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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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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0
추천수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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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53

작성
18.07.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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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0, 독신주의자 - 프롤로그

DUMMY

'외계에서 온 신호가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호연은 멍하니 키보드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친 문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을 보내다가 그것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나는 환영합니다, 당신들을.'


그 문장을 적고는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문장을 쓰는 내내 호연은 안경이 신경 쓰였다. 평소보다 매우 무거운 느낌이었다. 아니, 문장을 쓰는 호연의 뇌는 온몸을 꿰뚫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매우 졸렸다.


호연은 담배를 입에 물고 창문 앞에 섰다. 빛이 반짝이는 도시. 그 도시 위로 떠 있는 거대한 UFO. 저것이 호감의 표시인지, 위협의 표시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외계인은 저 UFO 에서 모습을 비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망원경으로도 유리창 안 외계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일단 저 창을 유리라고 표현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카악, 퉤."


"시발, 뭐야!"


창 밑에서 고함이 들렸다. 호연이 뱉은 가래침에 맞은 행인이 내뱉은 고함이었다. 그는 담배꽁초를 손가락을 튕겨 창밖으로 내던진 다음 의자로 돌아갔다. 책상 위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귀에 거슬렸다. 클래식 곡을 구해놓긴 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저 감성적인 척하기 위해 구해놓은 곡이었다.


피아노 한 대가 거대한 손길을 내밀며 시작을 알린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관·현악기 음 속에서 피아노 한 대는 그보다 더 큰 굉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오케스트라를 장악한다. 아우러지는 피아노 한 대의 독주와, 수많은 현악기, 관악기들. 피아노가 사라지자, 관·현악기는 피아노를 모방하여 음을 내기 시작한다. 곧이어 다시 나타나는 피아노는 부드러운 음으로 그들을 다시 사로잡는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피아노의 독주와, 이어지는 그것에 대항하려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폭풍, 대결, 화합.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이었다. 결국 끝 장에서는 피아노가 몇 안 남은 관·현악기와 부드러운 음을 이끌어가다가, 다시 거대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폭발같은 굉음으로 끝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을 꺼버렸다.


옆집에서 고함이 또 들린다. 남자의 고함, 여자의 비명. 부부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이번엔 뭔가 던지면서 하는 모양인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클래식 음악보다 더 경쾌하게 들려왔다. 이래서 아파트는 문제다, 라고 호연은 생각했다. 그리고 벽을 망치로 두들겼다.


문 두들기는 소리 '쾅쾅쾅!'. 호연은 인터폰을 켜 문 앞에 있는 남자를 확인했다. 아까 가래침에 맞았던 행인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었지만, 머리에 끈적한 액체가 묻은 중년 남자였다.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튕기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호연은 인터폰을 끄고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얼굴에 박히는 큼직한 중년 남자의 주먹. 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튕겨져나갔다.


"이 씨발놈아, 침 아무데나 막 뱉지 마. UFO가 뜨니 세상이 미치고, 별 미친놈이 다 있네. 내 말 듣고 있어? 젊은 새끼가 말이야. 그렇게 살지 마! 다음에 또 걸리면 뒤지는 줄 알아."


호연은 생각했다. 왜 내가 문을 열었지? 맞을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 난 뭘 즐기는 걸까? 호연은 뒤돌아 나가는 중년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달려든다.


옆 방에서는 부부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UFO는 여전히 도시 위를 둥둥 떠 있다. 모든 조명을 꺼놓은 채.


작가의말

다른 사이트에 연재하던 작품을 문피아에도 연재해 봅니다. 전에 썼던 내용들을 올리느라, 연재 날짜가 정신 없습니당,,, 잘 부탁드립니다. 문법, 오타 지적, 비평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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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90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6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4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6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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