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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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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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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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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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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해정海汀으로…

DUMMY

객잔 별채에 삼조와 관지선 그리고 묵진휘, 서홍, 남태혼이 모였다.

“만나서 반갑네. 이 친구들로부터 많은 얘기 들었네. 남궁이현 친구라니 나도 말 놓겠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묵진휘라고 합니다.”

두원의 인사에 묵진휘가 인사했다. 그리고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저분도 작전에 참여시키실 생각이신가요?”

관지선이 두원을 보며 물었다. 관지선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관지선은 원래 삼조에 서홍과 남태혼이 같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公과 사私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서홍과 남태혼은 이전 항주 작전을 같이 수행한 사람이라 하니 그나마 이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묵진휘가 또 결합하니 흔쾌한 마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관지선의 얘기에 모임의 분위기가 갑자기 서먹해졌다.

“관조장이 괜찮으시다면 나는 참여시키고 싶소. 묵대협의 무공이 아주 뛰어나다 하니 우리에게도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오.”

두원이 생각을 말했다.

“이 참에 아예 서홍과 남태혼 이 친구들에다가 묵대협 세 명을 묶어서 삼조의 별조別組로 구성하면 어떻겠습니까? 줄여 삼별조三別組. 하하하”

항백이 평소보다 더 큰소리로 새로운 제안을 했다. 관지선과 빗나가고 싶은 항백이었다.

원래 항백은 해정 작전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지선까지 삼조에 결합하니 심사가 편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관지선이 묵진휘 건을 문제제기 하고 나오니 오히려 그 반대 의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진한 것이다.

“삼별조? 자네 머리에서 나온 것 치곤 괜찮은 생각인 듯 하이.”

경표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인 듯 하네. 혹시 관조장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신 거요?”

두원이 항백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관지선의 의견을 물었다.

“아닙니다.”

관지선이 답했다. 자신을 빼곤 모두가 묵진휘의 참여를 문제삼지 않는 판에 자신만 고집을 부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관지선이 그 정도의 고집불통은 아니었다.

묵진휘는 관지선의 마음을 짐작했으나 별다른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해정까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관조장께서 이번 작전의 기본 배경과 우리의 임무에 대해 소상히 한번 설명해주시면 좋겠소.”

두원이 관조장에서 작전의 개괄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관지선이 일어섰다.

“소금의 기본 유통경로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금 생산은 관으로부터 허락 받은 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생산된 소금은 전량 관에서 매입합니다. 관은 매입한 소금을 성省별로 경매에 붙여 민간에 매각합니다. 경매 입찰에 참여하는 자들은 대부분 상단이며 이 또한 미리 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들을 염상鹽商이라고 합니다. 절강성의 경매는 해정에서 이루어지기에 염상들도 대부분 해정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염상은 확보한 소금을 성내 도매상에게 공급하고 도매상이 다시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체계입니다. 밀염이란, 관에 뇌물을 주고 생산자로부터 직접 소금을 매입하여 도매상 등에게 공급하는 소금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관으로부터 입찰을 통해 확보하지 않은 소금을 말합니다. 주로 흑도방파가 개입되어 있죠. 그런데 이곳 해정을 장악해 밀염을 거래해 오던 해웅문海雄門이라는 흑도방파가 최근 새로운 방파에게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방파가 밀염을 장악한 뒤로 밀염 거래가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상적으로 관으로부터 입찰을 받아 도매상에 소금을 공급해오던 염상들의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같은 편인 염상을 내세워 입찰도 조종한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입찰에 나선 다른 염상들을 협박하여 낮은 가격을 적어내게 하곤 자신들이 높은 가격을 적어 입찰물량을 적극 확보하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높게 적은 가격도 평소 입찰 가격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이지요.”

“정상적으로 입찰을 받는 것도 문제가 되오?”

관지선의 설명 도중 경표가 물었다.

“입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말씀드렸다시피 그들의 입찰 가격이 현격하게 낮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들은 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염상을 협박하여 터무니 없는 낮은 가격을 적게 하고선 자신들이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입찰물량을 확보하는데 그들이 제시한 가격 자체가 통상의 입찰 가격보다 현격히 낮다는 겁니다.”

“다른 염상들이 보고만 있단 말이오? 그들도 제법 무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아오만. 아니면 관으로 신고를 하든지.”

서홍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른 염상들도 나름 자체 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시골 무관 수준입니다. 그래서 염상들도 그들 힘만으로는 벅차다는 것을 알곤 몇 차례 외부 고수들을 초청해 협박하는 놈들의 제거를 시도했는데 오히려 당하고 말았습니다. 제거를 시도한 후 실패하면 그들은 훨씬 더 강도 높은 협박을 해왔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젠 염상들이 그들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관이 일절 개입하려 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입찰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염상들간의 알력다툼에 관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요.”

관지선이 설명을 마쳤다.

“우리들의 임무가 그 놈들을 박살내 버리는 것이오?”

항백이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물었다.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입니다. 그 놈들을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돈 벌려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의 정체가 달리 뭐 있겠소? 그냥 나쁜 놈들이지. 목적은 돈 벌어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거고···”

항백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한 지방만의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저희가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이런 현상이 거의 모든 성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짐작으로는 배후에 상당한 조직이 분명히 있습니다.”

