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연재수 :
358 회
조회수 :
9,078
추천수 :
771
글자수 :
3,405,694

작성
24.03.26 19:27
조회
9
추천
1
글자
16쪽

239. 치즈 케잌

DUMMY

"후···. 낌새는 어떻던가. 대공령으로 온 이유는 달리 있나?"


루드가 고갤 조아렸다. 제냐 일행에 대한 감시는 나름대로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공이 신경쓰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몇몇 행정관들이 도맡아서 일을 보고 있었다. 루드 역시 암살조처럼, '감시조' 인원들이 임무를 맡고 있다는 걸 안다.

루드가 직접 감시조 인원들을 부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임무에 대한 보고는 루드에게 일단 들어온다. 대공이 루드에게 묻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아직 정확한 연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거슬리신다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대공이 우스운지 웃음을 뱉었다. 그는 소매 끝에 달린 금으로 이루어진 단추를 매만졌다. 신체 말단에 신경을 쓰는 건. 무언가 심기에 거슬린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별 것 아닌 것들이 모두 심사를 어지럽히게 마련이다.


값진 원단으로 만들어진 대공의 셔츠였다. 실크가 섞인 소재였으나. 온전히 실크로 이루어진 것보다 착용감은 더 좋았다. 지금 이 시대엔 몇 개의 직물들을 혼합해서 원단을 뽑아내는 일이 도리어 더 기술력이 필요했다. 가격 역시 대공이 입고 있는 것이, 평범한 실크 셔츠보다 비쌌고.


베이지 톤의 셔츠였다. 루드는 적잖이 뜸을 들이는 주인에게 반항을 하지는 못했고. 말을 기다릴 따름이다.


"처리라. 그걸 못해서 지금까지 길어졌잖은가. 고작해야."


고작해야 모험가에 불과한데. 별다른 뒷배경도 없는, 떠돌이였다. 대단한 세력을 등에 업은 것도 아니었고. 우연히 끼어든 잡음같은 존재. 그동안 대공이 치워버린 모든 이들의 무게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이였다.

아무것도 아닌 놈이 점점 더 존재감이 커져갔다.


히베와 게오르그가 암살을 시도했음에도 살아남았다는 건. 그 놈이 산슈카 국내에서 한 줌 정도 되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없던 뒷배경도 생길 정도의 솜씨다. 그 정도라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인재들도 녹록한 자들이 아니었다. 모두 갖은 애를 써가며 모으고, 또 키워낸 이들이고. 산슈카 내에서도 그만한 병력을 갖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괜히 '알사드 가문'이 왕실과 견주는 이름이며, 이 나라에서 정통파 수장직을 맡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죽이고 싶을 때 편히 죽일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골치가 아픈 놈이었다. 행보 자체는 명확하게 대공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그 적의의 방향성이 정확히 '알사드 대공'을 향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다리 건너서 계속 일을 방해하고 있었다.


놈이 명확하게 대공 자신의 정체를 알고, 방해하기 시작한다면 더욱 귀찮아질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멀리하고 있는 왕실 따위에 연락을 취하고 협조를 하기 시작한다면 더욱 그럴 테고.


대공의 계획은 이미 스위치가 눌렸다.


로멜리아 가문의 키key를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책이 안된다면 차선책이라도 강구해야지 않겠는가.


아티팩트란 사람의 필요에 따라 지어진 물건에 불과하고. 그 말은 절대적인 설정값이 있는 게 아니란 뜻이었다. 다시금 필요에 의해 새로 지어질 수 있었다.

물론 제국기나 고국기로 분류되는 물건들이 감히 손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건 자명했지만. 그 어려운 물건들을 만지기 위해서 지금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것이 대공가의 초상술 연구회였다.


초상술 연구회나 전술사단이나, 사실 거진 겹치는 인원들이기는 했으나. 조직적으로는 따로 분류가 되어 운영이 되고 있었다. 일단 일임하여 맡고 있는 단체장이 다른 인물들이었고. 초상술 연구회의 수장은 전술사단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긴 계획이고 어려움이었고. 무수한 돈이 들며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이었다. 최근 이전에 발굴하거나 찾았던 '유물'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필멸창을 그토록 깔끔하게 복구해서 암살용으로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오랜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름과 달리 고작해야 모험가 하나 죽이지 못했긴 하다만.


산슈카와 인접국 각지에 퍼져 있는 대공의 암부 인원들은 작전을 수행했다. 그들만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고, 그들이 다시 긴 시간을 거쳐 포섭한 외부 인원들이 아주 많았다.


대공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큰 사업'을 대담하게, 왕실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벌이고 있었고.


