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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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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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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 파란 장미꽃 - 2

DUMMY

"맛이 어때요?"


호연이 숟가락으로 찌개 국물을 뜨며 물었다. 붉은기가 맺혀있고, 그 위에 살짝 고기 기름이 떠 있었다.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조금 했다.


"이거 맛이······약간 자취하는 대학생의 맛이 난다고 할까요?"


우연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호연은 그 맛이 도대체 어떤 맛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대학 생활을 했지만, 그때 김치찌개의 맛은 그리 편치 않았다. 고기 한 점도 못 넣어서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났다.


"왜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요? 표현이 너무 이상했나요?"


"솔직히,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난 대학교 때 먹었던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었어요. 혼자 집에서 우걱우걱 먹던 날이 많았지만요. 그 맛을 못 찾았었는데, 호연 씨가 끓여준 김치찌개에서 그 맛이 나요."


우연이 국물을 뜨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웠다. 호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숟가락에 있는 국물을 들이켰다. 맛이 조금 짰다. 형편없는 자취생 대학생 요리사는 자신도 맛이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밥을 먹었다.


"우연 씨, 찌개 잘 못하죠?"


호연이 그녀를 찌르듯 물었다. 우연은 호연의 볼을 꼬집었다.


"내가 요리를 얼마나 잘하는데요. 나중에 내가 김치찌개 한 번 선보여 줄게요."


우연은 호연을 꼬집던 팔을 내리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호연도 입으로 숟가락을 몰았다.


밥을 다 먹고 둘은 다시 소파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마치 서로의 얼굴을 손 끝으로 외우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거칠은 턱수염을 우연이 쓸을 때, 호연은 수염을 깎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호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우연의 귓바퀴를 새끼 손가락으로 쓸었다.


"오늘은 글 쓰기 정말 싫네요."


우연이 지나가듯 말했다. 호연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제 돌아가봐야죠."


호연이 몸을 일으켰다. 우연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호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손가락 하나하나 외우겠다는 듯이 한참 어루만졌다.


"이번주 안에 붕대 풀러 같이 병원 갈 수 있어요? 나 안고 가면 더 좋겠는데."


마치 아빠에게 놀이공원을 같이 가자고 요청하는 예의바른 어린이 같았다. 호연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연은 그제야 손을 놓아주었다.


호연은 그녀와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나서 우연의 집을 나왔다. 그는 출입카드를 경비에게 돌려주고 나서는 흡연 박스로 들어갔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호연은 근처 경찰서 위치를 검색했다. 경찰이 보내준 경찰서는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호연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경찰서에 들어서자 여순경 한 명이 다가왔다.


"그저께 그분이죠? 우연이라는 여성분 실종 됐다고 신고하셨던."


"예, 맞습니다. CCTV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오 형사님, CCTV 확인으로 오셨답니다."


여순경은 그렇게 말하며 멀리 있는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처리하는 형사 한 명을 불렀다. 안경을 쓰고 있는 형사는 살짝 안경을 내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서른 중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아, 그저께 신고하신 분?"


오 형사라고 불린 남자는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호연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손을 뻗으며 악수를 요청했다.


"오철빈 형사입니다."


"신호연입니다. CCTV 영상 보여주실 게 있다고 하셔서."


"일단 따라오시죠."


오철빈 형사는 호연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경찰서 오른쪽의 복도로 걸어갔다. 그는 호연이 복도 안으로 들어오자 철근으로 빗금쳐진 문을 닫았다. 불안한 느낌이 확 들었다.


"일단 보안상 이렇게 닫는 거예요. 걱정마세요."


오철빈 형사는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호연의 표정을 본 모양이었다. 호연은 괜히 팔뚝을 긁었다.


"호연 씨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


오 형사가 복도를 걸으며 물었다.


"보라뭇잎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편집장이라면 뭐 하는 일이지? 막 책 같은 거 편집하고 그런 겁니까?"


오 형사는 복도 중간에 있는 자판기 앞에 멈춰서선 커피를 뽑았다. 호연은 그가 뽑아준 커피를 손에 쥐었다.


"예, 거의 그렇죠. 그거 말고도 여러가지 하지만, 제가 맡은 쪽은 그겁니다."


"난 글 같은 거 잘 모르겠던데. 책이랑은 거리가 진짜 멀어서요. 가끔 몇 책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아주."


오 형사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호연은 허허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왜인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시간을 끄는 느낌이었다.


"기자도 편집자랑 비슷한 직종 아닙니까? 최근에 기자 하나를 계속 만나고 있는데, 어후, 죽겠어. 말은 어찌 그렇게 잘하고, 내가 하는 말을 그리 술술 써 내려가는지."


