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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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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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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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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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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5. 유인誘引

DUMMY

“삼각목걸이를 팔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어찌 할까요?”

상단에서 접객업무를 담당하는 허소정許小井이 급히 보고를 올렸다.

내실에서 대항상단大項商團을 이끌고 있는 단주와 총관이 업무 회의를 겸해 차를 마시고 있다가 허소정의 보고를 같이 들었다.

총관이 단주에게 어찌할지를 묻는 눈빛을 보냈다.

“어떤 목걸이던가?”

단주가 허소정에게 물었다.

“투명한 푸른빛이 감도는 한 치 반 정도 크기의 삼각형 목걸이였습니다.”

“이리 모시도록 하게”

단주의 지시에 허소정이 급히 달려 나갔다.

“찾으시던 물건입니까?”

총관이 물었다.

“살펴봐야지. 예전에는 두 치 크기의 삼각목걸이를 찾았는데 근자에 와서 크기와 형태를 불문하라는 지시가 내려 왔네. 다만 한가지 확인할 사항도 함께 적혀 있었지. 그건 내가 직접 확인할 사항일세. 아무튼 물건을 보면 알겠지”

단주가 설명했다.

항주에 근거를 둔 대항상단은 북천회 소속의 종칠각縱七閣의 외피였고 각주閣主가 상단의 단주를 겸하고 있었다. 상단에서 그러한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주와 총관을 비롯한 몇 사람 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총관은 나가서 내전內殿 호위무사를 대폭 늘이도록 지시하고 오게”

단주의 지시에 총관이 일어나 방을 나갔다.


화려하게 꾸며진 내전內殿에서 네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둘은 대항상단의 단주와 총관이었고 둘은 목걸이를 팔려고 찾아온 항백과 경표였다.

“우선 물건을 먼저 볼 수 있겠소?”

단주가 항백과 경표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눈빛은 두 사람 중에서 누가 윗사람인지를 찾고 있었다. 이런 것에 실수를 하면 협상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짐을 상단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보여드려야지요. 하하”

항백이 크게 웃으며 품에서 고급스럽게 생긴 조그만 나무상자를 탁자위로 내려 놓았다. 나무상자는 고급품질의 향나무로 만들어져 은은한 향과 함께 상자 안의 물품이 무척 고급스러운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

단주는 속으로 호탕하게 구는 항백이 협상의 결정권을 진 윗사람인가 싶으면서도 통상 물건을 아랫사람이 들고 다닌다는 점에서 옆에 있는 경표가 윗사람인가도 싶기도 했다. 종내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항백이 나무상자 뚜껑을 열자 한 치 반 크기의 푸른 삼각목걸이가 광채를 뽐내며 비단 천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어디 한번 봅시다.”

단주가 말과 함께 손을 뻗어 삼각목걸이를 집으려 하자 항백이 얼른 나무상자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기며 말했다.

“눈으로만 보시지요. 귀한 목걸이다 보니 가급적 손으로 만지는 것을 피하고 있소.”

항백이 의뭉스럽게 말했다.

내민 손이 머쓱해진 단주는 일단 손을 거두었다.

“물건을 자세히 살펴봐야 감정을 할 수 있지 않겠소?”

옆에서 총관이 거들고 나섰다.

“그 말씀도 맞소이다만 특별히 귀한 물건은 또한 단박에 가치를 알아볼 수 있지요. 그리고 그 특별함으로 인해 귀한 것이지요. 하하”

항백이 지지 않고 맞받았다.

“이건 어디서 구하셨소?”

단주가 한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물었다.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말씀 드리기 곤란하외다. 아무튼 훔치거나 빼앗은 것은 아니니 물건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시오. 그 점은 확실히 보증하리다.”

항백이 장담하고 나섰다. 사실 단주 입장에서 훔치거나 빼앗은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물건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나타난 것인지 안다면 보다 더 물건의 진위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백은 그런 점에 대한 조그만 단서도 제공하지 않았고, 개인적인 사정이라니 더 파고 들기도 어려웠다.

“허허. 그렇다면 이 몸이 손대지 않을 테니 귀하께서 직접 목걸이를 집어 앞뒤와 측면을 고루 보여주시오. 내가 식견이 낮아 한 눈에는 그 귀함을 알아보기 힘들구려.”

단주가 점잖게 타협안을 내놓았다.

항백이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더니 손에 면으로 만든 천을 잡고 그것으로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항백이 단주 쪽으로 목걸이를 내밀어 앞면을 보여주고 곧 뒤집어 뒷면을 보여주었다.

“목걸이의 측면도 천천히 보여주시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무리가 물건의 가치를 크게 좌우하니 측면도 좀 살펴봐야겠소.”