인의를 져버린 인간들과 결탁해서 큰 돈을 얻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사람을 사는 건 쉬운 일이 된다. 화신 사막의 부족들이나, 이슈칼, 벨베르, 산슈카. 4개 지역에서 힘없고 가난하며, 소리치지 못한 인간들이 많이 희생이 되었다. 대공의 수작에 의해서.

인간의 인생과 목숨이 참 덧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덧없음을 더욱 부각하는 것이 대공의 짓거리였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정도의 악행들이었고. 그건 퀘스트 로그에서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사람을 재화로만 철저히 취급을 했을 때, 어디까지 무정하며 악랄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묘사였으니.

비련시 온라인은 플레이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기 원하지 않았다. 그저 대공을 안개 속에 감춰진 '악인'이자 '기인' 정도로만 묘사를 할 뿐이고, 그래서.


현왕 벨케임 사슈나 7세는 평가하자면 성군에 조금 더 가까운 인물이기는 했으나. 국내외 모든 정세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다. 대공이 자신의 모든 자원과 힘을 '몰래' 일을 벌이는 쪽에 써먹고 있다는 것도 주효했고.


전체적인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뒤탈이 없을 것 같은 부족만 쳐서 노예로 삼고 한다던가. 조금이라도 중앙 정부에 닿을 여지가 있는 곳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던가.

혹은, 애초에 생존자 하나도 남지 않게끔 씨를 말려버린다던가 말이다.


이 세계는 기형적으로 발전한 구석이 있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육로로 영지와 영지가 이어져 있으나. 그 사이에 있는 몬스터들의 존재는 각 지역간의 원활한 소통과 교역을 방해했다. 육지이나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처럼 구는 구석이 있었고.


대도시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삶을 꾸리고 있던 이들은, 사실 몬스터에게 떼죽음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는 했다.


그만한 사람을 도륙할만치, 강력하며 거대한 몬스터 무리 또한 한정적이었으므로. 쉬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공은 몬스터라는 놈들을 좋은 변명거리 삼아서, 그 속에서 사람을 도륙하는 살인자였다. 학살자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리라.


대공이 '정치적' 이유를 들며 없앤 이들만 해도 그 수가 어마어마했는데. 단지 검은 사업, 범죄와 재정을 위해서 벌인 악행을 셈한다면. 그는 이미 대도시 정도 되는 분량의 인구를 없앤 자였다.


그는 철저하게 병력을 키워왔고. 초인 병력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외딴 곳에 거주하는 힘없는 이들이, 본격적인 기사단원이나 워메이지를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국가간 전쟁에서도 중요 자원으로 쓰일만한 병력을, 자국의 시민들에게 투사하는 건 확실히 미친 짓거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공은 태연했다.


가장 그의 전략에 도움이 되는 점은. 어쩌면 대공으로서 가지는 여러 권력이나 자원, 영토 따위가 아니라. 만 단위가 넘는 인구를 수십 여 년간 학살해오면서 낯빛 하나 그늘지지 않는, 독사같은 마음일 지 몰랐다.

대공을 상대하는 고관대작들도, '설마 그 정도로 미친놈일까' 싶어서 짐작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테였다.


사기를 치려면 기왕이면 과감하고 거대하게 쳐라. 그래야 상대가 감을 잡지 못할테니. 대공은 선천적으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여태껏 산슈카의 그늘 속에 자신의 야욕과 독심을 감춘 채 기생을 해 온 괴물이었다.


괴물은 오랜 평화기 속 계략을 꾸며오다가. 이제 충분하다, 고 생각을 해서 꿈틀거리는 중이었고.

로멜리아 가문의 혈족들을 모조리 죽이려던 것 역시 그런 계획의 막바지 단계의 일이었다. 보기좋게 막혀버렸으나.


제국기 특급에 속하는 거대한 에너지 무기를 해킹Hacking해내는 데 일단은 성공을 했다. 그 정도로 고대 유물인 다른 아티팩트를 몇 개 희생했어야 했지만.


벨케임 사슈나 7세, 국왕은 아마 그렇게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대공을 보며 '믿음직하다'고 여기고 있을 테였다. 그가 뒤에서 계략을 꾸미는 건 전혀 모른 채. '경거망동 하지 않고' 늘 정치적 구심점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게으른 대공으로만 알고 있을 테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옛 유물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고.

이제와서 그것을 일깨워 거대한 일을 벌이려는 작자는 없었다. 타국과 전면전이라도 당장에 벌어진다면. 왕실 역시 부랴부랴, 옛 유물들을 점검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방법을 연구할테다.


그건 지나치게 오랜 시간과 자원,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는데. 대공은 자신의 대에서 그 일을 해냈다. 유물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저 입맛에 맞게 폭주시키는 정도면 충분했기에 가능했던 위업이기도 하다.


산슈카 도어와 네 가문의 약속.


