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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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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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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란 장미꽃 - 4

DUMMY

'물론이죠, 우연 씨. 저는 이제 원고 작업을 해야 겠네요. 꽤 많이 밀려있을 거예요.'


호연은 그 메시지를 남기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키고 메일을 확인해 보니, 많은 원고가 그의 앞에 와 있었다. 호연은 그 원고들을 하나하나 열어 확인했다.


원고 수정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호연은 잠시 눈을 비비고는 중간에 쓴 안경을 내려놓았다. 역시 원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작가란 사람들은 다 비슷비슷했다. 중간 원고들을 한참 미루다가 한 번에 쏟아지듯 보냈다.


"후······."


호연은 재털이에 잔뜩 쌓여있는 담배 꽁초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로봇청소기를 가동시켜, 바닥에 떨어진 재들을 빨아들이게 했다. 그는 남은 원고수를 셌다. 꽤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내일 해도 되겠지."


호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일하는 중간중간 우연과도 메시지를 나눴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그 대화 기록을 훑어보았다. 별 대화도 아닌데, 이상하게 베시시 웃음이 퍼졌다. 하지만 베시시 웃을 때마다, 독신이라는 단어가 입꼬리를 발로 눌러 낮췄다. 아마 그 독신이라는 단어 속에는 진애가 숨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의사가 그러는데, 모레 쯤이면 붕대 풀고 뛰어다녀도 될 거래요. 붕대 풀면 같이 놀러가요! 막 뛰어놀고 싶네요.'


카페를 좋아하던 진애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진애는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했다. 어디 한 구석에 박혀 뭔가를 읽거나, 듣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우연은 그녀와 달랐다. 어딘가를 막 쏘다니고 싶어 하고, 쇼핑을 좋아했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춤 추는 것을 더 좋아했다. 솔직히 호연은 진애와 성격이 가까웠다.


'그래요, 그거 좋죠! 오랜만에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네요. 맥주도 마시고.'


아까 일하면서 날린 호연의 답장이었다. 그래도 우연이 더 좋았다. 이제 진애는 옛 사람이었다. 새로운 기억에 묻혀질 낡은 기억. 뇌 깊은 곳에 묻어놔야 했다, 이제는.


호연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자겠다는 말을 길게 늘어트리고, 간단한 잠자리 인사를 나눈 후 잠에 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들어 꿈까지 꾸지 않았다. 너무 편안했다.


호연은 다음날 일어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약속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넉넉하게 일어난 시간이었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직 우연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커피를 짜내었다. 그 검은 물을 바라볼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차라리 검은 것이 좋았다. 너무 맑았다면 그 아래까지 바라볼테니까. 호연은 커피를 들이키며 의자에 앉았다.


약속 장소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버스를 타도 가는 거리였다. 호연은 그곳까지 가는 버스를 검색한 다음 커피를 다 마셨다. 그리고 씻은 후 단정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번처럼 초췌한 차림으로 민영을 만날 수 없었다. 그때의 수치감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직도 민영의 머릿속에 그 모습이 남아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연은 그 생각은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UFO 는 좋은 점심이 다가오고 있다는 듯이 떠오르는 태양을 비춰주었다. 호연은 UFO 를 보자 기분이 팍 상했다. 그냥 이유도 모르고 신경을 건드리는 존재였다.


그는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호연은 무슨 얘기를 할 지 잠시 고민했다. 우선 진애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우연에 대한 얘기를 할까? 별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기사 쓸 내용도 아니고, 어차피 우연은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호연 씨, 여기에요."


카페 입구에 민영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호연은 최대한 밝게 웃으며 민영에게 걸어갔다.


"어서와요, 호연 씨. 아직 한 분이 오지 않았네요. 강민석 박사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분이에요."


"조금 늦으신답니까?"


"아뇨, 금방 온대요. 근데 타고 오는게 조금 이상할 거예요."


민영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말이라도 타고 오는 걸까? 요즘에는 그런 사람들이 좀 많았다. 친환경, 친환경 외쳐가면서 말이나 소, 당나귀, 말과 개의 유전자를 조합한 개마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친환경 자동차가 있는데 굳이 그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문제는 도로에 싸지른 동물의 대변을 치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항상 그 정리는 도로마다 설치된 도로용 청소 로봇의 일이었다. 가끔 청소 로봇이 청소에 늦으면 자동차가 그 대변을 밟고 지나갔다.


"저기 왔네요!"


경찰차 한 대가 호연과 우연의 앞에 멈춰섰다. 민영은 반갑다는 듯이 그 경찰차에 다가가고 있었다. 호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범죄자는 아닐까, 잠시 걱정했다.


"여어, 어디 린치 당한 곳은 없어?"


