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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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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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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란 장미꽃 - 8

DUMMY

세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돌았다. 너무 분위기가 무거웠다. 한참 거울을 보고 있던 민영은 거울을 핸드백 속에 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핸드백을 들고 계산대로 걸어갔다. 호연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가 계산할게요. 나중에 계좌로 돈 보내줘요. 아저씨들은 국, 플러스 소주값 알아서 나눠요."


그러고서는 가게를 나갔다. 철빈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허허 웃었다.


"어차피 카페 값은 내가 다 냈는데, 뭐. 그게 훨씬 비싸. 내가 알아서 낼 테니까, 호연 씨는 그냥 술이나 잘 마셨다고 생각해."


그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가게 종업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선 가게 밖으로 나갔다. 호연도 그의 뒤를 따라 가게를 벗어났다. 철빈은 나오자마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아저씨?"


민영이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가게 옆 자판기에서 뽑은 모양이었다. 호연도 자판기 앞으로 가서 철빈의 커피와 자신의 커피를 뽑았다.


"아, 고마워, 호연 씨. 어떻게 하긴. 이제 돌아가야지."


"나는 버스 타고 갈게요. 어디 들릴 때가 있어서요."


"뭐야, 또 어딜가."


"데이트 하러 가요, 데이트. 나도 옆에 끼고 다닐 남자는 있어야죠."


"뼈해장국 냄새 풍기면서 데이트 가면, 남자가 퍽도 좋아하겠소. 오늘 고마웠어. 잘 들어가."


"제가 더 고마웠죠. 호연 씨도 많이 고마웠어요. 다음에도 언제 한 번 자리 잡아요. 이런 무거운 이야기 말고 술자리요."


민영이 호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호연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영 씨도 잘 들어가요. 언제 한 번 자리 잡아보죠."


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철빈과 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두 개비 째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철빈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호연 씨 집에 EMP 폭탄이 있다고 했죠?"


"아, 예. 그렇죠."


"이참에 잘 됐군요. 민영도 들어갔으니, 한 번 확인해 봐도 될까?"


"확인이요?"


"상황 크게 안 만들게. 걱정 마요."


호연은 사실 싫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집에 그런 문제로 사람을 들이기 꺼림직했다. 하지만 상대는 형사였다. 혹시 이번 일을 문제로 트집을 잡는다면, EMP 폭탄을 현장에서 가져온 호연은 큰 곤경에 빠질 것 같았다. 물론 철빈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은 겉으로 판단하기 힘들었다.


"뭐 얼마든지요."


"그럼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철빈은 급히 담배를 끄고서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한다는 듯이 경찰차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호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조수석에 앉았다. 역시 뒷좌석과는 느낌이 달랐다.


철빈은 운전을 자동 운전으로 맞춰놓고서는 호연에게 집 주솔를 물었다. 호연은 집 주소를 패널에 입력한 다음에 안전벨트를 맸다. 철빈도 안전벨트를 매고선 시트를 뒤로 눕혔다. 상당히 편한 자세였다.


"범죄자 뒤에 앉히고 시트 뒤로 넘겨본 적 있었는데, 살기가 장난 아니었어, 그때."


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차는 천천히 출발하고 있었다.


"걔가 진짜 싸가지 없게 구는 놈이었거든. 연행하고 있는데, 경찰도 한 명 치더라고. 그래서 기선제압 좀 한다고 그짓 했는데, 얼굴에 주먹 떨어질 까봐, 떨면서 그랬다니까. 범죄자 인권, 인권, 그러는데. 그놈들은 인권이 없는 놈들이야."


철빈이 뒷말을 흐리며 인상은 찡그렸다.


"내가 아까 그 말을 했지만, 너무 크게 신경쓰지 마요, 호연 씨. 내 여자친구 일."


"아, 예."


두 사람은 여러 얘기를 하며 호연의 집으로 향했다. 별 얘기는 아니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라던가, UFO 따위 얘기였다. 아니면 범죄자를 연행하는데 있던 일. 주변에 경찰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호연의 입장에서는 무척 새로운 이야기들이었다. UFO 빛에 의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성범죄자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경찰차는 어느덧 호연이 거주하는 건물 앞에 멈췄다. 철빈은 한참 호연이 사는 건물을 바라보다가, 정차 위치를 그 앞 카페로 설정했다.


"경찰차가 아파트 앞에 있으면 눈에 안 보일 수가 없지. 뭐 카페도 마찬가지지만, 아파트로 들어갔다고 생각 안 하겠지."