"다르긴 하지만, 글 만지는 쪽으로는 비슷하죠."


"호연 씨도 한 번 같이 가볼래요? 그 기자 서기 역할로 넣어드릴게. 하하, 농담이고. 자, 가죠."


오철빈 형사는 다 마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호연은 아직 남아있는 커피를 바라보다가 홀짝이며 철빈 형사의 뒤를 따라갔다.


"호연 씨, 내가 한 얘기로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냥 이건 가정이야, 가정. 확실하지 않아서 그래."


호연과 철빈 형사가 들어온 곳은 패널로 가득한 방이었다. 반원의 공간의 벽이 죄다 나눠진 패널로 되어있었다. 오철빈 형사가 손짓을 하자 모든 패널들이 기계음을 내며 모아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곳은 사건 현장 재현 시뮬레이션을 위한 방이에요. 뭐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쓰지만. CCTV 하나 보여주려고 온 방치고는 거창하죠? 여기가 보안 하나는 또 끝내주거든."


오철빈 형사가 손짓으로 패널 화면을 조종하며 말했다. 호연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찾았다. 이 영상이로구만."


오철빈 형사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영상을 재생시켰다. 호연이 우연을 만나기 위해 지나가는 길목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이제 여자 분이 나타나니까."


오철빈 형사가 자신의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호연은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고서는 패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앉아도 돼요."


철빈 형사가 의자를 하나 빼주며 말했다. 호연은 철빈 형사가 빼준 의자에 앉으며 감사 표현을 했다. 철빈 형사는 여전히 서서 패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제 나옵니다."


철빈 형사가 패널을 바라보며 말했다. 패널 속에서는 우연이 있었다. 우연은 신발도 신지 못하고, 검은 정장의 사람들과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양 팔이 잡혀있었는데, 살짝 저항을 하고 있었다. 장례식을 가는 사람의 모습과는 달랐다.


철빈은 검은 정장을 입은 세 사람의 얼굴이 정확하게 나올 때 화면을 멈췄다. 그는 한참 팔짱을 끼고 침묵하고 있다가 말했다.


"여자 분께서는 설명을 어찌 했다고 했죠?"


"아, 예? 장례식을 다녀왔다고 했죠."


"음······뭐, 세 사람이 검은 정장을 입은 것으로 봐서는 그럴싸하네."


철빈은 레이저 포인트를 꺼내 화면에 레이저를 쏘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중 하나였다. 가리키는 사람이 선그라스를 끼고 있어서 옆 사람들과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호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할 지 기다렸다.


"일단 외계 생물 찬양교를 짚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호연 씨가 뉴스를 관심있게 본다면, 이 종교를 잘 알고 있을겁니다. 강민석 박사를 주축으로 이뤄진 사이비 종교? 과격 종교 테러 단체죠."


호연은 강민석 박사 일당에서 납치 당할 뻔 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아침에 진애의 이야기로 이미 물이 올라있었지만.


"외계인을 믿는다, 뭐다, 하면서 각종 예술 작품을 테러하고, 다른 과학 쪽 사람들을 린치하면서 극성을 부리는 놈들인데."


오철빈 형사는 손짓으로 창 하나를 열었다. 다른 CCTV 파일들이었다. 그는 그 파일들을 하나하나 열더니 동시에 재생시켰다. 전부 사고와 관련된 영상들이었다. 차 사고, 건물 폭발 사고, 어느 집 앞의 CCTV.


"저 영상은 기사로 본 것 같은데······."


호연이 영상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트럭과 역주행 차량이 사고나는 장면을 본 날, 강민석 박사 일당에게 납치 당하기 닷새 전에 봤던 살인 사건 기사의 영상이었다.


"몇 주 전 살인 사건 CCTV 영상이죠. 본 적 있나보네요? 이거 그렇게 기사도 크게 안 났을 텐데. 제가 아까 말한 기자한테만 기사화 해달라고 한 거였으니까."


오철빈 형사는 짧게 자른 머리를 뒤로 쓸며 말했다.


"일단 저 사람은 제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모든 사건 현장에서 나타난 사람이죠. 저 사람이 강박사 일당의 행동대장? 아니면 암살 위주로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암살치고는 너무 당당하지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어제는 헬스 후 근육통 후유증이 심하게 와서 못 썼습니다. 오랜만에 헬스를 하는데, 무게를 심하게 쳤더니 팔을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오늘 꿈이 또 사납게 그녀가 나오네요. 끔찍합니다 // 오타, 문법 오류 지적 부탁드립니다 //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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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3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8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4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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