대공은 쓰게 웃었다.


루드는 긴 시간 말이 없던 주인의 안색을 힐끗, 살피면서 불안해한다.


"어떻게."


나지막하게 대공이 말했다. 루드는 떨리는 기색을 감추며 말한다.


"암살용의 극독을 사용하겠습니다. '치즈 케잌'을요."

"아, 그거."


아주 기분좋은 단 맛이 나는 독물이었다. 가루로 만들어 뿌릴 수도 있었고, 액체로 만들 수도 있다.

다과나 단 맛이 나는 음식에 섞으면, 절묘하게 맛을 더해주는 기폭제가 된다. 특유의 향이나 맛이 있다기보다, 그저 '솜씨 좋은 주방장이 만들었구나' 하는 정도의 기분만을 더해준다.

그 맛이 참으로 절묘했기에. 분명한 맛이 있으나 잘 사용하면 무미무취의 독처럼 쓸 수 있었다.


이 지방 음식에는 달짝지근한 간들이 많이 있었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대공령에서 식사를 한다면 기회가 많이 있으리라.


'암살조'나 '감시조'는 대공가에 직접적으로 속한 인물들만이 아니었다. 대공령에도 가문의 지시를 건네받는 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이들은 민간에 숨어들어 있었고. 애초에 민간에 있는 자들을 포섭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당에 들어가 평범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서버server가 목숨을 노릴 수도 있는 법이었고.


대공은 눈과 귀를 이곳저곳에 뿌려둔 이였고.


그들에게는 모두 막대한 재화나, 혹은 나름의 지위 따위를 보상으로 제시하며 유혹을 한 상태였다.

대공으로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약속이었지만.


대공은 그저 세상이 불바다로 변하는 걸 보고 싶을 뿐인 인간이었고.


그 속에 자신을 따르던 작자들이 포함되어 있던 아니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 계속해서 폭파에 폭파를 더하는 연쇄적인 테러가 끊길 정도로, 자신의 수족이 사라진다면 문제가 되겠으나.


대공가에서 특별하게 제조한 '폭탄'은 이미 긴 시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부품으로서 여러 군데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대공의 명을 받는 일반적인 이들이 상인의 모습으로, 말단 병사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평범한 장소들을 오가면서 자신들의 사명을 다한 것이다.


대공은 특수한 종교 따위라도 창시를 해서 그들을 세뇌할까, 생각하기도 했으나. 무언가 '흔적'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 굳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름이 없을 뿐.

대공의 명을 받드는 이들은 결국 비슷한 심리 상태를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각지에 긴 시간, 거대한 폭탄을 나눠서 설치를 해두었고.

최종적으로 검수 작업을 하는 '관리자'들을 두었다. 없는 장소에는, 직접 대공가의 병력이 파견되어서 그 일을 맡기도 했고.


당장 폭발이 가능한 곳들부터, 대공은 서서히 터뜨리기 시작을 했다, 이미.


벨베르 공화국과 이슈칼의 국경지에서 터져나간 기지들도 그런 연유였다.


대공이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수십 여 년이다.


지금의 기지 대장들이 취임을 하기 전부터 시작했을 수도 있는 계략이었고.


산슈카에 오래도록 묵혀 있던 폭탄의 뇌관은 이미 작동을 시작한 셈이었다.


각지에서 폭발 사건이 연이어서 벌어지고. 혼란이 더욱 커지리라. 상황을 수습하려는 이들이 있을 테고.

뒤에서 대공과 연계를 맺은 내외국의 간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시기 적절하게 다시금 반란이나 테러 행위를 벌이리라.


아예 나라를 뒤엎고, 자신들이 그 위에 서기 위해서.

원래는 가망성이 없었던 왕좌에 도전하는 자들이었다. 그 야욕때문에 미친듯이 일할 것이고. 아마 대부분은 도중에 죽게 되리라. 대공의 목표는 누군가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으니. 불씨처럼 써먹고 버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내외국의 정세가 극도의 혼란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상황 파악에 여념이 없을 때. 대공은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거대한 공격을 쏘아낸다.


'필멸창'을 만 단위가 넘게 증폭시킨 공격이라고 보면 좋았다. 필멸창은 애초에 대인 무기에 가까운 유물이었고. 제국기의 기술력이 담긴 '공성무기', '전략 병기'들은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다룬다.


개중에서도 가장 수위를 다투는 게 대공이 염두에 둔 두 유물이었고.


굳었던 몸을 풀고, 고댓적의 괴물이 신음을 토하리라. 대공은 그 괴물의 옆에서 고삐를 쥔 악마가 될 셈이었고.