철빈은 그렇게 말하고선 시트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호연도 안전벨트를 풀고 경찰차에서 내렸다. 카페 안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


호연은 최대한 카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뼈해장국집에서 본 사람들은 어차피 그날 하루 보고 말 사람들이지만, 카페 안 사람들은 길을 다니면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길 다니면서도 괜히 이상한 시선을 느끼기 싫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아파트로 철빈과 걸어가고 있을 때, 살짝 본 카페 창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호연은 순간 두려움이 덥쳐왔다. 인석의 얼굴 같았다. 그리고 그 앞에 잔은 세 잔이었다. 호연은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만약에 그라면, 최대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게. 혼자있는 인석은 아니었다.


"여기에요."


호연은 최대한 빠른 발걸음으로 자신의 집 문앞까지 향했다. 철빈은 갑자기 왜 발걸음이 빨라졌냐는 표정이었지만, 뭐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가 자신이 경찰차에서 내린 것을 감추려 한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문을 열었다. 그가 우연의 집으로 가기 전 늘어트려놓은 옷가지들이 눈에 보였다. 괜히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철빈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언제나 남의 집에 들어오는 건 신선한 일이야. 친구 집에 처음 가보던 때가 생각나. 그 집 어머니가 맛있는 과일을 내줄것 같기도 해."


"집이 많이 더럽네요. 그저께 정리를 안 해서. 근데 사건 조사 때문에 사건 현장 집에 자주 들어가지 않나요?"


"뭐, 사건 현장 때도 비슷하게 느끼지.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집 정리는 뭐, 남자 혼자 살면 다 그렇죠."


집 정리를 못해 홀로 부끄러운 남자는 먼저 들어가 땅에 널브러진 속옷을 책상 아래로 감췄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EMP 폭탄으로 생각되는 작은 기계가 있었다. 호연은 그 기계를 철빈에게 건넸다.


"음, 이거······."


철빈은 그 기계를 들고 한참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살펴보았다.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호연은 괜히 EMP 폭탄이 아닌 허튼 것을 가져와서는 자랑하듯 꺼내놓은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진짜 EMP 폭탄이라고 해도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한참 기계를 둘러보던 철빈은 호연에게 기계를 다시 넘겼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한참 뭔가를 찾았다. 호연도 슬그머니 보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EMP 폭탄은 맞는 것 같네. 부품이에요. 그것도 아주 중요한 핵심 부품이지."


철빈은 핸드폰을 호연에게 들이밀었다. 그의 갤러리 사진이었다. EMP 폭탄 회수물을 해체한 사진이었다. 그 기계 중앙에 호연이 가지고 있는 EMP 폭탄의 부품이 들어있었다.


"이 부품만 터트려도 모든 통신 기기가 마비되죠. 이게 없으면 EMP 폭탄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계속 말했다.


"근데 이게 성진의 집에서 발견됐다 이말이지? 이거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긴 한데, 일단 그 물건 잘 가지고 있어요."


"따로 안 가져갑니까?"


호연이 EMP 폭탄 부품을 손바닥 안에서 보이며 물었다. 철빈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 형사가 따로 가지고 있어봐야 좋을 거 없어. 가져가서 보고하면,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변명해야하고, 내가 더 볼 것도 없이, 바로 다른 부서로 넘어가고, 이것저것 조사에 들어간단 말이지요? 잘 숨기고 있어요."


철빈은 그렇게 말하며 구두를 다시 신었다.


"벌써 가십니까? 커피라도?"


"괜찮아요, 괜찮아. 이것저것 알아봤더니 피곤하네. 호연 씨도 좀 쉬어요."


그는 호연에게 간단한 작별인사를 한 후 호연의 집을 나갔다. 호연은 한숨을 푹 쉬고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EMP 폭탄 부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조금만 눌러도 부러질 것 같은 기계였다.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호연은 그 기계를 책상 서랍 구석으로 조심스럽게 내려놓고선 책상 서랍을 닫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우연에게 어찌 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바로 왔다. 둘의 메시지는 별 내용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일상을 묻는 메시지들이었다. 그리고 내일 어디서 만나는지, 몇 시에 만날 건지, 하는 계획이었다.


그는 메시지가 오지 않을 때, 책상 아래 숨겨 둔 속옷을 꺼내 세탁기에 던져놓고선, 던져놓자마자 바로 온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여러 정보들에 마비된 머리가 우연으로 인해 풀리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잠도 조금씩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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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8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4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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