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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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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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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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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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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오리

DUMMY

‘누구란 말인가?’

무림맹 총군사 제갈청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지르며 생각에 잠겨있다.

‘어느 정도의 직위인가?’

생포된 놈들이 독약으로 자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제갈청도 고위직에 내부 첩자가 있음을 바로 의심했고 사태가 심각함을 걱정했다. 고위직 내부 첩자가 없었다면 뇌옥에 독약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 조사가 시작되자 뇌옥의 경계를 담당하던 하급무사 하나가 살해되었다. 범인들이 자결한 날 경비 당번 중 하나였다.

이제 반드시 내부 첩자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외부세력이 하급무사를 협박하여 독약을 타 넣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욱 순리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갈청의 감각이 반항하고 있었다.

적어도 살해된 하급무사가 뇌옥의 경비 담당이란 사실 자체도 무림맹 내부의 정보에 손이 닿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분명히 첩자는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직위에 있느냐이다. 수많은 무림맹 인원을 생각할 때 얼마든지 첩자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위급에 첩자가 있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 놈이 마각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수색에 나설 것인가?’

지금 수뇌부들도 누구 하나 쉽게 첩자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첩자가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 당연히 조직은 들썩이게 될 것이고 아직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무림맹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쉬쉬할 것인가?

제갈청이 고민으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다시 주무르고 있을 무렵 밖에서 경비무사의 전언이 들려왔다.

“군사부 사조장四組長께서 오셨습니다.”

“들어 오느라”

제갈청의 말에 군사부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사조장 추길연이 들어왔다.

“각 지부에서 긴급 전서가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무림명숙들이 곳곳에서 거의 동시에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추길연이 결론부터 보고하며 전서를 제갈청에게 내밀었다.

전서를 읽어 나가는 제갈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불안하던 자신의 감각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있었다.

“긴급회의를 소집해라. 급히 부맹주님들과 사당주에게 기별하여 맹주전으로 오시도록 전해라.”

제갈청이 사조장에게 지시한 후 자신도 방을 나섰다.


맹주전에는 부맹주들과 당주들이 모두 모였다.

“그래, 자결한 자들에 대한 조사는 진전이 있으시오?”

제갈청이 자리에 앉자마자 맹주 운월자가 물었다.

“진전이 없습니다. 부검 결과 독약을 먹고 자결한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다섯 모두 같은 독약을 먹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독약이 뇌옥 안으로 반입되었는가 하는 점인데 아시다시피 그날 경비를 담당한 무사가 살해되는 바람에 갑자기 모든 단서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는 표국들에 대해 기습을 한 흉수와 이번에 생포된 자들이 모두 동일한 세력이라고 가정하고 조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 세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조직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갈청이 맹주의 물음에 궁색한 답을 했다.

“그들이 누군지 짐작되는 데가 있으시오?”

부맹주 허세학이 물었다.

“아직 없습니다. 다만, 어디를 두들겨야 할지는 대략 알았습니다.”

제갈청이 답했다.

“그게 어디요?”

부맹주 팽보기가 직선적으로 물었다.

제갈청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내부에 첩자가 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에는 모든 곳에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첩자 때문에 발설하기 곤란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진전이 있으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면 말씀 드린 것이 부끄러워질 터이니 양해해주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제갈청이 에둘러 즉답을 피했고, 일부는 제갈청의 속마음을 짐작했으나 한둘은 알지 못했다.

“그래 오늘 긴급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무엇이오?”

맹주 운월자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각 지부에서 긴급 전서들이 날아들었습니다.”

제갈청이 모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무림 명숙들이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사천에서 아미파의 속가문인 수량도장樹良道場의 장주場主 장진후張珍候 여협女俠이 살해되셨고, 하남河南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문파인 태성문太星門의 문주인 석주명石周明 대협께서도 살해되셨습니다. 그 외에도 세분의 명숙이 살해되셨다고 하니 거의 동시에 다섯 분의 무림 명숙께서 살수의 습격을 받아 돌아가셨습니다.”

제갈청이 전서 내용을 요약하여 보고했다.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이오?”

맹주 운월자가 걱정스레 물었다.

“흉수는 잡혔습니까? 누구입니까?”

