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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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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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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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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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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란 장미꽃 - 1

DUMMY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을 같이 맞이했다. 호연은 먼저 일어나서 자신의 옆에 있는 우연의 머리를 쓸었다. 전날 저녁을 먹고 둘 다 죽은 듯이 잠에 빠졌다. 물론 잠들기 전에도 다시 한 번 서로의 과일을 맛보았다.


호연은 담배가 급했다. 그는 침대를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바지를 주섬주섬 입었다. 가지런히 소파 위에 내던져진 윗옷도 챙겨 입었다. 바지에 있는 담배를 열어보니 하루를 적당히 보낼만한 담배가 있었다. 물론 하나 더 살 생각이었다.


아침 공기는 꽤 쾌쾌했다. 수 년의 매연이 쌓여 공기청정기로 버티는 수준이었다. 그는 흡연 박스로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좀 괜찮냐?'


인석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호연은 그 메시지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새벽에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그는 그냥 보고있기도 그래서 자판을 놀렸다.


'무슨 일입니까. 인석 편집자님.'


딱딱한 느낌이었다.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였다. 잠시 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진애 얘기 들었지?'


역시 그 이야기였다. 호연은 한참 그 메시지를 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도 싫었다. 그는 한참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빨아들이는 담배가 오늘따라 무척 텁텁했다. 습기 가득한 곳에 며칠은 묵혀둔 담배를 피우는 느낌이었다.


'아니요. 못 들었습니다.'


호연은 핸드폰을 다시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있다가 핸드폰이 다시 메시지가 왔다고 몸을 흔들었다. 장문의 메시지였다.


'진애가 납치됐다가 돌아왔어. 지금 우리집에 있어. 겨우 탈출한 모양이야. 언론 한참 흔들던 강민석 박사 사건 있잖아. 그 납치된 사람이 진애더라고. 아직 언론에 알리지는 말래. 그리고 너한테 연락을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


진애가 탈출했다고? 호연은 한참 핸드폰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성진의 얼굴이 핸드폰에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어느날 내가 갑자기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면 어떨 것 같아?"


성진이 물었다. 진애와 성진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보기 몇달 전이었다. 성진은 호연의 집에서 호연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호연은 담배를 피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성진은 술잔을 손에 쥔 채 술잔 속 알코올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아마 술 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해?"


호연은 연기를 뱉으며 물었다. 뜬금없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려는 성진이 걱정됐다. 요새 연구실 일로 무척 바빠하던 성진이었다. 성진은 며칠만에 호연과 술을 마시던 것이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게 조금 힘든 거거든. 이게 성공하면 어떤 변화를 불어올 지 몰라. 근데 어떤 가정하에 하는 실험이라, 이게 정말 인정받을 실험인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그거 성공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 같아서 그래?"


호연은 술잔을 내밀며 물었다. 그는 술이 더 필요한 모양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같지 않아서 그래. 내 인생이."


성진이 호연의 잔에 잔을 맞대며 말했다. 호연은 술을 들이키고 나서 말했다.


"인정받지도 못하는 연구인데, 사라질 걸 왜 걱정해. 넌 안 사라져, 인마. 그냥 휴가 갔다온 듯 다시 나타나겠지. 요새도 많이 그러잖아. 연구실에 갇혀서 연락도 안 하다가, 뜬금없이 연락하고. 마셔."


성진은 술을 들이켰다. 호연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직접 연락하라고 하십시오.'


호연은 담배를 문 채 인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성진은 돌아오지 못하고, 아스모데우스만 다시 나타났다. 그녀의 등장은 그의 기억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녔다. 수많은 기억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성진의 기억만 이빨로 물어 뇌 중앙으로 툭 던져놓았다.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호연은 핸드폰의 액정을 켰다.


'물론 물어봤지.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하면서 피하더라고.'


'왜 연락 좀 해달라는지는 물어봤습니까?'


'그건 잘 몰라. 지금 지쳤는지 자고 있어.'


호연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더이상 연락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한참 가만히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정민영의 번호를 찾아냈다.


'혹시 내일 또 보실 수 있으십니까?'


그는 메시지를 보내놓고선 우연의 아파트 앞으로 걸어갔다.


"어째, 여자친구 분은 들어왔습니까?"


경비실에 있던 경비원이 나와 물었다.


"다행히 어제 잘 들어왔습니다.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휴, 감사는요. 아파트 경비인데. 주민들 안전은 잘 책임져야죠. 보니까, 여자친구분 나가는 시간에 제가 누굴 좀 돕느라."


"뭐 경비원 몸이 두 개로 갈라질 수는 없으니까요."


호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시간에 누가 길을 물어보더라고요.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였는데, 아파트 근처에 있지도 않은 건물을 계속 물어봐서. 아가씨, 그 건물은 없는 건물이에요. 하고 설득시키느라 진땀 뺐죠."


경비원은 힘들었다는 듯이 손을 내저였다. 호연은 갑자기 불편해졌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계속 얻어내는 기분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 가 계속 귀를 간지럽혔다.


