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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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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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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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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납치

DUMMY

“우리 부족이 과연 어디로 갈런지······.”


리비아의 한숨같은 이야기에 토미는 뜬금없을 정도로 급진적인 이야기를 던져 보았다.

사실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전조가.

대개의 상황 정보들이 확실해지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토미와 리비아 둘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는 일이기는 한데. 리비아보다는 토미가 현황에 대해서 조금 더 빠삭하게 알고 확신이 있는 듯했다.


“한 놈 정도 납치를 해볼까.”

“엑.”

“복면 쓴 놈들. 이방인 새끼들. 어디서 왔는지, 원로들은 또 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은 건지. 아무나 한 명, 케물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직접 알아내는 것도 방법이잖은가.”

“엑.”

“대담對談의 내용을 알고 싶으면 어느 한 쪽이든 구워 삶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토미는 외부인다운, 대담한 소리를 내뱉었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만.


부족의 기류가 이상하다. 리비아 이시기르스 정도 되는 전사들 중 중역重役도 어떻게 마을의 정책이 돌아가는지 갈피를 못잡는다고 하면. 필시 그 몰래 어떤 이야기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벌어진 일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행동도 필요한 법이었다. 그게 속도를 맞추는 방법일 테니까.


토미는 마을에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이방인 놈들 중 하나를 납치해서 알아보자고 한다. 리비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헛소리를 뱉었지만. 이내, 나쁘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되면 부족 전체에 누를 끼칠 수 있기는 한데.


이시기르 족의 마을에 허락도 없이 들락거리고 있는 놈들이 좀 고깝기는 했다. 리비아 이시기르스, 부족 전사들의 선두를 늘 맡고 있는 전위前衛로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은가.


원로들을 구워 삶아서 이야기를 알아내는 건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리비아는, 일부러 마을의 회의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었으니까. 사람들간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싫기도 했고. 마을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갖고 있는 그가 정치적 활동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하면, 다른 직위를 맡은 이들이 부담을 가지리라 생각한 탓도 있다.


그는 이대로만 가면 대전사大戰事의 직위를 받게 되어 있는 유망한 인물이었다. 그런 리비아가 그에 그치지 않고, 더욱 마을의 중심부에 관심을 갖고 들어오려고 한다면. 그건 전사의 후계로서가 아니라 마을의 중심에 서고 싶다거나, 혹은 족장의 후계 자리를 노린다는 쓸데없는 오해를 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족장의 후계 양도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지금도 이미 여러 명의 아들들이 후계권을 놓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그가 괜히 끼어들어 누군가의 눈총을 사거나. 혹은 다른 이의 힘이 되어준다거나, 하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족장좌座에 관한 일은 그에 엮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신경쓰면 될 일이다. 정치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이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이시기르의 유망한 전사들 외에는 리비아가 직접적으로 말을 트고 지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원로들과도 마찬가지였고. 원로들과의 연결고리가 마땅찮다보니 자연스레 파고들어 속사정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인맥과 정치력은 리비아에게 없는 것이었지만. 대신 그에게는 토미가 있었다. 그리고 둘 모두, 강한 무력武力을 마침 가지고는 있었고.


토미가 그러하듯 리비아 역시, 외부에서 들어와 이따금 모습을 보이는 복면의 사내들이 어느 정도의 인물들인지는 가늠하고 있었다. 실력자들이었다.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 존재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부족 내에서도 엘리트 이상이 될법한 자들이다.


그러나 리비아가 모든 실력을 내보였을 때의 경지를 뛰어넘는 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만만한 놈 하나 정도, 빼돌려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과격하지만 해볼법한 일인지 모른다.


리비아는 고갤 끄덕거렸고.


“알겠네. 그럼 적당한 시기를 찾아보지.”


토미의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낮. 사막. 마을 외곽지, 모래언덕 근처.


토미의 시야에서는, 띠링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나타났다. 퀘스트 상황에 변화가 생겨서 로그 창Window가 뜨는 것이다. 반투명하고 흐릿한 것이 살짝 깜빡였고, 전투중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시선을 집중해서 창을 활성화시킨다.


1, 2초 정도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자 반투명한 눈 앞의 윈도우가 더 뚜렷해졌고.


토미가 설정해둔 대로 회색깔의 네모 박스, 창이 나타나 그 내부의 문장을 전해주었다.


[이시기르 부족의 변화


지난 오랜 시간 많은 노력 끝에, 당신은 이시기르 족에 훌륭하게 융화되었다.

개중에서도 마을 사람들과 조금 겉돌고 있는 유능한 전사, 실력을 감춘 마스터. 리비아 이시기르스와의 친분을 충분히 다졌다.

당신은 미리 알아챈 이방인들과 또 그들이 꾸미고 있을지 모르는 계략에 대해서 리비아와 나누었고, 리비아 역시 당신의 생각에 동의했다.


갑작스럽게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마을의 방향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어가는 듯한 원로와 중역들.

리비아와 당신은 불안과 조급함을 느꼈고, 사태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이방인들 중 한 명을 잡아들이기로 했다.


다른 복면인들에게도, 또 마을의 중역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한 명을 끌고와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당신이 갖고 있는 스킬과 아이템을 활용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퀘스트 로그가 진행 상황을 조금 더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요지는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이다.


결과적으로 소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는데.


