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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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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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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 파란 장미꽃 - 6

DUMMY

"호연 씨, 혹시 진애 씨를 만날 계획은 없어요?"


인중에 터치펜을 끼고 있던 민영이 터치펜을 테이블 위로 떨구며 호연에게 물었다. 호연은 그제야 심장을 옭아매고 있던 뱀이 떨어져 나감을 느꼈다. 그는 급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다음에 민영을 바라보았다.


"진애는 만날 계획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연락을 해달라고 지인을 통해 전했으니까."


"그래서 호연 씨는 어때요?"


"저는 별로 생각 없습니다."


"만나는 게 어때요?"


민영이 터치펜을 끄적이며, 던지듯 말했다. 호연은 그녀를 한참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스모데우스를 지금 또 만날 자신이 없었다.


"별 뜻으로 그러는 건 아니에요. 원한다면 우리 둘 중 한 명 따라가 줄게요. 아저씨도 환영일 거예요. 그렇죠?"


민영은 호연의 당황스러운 표정에 안심시켜 준다는 듯이 말했다. 핸드폰을 만지던 철빈은 왜 자기 얘기가 나오냐는 듯이 민영을 바라보았다. 민영은 히죽 웃으며 터치펜을 손 위에서 돌렸다. 빙그르 돌아가는 게 한두 번 연습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솔직히 많이 꺼림직 합니다."


"호연 씨 마음이긴 하죠. 혹시나 만날 계획이라도 있으시면 말해주세요."


"근데 이건 알아줬으면 좋겠어."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철빈이 끼어들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그 여자도 민석 박사와 연관이 되어있다고, 나는 생각해. 내가 가면 약간 조사관 느낌이 많이 날 거야."


"이 아저씨 얘기도 빠르지. 기사나 조사관이나 똑같죠. 근데 호연 씨. 얘기가 두 개 있다고 하지 않았아요?"


죽은 성진의 메일. 호연은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메일함을 펼쳤다. 원고 파일들이 든 메일함 통에 '안 성진' 이라고 적혀있는 메일을 민영에게 보여주었다. 민영은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한참 바라보았다. 철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영의 뒤로 가 그 메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을 굳혔다.


"죽은 사람이 메일을 보냈어? 그것도 최근 메일로?"


"분명 성진은 아닐 겁니다."


"내용은 뭔지 열어봤어? 뭐 바이러스나, 중요 메시지나 그런 거 있지 않았냐 이말이지."


"그냥 소설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그냥 평범한 소설 내용이었어요?"


호연은 한참 고민했다. 우연의 책 문장과 곂쳐지는 문장. 어쩌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걸 수도 있었다. 작가들이 글을 쓰다보면 어쩌다 우연으로 다른 책과 곂쳐지는 문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특이했다.


"우연의 책에서 나온 문장과 곂쳐 나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문장이 곂쳐져 나와요?"


호연은 원고 파일을 열어서 이상한 문장으로 된 문장을 보여주었다. 민영과 철빈은 이게 뭐냐는 듯이 호연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 문장을 펼쳐놓지 않아서, 둘에겐 좀 특이한 문장 부호들로만 보일 것이었다. 호연은 그 문장을 복사해서 다른 인터넷 창에 복사했다. 그러자 민영이 놀랐다.


"어떻게 문장 부호가 붙여넣기를 하니까 글자로 변하죠? '다시 교육하는 길은 너무도 멀다. 물리는 것은 너무 참기 힘들다.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지?' 이게 곂친 문장이라는 거예요?"


"네. 우연이 쓰는 에튀드 사피엔스에서 나온 문장입니다."


묵묵히 보고 있던 철빈은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거 암호 부호네. 왜 이 부호들을 보여주나 했더니, 경찰 라인에서 자주 쓰는 부호야.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처음에는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 경찰 라인 말고도 범죄 조직도 쓰고 있을겁니다."


철빈은 그렇게 말하며 민영의 손에 있던 호연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원고 파일을 끄고선, 메일에 적혀있는 아이피를 적기 시작했다.


"아이피 변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기대는 안 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얻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곂쳤네요. 저 문장 전 문장에서 부자연스러움은 전혀 없었어요. 원래 이게 나올 시점이었다는 듯이."


민영이 신기해하며 말했다. 철빈은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아이피를 모두 적고 난 후 핸드폰을 호연에게 넘겨주었다. 호연이 폰을 받자 그가 말했다.


"왜 하필 우연 씨의 소설이지."


철빈은 의심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호연은 그의 눈빛에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가 자신을 의심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호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정말 글쟁이들 이해 못 하겠다니까, 나는. 글쟁이들 사이에 끼어있으려니, 머리가 어지럽네."


