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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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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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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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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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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전

DUMMY

섬서성 장안長安.

많은 왕조의 도읍이었던 만큼 각종 유적이 많은 장안은 비단길의 출발지이기도 했기에 사람과 물자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당연히 많은 상단이 장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안홍상단安洪商團. 자체 전장錢場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큰 상단으로 무림맹 현무당 삼조원들이 감시하고 있는 상단이었다.

무림맹 삼조원들이 교대로 열흘 가까이 감시하고 있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장안 변두리에 자리잡은 객잔의 별채.

여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원탁을 둘러 보고 앉아 있다.

“무작정 이렇게 감시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습니다.”

경표가 말했고 모두들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 저번 항주에서는 목걸이를 유인책으로 사용하였으니 이번에는 목걸이를 사용할 수도 없고···”

조장 두원이 조원들을 둘러보았다.

“항주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상단은 우리가 찾는 세력의 하부조직에 불과한 듯 합니다. 그들이 여러 곳에서 상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정보수집에도 목적이 있지만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필히 상단이 확보한 수익금이 어디론가 흘러 들어갈 것입니다. 그곳이 흉수들의 본거지겠지요.”

남궁이현이 모처럼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어떻게 자금의 흐름을 찾아내지?”

“상단이라면 필히 장부가 있을 겁니다. 장부를 확보해야겠지요”

두원의 물음에 남궁이현 대신 항백이 답했다.

“두 가지 문제가 있군. 하나는 장부를 확보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장부를 분석하여 단서를 찾는 일이겠지. 여기 누구 장부를 분석할 줄 아는 사람 있는가?”

두원이 물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대답이 없었다. 태어나 글을 조금 익힌 뒤론 모두 칼을 익히는데 평생을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상단의 장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무림맹 섬서 지부도 상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림맹 본단과 물자와 자금을 주고받으며, 녹봉을관리하기 때문에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섬서 지부가 이 곳 장안에 있으니 그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남궁이현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겠군. 좋은 생각일세. 그건 그리하면 되겠고 상단의 장부는 어떻게 확보하지?”

“우리 중에 전문가가 있습니다.”

두원의 물음에 조용히 있던 남태혼이 서홍을 보며 답했다. 모두 서홍을 쳐다봤다.

“이사람, 그게 무슨 소린가? 난 손 씻은 지 오래네. 다른 사람 찾아 보시게.”

서홍이 정색을 하며 발뺌했지만 그대로 물러설 삼조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 들어보니 야밤에 담을 넘는 모습이 우아한 구렁이 같고, 물건을 찾아 내는 후각이 날렵한 분견粉犬과 같고, 꼬리를 잡히지 않는 것이 재빠른 도마뱀 같다더니 실로 적임자로 아니할 수 없구만 그래. 하하”

항백이 큰소리로 웃으며 점잖게 서홍을 놀려댔다.

“분견? 똥개 말인가? 크하하하”

경표도 덩달아 웃었다.

서홍이 발끈해 두 사람에게 달려들려는데 두원이 말리며 일렀다.

“항백, 경표 두 사람은 그만 웃게. 우선 임무가 시급하고 중대하니 서홍 자네가 일을 맡아주게. 대신 항백과 경표, 남태혼 자네 세 사람은 서홍을 보좌하여, 서홍의 지시에 따라 같이 움직이도록 하게.”

두원이 서홍을 말리며 굵직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결정을 냈다.

서홍이 다시 입을 열어 반대 의견을 제시하려 했으나, 두원이 두 눈에 힘을 주고 모두를 쳐다보며 한 손을 좌중의 가운데로 내밀어 최종 결의를 도모하는 자세를 취하자 모두 손을 내밀어 두원의 손에 합쳤다. 서홍도 마지 못해 손을 내밀어 손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남궁이현과 당수진은 섬서 지부에 회계담당의 지원을 요청하게”

두원의 지시에 당수진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걸렸다.



횡일수전주 천형환千衡丸의 방에 횡이수전주 범여극과 횡삼수전주 진철신이 마주 앉아 있었다.

예전 같으면 협의에 필요한 전殿의 부전주들이 모여 관계된 정보를 교류하고 세부 작전을 수립했을 것인데 요즈음은 태상호법과 장로들이 직접 일선활동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전주들이 직접 모인 것이다.

“무림맹 백호당이 난주로 출정하고 있다던데 어찌하실 요량이시오?”

범여극이 진철신에게 물었다.

“감숙에 접어들자 마자 몰살시킬 계획이오. 물론 마교의 소행으로 위장해야겠지요. 그렇게 되면 둘은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외다. 하핫~”

진철신이 웃으며 계획을 말했다. 물론 진철신이 말한 계획은 부전주 오환의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어느 조직이 동원되는 것이오?”