그래도 최대한 몰래 저질러야하지 않겠는가. 리비아도 토미도, 마을 내에 공공연하게 소란을 일으키는 건 원하지 않았다. 부족민들의 평안도 생각하는 법이었고.

무언가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돌아갈 구석도 있어야 하기에.


수상쩍은 점이 있다고 전면에서 드러내놓고 일을 그르치는 건, 마지막 수로나 써먹을 방법이다. 그 전까지는 최대한 은밀하게, 회유책 따위를 사용하는 게 옳으리라.


토미는 자신이 익히고 있는 여러가지 스킬들과,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옳은 지에 대해서 맹렬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명을 잡아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리라. 그를 완벽하게 결박하고, 정보를 이끌어내는 게 도리어 더 어렵겠지. 장소는 적당한 곳이 많이 있었다. 여긴 사막이었고, 마을 바깥으로 나가면 인적이 드문 곳은 아무데나 널려 있다.


“복면인들과 가장 많이 접촉을 하고 있는 원로가 계신가?”


토미가 물었다. 리비아가 말했다.


“루데 영감님 집. 원로장님께도 많이 들락거리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비교적 외곽지에 있고 우리가 한 명을 노린다면 영감님 집 근처에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음.”


토미는 턱을 매만졌다. 인벤토리에 있는 여러가지 아이템들. 그리고 자신이 끼고 있는 다양한 장신구, 아티팩트, 아이템들. 그 외 마을 내의 있는 거주지에 숨겨두거나, 마을 외부 땅에 묻어둔 물건들.


어떤 것을 가져와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을까, 생각하며 리비아의 말에 고갤 주억거리며 답을 주었다.


“자네만 괜찮으면 오늘 밤이나, 내일이라도 당장 좋네, 나는.”


토미가 말했다. 리비아도 살짝 고민을 했다.


“···흠. 어차피 대단한 술수를 부릴 건 자네가 아닌가? 나야 늘 똑같을 거고. ······마음의 준비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리비아는 기력술사이고. 그런 이들의 장점이라면, 전투력, 역량 따위에 기복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초상술사는 ‘준비하는 자’라며 따로 불릴 정도로, 전투 이전의 준비에 따라 전투력이 크게 갈린다.

칼을 쓰고 몸을 굴리는 일이야 아무 때라도 큰 낙차 없이 잘해낼 수 있었다. 리비아는. 마음에 관한 질문이라고 한다면, 그는 이미 굳힌 상태였고. 결심을.


“오늘 밤에 보면 되겠나?”


리비아가 말한다. 토미는 현실의 일정을 잠깐 떠올렸다. 괜찮은 시간대였다. 중부 대륙 시간으로 밤, 새벽이라면 런던은 전날 밤이나 저녁 정도. 몇 시간 정도 늦었다, 리얼 타임이.


출근을 하고, 밀린 일을 끝내고. 업무 마치고 돌아와 씻고 접속해도 좋은 시간이다. 지금은 전날 새벽에 시작한 플레이를 아침까지 하고 있던 차였고. 이전 날은 휴무일이라 충분히 자고, 일찍 잠이 깨어 접속한 것이었다.


“좋네.”


당일 밤에 루데 영감이라 부른 원로의 집 근처에서 잠복을 한다고 해도. ‘의문의 복면인’들이 나타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놈들은 마을 내부에 거하는 지도 애매했고.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녀석들이었으니.

아마 짐작하기로는 마을 바깥, 사막 어딘가에 근거지를 두고 이시기르 마을에 들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원로나 중역들이 그것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하고 있었으니, 다른 마을 구성원들이 굳이 더 소란을 일으키거나 문제 삼지도 않았던 것 같고.


토미는 슬쩍, 손을 내밀었다. 연습용의 도刀는 모래바닥 위에 푹, 찔러 넣어 세워둔 뒤였다. 검날이 상하기 딱 좋은 짓거리지만, 리비아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마주, 빈 손을 휘둘러 내민 손바닥을 쳐주었을 뿐이다. 짝.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악수와도 같은 제스쳐가 지나갔다.


두 사내는 마음을 굳혔다.


*

ujwal-hollica--34vn85GV6U-unsplas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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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2. 알현 24.04.10 12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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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60. 비슷한 아이디어 24.04.10 10 1 19쪽
260 259. '그 망할 새끼' That shit 24.04.09 12 1 23쪽
259 258. 잠입 24.04.09 8 1 15쪽
» 257. 납치 24.04.08 11 1 10쪽
257 256. 리비아 이시기르스는 가볍게 검을 내리긋는다. 24.04.07 10 1 24쪽
256 255. 이쿠죠いくぞ 24.04.04 15 1 30쪽
255 254. 사막벌레 24.04.03 14 1 14쪽
254 253. 부족의 명운 24.04.02 15 1 24쪽
253 252. 이시기르스 24.04.02 13 1 17쪽
252 251. 리비아 24.04.01 13 1 19쪽
251 250. 사절단 24.03.31 16 1 15쪽
250 249. 에드버그 24.03.30 13 1 15쪽
249 248. 사담私談 24.03.30 15 1 14쪽
248 247. 자고로 다 고생하는데 뺑끼치는 새끼가 제일… 24.03.29 13 1 23쪽
247 246. 살리기 24.03.29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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