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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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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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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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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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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동행同行

DUMMY

현무당 삼조는 수뇌부의 결정이기에 겉으론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실망감이 무척 컸다.

“조직의 배려에 눈물이 앞서는구먼. 혹시 우리 다칠까 봐 그러는 거지?”

“우리 수준에 걸맞은 밀염 조직이나 조사하란 얘기겠지.”

항백이 수뇌부의 결정을 비꼬았고 경표가 속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항백과 경표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기에 누구 하나 둘을 나무라지 않았다. 삼조원들은 밀염 조직을 시시한 흑도방파와 관련된 일로 여기고 있었다.

“어디로 가라고 합니까?”

항백이 두원에게 물었다.

“곧 사람이 와서 구체적인 설명을 할 것이네. 조금 기다려보세.”

두원도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현무당 당주는 총군사부 일조에서 한 사람이 지원하기 위해 파견될 것이니 그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라는 지시만했다.

그렇게 삼조원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 투덜거리고 있을 때 삼조 집무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삼조원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어~하는 소리가 삼조원들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아름다운 미녀 하나가 들어온 것이다.

“언니~ 여긴 웬일이에요?”

당수진이 큰소리로 들어온 사람을 반겼다.

“맞아. 수진이가 여기 있었구나.”

들어온 사람도 당수진에게 반가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두원 조장님이시죠? 저는 군사부 일조장 관지선이라고해요. 이번 작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들어온 인물은 관지선이었다. 관지선이 두원 조장에게 먼저 인사했다. 집무실에서 조장 책상이 조금 더 컸고 자리도 구석에 따로 배치되어 있었기에 얼굴을 몰라도 집무실에 들어선 사람은 바로 누가 조장인지 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두원입니다. 관 조장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두원이 관지선에게 인사했다. 두원의 말대로 관지선은 무림맹에서 유명했다. 젊은 여성 조장으로 유명했고 미인이라서 또 한번 유명했다.

그리곤 나머지 조원들을 모두 관지선에게 소개했다.

“그럼 이번에 군사부 일조에서 지원 나온다는 사람이 관 조장이란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지원 나온 것이니 두 조장님께서 잘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관지선이 살며시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웃음과 말투였다.

“별 말씀을 다하시오. 아무튼 함께하게 되어 반갑소. 그나저나 우리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하오?”

두원이 작전에 대해 관지선에게 물었다.

“우리가 우선 가는 곳은 남경과 항주 사이의 바닷가 고을인 해정海汀이란 곳입니다. 알려진 것보다는 규모가 매우 큰 고을이며 고을 자체가 소금을 생산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절강성의 소금은 거의 대부분 그곳에서 생산되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곳에 제법 큰 흑도방파가 있었는데 최근 수뇌부가 몰살되고 방도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리곤 다른 흑도방파가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부터 조사할 계획입니다.”

그 뒤로도 작전에 대한 관지선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결국 그런 흑도방파가 곳곳에 새로 들어서 밀염 판매를 장악해 가는데 그 배후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한다는 말씀이군요.”

경표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말까지 사용해가며 관지선의 설명에 적극 호응했다.

“그렇습니다. 경표씨께서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관지선의 칭찬에 경표의 얼굴이 함박 찢어졌다.

“그럼 내일 아침에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관지선이 내일 약속을 끝으로 집무실을 나갔다.

“이런 천하의 간신배 같으니라고. 투덜댈 땐 언제고 그새 얼굴에 방긋방긋 웃음을 짓냐?”

“내가 언제 웃었다고 그래? 일단 조직 수뇌부가 결정한 사안이니까 조직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따르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다들 그렇지?”

항백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표가 웃음을 띠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자네는 저런 친구를 여태껏 친구라고 사귀어 왔나?”

서홍이 항백을 불쌍하게 쳐다봤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네 그려”

항백이 배신당한 사람마냥 속 쓰린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인가?”

두원이 당수진에게 물었다.

“예, 이전부터 집안끼리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언니 아버님께서 관가무관이란 곳을 운영하시는데 평판이 좋으세요. 저희 집안뿐만 아니라 아마 제갈군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그렇군. 그래서 출세가 빠른 거였군.”

당수진의 대답에 항백이 다시 관지선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항선배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이번 결정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관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심성도 착하고 머리도 무척 똑똑해요. 다만 겉으론 조금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그렇지 사귀어 보면 따뜻한 사람인걸 알게 되요. 나중에는 항선배도 분명히 관언니를 좋아하시게 될 거예요.”

“어림없는 소리 말아. 내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해도 저 여잔 내 취향이 아니야”

항백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는 곳이 남경 인근이라니 소노 계신 곳에 잠깐 들렀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묵진휘라는 친구의 소식을 알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궁이현이 기대하는 심정으로 두원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세. 아마 우리도 남경으로 해서 해정으로 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되니까. 잠깐 틈을 봐서 자네가 소노에게 다녀오면 되겠구먼.”

