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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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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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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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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1.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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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8. 두 번째 하산

DUMMY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무림맹 현무당 삼조는 아직 정주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조원들은 무료함과 답답함을 집무실에서 수다로 풀고 있었다.

“언제 출발하라는 거야? 대체 무슨 준비를···”

언제나처럼 항백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기다리라고 하니 기다려야지. 어디 일개 조원이 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거야?”

경표가 항백을 무지르며 무림맹 상부를 비아냥거렸다.

상부에서 추진하는 일의 준비가 덜되었다는 이유로 삼조는 여름의 끝과 가을의 처음을 집무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이럴 때가 수련하기 좋은 때 아니에요? 바쁠 땐 바쁘다는 핑계로 수련에 게으르고 시간 많으면 시간 많다는 핑계로 수련을 나중으로 미루니 대체 수련은 언제 하려는 거예요?”

오늘도 당수진이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남궁이현이 집무실에 있을 경우 다소곳하던 당수진이었으나 이제는 남궁이현이 집무실에 있어도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마침 연무장에 가려는 참인데 당소저도 같이 가시겠소?”

남궁이현이 일어서며 당수진에게 말을 건넸다.

“좋아요. 저도 가려 하던 참이에요.”

잔소리를 널어놓던 당수진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이 걸리며 남궁이현을 따라 나섰다.

“어디 그럼 나도 모처럼 연무장에 가서 수련이나 해볼까?”

항백도 당수진을 따라 일어서려는데, 문을 열고 나가던 당수진이 뒤를 돌아보며 눈을 째렸고 그 바람에 항백이 다시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아니, 수련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항백이 두 손을 옆으로 들어 벌리며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했다.

“이 미련한 곰탱아. 눈치껏 수련하라는 거지 이 시점에서 둘을 따라 나서라는 거냐? 이러니 기루말고는 여자 분 냄새도 못 맡아봤지.”

경표가 항백을 보며 이죽거렸다.

“그러는 저는 맡아봤나? 피차일반이면서.”

항백이 지지 않고 대들었다.

“에그~ 귀신은 뭐하시나? 저 화상들 안 데려가시고. 쯧쯧”

서홍이 둘을 싸잡아 퉁을 놓았다.

“귀신이 한둘 와가지곤 이 화상까지 모두 데려 가실 수 있겠나? 아예 한 조組가 와야지. 낄낄.”

남태혼이 서홍까지 싸잡아 붙였다.



총군사 집무실에서 제갈청은 군사부 일조장 관지선, 사조장 추길연과 협의를 하고 있었다.

“근자에 흑도방파들이 시끄럽습니다.”

추길연이 보고했다.

“밀염密鹽 때문이겠군.”

“아니, 총군사께서 어떻게 아십니까? 저는 분명히 처음 보고하는 사안인데?”

제갈청의 말에 추길연이 놀라 물었다.

“자네 얼굴에 쓰여 있네.”

제갈청이 추길연을 놀리자 옆에 있던 관지선이 가만히 웃었다.

사실 제갈청과 관지선은 동창의 조부태감과 정조장을 다시 만났었다. 저번 정보에 대한 감사 인사 자리였다. 그런데 거기에서 조부태감이 제갈청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밀염조직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동창에서는 정부에서 전매하는 염鹽과 철鐵의 거래 동향을 은밀히 관리 감독해왔다. 염과 철의 전매사업은 황실의 주요 수익원이었고, 그 과정에서 몰래 뒤로 빼돌리는 일부 자금은 동창 수뇌부로 흘러 들어가 동창의 권한을 키우는데 사용되어 왔다.

동창에서는 조부태감이 해당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는데, 최근 밀염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밀염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정상적으로 염과 철을 거래하는 상단에 큰 타격이 되었다. 이에 상단에서 동창으로 조사를 의뢰했고 다시 이를 무림맹으로 떠 넘기는 것이었다. 물론 사건이 잘 해결되면 염철 운송 등 관련 이권을 무림맹으로 떼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제갈청은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조직을 운영하는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자금이었다. 자금이 있어야 사람도 모였고 세력도 유지되었다. 그런데 조직의 수뇌부에 있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마치 돈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듯이 자금과 관련된 업무에 신경 쓰지 않았고 언제나 명분이 빛나는 일만 하려 했다. 무림맹만 하더라도 자금조달은 온전히 자신만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였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에서 출연하는 자금으로는 항상 부족했고 그마저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줄여나갈 궁리만 했다. 무림맹 자체 수익사업이 절실한 상태였다.

추길연이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정파에서는 관官과의 관계나 평판을 생각해서 손대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많은 흑도방파들은 은밀히 아니 공공연히 밀염에 관계하고 있었습니다. 수익이 좋을 뿐만 아니라 관에서도 일정 수준의 밀염 거래는 눈감아 줬으니까요. 어디든 음지는 있는 법이죠. 그런데 최근 흑도방파들을 내쫓고 밀염 판매조직을 장악하는 세력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각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 처음에는 흑도방파끼리의 이권다툼인가 여기던 사람들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가만두면 시장에 혼란이 생겨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백성들 몫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됩니다.”