그는 그렇게 얘기하며 커피를 들이켰다. 하지만 그가 웃으며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연은 불편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다들 점심은 먹었어? 내 아주 끝내주게 맛있는 뼈해장국 집 하나 아는데."


철빈이 배가 고프다는 듯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저씨도 알려줄 정보가 있다면서요?"


"정보? 그렇지, 있지 정보."


철빈은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이로 담배를 깨문 후 담배를 흔들었다. 담배를 피러 가자는 의미였다. 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에 올려놓은 담뱃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호연도 그의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절반 정도 피웠을 때 철빈이 말했다.


"뼈해장국 좋아해요?"


"괜찮죠, 전."


"뼈해장국에 소주 한 잔 마시고 들어가자고요. 일단 우연 씨 일은 얘기 안 할게."


"네?"


"너무 많은 정보가 꼬이다보니까, 복잡해. 좀 더 정리를 해야 겠어. 이번 메일 문제도 그래. 잘 알 거야, 호연 씨도."


철빈은 담배를 마저 피우고는 재털이에 꽁초를 문질렀다. 재털이에 설치된 흡입기가 재와 꽁초를 빨아들였다. 호연도 그 안에 꽁초를 구겨넣었다.


"민영한테는 내가 적당히 말할게요. 호연 씨는 그냥 옆에서 맞장구만 쳐 줘."


호연과 철빈은 미리 계획을 짜놓고선 민영이 기다리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민영은 아직도 정보를 재조합 하느라 골머리를 썩는지, 커피에서 빠진 커피 빨대를 입에 물고서는 노트에 펜을 마구 끄적였다. 호연과 철빈은 그 앞에 조용히 앉아서, 그녀가 펜질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의자에 다리를 쭉 피고 앉은 철빈은 너무도 편안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우연 사건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호연은 제 팔짱을 끼고는 등받이에 등을 푹 안겼다. 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진애와 우연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했던 생각이었다.


"민영아."


"왜요, 아저씨."


철빈의 부름에 민영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한참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배고프다, 인마. 점심도 안 먹은 사람들 앞에 데려다두고 뭐하는 거냐."


약간 배가 고픈 감이 있었다. 민영은 호연을 바라봤다가 한숨을 쉬며 펜을 내려놓았다. 호연도 무의식적으로 상당히 지치고 배고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저씨가 준다는 정보는요?"


"그거 별로 급한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뭐 나중에 안 볼 것도 아니고. 기사거리로도 못 쓰는 정보야."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호연 씨, 아까 뼈해장국 좋아한다고 했죠?"


철빈은 슬그머니 호연에게 바톤을 넘겼다. 호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바톤을 잡았다. 여러 생각으로 짜증이 가득찬 민영의 표정이 담긴 바톤은 무거웠다.


"아까 철빈 씨가 뼈해장국에 소주 한 잔 마셔야 얘기가 잘 나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저씨 차 타고 왔잖아요. 그것도 경찰차."


의도치 않게 바톤은 다시 철빈에게로 넘어갔다.


"자동 주행모드도 있고, 후배 경찰 부르거나, 대리 부르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이야. 그리고 딱 한 잔이야."


민영은 창같이 찌를 것 같은 눈빛으로 철빈과 호연을 바라보다가 가방에 노트와 터치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마시다 만 커피를 들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빈은 호연에게 윙크를 하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연도 둘의 뒤를 따라서 일어났다.


"그래서 그 뼈해장국 집이 어디인데요?"


민영이 햇살이 귀찮은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철빈은 경찰차 뒷문을 열었다.


"차 타고 10분 거리야. 뒤에는 누가 탈래요? 뒷자석은 안에서 문 못 열어요."


"난 갑갑한 거 싫어요!"


민영이 온갖 짜증을 부리며 조수석에 앉았다. 마치 싫어하는 부위를 만진 고양이 같았다. 호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철빈이 열어준 뒷자석에 앉았다. 철빈은 여전히 허허 웃음을 지으며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었다.


"진짜 엄청 맛있는 곳이야. 나이 지긋하게 드신 할머니가 끓여주는 곳인데, 옛 정성이 가득 담겼다나."


경찰차 안에서 철빈은 뼈해장국 자랑을 마구 늘어놓았다. 술을 마시고 가면 바로 해장이 되서 멀쩡하게 나온다, 예수마냥 먹은 사람의 미각이 돌아온다, 하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 민영은 이 얘기들을 전부 귀찮다는 듯이 단답으로 반응했다. 그럼에도 철빈은 허허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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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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