“알겠습니다. 제가 미리 소노께 들른다고 기별을 넣어 놓겠습니다.”



묵진휘와 공녀가 장원 정자亭子에 마주 앉아 있었다.

“어찌 그 동안 소식이 없었습니까?”

공녀가 섭섭한 말투로 물었으나, 얼굴에는 섭섭함이 없었고 오히려 안도와 함께 따뜻한 봄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항주로 갔다가 할아버님과 집안 내력을 우학사에게 확인하곤 분노와 아픔이 컸습니다. 그 길로 무림맹으로 가서 소노와 동행할 생각이었습니다. 소노께서 찾고 계시던 목걸이 세력들이 바로 조부님과 선친을 해한 흉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한으로 가는 길에 습격을 받았습니다. 그 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를 먼저 기습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상처가 심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스승님께서 계신 노산으로 향했다 이제서야 내려오는 길입니다.”

묵진휘가 못 본 동안의 사정을 짤막하게 얘기했다. 묵진휘의 얘기는 짧았지만 그 말을 곱씹는 공녀의 마음은 길었다. 묵진휘가 그 동안 느꼈을 마음의 아픔과 육체의 고통이 자기 것인 양 저려왔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공녀가 먼저 묵진휘의 몸 상태를 물어왔다. 차마 마음의 아픔을 물어 묵진휘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 나았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아진 듯 합니다.”

공녀의 슬픈 마음을 풀어주려는 듯 묵진휘가 웃으며 어깨를 쫙 폈다.

묵진휘의 배려에 공녀의 얼굴에도 웃음이 어렸다.

못 본 사이 묵진휘의 눈빛이 더욱 깊어지고 따뜻해졌다. 공녀는 그 깊은 눈빛에서, 묵진휘의 분노와 아픔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평화를 느꼈다. 황실과 관련된 삶은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살얼음판 같은 불안의 연속이다. 실제로 형이 황제가 되면 아우는 죽어 나가기 일쑤였고, 끊임없는 역모, 음모, 함정, 암살, 배신, 거짓 등이 판치는 곳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공녀에게 평화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잃어 버린 집안을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마땅히 같이 기뻐해야 할 일이나 그 속에 커다란 아픔이 있으니 한편으론 또 어떻게 슬픔을 같이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버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일, 차라리 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아픔이 없었을 텐데 하는 자책도 있습니다.”

공녀가 끝내 아픔에 대해 입을 열었다. 모른 채 하려 했으나, 언제까지나 모른 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또한 묵진휘의 깊은 눈빛에서 아픔의 상처가 덧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녀님을 만나 이황야까지 뵙게 되었으니 이런 영광이 따로 없습니다. 실로 이황야께는 많은 배움을 받았습니다. 모두 공녀님께 감사드릴 일입니다. 집안의 아픔도 그렇습니다. 흉수를 찾아 조부님과 부모님 그리고 그 날 같이 비명횡사한 집안 사람들의 원혼을 풀어드리는 일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제가 그 일을 알고 있고 또 하늘에 계신 조부님과 부모님께 마음으로 인사드릴 수 있으니 그분들이 많이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언제까지고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면 오히려 하늘에 계신 조부님과 부모님께서 서운해 하셨을 것입니다. 이 또한 모두 공녀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묵진휘가 공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커다란 슬픔을 저 깊은 눈빛 속에 갈무리하고 있는 묵진휘를 바라보는 공녀는 마음은 더욱 애잔해졌다. 하지만 묵진휘의 감사 인사가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감사의 인사가 왠지 자신과 묵진휘 사이의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묵공자께서 무한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지요.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감사 인사가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처럼 작용한다고 여겨지면서도 공녀 또한 감사인사를 했다. 달리 다른 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녀가 속으로 휴~ 한숨을 지었다.

그때 정원을 가로질러 소노와 냉보모가 걸어왔다.

“기쁜 소식이 있네”

소노가 묵진휘와 공녀에게 다다르기도 전에 큰 목소리로 소식을 알려왔다.

“남궁공자와 서홍, 남태혼 그 친구들이 이리로 온다고 하는구먼.”

소노가 남궁이현의 편지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그 친구들이 어떻게 알고 이리로 온다는 것입니까?”

묵진휘가 궁금해 물었다.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 없기 때문이다.

“항주 근처로 또 작전을 나간다는구먼. 가는 길에 잠시 들르겠다는 얘기네. 그리고 혹시 자네 소식 들은 것이 있는지 묻는구먼. 여기 와서 자네 얼굴을 보면 몹시 놀랄 거야. 하하하”

소노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하하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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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2 52 10쪽
67 66. 전열정비戰列整備 +2 17.01.05 3,557 52 9쪽
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09 51 10쪽
64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60 59. 작전 +2 16.12.31 3,634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3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9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5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1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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