한 배경이었다. 그는 노래 목록을 보면서도, 아까 그 소설 대목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다시 교육하는 길은 너무도 멀다. 물리는 것은 너무 참기 힘들다.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지?'


이상한 문양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했을 때 나온 문장이었다. 일단 다른 사람 소설 원고에서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어 나온 것은 화나는 일이었다. 그는 소설가의 이름을 되짚으며 그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렸다.


"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은 제목과 작가까지 확인해가며 소설을 편집했다. 게다가 호연은 자기 담당 외 작가의 작품은 특별한 일 없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근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담당 작가의 이름은 달달 외운다고 생각했던 그였는데.


"내가 누구걸 한 거야?"


호연은 우연이 제일 좋아한다는 재즈 곡을 누르며 혼잣말을 뱉었다. 처음 왔을 때, 이 노래 다음에 익숙한 노래가 나왔었다. 노래 목록에서는 재즈 다음에도 재즈였다. 그래도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노래를 들으며 핸드폰으로 메일을 살펴보았다. 담당 작가들에게 온 원고들이었다. 단 하나만 빼고. 우연의 문장이 표절된 원고였다. 첫 원고에서 나온 이상한 문양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 한 모양이었다. 호연은 그 문제의 메일의 발신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안 성진.'


호연은 갑자기 등골이 서렸다. 작가가 성진 안 실라르에서 실라르만 뺀 이름이었다. 동명이인이겠지, 생각했다. 죽은 사람이 이제야 이런 메일을 보낼리 없었다. 그것도 이상한 문양이 우연의 표절 문장인 원고를.


그 순간 강민석 박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외계 생물 찬양교. 왜인지 몰라도 섬뜩했다. 그 일행한테 잡혀갔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호연은 이를 살짝 깨물었다. 근데 왜 그 조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까? 그는 꼬리물기로 이유를 추리해갔다.


'범죄 조직에 발을 들여놓았던 생물학자.'


집에 두고 온 작은 기계가 생각났다. 홀로그램 생성 기계라고 치기에는 좀 더 정교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런 것을 이불 속에 꽁꽁 숨겨둘 리가 없었다.


'EMP 폭탄, 저거, 그, 거서 젊은 사람들이 나눠······아니다, 아니다.'


아랫집 노인이 말하는 그곳은 강남이었다. 진애와 성진이 있던 곳은 강남이었고. 강민석 일행이 활동하는 구역으로 의심하는 곳도 강남이었다. 근데 우연은 뭐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호연은 허공에 대고 물었다. 호연이 멍하니 있는 사이 노래는 다음 재즈 노래로 넘어갔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재즈를 껐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연의 방으로 향했다. 아까 읽고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었다. 우연에 대한 연결고리를 책이 알려줄 것 같았다.


한참 읽어봐도 알려주는 것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재미만 있었다. 그 이상은 없었다. 호연은 다 읽은 책을 펼쳤다 덮었다를 반복하다가 이불 위에 누웠다. 우연의 향기가 확 올라왔다. 괜시리 설레이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향기였을 뿐인데, 그녀가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얼마나 됐을까, 잠들었던 것 같았다. 호연은 몸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가 고팠다. 낮잠을 자고 난 다음에는 몸이 무거웠다. 그는 그녀의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음식점 책자를 꺼내 훑어보았다.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음식들이 없었다. 호연은 책자를 탁상에 올려놓은 다음에 소파에 드러누웠다. 차라리 잠을 더 자고 싶었다.


누운채 창문을 바라보니 UFO 가 보였다. 역시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놈이었다. 하긴 몇십 년을 저 UFO 없이 살아왔는데, 저런 검은 덩치가 한달만에 하늘을 점령해버렸으니 말이다.


'위이이잉.'


호연은 핸드폰 진동에 정신을 차렸다. 민영의 메시지였다. 호연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호연 씨가 준 내용을 기사로 쓰려고 하는데, 괜찮나요? 걱정마요, 신상정보는 기록 안 해둘게요. 어차피 이름도 없는 신문사라서 제가 누구와 얘기 나눴는지 뒷조사 하는 사람도 없어요.'


그는 한참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계산을 하다가 '그래도 됩니다. 신상정보 보장은 꼭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이 메시지도 지워주시고.' 를 보내고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흡연 박스 안에서 그의 눈길은 여전히 아파트 입구였다. 해는 어느덧 저물어 있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경찰은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직접 찾으러 가야겠다.' 싶어도, 어디를 먼저 가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경비원이 호연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호연도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원은 자동 청소기를 끄고선 흡연 박스로 걸어왔다.


