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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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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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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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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38. 헛웃음

DUMMY

*


쾅.


멀리서 큰 폭발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뿌연 연기가 하늘 위로 피어올랐고, 둔하게 들리는 잔향이 길게 늘어진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뒤에는, 땅이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지면 위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서 있던 ‘도니 힐튼’은 몸을 떨었다.


두려움의 표현이라거나, 떨고 싶어서 떠는 건 아니었다.


서 있는 땅이 그 모양인데 움직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백인, 사내는 흑발을 하고 있다. 그는 폭발이 일어난 듯한 장소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가만히 찾아보았다.


그의 감지술에는 잡히지 않는 거리였다. 전문적인 감지술사도 아니었고. 초상술 중에서 원거리 탐지가 가능한 스킬도 별로 없었다. 숲 어귀에서, 그 너머에서 일어난 듯한 폭발을 정확히 관측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무슨 일이지.


산슈카를 스타팅 포인트로 잡고 플레이를 하던 미국인, 도니는 갑작스러운 이벤트Event에 주의를 기울였다.


콘란드 대륙에서는 온갖 이상한 일들이 더러 일어나고는 했고. 그것들의 인과관계를 모두 알아내기란 극히 어려웠다. 플레이어들이 벌이는 일이 발동 조건이 되어서 무언가 큰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었고. 그냥 게임 내의 예정된 사건이 터질 수도 있었고.


정말 현실의 그것과 같은 모양을 한 게임이었어서. 아무리 솜씨가 좋은 탐정이 온대도 이 게임 내의 모든 사건을 단번에 알아채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명탐정도, 세계 만물의 비밀을 다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진짜 세상’과 비교하자면, 한없이 열악한 모조품에 불과한 것이 비련시 온라인이기는 했지만.

둔한, 사람의 눈과 감각으로는 거진 현실에 근접하게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라서.


도니는 산슈카 남부 국경지 근처의 원시림을 탐험하던 길을 멈추고, 다른 방향으로 여행로를 틀어야 했다.


만일 그가 세계 최강의 사나이이며,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비가 가능한 영웅이라면 모르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콘란드 대륙은 위험스러운 것 천지인 곳이었다.

잘 모르는 비상 사태에 대해서는,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 게임을 오래하는 비결이다.


도니는 산슈카에서 벨베르Belber 공화국으로 넘어가려고 하던 길이었는데. 숲을 지나지 않고 빙 둘러서 가기로 했다.


“Shit···.”


혼자서 중얼거렸고.

딱히 들을만한 NPC도, 플레이어도 없었기에 영어 원음 그대로가 튀어나왔다. 아마 누군가의 귀가 근처에 있었다면, 그에게는 개인에 맞는 언어로 번역되어 들렸으리라.


‘플레이어’가 콘란드 내의 언어를 듣고자 해서, 자신이 말하는 발음을 시스템을 거쳐 듣는 것 역시 설정 중에 있는 항목이었다. 그러나 도니는 그 정도로 비련시 온라인에 미쳐 있는 부류는 아니었고. 나름대로는 가볍게 플레이를 하는 쪽이었다.


타다닷.


그는 숲 근처의 길목에서, 발을 재게 놀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몸 근처에 바람이 불어와 붙었고. 유색 연기가 바람을 형상화하듯 머무르며 그의 몸을 띄웠다.


나는 듯 달리는 듯.


청년 하나는 그렇게 폭발과 반대 방향으로 멀리, 사라졌다.


*


벨베르 공화국 북부 도시, ‘도밍턴Domingten’.


벨베르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었다. 거기엔 공화국의 정예병들이 주둔하고 있었고, 국경 수비대의 백업 기지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북부 제3연대장이자, 수비총괄보좌인 ‘마굴라’는 눈을 부라렸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사내였고, 머리에는 터럭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게 그의 위엄을 해치지는 못했다. 워낙 사납게 생긴 인상이었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체격이 무서움을 더한다.


머리에 핏줄이 서도록 힘을 주고 있는, 사나운 사내였다. 중년 정도의 나이.


회색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마굴라가 외쳤다.


“어디가 터져!”


“어,”

그 말에 보고를 하던 보좌관 한 명이 떠뜸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보좌관이 무능한 탓은 아니었다. 전해야 하는 사건의 사실이 워낙 어이가 없는 것이라 그렇다. 따지자면 유능한 편이리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젊은 청년, 사내는 말이다.


