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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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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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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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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5. 난주 격돌 3

DUMMY

“지원군이 왔다. 지원군이 적의 등뒤를 공격한다. 모두들 조금만 더 힘을 내도록 해라.”

싸움터 곳곳이 소란스러워졌다.

모용철이 멍하니 싸움터를 둘러봤다. 어느새 백호당을 포위한 적의 등뒤에서 한 떼의 무인들이 나타나 적을 공격하고 있었다. 적은 이제 백호당과 새로 나타난 한 떼의 무인들에게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새로 나타난 무인들은 일사불란했고 개개인의 무공도 강했다.

금새 적의 대오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허탁의 입에서 핏물이 뭉게뭉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바닥에는 자신의 애병인 쌍륜 중 하나가 부서진 채 떨어져 있었고 또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봤다. 불에 그을린 듯 입고 있던 무복이 시커멓게 탔고 속에 있는 맨살이 보일 듯 했다.

“어찌 주먹으로 날아드는 쌍륜··· 쌍륜을 부서뜨린단 말이냐? 크윽~ 보고도 믿을 수 없구나.”

허탁이 이승에서 마지막 내뱉은 한 마디는 불신不信 그 자체였다.

“늙은이~ 자신이 보고 있는 하늘이 다가 아닌 게야.”

권마존이 이미 쓰러진 허탁을 내려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렇게 한 때를 풍미했던 전대의 고수 허탁이 두세 번의 공격과 수비 끝에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권마존은 애초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진강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있었는데 목에서는 피분수가 피어 나고 있었다. 불과 이 합에 승부가 끝났다. 진강의 생애 마지막 인식認識도 불신이었다. 자신이 단 이 합에···

그마나 풍우도는 아직 도를 꽉 진 채 서 있었다. 하지만 상태는 이미 쓰러진 허탁이나 진강과 다를 바 없었다.

“도를 쓰는 놈이 암기를 써?”

도마존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풍우도를 바라봤다.

풍우도가 도로 베는 듯 했다가 암기를 뿌렸던 것이다. 하지만 암기 따위에 놀랄 도마존이 아니다. 삼마존 정도되는 고수는 눈으로 상대의 공격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온 몸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다. 눈으로 본다면 도법 사이사이의 암기에 속을 수 있지만 온 몸의 감각을 속일 순 없다.

“이래서 사파 놈들이 무림맹 놈들 보다 더 기분이 나빠.”

도마존이 신경질적으로 한 마디를 내뱉으며 도를 횡으로 가볍게 그었다. 도마존과 풍우도의 거리는 일장이 조금 넘었다. 당연히 도마존의 도가 풍우도의 몸에 닿지 않을 거리다. 그렇다고 도기나 도강을 뿜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풍우도도 그런 도마존의 도를 넌지시 쳐다 볼뿐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서걱~

그런데 풍우도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더니 땅으로 툭 떨어졌다. 떨어지는 풍우도의 눈은 커다랗게 떠있는 채였다.


“사형, 저희가 조금 늦은 듯 합니다.”

장년의 도사 한 사람이 급히 산을 오르며 말했다. 산을 급히 오르는 와중에도 말소리에 거친 숨결 한 톨 담겨있지 않다. 대단한 고수임을 나타내고 있다.

“저쪽에서 병장기 소리가 나고 있으니 아직 끝난 것은 아니네. 서둘러보세.”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형이라는 도인이 말을 마치자 마자 더욱 빠르게 신형을 날려 소리나는 쪽으로 날아갔다.


“아미타불. 이게 어찌된 일인고?”

늙은 스님 한 사람이 입으로 도호를 외며 옆에 있는 장년의 중에게 물었다.

“세 무리가 뒤엉켜 싸우는 듯 합니다. 가운데로 몰려 있는 세력을 중간 세력이 포위한 채 공격했고 다시 맨 뒤의 무리가 중간 무리를 공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제 중간 무리가 앞뒤로 포위되어 전멸직전입니다.”

장년의 스님이 답했다.

“어허~ 제일 가운데 몰려 있는 무리가 백호당인 겐가?”

“그렇게 보입니다. 이제는 위기에서 벗어난 형국입니다.”

“그럼 중간의 무리는 마교라 치고 백호당을 도우고 있는 맨 마지막 무리는 누군가?”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백호당을 공격하는 무리는 아닙니다.”

늙은 스님의 물음에 다시 장년의 스님이 답했다. 늙은 스님도 백호당을 공격했던 무리가 마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백호당을 공격한 무리들 중 이제 서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끝난 듯 합니다.”

편수천이 모용철을 보며 말했다. 모용철도 이제는 정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팔이 떨어져 나간 어깨 부위를 옷을 찢어 감쌌다.

“피해는 어떤가?”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내가 미욱한 탓이야. 허허”

모용철이 씁쓸한 웃음을 웃었다.

“당주 잘못이 아닙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편수천이 모용철을 위로했다. 말은 짤막했지만 진정 위로의 뜻이 담겨있었다.