추길연이 자신의 의견까지 포함하여 보고를 마쳤다.

“두 건을 동시에 진행해야겠군. 하나는 정주에서 흉수들의 뿌리를 찾는 일이고 또 하나는 밀염조직을 파악하여 해결하는 것이군. 어떻게 진행했으면 하는가?”

제갈청이 관지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주작전은 상당히 위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까지 사건을 담당해왔던 현무당 삼조만으로는 대응키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호위대를 붙이는 것으로 검토해왔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뒤에서 호위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여겨집니다. 차라리 현무당 삼조를 밀염 사건에 배당하시고 정주는 새로이 조직을 구성하여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관지선이 제갈청의 물음에 곧바로 생각을 말했다. 이미 생각해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밀염 사건은 상단업무에 상당한 조예가 있어야 될 듯한데 삼조만으로 되겠는가?”

“제가 직접 삼조에 참여했으면 합니다. 이 참에 현장업무 경험도 쌓고, 동창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조속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관지선의 대답에 제갈청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백호당은 난주에서 철수했으니 별다른 일이 없었고, 당장은 정주작전과 밀염조사 외에 특별한 사안은 없었다. 즉, 관지선이 현장에 파견되어도 괜찮은 시기였다.

“그러도록 하지. 대신 수시로 보고 올려야 하네.”

“알겠습니다.”

관지선이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노산을 내려온 묵진휘는 남경南京의 이황야 장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무림맹이 있는 무한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했지만, 이황야께 할아버지인 묵태부를 찾게 된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道理라 생각되어서였다. 게다가 소노로부터 저간의 소식도 들을 수 있을 터였다.

노산에서 바다를 끼고 내려가다 곧장 내륙으로 진입해 들어가면 남경이었다.

처음 노산을 내려오던 지난 봄이 생각났다. 그 땐 아무런 목적지가 없이 그저 영웅대회 구경을 위해 무한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그 길에 서홍과 남태혼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해 생각하면 묵진휘 스스로도 웃음이 났다. 지난 봄 하산 시 자신의 모습이 영락없는 철부지 어린애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이황야의 장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하니 지난 늦가을에 이곳에 오고 다시 가을이 깊어 이곳에 들러는 것이다. 가을과 인연이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공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공녀가 가을을 닮았다.

가을의 풍성함이 공녀의 넉넉한 마음을 닮았고, 단풍의 아름다움이 공녀의 자태를 닮았으며, 조금은 냉기가 감도는 부드러운 바람이 공녀의 기품을 닮았다. 갑자기 묵진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묵진휘가 상념을 떨어내려 머리를 좌우로 조금 흔들었다.


“이황야를 뵈옵니다.”

“다시 보니 반갑구나. 별고 없었느냐?”

묵진휘의 인사에 이황야가 다정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항주에 들렀다 우학사를 만났습니다. 황야의 배려로 잃어버린 집안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곤 스승님을 뵈러 다시 노산에 올랐다 지금 내려오는 길입니다. 하여 친우들과 약속했지만 무한에는 들르지 못했습니다.”

묵진휘가 이황야께 감사의 마음과 그간의 사정을 함께 말했다. 다쳤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나도 우학사로부터 전갈을 받았다. 네가 묵태부의 손자라니 나도 기쁘기 한량없구나. 묵태부가 비명에 가신 것은 억울하고도 원통한 일일 터이나 그것으로 네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했다. 조급해 하지 말거라.”

이황야가 묵진휘를 위로했다.

“새겨 듣겠습니다.”

“지난 일년 사이 눈빛이 무척 깊어졌구나. 딴 사람을 보는 기분이야. 하하하”

이황야가 묵진휘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만 나가보거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게야. 하하하”

이황야의 말에 묵진휘가 인사를 하고 이황야의 처소를 나왔다.


“묵공자가 객청에 있습니다. 소노와 지금 얘기 중입니다. 같이 가시지요”

냉보모가 공녀 방으로 찾아와 재촉했다.

“조금 기다리세요. 아직···”

“그만하면 되셨습니다.”

공녀가 단장을 하면서 조금 기다리라 했지만 냉보모가 공녀의 팔을 잡아 끌며 방을 나섰다.

묵진휘가 소노로부터 항주 작전부터 난주 격돌에 이르기까지 저간의 사정을 듣고 있었다. 그때 객청 방문이 열리며 공녀와 냉보모가 들어왔다.

“공녀님께 묵진휘가 인사드립니다.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묵진휘가 공녀에게 인사했다.

“묵공자님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공녀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평소의 기품은 어디로 갔는지,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과 흥분이 담겨 있었다.

“공녀님께서 무척 걱정하셨습니다.”

“냉보모···”

냉보모가 곁에서 한마디 하자 공녀가 그런 냉보모의 팔을 지긋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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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2 52 10쪽
67 66. 전열정비戰列整備 +2 17.01.05 3,557 52 9쪽
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10 5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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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7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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