멀끔하게 다려 입은 초록톤의 군복이다. 마굴라 역시 같은 제복이었다. 공화국의 병사들은 모두 통일된 군복을 갖춰 입는다. 물론 근무 시간에만.


금발에 균형잡힌 체격. 전형적인 백인형의 얼굴에, 잘생긴 사내가 보좌관이었다. 바깥으로 들어오는 빛은 그리 많지 않고. 절약적으로 랜턴을 켜 둔 총괄보좌의 집무실 내부다. 길다란 테이블의 상석에 앉은 마굴라를 향해서 보좌관, 말리Marley가 이야기를 했다.


“그······. 북부 수비기지 3곳과··· 이어지는 보급창고가 갑자기 원인 모를 폭발을 일으켜···.”

“씨발 그게 무슨 소리야!”


마굴라는 비명처럼 외쳤다. 절규라고도 볼 수 있었고. 그마만큼, 말이 안되는 일이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멀쩡히 있던 수비기지와 보급 창고가 왜 폭발한단 말이냐.

수비기지와 창고 모두 ‘그냥 건물’도 아니었다. 삼엄한 경비자들이 늘 경계 임무를 다하고 있는 장소였던데다가. 이 시대의 전략적 요충지들이 그러하듯 보호용의 아티팩트 역시 있었는데.


그런 보호 체계를 뚫고 갑자기 원인 불명의 대폭발이 일어났다라.

지금 말하는 ‘폭발’은 사고로 인한 지엽적인 그게 아니었다. 기지 세 곳과 창고 한 개가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말하는 거였지.


“······.”


마굴라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서 잠깐 자리에 앉았다가. 몇 초 뒤에 다시금 성을 내었다. 주저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수비총괄보좌는 말이다. 어려운 직책명이었으나 북부 수비대의 전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는, 부대장의 위치였다. 그 위에 대장이 있으나 지금은 국내 다른 방면에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곧 그가 북부 수비군을 총괄하며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벨베르 공화국의 북부 경계는 곧 ‘고국古國 산슈카’와 국경을 맞댄 지역을 의미했다. 벨베르나 산슈카나. 중부 대륙 전체로 보자면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소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간의 경쟁이 전혀 없다거나, 또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벨베르는 고대 역사를 따지고 보자면 원래 산슈카의 영토였던 곳을 점령한 이들의 나라였다. ‘제국기期’는 물론이고, 산슈카가 왕국으로 영락했을 때도 초창기에 벨베르는 산슈카국의 소유였으리라.


그러나 산슈카 내에 불만을 품었던 어느 영주와, 또 타국의 영주. 지역민들 따위가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키고 분리 독립한 것이 벨베르의 시초가 된다. 지금의 ‘공화국’은 당시의 국가적 색채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굳이 벨베르의 역사를 따지자면 그것이 나라의 시작이리라.


아무튼 산슈카 왕국과 인접한 각 나라들은, 제국의 그늘 아래 있었던 역사가 있다. 긴 시간이 지나서 옛 영광이 되어버린 그 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정통과 역사 따위를 주장하는 골수분자들은 늘 산슈카를 향해 노골적인 적의를 지우지 못했다.


산슈카가 다시금 힘을 찾고 영광을 얻으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그들 나라를 빼앗으려 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젊은, 일반적인 세대에게는 미친 소리나 다름 없는 주장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변방국, 산슈카에게 그런 의지가 있으리라고 누가 믿겠는가.


실제로 산슈카와 국경을 맞대어 관리를 하고 있는 마굴라로서는. 반쯤은 진실이며 반쯤은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마냥 적대할 곳도 아니었고. 또 마냥 얕보거나 쉬이 생각할 나라도 아니었다.

국경선 근처에서 나름의 알력 다툼도 있어왔고. 큰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지만 저쪽의 수비대장과는 으르렁거리던 사이이기도 하다. 그럭저럭 저력이 있는 현대의 어느 국가. 그 정도가 마굴라가 생각하는 산슈카인데···.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믿지 못할 바다.

일단은 원인을 분명히 찾아야만 했다.


“어디서, 왜! 뭐 때문에 터졌는지 당장 알아내, 당장!”