모용철이 가만히 편수천을 바라보았다.

‘그래, 저런 사람이 당주 노릇을 해야 하는 거였어. 자기 그릇도 모른 채 오대세가랍시고 당주 자리 하나 정도의 권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으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모용철의 눈에 물방울이 어렸다. 쓰러진 백호당 무인들의 시신이 자신의 무능을 저주하고 있는 듯 여겨졌다.

“우선 저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부상자들을 돌보고 시신을 수습하겠습니다.”

편수천이 모용철을 보며 우선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 모용철이 저쪽에서 가만히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미남자와 미녀를 쳐다봤다. 모용철이 걸어 그 쪽으로 갔다.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 드리오. 무림맹 백호당주 모용철이라 하오.”

모용기가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괘념치 마시오. 우리가 관할하는 난주에 불한당들이 뛰어들었다 길래 필요한 조치를 한 것뿐이오. 그대들도 길을 잘 못 든 것 같으니 부상자와 시신을 수습하고 정리를 마치는 대로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소?”

미남자가 모용철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무림맹도 수습이 끝나는 대로 난주를 떠나라는 압박이 담겨있기도 했고, 떠날 명분을 주는 배려이기도 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리오. 우선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이 급하니 난주에 당분간 머무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라오. 본인도 조직에 매인 몸인지라 다음 일은 본부의 지시를 받아 따를 수 밖에 없으나, 귀하의 커다란 도움을 반드시 알려 상호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소.”

모용철이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자신도 더 이상 이곳 난주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본부의 지시를 받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이상을 약조할 수는 없었다. 모용철의 말에 다른 반응 없이 미남자와 미녀가 자리를 떠났고 그들을 따라온 무인들도 급히 자리를 떴다.


“모용당주, 어찌된 일이오?”

늙은 스님이 모용철에게 물었다.

“보신대로 입니다. 이곳에서 정체불명의 무리들에게 습격을 당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는데 마교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했습니다.”

모용기가 늙은 스님에게 답했다.

“무림맹을 도와준 인물들이 마교란 말이오? 왜 마교가 무림맹을 도와줬단 말이오? 그럼, 백호당을 공격한 무리들은 대체 누구란 말이오?”

이번에는 늙은 스님 옆에 있던 늙은 도인이 놀라며 모용철에게 물었다.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림 명숙을 암살했던 세력이 마교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정체불명의 괴세력이 마교를 위장하여 습격한 후 무림맹과 마교간의 전쟁을 부추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모용철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모용철의 생각이 어느새 깊어지고 넓어져 있었다.

생각을 열심히 한다고만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 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오히려 현실에서의 결정적인 체험이 순식간에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깊게 하고 넓게 하는지도 몰랐다.

“허허~ 모용당주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당사자의 생각이 본래 제일 깊은 법이라오”

늙은 스님이 싱긋 웃으며 모용철를 바라봤다. 늙은 스님은 모용철의 눈과 말투에서, 일체의 허장성세가 빠진 진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절반이나마 살았으니 다행으로 여겨야지요. 이제 우리는 그만 철수해도 될 듯하오. 마교에서도 부상자의 치료 기간 동안은 난주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 셈이니 다른 위험은 없을 듯 하오”

늙은 도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들은 현무당의 특수조들이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는 무림맹을 결성할 때부터 자신들의 정예를 무림맹으로 파견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대의大義를 위해 무림맹을 결성했다 하나 자기 문파와 자기 가문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정예를 무림맹으로 파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림맹은 속 빈 강정 꼴이 되고 만다. 절충점이 필요했다.

총군사인 제갈청이 제안한 절충책이 바로 현무당 특수조였다.

현무당 특수조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별로 한 개에서 많게는 수개 조로 구성됐다. 조組 수나 조원들의 수는 문파나 가문마다 달랐다. 무당의 경우 두 개 조가 구성되었는데 이번에는 무당칠자로 구성된 조가 출동했다. 당연히 그들은 일곱 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소림의 경우 십팔 나한을 세개 조로 나누어 구성했고. 이번에 그 중 한 조 여섯 명이 출동했다.

그렇게 구성된 특수조들은 평소에는 해당 문파와 가문에 있다가 비상소집령이 떨어지면 출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번에 제갈청이 동창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후 처음으로 특수조를 동원한 것이다.

제갈청의 요청으로 이번 난주 작전에 동원된 현무당 특수 조는 난주에서 게 중 가까운 문파와 세가로 소림, 무당, 곤륜, 공동, 화산 그리고 제갈세가의 여섯 조였다.


마교와 무림맹이 난주로 철수한 흥륭산 중턱 격전의 현장에는 괴세력의 시신만이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시신 사이에서 조그만 움직임이 있었다. 느릿느릿했지만 확실히 살아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한 인영이 조심조심 일어섰다. 커다란 덩치···횡오수전의 부전주 전호였다. 은장로의 비수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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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09 51 10쪽
64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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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3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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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5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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