범여극이 물었다. 회의 무력조직은 몇 개가 있었다. 전주급에서는 횡오수전, 횡칠수전 등이 무력부대였고 태상호법 직속 무력부대와 빈객청 소속 무력부대도 있었다. 이번에 어디 소속이 동원되는지 물은 것이다.

“횡오수전 영전주께서 직접 출전하시기로 하셨소”

진철신이 답했다.

“생각대로 속 시원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 좋으시겠소. 나는 동창 눈치 보느라 시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오.”

범여극이 부럽다는 투로 말을 받았다. 동창과의 관계는 불편했다. 속으로는 내쳐버리고 싶었으나 황실과의 관계인지라 생각대로 할 수 없었고, 장세모 부전주가 죽은 뒤로 자신이 직접 동창의 조부태감에게 시달리다 보니 장부전주가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범 전주께서도 이젠 너무 동창 눈치 보지 않고 사셔도 되겠소. 하하~. 우리 횡일수전에서는 금번에 별도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오. 그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본 회의 재정계획은 삽시간에 달성될 것이오.”

횡일수전주 천형환이 자못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요? 대체 무슨 사업을 진행하실 계획이시오?”

“소금이오.”

“소금은 황실에서 독점하는 사업이지 않소? 이번에 우리도 사업 허가를 받은 거요?”

“말씀대로 소금은 황실독점 사업으로 민간에게는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소.”

“그렇다면?”

“세상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라오. 비록 황실에서 소금을 독점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소금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소. 밀염密鹽이지요. 각 지방마다 흑도무리들이 삼삼오오 단위로 밀염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의 주수익원이오. 규모에 비해 이익률이 엄청나지요. 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국지적이지요. 이번에 우리 회에서 이를 통합할 생각이오. 그 동안 은밀히 만반의 준비를 해왔소만 추진을 보류해왔었는데 이번에 태상호법 어르신의 지시가 떨어졌소.”

“만일 동창이 이를 알게 된다면 어찌되오?”

“그들이 알 리도 없지만 설사 알게 되더라도 우리 회에서 딱 잡아떼면 물증을 확보하긴 어려울 뿐더러 우리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단절하긴 어려울 것이오. 그들은 약점이 많으니까요. 하하”

“흑도방파들의 반발은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그들에게는 복종하느냐 죽느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오. 크하하~”

범여극과 진철신의 질문에 천형환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준비만 한 채 진행하지 못했던 답답함이 풀렸다는 듯 웃음이 어느 때 보다 호탕했다.

범여극은 내심 조급해졌다. 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횡일수전이 밀염 사업에 성공한다면 천형환 전주의 공로는 대단한 것이 된다. 그리고 진철신 전주도 이번 습격 작전의 성공으로 무림맹과 마교의 전면전을 이끌어 낸다면 그에 못지 않은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자신도 그에 걸맞은 성과가 필요했다. 목걸이를 모두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자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동창에서 전갈이 있습니다.”

일조 조장 관지선關智旋이 보고했다.

무림맹 군사부 제일조第一組는 총군사를 도와 무림맹의 모든 작전을 수립하고 필요한 대외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곳의 조장이 관지선이었고 무림맹 조장급 이상 중간간부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인이었다. 그것도 재색을 겸비한 젊은 여인이었다.

관지선은 무당의 유명한 속가문으로서, 제갈청과 오래 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던 관가무관關家武館의 장녀인데 그 재능을 일찍이 알아 본 제갈청이 관지선을 아버지를 설득하여 무림맹으로 데려온 것이다.

“동창에서?”

제갈청의 말끝이 올라갔다.

“총군사님을 뵙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뵙고 싶다는 사람은 동창 조부태감인데, 수하인 정조장이란 자가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내용은 만나 뵙고 말씀 드리겠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 쪽에 아쉬운 부탁이 있는 눈치였습니다. 동창답지 않게 태도가 고분고분했습니다. 만나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지선이 자신의 의견까지 보태어 솔직하게 답변했다.

“알겠네. 그 건은 관조장이 그쪽과 협의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다시 보고해주게. 백호당과의 연락체계는 정상 가동 되는가?”

“그렇습니다. 오늘도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주隨州 인근을 지나고 있다 합니다.”

수주라면 무한에서 장안 사이의 삼분의 일 정도에 있는 곳이다. 아직 난주까지는 한참 가야 했다.

“자네도 마교의 소행으로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마교로서는 동기도 목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짐작되는 곳이라도 있는가?”

“저번 뇌옥에서 자살한 무리와 동일한 세력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짐작일 뿐입니다.”

제갈청과 관지선의 대화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딱딱한 내용이었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상호간의 깊은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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