경찰차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호연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 봤던 오철빈 형사였다. 오철빈 형사는 입고 있던 옷을 단정하게 가다듬고선 발레파킹 로봇에서 키를 건넸다.


"사람이 발레파킹을 했으면, 무척 당황했을 거야. 그렇죠, 호연 씨?"


오철빈 형사가 농을 건넸다. 자연스레 건네는 그의 모습에 호연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아마 발레파킹 해주는 사람보다 호연이 더 당황했을 것이다.


그는 호연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민영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호연은 그의 손을 잡았다.


"둘이 아는 사이였어요?"


민영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물었다.


"그건 조금 있다가 카페 들어가서 알려줄게, 민영아. 일단 들어가죠. 할 얘기가 참 많은 것 같은데."


"거, 둘이 아는 사이였냐고요!"


"아, 그래서 할 얘기가 많다는 거잖여! 일단 들어가자고."


호연은 당황함을 채 감추지 못 하고 두 사람을 따라들어갔다. 민영도 꽤나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오철빈 형사만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카페 예약자만 들어올 수 있는 방에 들어섰다. 오철빈 형사는 이 방에 들어오면서 방음도 잘 되어있고, 카메라도 잡히지 않는 방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민영에게 여러 경찰 정보를 알려주는 철빈에게는 좋은 방이었고, 누구에게도 좋은 기사거리를 빼앗기기 싫은 민영의 입장에서도 좋은 방이었다.


민영이 커피를 가져와 자리에 앉으며 호연과 철빈을 째려보았다. 철빈은 허허 웃으며 자신의 카푸치노 커피를 집어들었다. 호연은 헛기침을 하며 아메리카노를 집었다. 민영은 딱 하나 남은 카라멜마끼야또를 집어들며 물었다.


"대체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그럼 내가 먼저 물어봐도 돼? 둘은?"


철빈이 낚아챘다.


"우리는 말이에요, 아주 깊은 우연으로 이뤄어졌어요. 아저씨처럼 경찰서에서 만난 그런 인연이 아녜요."


"뭐 술집에서 만났겠지. 안 그렇소, 호연 씨? 이 아가씨 내가 술집에서 구했다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철빈의 말에 민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가 말했다.


"그래서 호연 씨,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볼까? 어제보다 더 깊은 정보겠지?"


철빈이 호연의 아메리카노 옆에 팔뚝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마치 도망갈 구멍을 안 만들어놓겠다는 심보 같았다. 호연은 민영을 바라보았다. 민영은 헛기침을 탁탁 뱉더니 말했다.


"어제 말씀 드렸죠? 이분은 강민석 박사 일당의 납치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에요. 함부로 대하지 마요."


"강민석 박사 일당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그들에게 납치 당한 것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이 사람하고 관련이 되어있어."


민영은 그랬냐는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호연을 바라보았다. 호연은 한참 그 둘을 바라보다가 못 이기겠다는 듯이 말했다.


"뭐 서로 어제 들은 게 있겠죠. 제가 얘기 안 하거나, 오늘 얘기하려던 사건도 있었고."


"아주 섭해, 호연 씨."


철빈이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카푸치노를 들이키며 말했다. 역시 둘은 어제 다 얘기를 해 놓고 있었다.


"뭐, 형사한테 말하면 길어지는 얘기가 있으니까요. 이 얘기는 저랑 호연 씨 밖에 몰라요. 그래서 어제 절 만나려고 했던 이유는 뭐예요?"


민영이 철빈에게 이해하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호연에게 말을 돌렸다. 철빈은 "내가 경찰을 하지 말고 기자를 하고 말지." 하고 토라졌다는 듯이 옆 의자에 발을 올리고 앉았다.


"일단 내 물음부터 받을래요? 진애 씨가 납치될 때 같이 납치됐다고 들었는데. 이거 사건에 아주 중요한 거예요. 이거 빼놓고 가면 내가 속상해. 민영이 너는 속은 게 없으니까, 일단 건너뛰고."


"양보 할게요."


민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질문권을 철빈에게 넘겼다. 호연은 철빈과 눈을 마주했다.


"일단 그 한 명이 당신이었는지는 상상도 못 했군요. 당신은 뭐 이곳저곳 날아다녀? 일단 기사로 다 봤어요. 그 주변 학생들이 강민석 박사 일당과 관련이 있다는 걸."


철빈이 태블릿 PC로 민영이 쓴 기사를 보여주며 말했다. 민영의 이름은 익명으로 되어있었다.


작가의말

요즘 정신이 없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글에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쉬어야 할까요,,, // 오타, 문법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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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3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3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4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2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9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5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6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60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9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90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1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32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5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2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6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7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4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6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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