관지선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충분한 사전 설명이 된 것으로 알겠다. 다른 질문 있나?”

두원이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문제가 되는 문파와 염상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남궁이현이 진중히 물었다.

“이곳 해정이 있는 문파는 해풍당海風堂이며 연계된 염상은 칠보상단七寶商團이라 합니다.”

관지선이 답했다.

“그럼 구체적인 작전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두원이 구체적인 작전계획 협의를 제안했다.

그렇게 객잔 별채의 밤은 깊어갔다.



“다음달 입찰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단주 상홍혁尙弘赫이 물었다.

“두 곳은 이미 합의했습니다. 두 곳이 아직 버티고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만일 그들이 이번 달까지 합의하지 않는다면 해풍당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총관 심의기沈宜旗가 자신 있게 답했다.

“그렇게 되면 금년 목표는 대충 달성되는 셈인가?”

상홍혁이 천장을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했다. 상홍혁은 상거래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상인들이 보지 못하는 수단이 보였고 돈이 되는 물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다. 그 덕택에 일하던 상단에서 승승장구했고 상단의 단주 자리도 멀지 않게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단주가 은퇴를 선언했다. 상홍혁이 그토록 고대하던 바로 그날이었다. 그 동안의 실적이나 재능으로 보아 자신 외에 단주가 될 만한 인물은 상단에 없었다. 상홍혁은 자신이 단주가 될 것이라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늙은 단주가 은퇴하는 날 새로운 단주를 데려왔다. 늙은 단주의 사위였다. 늙은 단주는 자신에게 그 동안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내뱉고는 그날로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사위는 다음날로 상홍혁의 자리를 치워버렸다. 상홍혁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평생 노력이 허무했고, 그 동안 열심히 했던 사실이 분했다.

상홍혁은 술을 한잔 걸친 어느 날 저녁, 상단에 불을 질러 버리고 먼 곳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렇게 한 밤중에 예전 근무했던 상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웬 사내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차가운 한마디를 남겼다. 자신을 망치지 말고 재능을 꽃피워 멋있게 복수를 하라고. 그렇게 결심했다면 내일 새벽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라고.

삼 년 동안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면 조그만 상단을 차릴 자금을 지원받기로 하고, 상홍혁은 칠보상단의 단주 자리를 맡았다. 열심히 했고 재능이 있었다. 칠보상단은 이제 이곳 해정에서 가장 큰 세 개의 염상 중 하나가 되었다. 내년이면 가장 큰 염상이 되리라. 그 다음에는 자신의 상단을 차려 멋지게 복수를 해주리라.

“그렇습니다. 다음 달 물량만 계획대로 처리된다면 금년 목표는 조기에 달성되는 것입니다.”

총관의 말에 상홍혁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해풍당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도록. 그리고 두 분 어르신 접대에 소홀하지 말도록.”

“해정에 있는 기루의 모든 기생들을 동원해서라도 대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총관의 말에 상홍혁이 이번에는 쓴 웃음을 지었다.



“어젯밤 그 년은 어떠했소?”

“나쁘지 않았지. 킬킬. 아마 며칠 쉬어야 할 게야. 킬킬”

“형님이 회춘을 하시는 모양이오. 얼굴이 붉콰한 것이 오늘 밤도 문제 없을 듯 하오. 크크큭”

“오늘밤뿐이겠느냐? 킬킬. 나는 아주 빈객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냄새 나는 빈객청 골방에 비하면 여긴 극락이오 극락. 큭큭”

해당풍 뒤편에 마련된 귀빈실에서 두 명의 노인이 듣기 낯간지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흑귀쌍호黑鬼雙狐로 불리는 장일張一 장이張二형제였다. 여색女色을 좋아하고 한 번 마음에 품은 여자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제로 취했다. 그 과정에 방해가 된다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당한 여인이 일백 여명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죽어간 여인의 남편과 아버지, 오빠 등이 또한 일백 여명에 달했다. 그들의 흉험한 행위는 무림의 공적이 되었고, 숱한 정도正道 무림인이 그들을 쫓았다. 하나, 그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어떤 경우엔 외려 역습을 당해 죽곤 했다. 악행만큼이나 잔꾀도 많았고 무공도 높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가 시커먼 귀신의 탈을 쓴 여우 같다 하여 흑귀쌍호라 불렀다. 그런 그들이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 이곳 해풍당의 귀빈실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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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동행同行 +2 17.01.08 3,559 55 10쪽
69 68. 두 번째 하산 +4 17.01.07 3,645 54 10쪽
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2 52 10쪽
67 66. 전열정비戰列整備 +2 17.01.05 3,558 52 9쪽
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10 51 10쪽
64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60 59. 작전 +2 16.12.31 3,635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4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1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9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6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5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7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5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1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6 53 10쪽
48 47. 차질蹉跌 +2 16.12.25 3,746 56 12쪽
47 46. 위기 +3 16.12.25 3,611 51 12쪽
46 45. 유인誘引 +3 16.12.22 3,880 53 9쪽
45 44. 아픔 +3 16.12.22 3,608 58 11쪽
44 43. 확인 +3 16.12.22 3,749 54 10쪽
43 42. 미끼 +3 16.12.21 3,737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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