단주가 목걸이의 측면을 보여주길 원했다. 항백이 속으로 웃었다. 소노와 서홍으로부터 목걸이의 측면에 있는 특징을 전해 들었고 상대가 그 점을 확인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오늘 협상의 중요 임무였는데 단주는 측면을 자세히 살펴보길 원하고 있었다.

항백이 목걸이의 측면을 천천히 보여주었고 단주는 측면에 있는 불규칙하게 나있는 미세한 홈과 돌기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단주는 속으로 흥분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던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

“좋소. 얼마를 원하시오?”

“얼마 정도 생각하시오?”

단주와 항백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요구를 항백이 들어줬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패를 까야 할 차례였다.

“은자로 삼백 냥 드리겠소”

단주가 대답했다. 총관은 속으로 놀랐고 항백과 경표도 속으로 놀랐다. 은 몇 냥이면 다섯 식구가 한 달을 풍족히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 할지라도 은자 삼백 냥이면 상당한 금액이었던 것이다.

“곤란하오. 최소 은자 삼천 냥은 되야 하오”

이제껏 한마디도 하지 않던 경표가 불쑥 내뱉었고 단주와 총관은 순간 멍한 눈으로 경표를 쳐다봤다.

사실 단주는 내심 은자 오백 냥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조직에서 십 년을 넘게 찾고 있던 물건이었다. 은자 오백 냥이 거금이었지만 자신의 재량 범위에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은자 삼천 냥이면 자신의 재량 범위를 넘었다. 상부에 보고해야 했다.

“허허, 은자 삼천 냥이라면 너무 심하시오”

단주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지요”

경표가 단호하게 내뱉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고 항백도 엉거주춤 뒤따라 일어서려 했다.

항백과 경표는 상단으로 오기 전 역할을 나누었다. 항백이 온건하게 협상을 담당하고 경표가 단호하게 가격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잠깐 앉아 보시오”

단주가 일어서는 항백을 손으로 주저 앉혔다. 항백이 마지못해 앉았고 경표는 여전히 서있었다.

“우선 시간을 좀 주시오. 나도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고 한편으론 구매할 사람도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상단이야 아시다시피 물건을 사고 팔고 해서 이문을 남기는 곳이니 그런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오”

단주가 시간을 벌고 나섰다.

“얼마나 드리면 되겠소?”

항백이 재차 협상을 진행했다.

“열흘 말미를 주시오. 가급적 일찍, 머무시는 곳으로 연락을 드리리다.”

단주가 말했다. 급히 횡이수전으로 전서구를 날리고 답을 받거나 상부에서 사람이 직접 오는데 열흘이면 충분하리라 계산한 것이다.

“좋소. 단, 반드시 열흘 이내에 답을 주세요 하오”

항백이 못을 박고는 경표와 상단을 나섰다.



객잔 별채에서 소노 일행과 두원 일행은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단주가 목걸이의 측면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이 놈들은 우리가 찾는 놈들이 틀림없습니다.”

항백은 대항상단이 괴세력이 틀림없다고 얘기했고 옆에 있던 경표도 동의했다.

“그 놈들이 이제 어떻게 나올까요?”

남태혼이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물었다.

“그나저나 경형項兄도 대단하십니다. 은자 삼천 냥이나 부르시고··· 허허”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의 열 배를 부르기로 했지 않소? 상대가 삼백 냥을 부르는데 배에 힘을 꽉 주고 필사의 각오를 다지듯 삼천 냥을 불렀소. 하하~. 상대가 은자 삼십 냥을 불렀다면 나는 그냥 삼백 냥 불렀을 것이요. 은자 삼백 냥도 내 입장에선 구경하기 힘든 금액인데 삼천 냥이라니. 우리 그냥 삼천 냥에 팔아버리고 돈을 나눠 가질까요?”

뱃심에 대한 서홍의 찬사에 경표가 너스레를 떨었다.

“단주란 자가 구매자를 찾아 볼 시간을 달라는 것은 자기들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기 위함이겠지. 혹시 모르니 경계태세를 갖추고 일단 저들이 약속한 시간까지 기다려보세. 그리고 자네 두 사람은 주루나 고급음식점에서 돈 많은 파락호 흉내나 내시게. 그 놈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소노의 얘기에 항백과 경표는 입이 함박 찢어졌고 서홍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묵진휘 그 친구도 여기 항주에 있을 터인데 연락할 길이 없구먼. 우리가 무한에 있는 줄 알 터이니. 허허”

소노가 화제를 바꾸어 묵진휘 얘기를 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적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는 소노도 마찬가지였다. 만일 그들이 다짜고짜 기습하여 목걸이를 강제로 뺏으려 한다면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절四絶이나 무정도 정도의 고수도 능히 동원하는 세력이었다. 지금 그들이 사절이나 무정도 수준의 고수를 둘 이상 보낸다면 여기 인력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소노는 묵진휘가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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