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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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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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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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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출전出戰

DUMMY

마교와 결전을 벌이는 것으로 의견은 모아졌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호랑이 등에서 뛰어 내릴 수 없으니 갈 데까지 갈 수 밖에···

제갈청은 한 숨을 뱉었다. 뭔가 조금씩 잘못되고 있다.

애초 무림맹을 결성할 때에는 약해지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위상을 올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함이 목적이었다. 자신도 제갈세가 출신이니 세가의 입장을 우선 생각했다. 허나, 무림맹이 결성되자 처음의 단순한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정치政治가 난무했다.

우선 실리보다는 명분과 체면을 우선 생각하는 풍토가 만연하게 되었다.

이번 건만 하더라도 그렇다. 아직 무림맹은 마교와 비견할 수 없는 전력戰力이다. 아마 현 강호에서 단일세력으로 마교와 견줄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런데도 마교와의 일전一戰을 불사不辭하는 분위기가 강세다. 모두 체면과 명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인재 등용의 어려움이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으로 자리가 정치적으로 배분되다 보니 인재가 모이지 않았다. 당장 이번 출전出戰을 맡은 백호당주인 모용철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는 당주감이 아니다. 대주隊主나 조장組長자리도 벅찰 수준의 인물이다. 하지만 자리를 타협하다 보니 그가 당주가 되었다. 정도 무림에 얼마나 많은 기인이사가 있는가? 사정이 이르니 그들이 무림맹으로 몰려들지 않는 것이다.

제갈청은 점차 세가의 입장을 벗어나 무림맹 총군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개혁이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있다. 강하다. 개혁하지 않으면 무림맹은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것은 곧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갈청이 두 주먹을 말아지면서 각오를 다져갔다.


모용철이 두 명의 대주隊主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일이면 백호당 소속 제일대第一隊와 제이대第二隊, 두 개 대隊가 감숙성 난주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백호당에는 모두 다섯 개의 대隊가 있었고 한 개의 대隊는 이백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백호당은 모두 일천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청룡당도 동일했다.

반면 소규모 타격을 중심으로 하는 주작당는 이십 명씩 한 조組로 구성되어 모두 다섯 조가 있었고, 정보와 특수임무를 담당하는 현무당은 다섯 명식 한 조로 구성되어 모두 다섯 조로 편재되어 있었다. 다만, 현무당에는 특수조직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무림맹에 상시로 존재하는 정규조직은 아니었다.

“두 분 대주만 믿소이다. 하하”

모용철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저희들이야 말로 모용당주님을 믿을 뿐입니다.”

제일대주第一隊主 흑귀부黑鬼斧 편수천片壽天이 겸손하게 받았다. 검정색의 도끼 한 자루를 귀신같이 다룬다 하여 흑귀부란 별호를 얻었다. 별호만 보면 정도의 인물이라기보단 사파의 인물처럼 생각되었으나 기실 사람은 누구보다 겸손하고 협俠을 추구했다. 나이도 모용철과 동년배였지만 모용철 밑에 대주로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백호당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런 편수천을 존경하고 흠모했다.

반면 제이대주인 연비검燕飛劍 동하성董河成은 모용철의 말에 별다른 반응 없이 가만히 차를 마셨다. 물 찬 제비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듯 날렵하고 빠른 검법을 사용하는데 그 모습이 또한 우아하다 하여 연비검이란 별호로 불리었다. 나이는 모용철이나 편수천보다 조금 아래였지만 성정性情은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람이었다. 평소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모용철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으나 존경하는 편수천이 동하성을 말리는 바람에 성정을 죽이고 지내고 있었다. 만일 편수천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무림맹을 떠나고 말았을 인물이었다.


이번에 출전하는 두 대의 임무는 난주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감숙성 난주는 정도 세력과 마교 세력이 공존하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지역이었다. 물론 지금은 마교 세력이 월등하여 사실상 마교의 지배권에 있지만 예전에는 정도 무림의 지배권에 있기도 했고 지금도 조금이지만 정도 무림이 남아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정파와 마교간의 대립은 대부분 난주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진행되었다. 정파가 마교의 본산인 청해까지 쳐들어가긴 역부족이었고, 마교도 중원까지 쳐들어오는 것은 전면전을 뜻했기에 함부로 시행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두 세력간의 경계가 난주를 중심으로 왔다갔다했다.

“이번 출전과 관련하여 지휘부에서는 난주에서의 직접적인 격돌을 원치 않는 분위기요. 그저 마교지배하에 있는 난주에 진입함으로써 금번 암살사건에 대한 무림맹의 항의를 대내외적으로 적극 천명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오. 하나, 내 생각은 다르오. 출전한 이상 충분한 성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언제까지 마교를 두려워할 것이오. 나는 실제로 난주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싶소.”

