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066
추천수 :
45
글자수 :
203,653

작성
18.08.27 15:30
조회
103
추천
1
글자
9쪽

5, 달콤함 - 3

DUMMY

호연은 집에 있는 그 작은 기계를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돈 때문은 아닌 것 같죠?"


호연은 능청스레 답을 바꿨다. 그녀는 적고 있던 터지펜을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테러리스트 쪽에서 협상을 요구했겠죠? 근데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추후 살펴봐야 할 문제이긴 하죠."


민영은 다시 노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진애 씨의 주변 관계와도 알고 있었나요?"


"전혀요."


자연스러운 거짓말이었다. 이젠 거짓말에 특화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전에도 거짓말을 자주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능수능란해졌다.


"그럼 우연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죠?"


"우연과의 관계는 연인이.......왜 그런 걸 묻는 겁니까?"


갑자기 들어온 자연스러운 기습에 호연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조금 더 긴장하고 있었어야 했다. 집에 있는 작은 기계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 언제부터였어요?"


민영이 무시하고 물어봤다. 호연은 인상을 찌푸린채 테이블을 검지와 중지로 바꿔가며 4번 두들겼다.


"제가 먼저 물어봐도 돼요?"


"먼저 물어봐요."


"며칠 전에 우연 씨한테 메시지 한 걸 봤어요."


"그게 며칠 전이죠? 그래요, 호연 씨 말대로 연이한테 메시지를 날렸었어요. 물론 답장은 없었지만요."


민영은 펜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왜 메시지 했는지 묻고 싶은 거죠?"


"그렇죠."


"그냥 별 이유 없어요. 호연 씨 보니까 생각나서 연락해 본 거예요. 그냥 무시하던가요?"


"아뇨, 폰이 박살나서 싱크대 패널로 저만 본 거예요."


민영은 그렇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연 씨랑 같이 있어보니 어때요?"


"그냥 그렇던데요. 별 나쁜 일도 없고."


"두고봐요."


민영이 한쪽 눈을 찡그리고 말을 이었다.


"우연은 숨기는 게 있어요. 호연 씨가 그걸 알아낼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은 절대 아무 이유 없이 다가오는 애가 아니에요."


"그만하시죠."


분노 낀 목소리로 말하는 민영을 호연이 말렸다. 민영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터치펜을 들어올렸다.


"강민석 박사 사람들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던 거죠?"


"그렇죠."


"혹시 연관된 사람이나, 기억나는 사람이 있어요?"


호연은 여학생 하나가 생각났다. 목에 목걸이 타투를 새긴 여학생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동물들 가운데에 큼지막한 검은 도마뱀이 제일 눈에 띄었었다.


"동물 목걸이 타투를 하고 있는 여학생. 동물 타투 가운데에 큼직한 검은 도마뱀이 그려져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피해자 집 근처에서 주로 머무는 모양이던데."


민영은 재빠르게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쓰는데도 글씨는 정갈한 편이었다. 호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고마워요, 호연 씨. 다음에도 또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정민영이 노트와 펜을 핸드백에 넣으며 말했다.


"글쎄요. 조금 부담스러운데."


"말이 그런 거죠. 녹음도 되고 있었어요. 우연 씨 일은 알아서 편집할게요."


그녀가 상의 카라에 붙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원래 절 만나려고 대기하고 있던 겁니까?"


"우연 씨 문제로요."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니었어."


"또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의 도움이 여러방면으로 필요해요."


민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좋은 정보들 많이 얻었어요."


호연은 무시하고 담배를 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진 씨 일은 유감이에요. 그리고 차단 좀 풀어놔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민영은 카페를 나갔다. 호연은 한참 기자가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호연은 성진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


호연이 뒤따라 나갔으나, 민영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다만 떠나가는 택시가 눈에 계속 잡혔다.


호연은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우연에게 연락은 없었다. 섭섭한 느낌이 조금 들었다. 그는 그 감정을 뒤로 하고 연락처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단 목록을 찾아보았다.


그의 핸드폰에는 차단된 번호가 꽤 많이 있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부터, 성인 광고물을 보내는 죽은 중학교 때 선생 번호까지. 중학교 때 선생은 그가 대학교 때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었다.


'정민영.'


그 수많은 번호들 중에서 민영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호연은 그녀를 차단 목록에 넣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차단 목록에 있으면 전화번호부에 없을 것이 당연한데, 그녀의 번호는 전화번호부에 버젓이 있었다.


술김에 그런 건가, 하며 자신을 먼저 의심했다. 호연은 민영의 차단을 풀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져 있었다. UFO 의 검은 표면은 밤에 그 어두움을 과시했다.


호연은 라이터를 빌려 담배 한 대를 피우고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또 누군가를 마주하면 좋은 말로 상대해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에 세워둔 지포라이터를 집어들었다. 그는 괜시리 담배를 또 피울 것도 아니면서, 라이터를 열어 부싯돌을 돌렸다. 불이 솟아올랐다.


"아, 참······라이터를 그냥 하나 살 걸."


포장을 하면 라이터를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연은 또 나가기는 무척 귀찮았다. 그렇다고 포장을 지금 미루면, 성격상 계속 미룰 것 같았다.


라이터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호연은 주머니에서 약간 구겨진 포장지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어쩌면 난생 처음 해보는 포장이었다. 차라리 택배 보내듯 종이 박스에 넣어서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호연은 포장하는 방법을 검색하면서 네모난 작은 UFO 를 포장지 위에 올렸다. 파란 바다에 UFO 가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막 나쁘지는 않았다. 시작은 좋았다.