"아, 예. 그러시군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어휴, 하여튼 참 다행입니다. 키는 가실 때 저한테 가져다 주시면 됩니다."


호연은 그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우연의 집에 들어서니 우연이 일어나있었다. 우연은 얇은 상의만 입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호연은 그녀의 옆에 앉아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휴, 담배 냄새. 얼마나 피우고 왔어요?"


"한 두 까치?"


"조금 줄여요. 으구구구."


우연은 호연의 볼을 꼬집어 당겼다. 호연은 허허 웃으며 우연의 볼을 당겼다.


"아야야야, 아파요, 아파. 근데 아침은 뭘 먹죠?"


"제가 그래도 김치찌개는 조금 합니다."


"김치찌개, 그거 좋죠! 저희 집에 목살도 좀 남아 있어요. 김치도 엄청 잘 익었고요."


우연은 벌떡 일어나서는 총총걸음으로 냉장고를 향해 뛰어갔다. 밑집에 울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밑집과 별개로 팬티도 입지 않은 앙증맞은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것이 귀엽게 보였다. 호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우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호연은 슬그머니 그녀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우연은 베시시 웃으며 차갑게 얼은 고기를 호연의 뺨에 댔다.


"여기 빻아놓은 마늘도 있고요, 고기는 좀 녹여야 할 거예요. 김치는 여기 있고요. 썰어서 쓰셔야 할 거예요."


우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어디 한 번 맛을 내보라는 신호였다. 그는 장난기를 발휘해 우연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벨트를 풀었다.


"고기 녹기 전에 팬티를 입는 거 어때요?"


"이 오빠 힘도 좋지. 고기는 기계에 넣으면 알아서 녹을테니까, 걱정 마요. 나 배고파요."


우연은 작은 발로 호연의 배를 밀어냈다. 호연은 실실 웃으며 우연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고기를 녹이는 기계 안에 넣었다. 전자렌지와 비슷한 개념인데, 수분을 날리지 않았다.


호연은 고기를 기계에 돌려놓고선 비닐 장갑을 끼고 김치를 꺼냈다. 칼로 서걱서걱 김치를 자르고 있자, 우연이 슬그머니 뒤로 다가와선 잘라놓은 김치 한 조각을 집어 자신의 입에 넣고, 또 하나를 집어 호연의 입에 넣었다.


"나 칼 다룰 때 위험해요."


"김치찌개에 이상한 고기 넣으면 안 돼요."


호연은 장갑에 묻은 김치 국물을 우연의 뺨에 발랐다. 그러자 우연은 폴짝폴짝 뛰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호연은 김치를 다 자른 후 물을 올리고 김치를 쏟았다. 불을 키고 갖가지 재료를 정리해서 넣은 뒤에야 우연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호연은 식탁에 앉아 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연은 아직 팬티도 입지 않은 채 호연의 무릅에 앉았다. 호연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호연 오빠한테는 묘한 냄새가 났었어요."


"항상 아침에 김치찌개를 먹고 나와서 그런 건 아닐까요?"


호연은 손의 냄새를 맡아보며 말했다. 호연의 손에서는 김치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우연은 호연의 손을 잡고 자신의 코 앞으로 잡아당겼다. 몇 번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김치 냄새가 아니에요. 좀 더 고상하고, 담배 냄새도 조금 섞여있고, 초췌한 듯한 냄새도 나고. 막 그런 냄새였어요. 어머, 욕에 가까웠나요?"


우연은 히히 웃으며 그의 품에 팍 안겼다. 그리고는 냄새를 찾아내겠다는 듯이 코를 킁킁거렸다. 집 안에 김치찌개 냄새가 퍼진터라 냄새를 찾기 힘든 모양이었다.


둘은 한참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우연은 호연의 가슴팍에서 냄새를 찾아내고 있었고, 호연은 그녀의 정수리에서 새로운 우연의 냄새를 찾아내고 있었다. 결국 그들이 찾은 건 김치찌개의 냄새였다. 호연은 우연을 일으키고는 김치찌개를 내왔다.


밥을 퍼서 식탁에 올려둔 다음, 각종 반찬을 꺼내고, 참기름 튜브까지 우연의 자리에 놓은 뒤에야 그들의 식사가 시작됐다. 우연은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크게 떠선 냄새를 맡았다. 우연이 마치 음식을 감정하는 프로페셔널 요리사로 보였다.


"냄새, 이상 없음!"


그러고서는 후후 분 다음 자신의 입으로 한 입 쏙 넣었다. 맛을 확인하려는 듯이 눈동자를 돌리며 먹는 우연의 모습이 우스웠다. 뜨거운지 허어, 허어, 하는 소리도 내뱉었다.


작가의말

요새 신학기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네요ㅠㅠ, 헬스도 다니려고요. 오늘 다녀왔더니, 중량 치기가 힘드네요. // 오타, 문법 오류 지적 부탁드립니다. //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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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3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9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90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6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4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6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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