모용철이 본뜻을 말했다. 두 대주는 모용철이 왜 지휘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았다. 성과를 세워 본인의 영달과 출세를 바람은 물론이고 모용세가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뜻이다. 두 대주도 마교를 증오하고 있었다.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죽어나는 것은 수하들일 뿐이다. 앞뒤의 형국과 전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이기적인 뜻만 세우고 있으니 장수로서는 낙제점이었다.

“난주에서의 상황을 보아가며 일을 꾸며보도록 하시지요”

언제나 차분한 편수천이 속으로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겉으로는 표 내지 않고 모용철의 예봉을 피했다.

동하성은 ‘당신이 선봉에 서시오’라는 말을 목에서 겨우 삼켰다.



“무림맹 백호당의 이 대 사백여 명이 난주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횡삼수전의 부전주 오환이 진철신 전주에게 보고했다.

“하하.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구려”

진철신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더 불을 붙여야지요”

“어떻게 말이오?”

“난주에서 두 세력이 대치할 것이나 쉽게 격돌하진 않을 것입니다. 둘 다 전면전은 부담스러워 하니까요. 하지만 격돌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면 되겠지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하”

오환이 자신 있게, 그러나 목소리를 죽여 나지막하게 자신의 계책을 전주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림맹 백호당 이 대 사백여 명이 난주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교주 집무실에서 갈군형 총군사가 교주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 놈들이 미쳤구만 미쳤어.”

일정령주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주위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강호로 나갔던 사령주들은 모두 복귀해 있었다.

“무슨 꿍꿍이 속인가?”

성휘령주는 의문스러워했다.

“일전에 정파 무림 명숙에 대한 암살이 여러 건 있었다고 보고 드렸었습니다. 누군가 마교 소행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말씀도요. 무림맹에서 그 핑계로 출전을 결의한 모양입니다.”

갈군형이 성휘령주의 물음에 답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무림맹도 암살이 마교에서 한 소행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뇌부 일부의 판단이며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 어리석은 놈들입니다. 그게 정파 놈들이지요. 그들은 더 나아가 앞뒤를 재어 보지도 않고 명분과 체면에 따라 행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번 출전이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군형은 정파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들의 행동 배경까지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놈들은 도륙을 내어 버려야지.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 되었군.”

일정령주가 흥분했다.

“그리 흥분하실 만한 전력도 되지 않는 놈들입니다.”

갈군형이 일정령주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교주가 갈군형의 생각을 물었다. 총군사라면 이미 생각한 바가 있을 터였다.

“가장 강력한 대응은 난주에 이르기 전에 사백 명을 몰살시키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현재의 무림맹을 급격히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무림맹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정파 무림 전체에 자극을 주어 정파 무림을 뭉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여, 현시점에서는 배제하였습니다. 둘째는 난주에서 적당히 무력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적 수뇌부를 대상으로 소규모 타격을 통해 무력화시키는 것이지요. 무난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중재안입니다. 무림맹에게 암살이 마교의 소행이 아니며 두 세력의 이간을 노리는 제삼의 세력이 있음을 알리고 공동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번째 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갈군형이 교주에게 생각을 말했다. 장황했지만 모든 요소를 고려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교주가 갈군형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금, 은장로 두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사람을 받힐 호위대 이십 여명을 딸려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따로 한시적으로 난주에 주둔할 사백 명 정도의 인원도 보내겠습니다. 천주대天柱隊면 될 듯합니다.”

“그리하도록”

교주가 갈군형의 계획을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승인했다.

갈군형이 교주의 집무실을 물러나고 사령주만 남았다.

“그래, 강호는 어떠했소?”

교주가 사령주에게 물었다.

“이십여 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듯 하였습니다.”

일정령주가 답했다.

“무림은 세력간의 충돌 없이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반면에 일반 백성들의 삶은 무척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현 황제의 실정失政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신기령주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나도 그렇다고 들었소. 차면 기우는 법. 무림의 평화도 차서 기울기 시작하는 듯 하고, 황제의 실정도 차서 기울 듯 하오이다. 그것이 각각 진행될 지 연관되어 진행될 지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오”

교주가 정리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교주는 깊게 보고 있었다.

“제가 인근에서 전대의 고수 둘을 만났습니다. 폭마부와 철풍권이었는데 이미 은거했다고 알려진 전대의 고수들이 세상에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월광령주가 나직이 교주에게 말했다.

“그런 것이 연관의 고리가 될는지도···”

교주가 월광령주의 목소리보다 더욱 낮은 목소리를 뱉었으나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말을 알지 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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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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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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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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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7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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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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