산슈카를 전복시키고. 왕실을 먹는다. 나라의 제어권과 통수권을 얻고. 주변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산슈카 도어'는 적어도 주변 4개 지역에는 모두 범위에 넣는 유물이었다. 애초에 그 지역들이 예전 산슈카 제국의 영토이기도 했고.


원래는 자국 영토 내에 반란이나, 침략 전쟁 따위가 벌어졌을 때 써먹을 용도였으리라. 혹은 국내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 자국의 영주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제국기 말엽, 혼란이 있었을 때는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유물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수준높은 초상술사들이 넘쳐나고 있었으니까. 전략 병기를 봉쇄하는 기술 역시 뛰어났으리라.


지금은 그런 일을 기억하는 이조차 별로 없는, 망가진 시대였고.


초상술은 분명 발전을 했으나 산슈카와 인접국들에게 있어서는 퇴화를 했다고 봐도 좋았다. 아마 예전 제국기의 영광이나 기술력들 따위는, 지금 콘란드 대륙 어딘가의 대제국에서 슬슬 재현되고 있으리라.


하나로 통일되었던 힘과 연구 개발의 반복은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었으나. 마지막에는 산산이 부서지고 분열되며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보편적으로 초상공학이 이용된 아이템들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그 시기보다 조금 더 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점'에 있어서는 형편없는 하락이 지금 시대의 현황이었다.


제국이 갈라지면서 벌어졌던 전쟁과 혼란, 파괴 따위는 역사 서적에 다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이었을 테니.


"그래··· 치즈 케잌. 맛있지. 하나 먹여주도록 해."

"받들겠습니다."

"그래, 또 실패를 하거들랑 와서 바로 보고를 하고."

"······예."


루드는 장난인지 아닌지 모를 말투에, 무겁게 고갤 끄덕거렸다. 대공은 장난을 치는 성격은 아니다. 그가 장난스럽게 말을 하더라도, 뼈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말 안에 말이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루드 역시 아는 바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대공가의 모든 인물들이 느끼는 것이리라.


오랜 시간 헌신해왔던 악의의 결과물이 구체화되려 하고 있었다. 헌신과 악의가 과연 같이 쓰일 수 있는 말인가는 의문스러웠지만. 제 욕망들을 위해서, 그들은 온갖 애를 다 써오긴 했다.


대공은 인간성을 져버린 채, 철저한 거짓말로 거대한 무리를 이끌어왔고.


폭력과 폭발. 참 좋지 않은가. 세르게이 알사드는 한낮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그리 생각을 했다.


손을 내저어 루드를 내보냈다.


토토독.


그는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벨케임 사슈나의 멍청한 낯짝을 보는 것도 그리 길지 않은 일이리라.


*

myriam-zilles-tEJm9fvlju8-unsplash.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9 268. 견제 24.04.16 14 1 26쪽
268 267. 썬더 울프. 사막의 밤. 24.04.14 15 1 18쪽
267 266. 케이실라Keiseila 24.04.13 14 1 15쪽
266 265. 외유外遊 24.04.12 12 1 21쪽
265 264. 처량한 포로 24.04.12 12 1 30쪽
264 263. 세부 내용 24.04.10 22 1 13쪽
263 262. 알현 24.04.10 12 1 19쪽
262 261. 사절단의 여정 24.04.10 17 1 19쪽
261 260. 비슷한 아이디어 24.04.10 11 1 19쪽
260 259. '그 망할 새끼' That shit 24.04.09 12 1 23쪽
259 258. 잠입 24.04.09 8 1 15쪽
258 257. 납치 24.04.08 11 1 10쪽
257 256. 리비아 이시기르스는 가볍게 검을 내리긋는다. 24.04.07 10 1 24쪽
256 255. 이쿠죠いくぞ 24.04.04 16 1 30쪽
255 254. 사막벌레 24.04.03 14 1 14쪽
254 253. 부족의 명운 24.04.02 15 1 24쪽
253 252. 이시기르스 24.04.02 13 1 17쪽
252 251. 리비아 24.04.01 13 1 19쪽
251 250. 사절단 24.03.31 16 1 15쪽
250 249. 에드버그 24.03.30 13 1 15쪽
249 248. 사담私談 24.03.30 15 1 14쪽
248 247. 자고로 다 고생하는데 뺑끼치는 새끼가 제일… 24.03.29 13 1 23쪽
247 246. 살리기 24.03.29 12 1 12쪽
246 245. 상처 24.03.29 9 1 9쪽
245 244. 전조없는 비수 24.03.29 10 1 22쪽
244 243. 셰프 L 24.03.29 12 1 14쪽
243 242. 합류 24.03.28 12 1 24쪽
242 241. 하울Howl 24.03.28 11 1 16쪽
241 240. 지팡이 하나 24.03.27 10 1 19쪽
» 239. 치즈 케잌 24.03.26 10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