"아직도 여자친구는 집에 안 왔어요?"


"그렇게 됐습니다."


호연은 고개를 돌려 연기를 뿜었다. 비흡연자인 경비원의 근처에 뿜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그는 연기를 뱉고는 청소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자동 청소기인데도 근처에 있어야 되나봐요?"


"지금까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오작동을 봐줘야 하거든요. 기계가 발달한다고 사람이 잘리라는 법은 없나봅니다, 허허. 몇십 년 전에는 학교에서도 이런 걸로 왈가왈부 했었는데. 우습죠, 우스워."


호연은 경비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경비 모자 아래로 애매하게 주름이 껴 있는 중년 남자였다. 그래도 기계의 빠른 발전을 보아 온 나이대로 보였다. 아마 기계와 같이 자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는 사람과 다르게 계속 발전하고, 사람은 늙어갔다.


어쩌면 그의 속은 억울할 것이라고, 호연은 생각했다. 어찌보면 같이 동고동락하며 자라온 기계와, 그 시대의 사람인데. 어느새 사람은 기계를 위한 부속품이 되어 있었다. 사람을 위한 기계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사람.


그는 담배를 재털이에 비볐다. 경비원은 싱긋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다시 청소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연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파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연 씨, 왔어요?"


왔을리 없겠지만, 호연은 그녀의 신발장 앞에서 물었다. 답은 없었다. 호연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소파로 가 앉았다. 배가 무척 허기졌지만, 먹고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살려면 먹어야지.


다시 탁자에 있는 책자를 집어들었다. 여전히 먹을 것은 없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몇가지 있었다. 호연은 그 페이지에 손가락을 끼워넣고는 계속 책을 넘겼다.


대부분 중국집 페이지였다. 호연은 딱히 면 종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먹으라면 먹겠지만, 찾아 먹는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볶음밥이 눈에 잡혀서 중국집 페이지를 고른 것 같았다.


'삐,삐,삐,삐,삐,삐,삐······.'


누군가 키패드를 누르는 소리였다. 호연은 놀란 눈으로 신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손에 꽉 쥐었다.


"우연 씨에요?"


"호연 씨?"


우연이 신발장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풀리는 긴장에 호연은 손에 쥐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그렇게 찾아 헤매었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우연의 얼굴은 매우 태연했다.


"어디 갔던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호연 씨는 어떻게 집에 들어왔어요? 누가 열어줬어요?"


"그건 나중에 얘기할게요. 대체 어디 갔었길래 연락이 안 되고, 현관 앞에 피는 뭐예요? 제가···제가······."


호연은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숨이 차 '제가······' 만 반복하며 우연을 바라보았다. 우연은 잠시 호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쪽만 신은 구두를 벗고선 절룩거리며 호연에게 다가갔다.


"걱정됐다는 거죠? 미안해요, 호연 씨. 친척 언니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온 거예요. 급하게 가느라 그랬나봐요. 피는 문에 긁혀서 그런 거예요. 제가 워낙 덜렁거리잖아요."


우연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있는 비닐 봉투에는 옷가지와 한 짝 뿐인 신발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호연을 감싸안았다. 호연은 한참 멍하니 TV 속에 비춰지는 자신과 우연의 모습을 보고서는 울음을 터트렸다. 메말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이렇게 울음을 터트릴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왜 울어요, 호연 씨. 이 아저씨, 지금보니까 울보였네."


"당신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건드리지 말아요."


"어머, 안 안으면 삐질 것 같은데."


우연의 말에 반박할 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호연은 그냥 우연을 두 팔로 더 끌어안았다.


"진애 실종 이후에 더 예민해져 있던 것 같아요."


호연은 우연의 가슴에 안겨서 말했다. 지금 여자친구에게 실례인 것은 알지만, 진애의 얘기를 꺼냈다. 우연의 옷에서 침대에 배인 냄새보다 더 뚜렷한 우연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사람의 후각이라는 건 둔하면서도 예민했다.


작가의말

대학생이 강해진다는 개강 시즌입니다. 저도 개강해지기 위해 대전 자취방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노래중에 

‘자취방에서

‘ 노래만 듣고 있습니다, 허허. // 오타, 문법 오류 지적 부탁드립니다. // 선작 추천 두고 가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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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3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1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8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59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4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1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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