“예, 예 알겠습니다···. 장군 일단 살아있는 이들이 있는가에 대해 수색과 구조 명령을···.”

“당연히 알아서 하고, 말하지 않아도!”

“예, 예···!”


보좌관, 말리도 사실 정신이 없었다. 멀쩡한 표정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눈 앞이 흐렸다. 그 역시 당황하고 있었고. 현장에 있었던 말단병들은 더욱 놀랐으리라.

부하들을 다독여야 했고, 일단은 움직여야 한다.

장군의 말처럼 자세한 상황 파악이 먼저이다.


불타버린 기지나 창고 근처에 뭐가 남아있는지. 살아있는 이가 혹시나 있을지.


폭발의 원인을 찾아 병력들을 긴급 투입해야 했다.


“수색대대와 지원대대로 나누어서 경계를 하도록 해! 타국의 습격이라고 한다면 이 때를 노리고 들어올 거다. 근처 다른 기지로도 바로 경계와 지원 요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말리는 정신이 없이 외치고는, 서둘러 지휘관실을 떠났다. 약간은 어둑한 방. 전략 회의때 쓸 수 있을듯한 넓고 기다란 테이블. 나뭇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친 원목 테이블이었다.

마굴라는 깊은 당황함을 추스르려고. 애써 아무런 표정도 지어보이지 않은 채. 팔을 올려 턱을 괴고. 입매를 가린 뒤 잠시 가만히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가. 적습, 아니면 단지 아군의 시설물 관리가 부족해서 일어난 사고인가.

후자는 압도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는데. 전자 역시 가능할까, 싶은 경우이다. 말했듯 여러가지 방비가 되어 있는 기지를 적군이 임의로 터뜨릴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결국 벨베르의 국경선이 적의 손에 넘어갔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빈틈이 만들어지고 그런 침공이 이루어졌는가. 수비총괄보좌로서, 또 현재 국경수비대의 대장을 임시로 맡고 있는 인물로서. 완벽한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공화국의 유순한 분위기 상. 목이 날아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목이 날아가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개씨···.”


마굴라는 한참, 이라고 본인은 느꼈으나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침묵하며 있다가. 조용히 거친 욕을 뇌까렸다.


*


펑,


하고 날아간 건 벨베르 공화국의 일만이 아니었다.


동부 이슈칼 왕국의 국경 근처 도시 역시, 소란이 일었다.


국경 수비부대가 있는 기지가 날아갔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이슈칼은 산슈카와 국경 지대가 되는 서부에 거대한 도시가 하나 있었다. 세슈칸에 비견될만큼.

그런 대도시에 거주하는 병력들이 상당히 많았고. 작은 전초 기지 따위를 군데군데 세워놓았을 뿐이다. 벨베르처럼 ‘본격적인’ 수준의 기지나 요새를 여럿 운용하는 곳은 아니었다.


한 개의 대도시에 병력의 대부분이 주둔중이었고.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출격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슈칼의 경계용 소형 기지 몇 개가 날아간다고 하더라도, 벨베르에서의 일만한 인명 피해나 난리가 나지는 않으리라. 물론 경계 태세는 최고위 수준으로 올라가겠지만.


이슈칼에서 일어난 일은 그보다 조금 더 심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벨베르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했다.

말인즉슨, 각국의 지형과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이가- ‘어디를 공격해야 최고의 피해인가’를 알고 테러를 저지른다는 이야기였다.


이슈칼의 대도시 ‘시부Seebu'의 옆에 있는 거대한 보급 물자 창고가 하나 있었다. 어지간한 마을 규모의 부지에 창고 건물들만이 빼곡히 있었고. 그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엄히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도시의 성벽 망루에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만큼, 거대한 폭발과 함께 폭연, 폭음 따위가 관측되고 느껴졌다.


마을만한 크기의 기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광경이었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것이라 시부의 망루병 하나는 스스로 보고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한참‘이라고 해봐야 1분 정도이기는 했으나.

경계병의 임무를 모조리 망각하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있었던 것이다.


굉음과 함께 나타난 변화는 도시에서 눈으로 바로 관측이 되었고. 또 경계병들의 보고가 빗발치면서 이슈칼 수비대의 상부로 곧장 올라가게 되었다.


재앙의 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슈칼의 군사부장의 반응 역시, 마굴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


“······.”