청룡당주 진걸陳傑이 물었다. 그는 청성파 출신으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남자다우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아 무림맹 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무림맹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사당주의 자리는 구대문파에서 두 석, 오대세가에서 한 석, 무소속 한 석으로 정치적 안배가 이루어졌었다.

구대문파에서는 무력부대인 청룡당을 청성에서 맡았고 특수임무를 담당하는 현무당을 소림의 흥선대사興宣大師가 맡았다.

오대세가에서는 모용세가의 모용철이 역시 무력부대인 백호당을 맡았다. 그리고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에 속하지 않는 인물로 부운검浮雲劍 번량이 선봉타격을 주요 임무로 하는 주작당을 맡고 있었다.

“잡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누군지도 모르는 실정입니다. 사건 현장에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올라온 전서들을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살해당하신 분들의 시신에 마기가 강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모두 마공을 사용하는 흉수들에게 당하신 듯 합니다.”

제갈청이 청룡당주 진걸의 질문에 답했다.

“아미타불~ 살해 동기는 무엇인가요? 거기에도 공통점이 있습니까?”

현무당을 맡고 있는 흥선대사가 나직히 불호를 읊조린 후 물었다.

“동기를 알 수 없습니다. 살해 동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동기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허~참, 다섯 건의 사건이 상호간에 연관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개별적인 사건인지 여부도 확인하기 곤란한 일이겠구려. 심정이야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부맹주 허세학이 한숨 속에 의견을 말했다.

“물론 분명한 물증은 없습니다만 다섯 건의 살해 사건이 우연히 동시에 일어났다고 보기엔 의문이 많습니다. 게다가 모두 마공에 당했다는 공통점까지 있고 보니···”

제갈청이 말끝을 흐렸다.

“그럼 이것이 마교의 소행이란 말씀이오?”

성격 급한 팽보기 부맹주가 큰소리로 말했다. 마교라는 말은 무림맹 수뇌부 입장에서 함부로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림맹과 마교간에 큰 전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뒤를 생각하지 않는 팽보기가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단정할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누군가 마교의 소행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갈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갈청은 속으로 뇌옥에서 자결한 놈들의 세력이 이번 사태까지 일으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워낙 물증이 없기에 섣부르게 꺼낼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교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지 않소? 오히려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고 보니 자결한 놈들도 마교가 아닌지 의문스럽구려.

백호당주 모용철이 말했다.

제갈청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도 마교의 소행이란 점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선 동기가 없었다. 굳이 동기를 생각하자면 무림맹 결성 자체가 마교 공격의 동기일 것인데 그 정도 동기로 마교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제갈청은 마교를 그렇게 단순무식한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둘째로 마교의 소행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마교가 항상 마공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수많은 무공이 있다. 아마 정파 무림의 주요 무공서도 이미 대부분 마교에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굳이 마기를 남기면서까지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반면에 마교가 아니면서도 얼마든지 마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마인이 모두 마교는 아닌 것이다. 아니 마교가 아닌 마인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랐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교의 소행이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마교와 정도 무림간의 오랜 숙명이었던 것이다.

살해 당한 유족과 문파를 중심으로 마교에 대한 응징을 주장할 것이다. 유족입장에서는 복수가 필요하고 눈앞의 증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는 법이다. 객관적일 수 있는 제삼자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유족의 분노를 자제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자제시킬 수록 유족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세상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음모와 위장이 판을 치는 것이다. 굴러가는 돌을 객관적 이성이 어떻게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추측으로 무림맹이 움직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갈청이 답했다.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도 없지 않소? 이번 자결 사건만 해도 오리무중인 상황이오. 그런데 이번사건까지 무림맹이 손 놓고 가만 있는다면 수많은 정도正道 무림인들이 무림맹을 손가락질하고 유족들은 원망할 것이오. 그 원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소?”

모용철이 다시 말했다.

똑 같은 논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우선 각 지부에게 지시하여 보다 자세하게 사건을 조사하라고 하시오. 그리고 조금 더 사태를 관망해 봅시다. 일단 군사부에서는 마교의 소행이라는 가정하에 무림맹의 행동 계획을 수립해 보고해주시오”

맹주 운월자의 지시로 긴급회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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