인터넷에 나온 내용대로 조심스럽게 라이터를 포장지로 감쌌다. 하나하나 접었더니 지포라이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우연히 보니 중앙에 하트가 맺혀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었다. 깔끔했다. 호연은 마무리를 위해 투명 테이프를 집어들었다. 작게 잘라서 포장지 위에 붙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옆으로 던져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우연에게 인터넷 메시지를 보냈다.


"왜 오늘 연락이 없어요. 뭐하고 있어요?"


호연은 그렇게 보내놓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은 너무나 묘했다. 나쁜 쪽으로 묘한 게 아니었다. 좋았지만,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호칭 하나가 더 늘은 느낌이었다. 우연의 연인. 전에 했던 연애는 새로 시작하는 감정마저 시시하게 억누르게 만들었다. 왜인지 모르게 분했다. 벌써부터 이별을 먼저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어떤 이별을 맞을지.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상당히 영악한 것이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찾아왔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떠나갔다. 영악한 것은 어떻게 떠나든 세게 긁힌 흉터를 남겨놓았다. 그 흉터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한참 헤메다가 이제 좀 나아졌다 싶으면, 새로운 사랑이 언제인지 모르게 다가왔다. 왔다갔다하며 사람을 반쯤 죽여놨다가, 살려놨다가를 반복했다.


그는 담배를 물었다가 내려놓았다. 라이터가 없다는 것을 계속 잊어버렸다. 호연은 숨을 한 번 쉬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될까?"


호연은 싱크대에 묻은 물기를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흉터가 사랑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사실 시작도 두렵게 만들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누그러트렸다.


밀린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호연은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갑자기 드는 쓰린 기분은 왜일까. 민영을 만나서 그런 걸까? 담배를 못 피워서 그런 걸까?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을 시작했는데, 이별을 한 것처럼 미쳐 돌아다니고 싶었다. 호연은 라이터도 살 겸 나가기로 결정했다. 구석에 놓여져있는 잔돈들을 집어들었다. 꽤 많은 양의 잔돈이었다.


그는 가게에서 라이터를 사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포라이터보다는 편했다, 일회용 라이터는. 값도 싸고, 원터치에다가 손을 때면 자동으로 불이 꺼졌다. 뚜껑을 덮어야 하는 지포라이터와는 달랐다.


"우연 씨, 자요? 아니면 바쁜 거예요?"


호연은 우연에게 인터넷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는지 곰곰히 되짚었다. 맘이 벌써 변한건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는 건가? 호연은 괜시리 어두운 걱정도 들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 피웠다.


그녀의 집 전화로도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녀가 예전에 주었던 집 번호가 생각났다. 하지만 집 전화는 수신음만 들리다가, 부재중이라는 멘트를 뱉었다. 그는 핸드폰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운치 않았다. 호연은 의자에 앉아 조심스레 다가온 불안함의 손을 잡았다. 우연의 집에 찾아가 봐야 하나? 호연은 자신이 보기 싫은 장면이 또 떠올랐다. 김진애와 성진 안 실라르의 모습. 그 트라우마가 호연을 집착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작가의말

가끔 글을 쓰다보면 제가 글에 재능이 없음을 절실히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더 쓰는 거죠. 그래도 완결은 내야죠. // 오타, 문법 오류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프롤로그 조금 추가 했습니다. 18.08.26 48 0 -
공지 소설 장르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18.08.25 58 0 -
공지 안녕하세요, 연재 일 수를 조정하려 합니다. 18.08.16 60 0 -
47 7, 크레이터 - 2 22.10.04 8 0 10쪽
46 7, 크레이터 - 1 20.02.14 22 0 12쪽
45 6, 파란 장미꽃 - 10 20.02.14 18 0 10쪽
44 6, 파란 장미꽃 - 9 20.01.17 22 0 9쪽
43 6, 파란 장미꽃 - 8 20.01.03 23 0 10쪽
42 6, 파란 장미꽃 - 7 20.01.02 21 0 10쪽
41 6, 파란 장미꽃 - 6 19.12.30 28 0 10쪽
40 6, 파란 장미꽃 - 5 19.12.24 25 0 10쪽
39 6, 파란 장미꽃 - 4 18.09.15 54 0 10쪽
38 6, 파란 장미꽃 - 3 18.09.10 85 0 10쪽
37 6, 파란 장미꽃 - 2 18.09.08 59 0 9쪽
36 6, 파란 장미꽃 - 1 18.09.05 108 0 10쪽
35 5, 달콤함 - 6 18.09.03 89 1 14쪽
34 5, 달콤함 - 5 18.08.31 90 1 9쪽
33 5, 달콤함 - 4 18.08.29 114 1 10쪽
» 5, 달콤함 - 3 18.08.27 104 1 9쪽
31 5, 달콤함 - 2 18.08.24 92 1 10쪽
30 5, 달콤함 - 1 18.08.22 74 1 10쪽
29 4, 그대는 고요했다 - 7 18.08.20 101 1 10쪽
28 4, 그대는 고요했다 - 6 18.08.17 105 0 10쪽
27 4, 그대는 고요했다 - 5 18.08.16 93 1 10쪽
26 4, 그대는 고요했다 - 4 18.08.14 106 1 11쪽
25 4, 그대는 고요했다 - 3 18.08.09 111 1 11쪽
24 4, 그대는 고요했다 - 2 18.08.05 93 1 10쪽
23 4, 그대는 고요했다 - 1 18.08.03 100 1 9쪽
22 3, 당신이라는 사람 - 5 18.08.03 135 1 13쪽
21 3, 당신이라는 사람 - 4 18.08.01 10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