루드, 는 그 이름처럼 무례하지는 않았다.


무례하게 굴었다가는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리라.


상황과 때, 사람의 앞을 가린다고 할 수 있었다. 루드는 그 자신의 성정이 괴팍하고 악랄한 편이었어서. 자신의 앞에 있는 ’대공‘이 어떤 인간인지 지나치게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흠.”


세르게이 알사드는 크게 화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드물게도 계속 ’실패‘라는 결과를 마주하면서 말이다.


알사드 대공은 철저한 인간이었고. 한 가지 일을 위해서 무수히 많은 준비와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자였다. 그 말은 실전에서의 실수를 최대한 없애고자 한다는 뜻이었고. 목표를 위해 나름대로는 참을성이 있으며, 머리가 좋았다. 과감함 역시 갖고 있어서 시기를 놓치는 일도 적었다.


노회하며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알사드 대공에게. 이제와서 실패라는 단어는 그리 익숙치 않을지 모른다.

지금의 때라면 그는 계속 성공만을 반복하며 나아가도 모자를 판국인 것이다. 대계大計를 이루는데 잔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다면 어느 세월에 목표점까지 갈 수 있을까.


대공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데스크 앞에 있는 큰 의자는 아니었다. 적당히 방의 중간 즈음에 빼둔 목재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 ’루드‘가 서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채광이 좋은 방이었다. 길다란 유리창으로 햇볕이 쏟아지듯 들이닥친다.

루드의 심정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대공의 그것과도 말이다. 두 사람 모두 굳이 따지자면 현실의 ’사이코패스‘를 모델model로 한 인간들인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전무했어도 자신의 일로 인한 감정 기복 정도는 있었다.


따스한 자애의 감정 따위가 깃들지는 못했어도. 불같은 화나 지독한 악의는 늘 충만한 마음속들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기름‘이라고 쳤을 때, 이런 임무의 실패는 불씨를 던져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꼴이었다.

루드는 당장 알사드 대공이 자신의 목을 쳐서 떨어뜨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니, 조금 더 긴 시간 고통을 주면서 갖고 놀다가 그렇게 해도 머리로 납득은 가리라. 그럴만한 인간이다.


그나마 대공의 대계가 있으니,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양반이니 희미한 살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악의적 감정만을 내세우는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계획에 따라 살며 순간순간 제 폭급한 마음을 누를 줄 아는 작자였지.


루드는 그런 계산속으로 최대한 공손한 자태를 취하고 있었다.

곱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다.


루드는 생긴 것이 제법 그럴싸한 편이다. 미남이었다. 공작은 심드렁한 얼굴로 침묵을 고수하다가. 입을 연다.


“살아남은 자는?”


무슨 말인가 잠깐, 생각했다가 루드가 답했다. 적을 말함인지 아군을 말함인지 헷갈려서. 그러나 적이라면 ’자‘라고 굳이 표현하지도 않았으리라. 벌레만도 못한 느낌으로 묘사를 했겠지.


“···조장이었던 검은 늑대단 부부단장 히베 류트와 휘하 3인···. 전술사단의 선임술사 게오르그 후딘과 휘하 3인이 살아남았습니다···.”

“부상은.”

“어, 살아돌아온 이들 중에는 모두 중상자는 없었습니다···. 회복술로 조치를 취하고 잠시 요양을 하면 다시 임무 투입에 가능한···.”

“잘했다.”

“예?”


루드는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에 반문을 해버렸다. 그런 종류의 군소리가 이곳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루드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입매를 손으로 가렸다.


“잘했다고.”

“······예.”


작게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만 더욱 깊이 숙였다. 설명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대공은 절대적인 상급자였으니까. 주인의 태도를 결정하는 건 종이 할 일이 아니었다. 루드는 그리곤 입을 다문다.

대공이 뜸을 들이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적의 수준을 정확히 안 거지.”

“아··· 예.”

“부부단장과 게오르그가 참여를 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졌다라··· 한 놈도 죽이지 못하고··· 내 참.”


대공은 헛웃음처럼, 소리를 냈다. 마지막 단어에서는.


희미한 웃음기마저 보인다. 장년인의 얼굴에.

정말로 우스워서 웃는 건 아니었다. 그냥 지독한 화나 짜증이 반대의 표현으로 나타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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